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잎 / 오 탁 번
추석 송편 솥에 넣을 솔잎을 따려고
떵거미가 질때 발소리 죽이고
뒷산에 올라가는 할머니 얼굴은
손자놈 콧물보다 진한 생의때
잿빛 머리칼은 한줌도 안되지만
소나무의 아픔은 옛짐작으로도 안다
해 넘어가고 첫잠든 소나무가
은하수 멀리까지 단꿈 꿀때
살며시 솔잎 따야 아프지 않다고
솥에 들어가도 뜨거운지 모른다
말없이 솔잎이 숨을 거둘때마다
젊은날의 사랑처럼 송편이 익는다
소나무의 슬픔과 솔잎의 아픔을
헤아리며 발소리 죽이시는 할머니는
그 옛날 단군 할아버지의 예쁜 애인
노루피 조금 마시고도 시셈만 하여
큰 꿈 이루는 단군 할아버지 애태우다가
이제는 훨훨 타는 마음도 식은 재 되어
수숫대처럼 가벼운 사랑만 남아서
당신의 옛날 애인 제사상에 올릴
손가락 자국 선명한 그리움 빚는다
가만가만 발소리 죽이며 솔잎이나 따는
다 저문 가을 들녁 홀로 바람에 흔들리는
수숫대 같은 서러움의 눈빛에는
푸르고 싱싱한 까칠까칠한 솔잎이
할아버지 한창때의 수염과도 같고
골이나서 일어서던 비밀의 가장자리
서로 맞부비며 엉킨 그것과도 같아
2008년 추석 준비를 하며
글 올림 / 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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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얘기
솔잎/오탁번
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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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9
08.09.11 10:2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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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춘향님 솔입 따다가 송편 만들어 저한테 던져 주세요글구 추석명절 잘지내세요
행복한 명절 잘~보내시고 한숨 돌릴 시간 입니다. 남은 송편 싸갖고 태조산으로 소풍 갈까요?
오탁번 시인이나 할 수 있는 솔잎에 대한 표현입니다. "골이나서 일어서던 비밀의 가장자리 서로 맞부비며 엉킨 그것과도 같아" 쥑인다~! "손가락 자국 선명한 그리움 빚으며" 추석준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올해는 새로운 도시에서 조상님들을 맞느라고 더욱 정신이 없었습니다. 온가족 둘러 앉아 손가락 자국 예쁘게 그리던 풍경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맛고을 민속떡집을 이용 했더니...편하긴 한데 웬지...성의부족한 죄스러움도 떨칠수 없어서..이나 저나 ..맏며눌의 삶은??? 쉽지 않아.
솔 잎은 미리 땄으니 초가집웅 위에 있는 박이나 따야지~~~~ 노래 한참 듣고 갑니다. 추석 명절 잘쉐시고 건강 하세요.
보름달 정기 받은 송편 드시고 ... 이팔청춘 기백으로 뭇~ 중년의 로망으로 남으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오라버니 같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