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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요약
KOTRA 해외시장뉴스는 지난 1편에서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기술이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레드 바이오(의약품), 그린 바이오(농업), 화이트 바이오(에너지, 산업재)로 구분해 소개했다. 특히 바이오 기술이 시장 규모가 제일 큰 의약품 분야에 지난 30년간 혁신의 동력 역할을 해왔음을 지적하고, 바이오 기술로 인한 산업 구조의 변화를 짚어보았다. 또한 정책 당국과 국내 제약업체들이 바이오 기술에 관심이 높아진 점을 확인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국내 바이오 제약 기업들의 변화된 산업 환경을 탐색해보았다.
□ Executive Summary
이번 편에서는 세계 최대 바이오 기술 전시회·콘퍼런스인 BIO International 2017(이하 BIO 2017)에서 드러나는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해 본다. BIO 2017은 1만6000명 이상의 참관객, 1800여 개 이상의 전시부스, 4만1400건의 1:1 파트너링 상담이 개최돼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BIO 2017에서 주로 다뤄지는 바이오 의약품은 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지는데, 기존의 합성 의약품과 달리 그 구조가 복잡해서 제조 공정이 까다롭고, 생산이 복잡하며, 공정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제약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첫 번째 제약산업의 변화는 제약 기업이 CMO(생산 대행기업), CRO(연구 대행 기업), CSO(판매 대행 기업) 등 가치사슬의 각 단계만 담당하는 분업화가 진행 중이며, 바이오 기술이 제약업에 적용되는 비중이 커질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제약산업의 변화는 신약개발 비용의 증가와 동시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보니 초대형 M&A 가 계속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전문분야를 강화하며, 새로운 혁신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바이오기술이 헬스케어 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온 것처럼, 디지털 기술 또한 새로운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BIO 2017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다루는 행사가 동시에 개최됐다.
□ 시작: 세계 최대 바이오 관련 콘퍼런스인 Bio International 2017
Bio International 2017 개최 개요를 알리는 배너
자료원: 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BIO USA로 알려진 BIO International Convention(약칭 BIO 2017)은 미국 바이오 산업협회(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가 매년 개최하는 바이오 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 겸 콘퍼런스다. BIO 2017은 매년 미국의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를 순회하면서 개최되는데 2016년은 샌프란시스코, 올해 2017년은 샌디에이고, 내년 2018년은 보스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협회에는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 산업의 특징으로 인해 기업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의 참여가 많은데, 최근에는 미국 내 주별 바이오 협회뿐만 아니라 30개 이상의 해외 국가별 바이오 협회, 무역투자진흥기관도 참가하고 있다.
BIO 2017 개막을 알리는 James Greenwood 대표
자료원: KOTRA 해외시장뉴스
주: BIO 2017에는 대형 제약사와 국가 혹은 주별 경제개발공사 등이 후원기관으로 참여했다.
특히 abbvie, AMGEN, Genentech(현재 Roche 소유) 등의 대형 바이오 제약사의 이름이 눈에 띈다.
자료원: KOTRA 해외시장뉴스
아래 그래픽은 BIO 2017 주최 측에서 만든 인포그래픽이다. 전체적인 규모는 2016년과 큰 차이가 없으나, 개별 기업의 프리젠테이션이 작년 192개 비해서 250개로 늘어났고, BIO가 자랑하는 1:1 파트너링이 작년보다 16% 증가한 4만1400건을 기록했다. BIO 2017이 기업들 간의 파트너링 상담을 통한 협업 구축에 주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하겠다. 또한 올해는 Innovation 혁신, Digital Health 디지털 헬스케어, Start-Up 스타트업, BIO Talent(채용 상담관) 등 테마관을 준비했는데, 스타트업을 통한 혁신 동력 창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대비, 바이오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를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원: BIO 홈페이지
BIO 2017이 전 세계 최대규모의 바이오 관련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바이오 관련 시장이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기업들 사이의 1:1 파트너링 상담회 운영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BIO의 매칭 시스템을 통해 미팅을 신청한 기업과 신청을 받은 기업이 서로 소개자료와 목적을 주고받은 후에 최종 상담이 결정되는데, 새로운 제품을 개발 중인 바이오 기업들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형 제약사 양측에 효율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 기업들이 파트너링에만 최소 2200달러, 최대 3000달러의 비용을 내고 참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1:1 파트너링에서 얻고 있는 효용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BIO 주최 측에 따르면 중소 바이오기업은 행사 기간 중 평균 23개의 면담을 갖는다고 한다.
BIO International 참가 관련 비용
자료원: BIO 홈페이지
주: BIO 2017 행사장 배치도, 가운데 회색 음영으로 표시된 지역이 전부 1:1 파트너링을 위해 할당된 공간이다.
