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 옥천사>로 만난 우리 도반님들....얼굴도 나이도 사는 곳도 알 수 없지만....
부처님 인연으로 이 공간에서 만나
서로 격려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수행하는 정이 그리워서
오늘도 카페 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음~ 짧은 문장력에 제 글은 쓸 수 없고요...^^
책을 읽고 싶지만 바쁜 일과로 못 읽으실 도반님들을 위해...
홈플러스 서점에서 잠시 빌려보다가 수첩에 옮겨왔어요.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라는 책 중에서..... <저 산처럼 되리라>입니다.()
<저 산처럼 되리라>
끼르 강가는 인도 히말라야 깊숙한 산꼴짜기에 있는 마지막 동네 이름이다.
내가 사는 이 곳 다람살라에서 350km떨어져 있다. 버스로 꼬박 하룻길, 하루에 단 두 번 다니는
버스를 갈아타고 가서 이틀을 하염없이 걸어 올라가야 나타나는 유별난 산골 마을이다.
해발 2,960m인데 희한하게도 그곳에 뜨거운 온천이 솟는다. 유황천이다.
그 마을에서 다샛 정도 걸어 올라가서 해발 5,319m의 파르바티 패스를 넘으면 황량한 스피티 계곡으로 이어지는데, 그야말로 태고적 신비를 갖춘 아름다운 숲속이다.
언제부터인가....그 곳에 한국 사람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과연 거기에 한국인이 살고 있었다......
거의 십년 동안 홀로.......
처음 만났을 때 그 분의 눈빛과 얼굴은 세속을 벗어난 무욕, 무염의 존재 그 자체로 보였다.
세상을 초월한 그 모습에서 저절로 그 삶이 이해가 갔다.
사연을 들어보니 마치 영화의 한 대목 같다.
유수의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십년 전 델리에 출장 나온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일을 마친 뒤 며칠 시간이 남아, 말로만 듣던 히말라야를 한번 보고 싶은 충동에 이끌려
리쉬케쉬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눌러앉게 된 것이다.
처음 본 히말라야.
수억 년 의 신비와 장엄을 갖춘 무언의 설산에 매혹되어
그 때까지의 삶을 완전히 포기해버린 것이다.
내가 저 산이 되어보자며.....
하여 어찌어찌 돌아다니다가 끼르 강가에 정착했다.
일년 생활비는 미화 백달러 정도.
감자나 일반 채소를 손수 일구며 살았다.
산속에 없는 쌀과 밀가루 정도의 필수 주식은 일 년에 두서너 번 문명권의
아랫마을에 내려가서 구해왔다.
그래저래 십년.
버틸 만큼 버티다 나가기 싫은 억지 걸음을 하게 된다.
돈이 다 떨어진 것이다.
즉, 한국에 가서 재충전을 해야 할 정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누구에게도 전화나 편지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십년 세월이 지난 후였다.
네팔로 나가 한국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기억한다.
드디어 한국 공항(그 당시 김포)에 그가 나타나자 일대 사건이 터져버렸다.
출입국 검사대에 이미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어 있는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죽은 사람이 버젓이 나타났으니 공항이 발칵 뒤집힐 수 밖에.
당시 다니던 회사나 집에서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인도 델리에서 행방불명된 사람을
찾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사고사로 처리하여 사망신고까지 해버린 것이다.
어찌어찌 정리되어 고향에서 다시 호적도 살리고
얼추 늦은 가을에 히말라야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때 내가 그 분을 만난 것이다.
이후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나갔다.
지금은 나이도 있고, 외국인으로 혼자 살아가기엔 좀 힘이 부쳤는지
거기를 떠났단다.
듣기로는 지리산 어느 자락에 자리잡고 끼르 강가에서 처럼 혼자 그렇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도 그 분의 맑은 눈과 초탈한 얼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느 성직자들의 장광설보다 힘이 배어 있고 살아 있는,
무언의 진실된 자태가 그리워진다.
이 말 많은 세상에서, 짜증나고 반복되는, 생명력 없어진 많은 말들 속에서.....
"부디 지리산 어느 산자락 그 자리에서도 맑은 삶, 맑은 영혼을 끝까지 일궈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당신처럼 그 무언의 진리를 가꿔가야 하는데도, 이런 쓸데없는 글을 쓰면서
한없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삼가 다시 한번 청강, 청안 이어지시기를......"
- 글, 청전스님 -
첫댓글 감사합니다...
ㅎ 아마도 처음부터 그런길을 걸어야 할 사람이였나봅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사람으로 인해서 가족들이 받아야할 고통따위 생각하지 않고 그럴수 있는......아마도 현실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참 어렵네요. 그렇게 맑아진 영혼으로 세상을 구하는일에 보탬이 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ㅎ
이아침에 책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야님은 어떤 분이실까? 나름.. 제 주관으로 해석해봅니다..아부는아니구요^^ 예전에 들었던 법문 구절이 생각납니다..사무량심의 '희'는'더불어 함께 기뻐함'이라고 하시데요^^ ....남이 보시한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 자기가 보시한 공덕보다 더 수승하다는 법문이 떠오릅니다() ...아...이 분은 이름처럼 사시는구나^^...저도 님의 장점을 배우겠습니다.()
제게 좋은말씀해주신거 맞죠? ㅎ 제 "희"자는 기쁠"희" 자 맞습니다. ㅎ 저는 또 너무 현실적인 말을 해서 나무라시지나 않을까 걱정했네요 ㅎ 암튼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