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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37]《일부러 해요.》
여자에게 인기 많은 남자가 부럽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도 여자에게 인기가 좀 많았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몰라서들 하는 이야깁니다.
겪어보지 않아서 하는 철없는 이야깁니다.
전에도 한 이야기지만 요즘엔 노가다판에도 예쁜 여자 많아요.
한 20년 전만 해도 얼굴이 좀 반반하고 날씬한 여자들은 노래방이나 호프집으로 빠지고
지지리 못생긴 여자들이 노가다판에 일하러 나왔는데
요즘은 예쁜 여자들이 노가다판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첫째, 일이 힘들지 않아요. 현장 소장이나 반장이 여자한테 힘든 일 안 시켜요.
꼭 여자가 없어도 되지만 요즘은 법적으로
포클레인 등 장비 1대당 신호수 한 명을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고,
용접기 한 대당 또 화재 감시원 한 명을 의무적으로 붙여야 하니
이런 직책에 일당 비싼 남자를 쓸 수가 없어 여자를 쓰는 겁니다.
일이랄 것도 없고, 걍 서있다가 퇴근하는 겁니다.
둘째. 일당이 비싸졌어요. 요즘은 여자 일당을 보통 10만 원 주는 현장이 많아요.
식당이나 농촌일 가보세요. 일당만 싼 게 아니라 일이 힘들어서 죽어나요.
거기에 비하면 여자 노가다는 땀 흘릴 일이 없어요.
더구나, 남자 노가다꾼들이 여자한테 또 얼마나 잘해 주겠습니까.
그러니 여자들은 심심하면 커피나 마시면서 공주 대접받다가 비싼 일당 받아 가니,
그래서 예쁜 여자들이 노가다판으로 몰리는 겁니다.
나 강봄의 고통, 나 강봄의 괴로움도 그래서 시작되었습니다.
노가다판에 여자들이 없을 땐 괜찮았고,
노가다판에 예쁜 여자들이 없을 땐 아무 일 없었는데,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들이 노가다판에 쏟아져 들어오면서부터
나 강봄의 고통과 괴로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참 이상한 건요, 왜 여자들은 첫눈에 나에게 반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째서 딱 한 번 보고 나에게 왈칵 호감을 갖는지,
그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요.
나, 키 159.5cm구요, 최종학력 국(초)졸이구요, 타고 다니는 차 싸구려 똥차구요,
고급 식당 가서 밥 한 끼, 술 한 잔 못 사는 빈털터리예요.
이런 사실을 내가 숨긴 적이 없어요. 누구에게 건, 내 입으로 처음부터 다 까발려요.
그러니, 여자가 나에게 호감을 가질만한 구석이 전혀 없잖아요.
그런데도 여자들이 나한테 앞뒤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 이유를
정말이지 모르겠다니까요.
건설 현장에는 언제나 여자보다는 남자 인부가 평균 열 배 이상 많습니다.
여자 인부가 열 명이면, 남자 인부는 백 명 그 이상이에요.
그리고, 노가다 현장에 예쁜 여자만 있는 게 아니고,
멋있는 남자 인부들은 더 많아요.
얼굴, 키, 몸매가 모델이나 영화배우로도 손색이 없는,
그렇게 잘생긴 젊은 남자들 많다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멋있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또, 여자들을 몰고 다녀요.
그러다가, 내가 그 현장에 일을 딱 가면, 다른 남자 따라다니던 여자들이
첫날 오전에 벌써 내 앞으로 쫙! 모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일을 가는 첫날부터 「개새끼」 소리 들어요.
왜냐면, 어제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자기들 따라다니면서
커피 타 주고 음료수 갖다 주면서 참 재미있게 지냈는데
내가 딱 나타나자마자 자기들은 쳐다도 안 보고 나만 졸졸 따라다니니까
겉으로 내색은 못하지만, 그 남자들이 속으로는 나를 죽이고 싶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어느 현장이든지 일만 가면 남자들에게 욕을 먹고 미움을 받는다니까요.
물론 나는 원치 않죠. 여자들이 나좋다고 따라다니는 거, 내숭이 아니라, 정말 싫어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여자들이 죽자 하고 따라다니는 걸! 내가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니고.
내가 경험해보니까요,
여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무의식 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어요.
예를 들면, 쉬는 시간에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다가도
내가 딱 나타나면 갑자기 입을 꾹 닫고 조용해져요.
