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모임) 출신 민주당 골수 지지자인 40대 후반 남성 A(수도권 거주)씨는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을 찍을 참이라고 합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조국 사태' 당시 맹목적으로 옹호한 '서초동 집회파'가 아닌데도 조국혁신당에 마음을 열었다고 합니다. A씨는 11일 "나라가 후퇴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정신 못 차리고 대체 누구랑 싸우고 있느냐"고 질타했다는 것입니다.
조국혁신당이 창당 일주일 만에 총선 정국을 뒤흔드는 핵으로 부상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정당 지지율이 15%를 웃돌아 최대 12석까지 확보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국 대표도 이날 비례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는데, 거대 양당에 이어 제3당이 가능한 수치일 겁니다. '조국 신드롬'이나 다름없는데, 조 대표의 잇단 유죄판결에 "면죄부 정당이냐"고 혹독한 비난이 쏟아질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나 봅니다.
전문가들은 '쌍끌이 심판론'이 "그로테스크한, 비정상의 정치 현상을 만들어냈다"(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신율 명지대 교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일방통행과 민주당의 권력다툼에 모두 분노하는 민심의 틈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는 것입니다.
조국혁신당이 팬덤 정치를 넘어 야권 진보개혁 진영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언제 이렇게 난장판이 되었는지 걱정일 뿐입니다.
<“당의 결정을 수용합니다.”
지난 4일 아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페이스북 글이었다. 직전까지 “이재명 대표의 속내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불쾌감을 표하고, 전날에도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임 전 실장이었다. 민주당 탈당이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됐는데, 하룻밤 새 180도 돌변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의 유턴에 스타일을 구긴 건 기자회견까지 미룬 이낙연 대표였다. 반대로 쾌재를 부른 이는 누구였을까. 이재명 대표? 전현희 서울 중-성동갑 후보? 속으로 가장 반긴 이는 전날(3일)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 대표에 취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니었을까.
2월 초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아 곧 영어(囹圄)의 몸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조 전 장관이 극적 반전을 꾀하고 있다. 각종 비례정당 여론조사에 조국당이 지지율 15% 안팎을 기록해서다. 이런 추세면 ‘국회의원 조국’은 떼놓은 당상이다.
약진의 원인으론 조 전 장관에 대한 동정론, ‘검찰 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내건 선명성 등이 꼽히지만, 본질적으론 ‘비명횡사’ 공천에 실망해 민주당을 이탈한 이들이 그 대안으로 조국당을 택했다는 게 정설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반명 정서’를 조 전 장관이 고스란히 챙긴 것이다. 컷오프된 임 전 실장이 주저앉지 않고 밖으로 나가 깃발을 들었으면 현재의 조국당 선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초 ‘조국의 강’을 우려하며 거리를 두던 이재명 대표도 강한 팬덤을 보유한 조국당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었다. 5일 예방차 찾아온 조국 대표를 만나 연대 모양새를 연출했다. 엘리트 강남 좌파로 우월의식이 강한 조 대표도 이날만큼은 제1야당 대표에게 최대한 예를 갖췄다.
“민주당이 범진보민주진영의 본진”이라며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까지 언급했다. ‘원래 민주당 주인인 친문을 대거 쳐내 당을 ‘친명당’으로 만들어도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본국에 머리를 조아린 다음 조 대표 행보는 또 달랐다. 7일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박은정 전 부장검사와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을 영입했다.
8일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황운하 의원을 영입했다. 황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3년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에 연루된 문미옥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비롯해 윤재관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춘생 전 여성가족비서관도 합류했다.
모두 문재인 정부 인사다. 10일 조 대표는 봉하마을도 찾았다. 자신이 친노ㆍ친문 적통임을 천명한 것이다.
다만 조국당 위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컨벤션 효과에 불과하다는 진단도 있다. 조국당 인기로 파이를 빼앗기게 될 범야권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통진당 후예라는 종북ㆍ반미 인사에게 조국은 전형적인 ‘사쿠라’ 아닌가. 이재명 대표에게도 불안요소다. 지금은 민주당-조국당은 딴살림이라고 하지만, 4년 전 열린민주당 사례에서 보듯 총선 이후 조국당이 민주당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기껏 정적 임종석을 무릎 꿇리고 친문을 실컷 솎아냈는데, ‘친문 본색’ 조국당이 들어온다면 말짱도루묵 아닌가. 가뜩이나 “총선 끝나면 이재명 가고 조국 온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는 분석까지 나오니 말이다.
무엇보다 변수는 조 대표의 판결이다. 1ㆍ2심에서 인정한 혐의를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번복할 가능성은 작지만, 일각에선 조 대표가 국회 법사위에 들어가 자신의 판결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한국 사회를 두 동강 내고, 숱한 범죄에도 결코 사과하지 않았던 ‘조국 사태’는 이처럼 현재진행형이다. 『공산당 선언』을 빌리자면 이렇다. “하나의 유령-조국이라는 유령이 한국 사회를 5년째 떠돌고 있다.”>중앙일보. 최민우 정치부장
중앙일보. 오피니언 최민우의 시시각각, 5년째 떠도는 조국이라는 유령
민주당의 입장이 애매해지는 것 같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맏형으로서 '느슨한 심판론 연대'를 주도하며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기류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친이재명(친명)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른바 '지민비조' 구호에 동조하는 대신 "지역구도, 비례도 민주당"이라는 이른바 '몰빵론'을 외치며 자강론에 힘을 싣고 있다고 합니다.
조국 대표도 원내 진입 이후 민주당의 2중대가 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데 조 대표는 "진보적 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나 봅니다.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진보 개혁 아젠다로 독자노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조국혁신당이 '문재인 정부 시즌2'를 표방한 만큼, 향후 야권 내 '친문당'과 '친명당'의 경쟁관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공천을 자기 주도로 이끌면서 앞으로 야권은 자신들이 주도할 것으로 확신했겠지만 쓰레기차 피했더니 뭐가 나온다고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것 같습니다.
하나의 유령이 5년째 떠돌다가 이제 누구를 앞세울지 예측하기 힘든 일로 바뀌고 있나 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