일반적인 전시회와 비교할 때 1:1 파트너링이 훨씬 강조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시관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지만, 파트너링 행사장은 7시 반에 시작한다.
자료원: BIO 홈페이지
BIO 2017의 1:1 파트너링 행사장 입구
자료원: KOTRA 해외시장뉴스
주: (좌측) 기업별로 1:1 파트너링 스케줄을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폰앱
(우측) 한 스타트업은 지난 3년간 BIO의 1:1 파트너링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자료원: BIO onsite guide 행사장 안내서
BIO 2017에는 일반적인 전시관과 1:1 파트너링 상담장 이외에도 'Education(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주제와 규모의 콘퍼런스를 준비한다. 바이오 기술의 역할과 기여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는 교육세션은 크게 기조연설, 기업별 발표, 주제별 발표로 나뉜다. 이 중 첫 번째로 올해 기조연설(Keynote speech)에 영국을 EU에서 탈퇴시킨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의 당사자인 마이크 카메론 전 영국 총리가 초청됐다. 카메론 전 총리가 BIO 행사에 초청된 것이 조금은 의아했으나 영국이 게놈 프로젝트부터 적극적으로 바이오산업에 의지가 있었던 배경에서 최근 영국 알츠하이머 협회장을 맡은 것이 제일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산업이 규제를 많이 받는 산업인 것 또한 이런 정치인을 초청해 우호적인 배경을 구축하는 또 다른 이유인 것으로 판단된다.
BIO 2017의 기조연설을 맡은 마이크 카메론 전 영국 총리
자료원: KOTRA 해외시장뉴스
아래 그래픽은 BIO 2017 주최 측이 소개한 콘퍼런스의 세부 주제로 총 18개이며, 범용기술로써 바이오 기술이 여러 산업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슈가 발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행사 기간 중 총 145개 이상의 소규모 콘퍼런스가 개최되다보니, 대부분의 참가자는 본인이 관심 있는 주제에 한정해서 참석하게 된다.
자료원: BIO 홈페이지
지난 3년간 BIO International에서 다뤄진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4 ~ 2016 3년간 BIO 행사 요약
구분 | 2014 | 2015 | 2016 |
기조 연설 | ㅇ Sir Richard Branson(영국 Virgin 그룹 설립자) - 선천적 난독증 극복 -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공 ㅇ Hilary Clinton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정치가 존경받는 여성 리더 | ㅇ Tom Brokaw(NBC 뉴스앵커) - 2년 전 다발성 골수증 진단. 치료과정을 통해 경험한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 문제점 지적.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 지원 구조 개혁 촉구 ㅇ Eric Topol(유전학 교수, 미국 디지털 헬스 최고 권위자) - 일상생활의 디지털화: 의사가 환자의 스케줄을 맞춤. 개체집단 중심서 개인 중심으로 변화 - 웨어러블 등 기기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대중 접근성 향상에 노력 | ㅇ 베넷 오말루 (법의학 신경 병리학자), 윌 스미스 - 영화 컨커션(Concussion) :베넷 오말루 박사 실화 - 미식축구의 위험성 및 선수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호소 / CTE(만성 외상성 뇌질환) : 지속적 충격으로 인한 뇌 퇴행성 질환, 우울증, 자살 충동, 기억상실 등 |
다양한 배경의 기조연사를 통해 산업의 영역 확장 | 디지털 헬스분야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줌 | 정신 질환에 대한 초점을 두면서 디지털 헬스산업에서의 방향성, 구체성 보여줌 | |
주요 이슈 | ㅇ 바이오테크 및 바이오시밀러 등 제약 및 의약품에 초점 ㅇ 실질적 비즈니스 지원 및 네트워킹에 초점 - 산업 동향, 라이선싱, 시장분석, 투자 등 비즈니스 관련 정보의 교류하는 세미나 비중 증대 ㅇ 산업 간 융합 트렌드 강조 - 보건산업 외 경제·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조연사 선정 | ㅇ Digital Health, Personalized Medicine - 디지털 헬스 분야에 대한 홍보 및 지지 형성 - 디지털 및 모바일앱 적용 관심 증대 - 유전자 치료와 개인별 맞춤 의료에 대한 관심 : 정부 주도적 R&D 및 상업화 활성화 정책 요구 ㅇ 산업 리더들로 구성된 패널 토론 등 통해 주요 이슈 및 전망에 대한 자유 토론이 중점 | ㅇ 정신 질환 관리 - 2030년까지 6조 달러 이상 차지 핵심 질병 - 웨어러블 기기 : 20억 달러 시장에서 4년간 400억 달러 규모 성장 예상 - 개인 프로필 형성, 생활방식 분석 후 정신 건강 관련 피드백 - 삶의 양식의 변혁 ㅇ 글로벌 라이선싱 및 인수 거래 확대 - 라이선싱 및 인수 거래 :1억 달러의 잠재 가치 추정 - 대형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경쟁이 활성화 |
자료원: KOTRA 해외시장뉴스 정리
바이오 의약품이란?