그리고는 갑자기 우수에 젖은 표정을 하면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계속 쓸어 넘기고,
그냥 퍼질러 앉아 있다가도 몸가짐을 바로 하고, 자기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고쳐요.
아침 조회 시간에는 어떻게 하든 내 앞이나 뒤에 서려고 경쟁하는 이유는
체조가 끝나고 어깨 주물러 주는 것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자들이 보이지 않게
자리 경쟁이 치열해요. 그뿐이 아니라 아주 치밀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요,
일하는 시간에 내 앞을 걸어가다가 뭔가를 떨어 뜨려요.
그러면 뒤에 따라가던 내가 할 수 없이 그 물건을 주워서 여자에게 줘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일부러 떨어뜨린 거죠. 그렇게 해서라도 나와 마주 서서 내 얼굴을 보고 싶고
짧지만 말이라도 한두 마디 하고 싶은 거죠.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자기 동료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
『우리 아줌마들 참 이상해. 한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옷차림하고 얼굴 화장이 확 달라졌어.
그 전엔 그냥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더니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섹시해졌다니까.』
일주일! 그렇습니다. 내가 그 현장에 일 나오기 시작한 게 일주일 전이거든요!
그러니까, 나 하나 때문에 그 현장의 여자 인부 십여 명의 옷차림과 얼굴 화장이
180도로 확 바뀌었는데요,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이렇습니다.
어느 현장이든 모든 인부들에게 회사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히는데요,
남자들에겐 맞지만, 여자들에겐 그 조끼가 커요. 그래서 입으면 헐렁하고, 맵시가 안 나요.
그런 조끼도 그냥 잘 입다가, 내가 그 현장에 나타나면 그다음 날 한 여자가 조끼를 수선해서
몸에 딱 맞게 입고 나오면, 그다음 날엔 십여 명의 아줌마들이 다 고쳐 입고 나옵니다.
얼굴 화장이 진해지고, 목에 빨갛고 노란색의 스카프를 하고 나오기도 하고,
회사에서 준 뻘건색 안전화를 버리고, 자기돈 들여서 총천연색의 예쁜 안전화를 사서 신고 나옵니다.
남자 인부들끼리 또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
『우리 아줌마들, 요즘 들어 갑자기 화장실을 많이 가네. 전엔 안 그랬는데
요 근래 들어와서 화장실 가는 횟수가 확 늘었어.』
그렇습니다. 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가 옆에 있으면요, 어떻게든 그 남자에게 잘 보여서
그 남자를 사로잡고 싶은 마음에 긴장을 하게 되고, 그러면 오줌이 자주 마려운 법입니다.
이건 생리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확인이 된 사실이에요. 이런 노래가 있잖아요.
『아리랑 춘향이가 보리쌀을 씻다가
이도령 방구에 오줌이 찔끔!
쪼끔만 쌌어야 말이지
오작교 다리 밑에 홍수가 났네!』
보세요. 좋아하는 남자가 옆에 있으면 여자는 오줌 마렵다는 게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되잖아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느 날 목수 팀에 40대 아줌마가 새로 들어왔는데,
야~! 정말이지 엄청 예쁘고 섹시했고, 그 현장에서 제일 예뻤어요.
그런데, 이 여자가 멋도 모르고 들어오던 첫날부터 나한테 커피 타 주면서 아양을 떠니까
십여 명의 아줌마들이 열 받아서 집단 왕따 시켰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3일 만에 제 발로 나가더라구요.
찬 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자기 선배들 십여 명이 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금방 들어온 초짜가 얼굴 믿고 까불었으니
왕따 당할 만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참 가슴 아픈 일도 겪었습니다.
십여 명 중 한 여자가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우울한 표정이더니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말라가더라구요.
내가 좀 친절하게 대해 주고, 말 한마디라도 따듯하게 해 주고, 볼 때마다 웃어주고,
가끔 밖에서 만나 밥이라도 같이 먹어주고...
그 여자는 그게 소원이지만,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걸 내가 아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절대 안 되죠.
떠나가버린 그대 때문에
내 모습이 야위어 가요.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고
남모르게 가슴 아파요.
꼭 이 노래의 가사처럼 그렇게 아파하다가
그 여자는 며칠 못가 현장을 떠났습니다.
나만 아니었어도, 이 현장에서 재미있게 일하면서 돈을 벌었을 텐데
나 때문에 큰 상처를 안고 그렇게 쓸쓸히 떠난 그 여자 생각에
내 마음도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내 생각 그만하고, 남편과 멀어지지 말고, 꼭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자에게 인기 없는 남자들이 부럽습니다.
