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서늘한 부동산 거품 붕괴 경보음이 들린다
/ 홍종학 전 중소밴처부장관
2024.06.17
부동산업 대출 4년새 65% 늘고 비중 배가
비정상적 대출 증가 무분별한 개발 부추겨
"일본과는 다르다"만 되뇌는 무책임한 정부
일시적 금융규제 완화 되레 위기 키울 수도
경제 통계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에 부동산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보이고 경보음이 들린다. 이런 신호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는 찾기 어렵고 마치 주택 구입을 권하는 듯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기사만 넘치고 있다. 전세 가격이 오르니 곧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리라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전문가들이 나와 공급 부족론과 부동산 불패론을 주장한다.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책임·무감각하기만 하다.
주택값 상승과 부동산 불패 조장하는 보도만 난무
최근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연이어 나왔다. 최근 나온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대출은 지난 4년 간 56.4%가 늘었다. 그 중에서 부동산업 대출이 2023년 말 459.8조 원으로 2019년 말 대비 약 65%가 증가했고,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말 13.2%에서 2023년 말에는 24.3%로 증가하면서 한국의 기업대출이 부동산업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업과 별개로 건설업 대출 역시 액수는 작지만 지난 4년 간 약 72.8%가 증가하여 2023년 말 103.3조 원에 달하고 있다.
금융권 부동산업 대출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과다한 가계대출의 위험에 대해 주목하는 동안 어느 사이 기업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그 중에서 부동산과 건설에 관련한 대출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백조 원이 늘어났다. 이어서 보고서는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이자보상비율과 부채비율을 비교했다. 이자보상비율 1미만 기업은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을 말하는데, 부동산업의 경우 44.2%, 건설업은 46.6%가 상환능력 취약기업으로 조사되었다.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의 비중도 부동산업은 63.0%, 건설업은 49.7%에 달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부채 상환능력이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악화되었다고 평가했다.
신용배분 효율성 떨어뜨릴 부동산업 대출 급증
최근 발간된 한국은행의 기업부채 관련 보고서 역시 부동산업 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별 비교를 통해 최근 한국의 부동산업 대출의 급증이 이상 현상임을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업 중에서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대출은 2017년에 비해 두 배 수준인 339.5조 원이며,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대출은 같은 기간 3배 수준이 되어 179.7조 원에 달한다. 특히 비은행 금융회사의 부동산 개발업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비은행 금융회사에 집중된 원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서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면 전반적인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와 신용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부동산업에 대한 비정상적인 대출 증가로 인해 커졌다. 저금리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은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졌다. 이자율의 상승으로 이들 기업들은 부실화되었고, 일부 부동산 PF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업 대출이 부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 관리 부실로 대출이 급증했으니 정책 당국의 책임이 매우 크다.
국가별 GDP대비 부동산업 대출 현황. 자료 : 한국은행
"일본과 다르다"지만 눈앞에 닥쳐온 일본식 거품 붕괴
일본은 부동산업 관련 기업부채가 거품을 크게 조장했고, 그 결과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침체를 맞았다. 그동안 한국은 부동산업 관련 기업부채는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본식 거품 붕괴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가계부채만 잘 관리하면 된다며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업과 관련한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부동산업과 관련한 통계는 등골을 서늘하게 할 만큼 긴박한 경보음을 보내고 있다.
거품 붕괴가 다가왔다는 경보음이 여기저기서 울리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근 금융위나 금감원은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대책회의를 연달아 열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책당국은 점진적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충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정부가 대응 능력이 있을 때 부실 PF사업장을 정리하고 부실 건설사와 금융회사를 사전에 정리하면 대형 참사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국가별 부동산 대출 증가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 금융위 결정에 어른거리는 관료주의
지난달 말 금융위는 정반대의 조치를 발표했다.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관련 한시적 금융 규제완화 1차 방안’이 그것이다. PF대출이나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등의 6개 방안을 내놨다. 나아가 6월말까지 4개 방안을 추가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실 PF 사업장이나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조치를 금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해 준다는 정책인데,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건전성 통계를 신뢰할 수 없는 깜깜이 구간으로 진입하게 됐다.
불확실성은 경제 위기를 증폭시킨다. PF사업장, 건설회사, 금융회사의 옥석을 구분할 수 없다면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를 드러내 놓고 풀 수 없는 정책 당국의 고민도 있겠지만, 왠지 작은 문제를 감추려고 급급하다 큰 경제위기를 초래한 관료주의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과거 위기 시 목격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대로 한국경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걸까 ?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