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우시장은 남도의 각 지역에서 올라온 곡물들로 화려하다
전라도 음식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광주의 전통시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좌판을 벌인 할머니들과 펄펄 뛰는 숭어를 파는 노점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남도의 너른 들과 깊은 바다에서 갓 배달된 식재료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말바우 시장의 원산지 표시는 구체적인 지역까지 적어야 완성된다
북구 우산동에 자리한 말바우시장은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끝자리 2, 4, 7, 9일에 장이 선다. 대형 마트에 밀려 전통시장이 죽어간다는데, 이곳은 갈수록 사람이 많아진다. 장날에는 평균 2만 명이 찾을 정도다. 마트에서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가격과 신선함, 재미를 시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설 시장에 등록된 점포 500여 개, 장날 문을 여는 노점이 800개가 넘어 장날이면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말바우 시장의 원산지 표시는 국내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체적인 지역까지 적어야 완성된다
말바우시장은 신선한 채소가 특히 유명하다. 구례와 순창, 곡성과 담양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와 직접 키운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이 많다. 기름진 땅에서 난 잡곡이 넘치고, 남도 잔칫상에 올라가는 홍어도 쉽게 볼 수 있다. 말바우시장은 2015년 원산지 표시를 잘 지키는 전통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담양군 금성면에서 온 할머니. 나, 이거 다 팔아 파마값 내야허는디라며 웃는다
말바우시장의 명물은 '할머니 골목'이다. 시멘트 벽 사이 좁은 골목에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앉아 채소와 나물을 판다. 소박하게 차려놓은 채소를 보면 이 정도 팔아서 차비나 될까 싶지만, 할머니들은 장에 나오는 자체가 큰 의미다. 나물을 팔아 미장원에 가야 한다는 할머니, 건강을 위해 나온다는 할머니,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며 놀러 나온다는 할머니까지 길지 않은 골목에 가래떡처럼 긴 이야기가 담겼다.
말바우시장에 나온 할머니들은 물건을 파는 것보다 사람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좋다. 나물을 사면, 어떻게 해먹어야하는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말바우'라는 정감 넘치는 이름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아이들이 말타기하던 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 조선 시대 김덕령 장군의 용맹한 말 발자국이 새겨진 바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바우는 바위의 전라도 사투리다. 도로를 넓히면서 바위는 사라졌지만, 말바우시장은 광주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송정5일시장에는 김치와 젓갈가게도 많다. 어떤 젓갈이 나와있는지 유심히 보고 있는 할아버지
광주송정역에 KTX가 서면서 인기가 높아진 시장이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송정5일시장이다. 끝자리 3, 8일에 열리는 송정5일시장은 영광 굴비를 비롯해 목포 낙지, 벌교 꼬막 등 질 좋은 해산물이 풍성하다. 목포, 나주, 영광 등 전남 서남부 지역에서 올라온 신선한 채소도 수북이 쌓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에도 카트를 끌고 이곳을 찾는다.
송정5일시장의 명물 우진대장간. 4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맞춤형 농기구를 제작해준다
송정5일시장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대장간도 있다. 40년째 쇠를 달구는 우진대장간에서는 낫을 비롯해 각종 농기구를 주문·제작한다. 대장간은 장날에 문을 연다.
송정5일시장의 각양각색의 잡곡들이 파레트처럼 펼쳐져 있다
송정5일시장은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평동산업단지가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어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서 온 주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캄보디아와 태국, 중국 음식점에서 팟타이나 양꼬치, 톰얌쿵 같은 이색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역전매일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리모델링한 개미네 방앗간
광주송정역 맞은편 골목에는 국밥집 거리가 유명한 역전매일시장도 있다. 과거 기차에서 내린 이들이 출출한 속을 달랜 곳으로, 지금도 푸짐한 순대국밥을 판다. 송정역시장 상인회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역전매일시장의 이름을 '1913송정역시장'으로 바꾸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 11월 '개미네방앗간'과 '매일청과'를 시범 점포로 오픈했다. 오는 3월에는 매주 토요일 먹거리 야시장도 열 예정이다.
양동시장에서는 새벽에 야채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시장 부근에 있는 야채가게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양동시장이 있다.1910년대에 시작된 양동시장은 과거 광주 사람에게 '백화점'이었다. 대형 백화점에 밀려 그때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먹거리부터 옷, 생활용품까지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시장이다. 새벽에 채소 경매가 열리고, 낮에는 도매상과 소매상이 함께 물건을 판매한다. 양동복개상가에는 혼수품과 가구, 신발을 판매하는 점포 680여 개가 운영된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동통닭
양동시장의 명물 중 하나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통닭이다. 과거 '닭전머리'라고 불리던 골목에 '양동통닭'과 '수일통닭'이 마주 보고 있다. 양동통닭은 튀김옷이 얇아 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5·18민주화운동 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준 하문순 씨를 그린 벽화
어질게 살라는 뜻이 있는 양동시장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광주역과 가까워 5·18민주화운동 때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상인들은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싸주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대인쉼터에 그려진 양학선 선수의 벽화
양동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대인시장은 5·18민주화운동 때 대동 정신을 보여준 곳이다. 광주를 대표하던 대인시장은 시청과 도청,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점포가 반 이상 문을 닫아 위기를 맞았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프로젝트'를 통해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대인시장에 관심이 되살아났다. 이후 한평갤러리, 메이커스 스튜디오 등 시장에 문화 공간이 생겼다. 이와 함께 '별장'이라는 야시장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광주의 문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대인시장은 상설 시장이라 언제나 장을 볼 수 있지만, 그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야시장이 열리는 날짜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창작 센터와 복합전시관을 갖춘 문화창조원. 4개의 전시관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광주에서 놓치면 안 될 곳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이곳은 아시아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 예술을 교류하기 위해 만든 복합 문화시설로, 2015년 11월 25일 문을 열었다. 아시아 문화 교류를 위한 민주평화교류원, 다양한 아시아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문화정보원, 예술가의 작품 활동을 볼 수 있는 문화창조원, 무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예술극장, 국내 최대 어린이 문화시설인 어린이문화원으로 구성된다.
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안에 마련된 어린이 체험관. 암벽등반을 체험해볼 수 있는 '바위산 등산길을 올라요' 코너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아시아 문화를 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문화원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작품 활동에 참여하고 작품 전시도 가능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정보원에서는 고려대장경 목판을 플라스틱판에 새기는 로봇 팔 '피타카'의 판각 퍼포먼스를 비롯해 전속 작가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5·18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내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금남로를 따라 내려오면 옛 가톨릭센터에 둥지를 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있다. 당시 현장을 기록한 초등학생의 일기부터 시민군에게 건넨 주먹밥이 담긴 양은 함지박까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민주화운동의 각종 기록물이 전시된다.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광주김치타운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 광주김치타운이 있다. 김치 관련 유물과 모형, 영상물을 통해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에 대해 알아보는 공간이다. 내부에 김치체험장이 마련되어, 예약하면 김치를 직접 담가서 가져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전통시장 여행 1 / 송정5일시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5·18민주화운동기록관→예술의 거리→대인시장
전통시장 여행 2 / 말바우시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5·18민주화운동기록관→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송정5일시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5·18민주화운동기록관→대인시장
둘째 날 / 말바우시장→양동시장→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동명동 카페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