여자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옆에 있어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남자!
나도 편하고 여자들도 편한,
내가 꼭 그런 남자였으면 정말이지, 정말이지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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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 『야, 강봄아! 내가 니 글을 한 편도 빼지 않고 다 읽었거든?
그중에는 참 눈꼴 시고 아니꼬운 글이 한두 편이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참을만했어. 근데, 이번 글은 도저히 못 참겠다.
어떻게 착각을 해도 이렇게 심하게 할 수가 있냐?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지? 카페 개설 12년이 되도록
읽어주는 사람도, 회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없으니까
이젠 지칠 대로 지쳐서 정신이 헤까닥! 한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멀쩡한 머리 가지고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냐?
이 글을 읽고 나니까, 이젠 『님』자도 안 나온다. 『강봄 님』자가 안 나온다니까!
내가 니 카페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 할게.
빨리 정신병원 가 봐라!』
밥풀님 성격으로 미루어 꼭 이렇게 말할 것 같네요.
근데요, 압니다. 안다구요. 착각인 줄 알아요.
그리고, 일부러 하는 거예요. 착각을 일부러 한다니까요.
물론 나 좋아하는 여자, 없어요. 까놓고 말해서 한 사람도 없어요.
저 위에 쓴 거요? 현장 여자들이 나 좋아한다는 얘기요? 100% 뻥이에요.
근데요, 이런 착각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냐면요, 일을 더하는 놀라운 효과가 있어요!
자, 새벽에 눈을 떴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 일어날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 쉬고 싶어요.
그럴 때, 현장에서 나 좋아하는 여자들이 내가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벌떡 일어나서 일 나가게 된다니까요!
내가 가만히 계산해 보니까, 현장의 여자들이 나 좋아서 미치고 환장한다고 착각을 하면
한 달에 평균 이틀 정도 일을 더 하는 것으로 나와요.
한 달에 이틀이면 열 달만 잡아도 20일!
돈으로는, 헉! 260만 원!!!!!!!!!!!!!!!!!!!!!!!!!!!!
그래서, 착각을 일부러, 인정사정없이 걍 막 해요!
여자가 모르고 어디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물이 묻어도
나를 너무 좋아해서 오줌 쌌다고 믿고,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느라고 하루 빠져도,
나를 좋아하다 못해 기어코 상사병이 생겨서 병원에 간 것으로 막 밀어붙인다니까요!
한 번은 큰 건설회사 회장님 내외분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그 며칠 후, 웬일인지 회장님은 빠지고
사모님 혼자서 현장을 한 번 더 방문하신 적이 있어요.
첫 번째 방문 때 나를 보시고 속으로 놀라신 거예요.
아! 우리 현장에 이렇게 멋있는 남자분이 계시다니!
그래서, 내가 보고 싶어서 남편 빼고 혼자서 한 번 더 오신 거죠.
그 사모님은 회장님과 이혼하고, 나하고 재혼하시려고 준비에 들어갔고,
나중에 사모님과 재혼한 내가 부부동반으로 그 현장을 방문하는,
그런 착각을 했더니, 그 달은 하루만 쉬고, 30일을 일 했어요!
평소보다 약 7~ 8일 정도 더 한 거죠!
그렇게 착각해서 1년에 한 2백여만 원 더 벌면
괜찮은 거 아닙니까?
어험! 나 요로콤 사는디,
으쩌, 뜳으요?
2021년. 12월. 14일.
제1차 세계민중혁명. 강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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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ㅋ좌간 못말리십니다 그려!! 그래도 그 사모님과 그럴 가능성이 2프로만 있어도 생각 잘못이 아닙니다..혹시 알아요..언젠가 그렇게 돼서 밥풀 국밥 한 그릇 얻어 먹게 될지요...ㅎ
여자들이 나를 좋아한다고 자꾸 자기 세뇌를 하면요, 나중엔 진짜 그런 것 같은 느낌이 조금은 나요. 그러니까 힘들어도 일을 더 하죠. 그리고, 이건 밥풀님한테만 털어 놓는 비밀인데요, 민중 혁명도 사실은 그런 수준이에요. 여자 엉덩이에 물 뭍은 걸 보고 나 좋아서 오줌 싼 걸로 믿는 것처럼, 제1차.... 그것도 그 비슨한 수준이라니까요. 이거 밥풀님만 알고 있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2.1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