우리는 앞서 BIO 2017이 참가자를 유치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효율적인 1:1 파트너링 상담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4만 건 이상의 1:1 파트너링 미팅은 무엇을 위해 이뤄지는 것일까? 주로 연구기관, 작은 바이오 기업들이 자신들이 개발하는 기술이나 제품과 제휴할 대형 제약회사와 미팅을 하게 되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가치 사슬을 들여다보면 각 단계에서 많은 외부 협력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BIO 2017의 파트너링 상담 그리고 전시관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아래 내용은 산업은행, “바이오 의약품 기술 및 산업 동향” (2015. 5. 21)에서 참고.
아래 그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합성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을 비교한 도표이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 의약품이 합성 의약품에 비해서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합성의약품이 레고 블록의 한 조각이라면, 인슐린으로 대표되는 1세대 바이오 의약품(주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은 레고로 만든 집 정도가 되고, 2세대 바이오 의약품(주로 항체 의약품으로 항암제가 대표적이다)은 레고 박스 하나를 전부 사용해서 만든 큰 우주선 정도로 볼 수 있다는 비유*도 있다. 크기가 커지면서 구조가 복잡해지고 생산이 어려워진다. 살아있는 세포, 단백질, 유전자를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 과정은 까다롭다. 당연히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고, 생산시설 구축과 생산 기술 확보 등의 진입장벽이 높다. 바이오 의약품이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바이오 의약품의 특징은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원동력이 된다.
* 자료원: 바이오 스펙테이터, ‘바이오 사이언스의 이해 : 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2017. 6. 15)
* 자료원: 산업은행, “바이오 의약품 기술 및 산업 동향” (2015. 5. 21)
바이오 의약품은 크게 (1)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2) 세포 치료제 (3) 유전자 치료제 (4) 혈액제재, 백신 등의 생물학적 제제로 나뉜다. 이 중에서 (2) 세포 치료제와 (3) 유전자 치료제는 아직 초기단계로 평가돼 국내 바이오 벤처가 성장하면 글로벌 시장 선도가 가능하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분야*다.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사례를 비롯해 셀트리온, 삼성의 바이오 사업 등으로 관심이 촉발한 분야는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이다. ‘바이오 시밀러’라고 알려진 제품은 이 영역에 속한다.
* 자료원: 미래부 등 4개 부처, “바이오 미래전략 1 바이오 의약품”, 2015. 3
* 자료원: 산업은행, “바이오 의약품 기술 및 산업 동향” (2015. 5. 21.)
그렇다면, 바이오 의약품 생태계는 이렇게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기업들로만 이뤄진 것인가. 앞서도 지적했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은 합성 의약품에 비해서 훨씬 더 까다로운 개발과 생산 기술, 공정 관리가 필요하다. 세포 융합 기술을 활용한 항체 의약품을 연구해서 개발하고 대량생산까지 하는 일관 과정을 갖춘 원천기술 기업은 전 세계에서 20여 개 내외라도 평가* 받는다. 그렇다면, BIO 2017 전시관을 채운 1800여 개 기업들은 다 어디서 온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이오 의약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제약 산업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 자료원: 바이오 스펙테이터, ‘바이오 사이언스의 이해 : 한국의 신약개발 바이오테크를 중심으로’ (2017.6.15.)
제약 산업 비즈니스 모델 변화(1) : 가치사슬(Value chain)의 분화
우리는 앞서 합성 의약품 위주의 제약 시장이 신약개발의 비용 증가, 리스크 증가, R&D 생산성 저하로 인해 바이오 기술을 적극적으로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해왔지만,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 생산, 관리는 합성 의약품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약 기업들은 R&D, 생산, 영업/마케팅 전 영역에 걸쳐 비용 절감의 필요성을 높게 느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아웃소싱과 지속적인 M&A를 선택하고 있다. 여기서는 제약기업의 아웃소싱이 가치사슬의 분화를 촉진하는 양상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 아래 내용은 윤수영(LG경제연구원), 국내 제약산업 도약의 디딤돌 바이오 CMO, 2014. 6. 11. 참조
우리에게 바이오 의약품을 인식하게 한 또 다른 기업은 2013년 세계 최초로 항체 의약품 바이오 시밀러인 렘시마의 유럽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을 통해서 그 전까지 생소하던 ‘바이오 시밀러’같은 용어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는데, 이들이 최초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모델이 바로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생산 대행기업 : 다른 제약회사의 요청에 따라 의약품을 생산하는 전문 기업)였다. 대형 또는 중소형 제약사들은 생산을 직접할지, 아웃소싱을 할지 비용편익을 분석한 다음 CMO를 고려하게 되는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 개발과 임상 시험에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CMO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이 합성 의약품보다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 의약품 비중이 커질 수록 점점 더 CMO 활용 비율이 높아질 확률이 높다.
