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는 엘리사가 엘리야의 사역을 이어받게 되는 과정으로 시작하면서 엘리사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13장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지 못하고 우상을 섬기면서 악을 행하였는데, 이러한 이스라엘에 엘리야를 이어 엘리사가 하나님의 일꾼으로 세워져 쓰임 받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시대라고 해도 하나님은 종종 하나님께서 세우신 일꾼을 통해서 역사(役事)하시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당시 길갈과 벧엘, 여리고 등을 비롯한 여러 성읍들에는 선지자를 양성하는 소위 선지자 학교가 있었습니다. 아합 왕 시대에도 이러한 선지자들을 돕는 궁내 대신 오바댜(Obadiah)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열왕기상 18장에서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훈련받고 있는 자들을 열왕기서에서는 “선지자의 제자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선지자의 제자 중 한 사람의 아내가 엘리사에게 나아와 자기의 비참한 상황을 토로(吐露)합니다(1절). 아마 이 여인의 남편은 엘리사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여인은 자기 남편이 하나님을 온전히 경외했다는 것을 엘리사도 알고 있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남편이 죽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빚을 준 사람이 자신의 두 아이를 종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는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그 당시 빚을 지면 그 빚만큼 종이 되어 살아야 하는 것은 관습이었고, 율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참한 현실을 엘리사에게 토로한 것입니다.
엘리사는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라면서 “지금 집에 남아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여인은 기름 한 병밖에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2절). 아주 비참한 상황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아마 이 기름은 감람유(橄欖油, Olive oil)이었을 것입니다. 이 기름은 식용으로도 사용하고, 때로는 약으로, 때로는 손님이나 존귀한 사람에게 그 존귀함을 표현하기 위해 바르는 데 사용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여인의 이야기를 듣고 엘리사는 이 여인에게 나가서 모든 이웃들에게 그릇을 빌리되 조금 빌리지 말고 많이 빌리라고 말하였습니다(3절). 그 후에 두 아들과 함께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그 그릇들에 기름을 부으라고 하였고, 그렇게 하자 모든 그릇에 기름이 가득 찼고, 더 이상 빈 그릇이 없게 되자 기름이 그쳤습니다(4절~5절). 아마 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라는 것은 이러한 놀라운 일을 이리저리 알려서 소문낼 일이 아니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리저리 소문을 내면 주변의 모든 어려운 이들이 다 찾아와 자기들에게도 이와 같은 놀라운 일을 행해달라고 할 가능성이 큰데, 이러한 이적은 특별한 때에 특별히 행해지는 것이지 보편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 여인과 두 아들이 어느 정도 많은 그릇들을 빌려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릇의 숫자는 이들이 기대하는 믿음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여인과 두 아들이 얻게 된 기름의 양은 적지 않았음을 7절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기름을 팔아 빚고 갚을 수 있었고, 남은 것으로 이 여인과 두 아들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라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주님을 위해 헌신했던 한 선지자의 제자의 남은 가족들을 엘리사를 통해 도우신 것입니다.
6절부터 37절까지는 수넴(Shunem)이라는 곳에 사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수넴은 현재 술람(Sulam)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엘리사가 사마리아에서 다른 지역을 오가면서 들르게 되는 성읍으로 보입니다. 수넴에 사는 이 여인은 8절에 귀한 여인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귀한 여인이라는 말은 아마도 부유한 여인이라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엘리사가 하나님의 선지자인 것을 아는 이 여인은 엘리사가 그곳을 지날 때마다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였기에 수넴을 지날 때마다 이 여인의 집에 들러서 음식을 먹었습니다(8절). 엘리사가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귀한 종인 것을 알았던 이 여인은 자기 남편에게 부탁하여 엘리사를 위해 자기 집 옥상에 작은 방 하나를 만들어서 엘리사가 올 때마다 묵을 수 있도록 하자고 하였고, 작은 방을 만들어 그 방에 침상과 책상과 의자와 촛대를 두어 엘리사가 올 때마다 편안하게 묵으면서 조용히 묵상도 할 수 있는 장소로 준비하였고, 엘리사에게 제공하였습니다(10절, 11절). 엘리사가 이 작은 방에 머물고 있을 때(11절), 엘리사는 이 여인이 필요로 하는 것이 있으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사환인 게하시(Gehazi)에게 그 여인을 불러오게 하였습니다(12절). 아마 엘리사는 그 당시에 이스라엘의 왕과 사령관 등의 유력한 자들에게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여인의 남편을 위해 뭔가를 왕이나 사령관에게 뭔가를 부탁할 게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말을 건넵니다만, 이 여인은 지금 자기들은 다른 백성과 잘 어우러져 잘살고 있으니 특별히 부탁할 것이 없다고 대답합니다(13절). 아마 이 여인은 특별한 욕심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엘리사를 이렇게 대접하고 섬기는 것은 순전히 엘리사가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종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뿐이라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여인이 돌아가자 엘리사의 사환인 게하시는 이 여인은 아기를 낳지 못하였고, 남편은 이미 늙어 자식이 없는 것이 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엘리사에게 귀뜸하였고, 엘리사는 다시 그 여인을 불러오게 하여 한 해 정도 지나면 이 여인에게 아들이 있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14절~16절). 이 말을 들은 이 여인은 “아니로소이다. 내 주 하나님의 사람이여, 당신의 계집종을 속이지 마옵소서”라고 대답합니다(16절). 이 말은 “아니, 하나님의 사람이신 당신도 그런 농담을 다 하십니까?”라는 의미의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사라가 속으로 웃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난 후에 이 여인은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17절). 이 여인은 순전히 하나님의 사람인 엘리사를 대접하고 섬기는 마음을 가지고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엘리사를 섬겼지만, 하나님께서는 엘리사를 통해서 이 가정에 정말 필요한 아들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다 아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온전히 섬기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산다면 우리의 필요는 하나님께서 알아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채우신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