* 자료원: Frost & Sullivan, “Changing Dynamics in the Pharma & Biotech industry“, 2012. 6월
Frost & Sullivan은 제약산업의 변화가 의약품 생산의 가치사슬 분화를 가속화해 CMO를 비롯해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 대행기업),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연구 대행기업) 등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R&D 과정에서 학교와 연구기관들의 참여가 높아진다면, 제약산업은 누가 이들간의 협력을 원활히 이끌어내서 성공률이 낮은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느냐의 경쟁으로 바뀔 것이 틀림없다.
BIO 2017 메인 스폰서 기업 중 한 곳인 abbvie(세계 최대 판매 의약품 휴미라 보유) 부스
* Immunology(면역)을 비롯해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를 알리고, 이 분야에 협력할 수 있는
여러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시 부스를 통해 자신들을 홍보하고, 1:1 파트너링에서 구체적인 기회를 찾는다.
/ 자료원: KOTRA 해외시장뉴스
그렇다면, 바이오 산업의 세계 최대 전시회/콘퍼런스인 BIO 2017은 이러한 협력 기회를 찾으려는 가치 사슬 각 단계의 기업들이 모이는 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을 확인하고 나면, 왜 BIO 2017에 4만건이 넘는 1:1 파트너링이 개최되는지, 왜 전시회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자신들이 주목하는 분야를 소개하고 CMO, CRO, CSO들이 각자 전시 부스를 만들고 자신들을 홍보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약산업 비즈니스 모델 변화(2) : M&A의 확대
바이오 의약품이 제약업에서 비중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산업 구조의 변화는 가치 사슬의 분화로 그치지 않는다. 바이오와 제약 간, 제약업 내부에 더 많은 M&A가 일어나게 됐다.
지난 2015년 11월 22일, 세계 1위 매출 의약품 회사인 미국의 화이저(pfizer)는 보톡스 생산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앨러 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다. 합병 규모는 1,600억 달러로 약 186조 원에 해당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하지만, 이 M&A는 화이자가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35%)를 회피해 아일랜드(법인세율 12.5%)로 이전하기 위한 ‘조세회피’용 M&A가 아니냐는 비난에 직면해2016년 4월 결국 무산된다. 하지만, 제약업에서 M&A가 어느 정도로 중요성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할 수 있다.
화이저와 앨러간의 M&A가 무산됨을 알리는 WSJ의 보도
자료원: WSJ 홈페이지
제약업은 과거에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대규모 M&A가 여러 차례 이뤄진 산업 중 하나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찾아보면 조사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역대 10위에는 2건, 15위에는 총 4건의 제약업 M&A가 포함*된다. 앨러간에 대한 인수 합병을 시도한 미국 화이자가 Warner-Lambert를 인수한 건, Smith Kline이 Glaxo를 인수해서 Glaxo-Smth-Kline이라는 긴 이름의 회사가 된 건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 자료원: Yahoo Finance, “The 15 Biggest Mergers Of All Time” (2015. 10. 20)
제약업에는 왜 이렇게 대형 M&A가 많은 것일까. 제일 큰 이유는 신약 개발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비용은 과거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신약 개발 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면서 임상 시험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효과가 입증되는 신약이 덜 나타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자료원: 산업은행, “ 제약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업계의 대응 및 시사점” (2015. 2. 27)
그래서 지금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제약사들은 복잡한 M&A를 거쳐서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된다. 대형 M&A를 주도하는 미국의 화이저(Pfizer)나 영국 2, 3위 제약업체가 합병한 Glaxo-Smith-Kline(약칭 GSK), 프랑스와 독일의 제약, 화학 회사간 복잡한 딜을 거쳐서 탄생한 Sanofi-Aventis(사노피)는 그 탄생 이력이 정말 복잡하다.
* 자료원: Frost & Sullivan, “Changing Dynamics in the Pharma & Biotech industry“, 2012. 6월
제약사들의 엄청난 M&A 규모에 놀라다보면 그 뒤에 숨어 있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놓치기 쉽다. 이러한 기업들의 재편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전문분야를 강화하며, 바이오 기술과 같은 새로운 혁신동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이다. 즉, 바이오기술이 헬스케어에 적용되는 관점에서는 대형 제약사부터 신약 개발을 바이오 기술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이 까다로워지면서, 제약업의 가치사슬에 따른 분화가 커진다는 것, 마지막으로 참신한 기술을 가진 바이오 벤처와 스타트업에는 글로벌 기업에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이 각자 집중하는 분야를 점점 더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은 BIO 2017 같은 기회를 통해 이들과 연결되려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사전에 잘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다.
자료원: 산업은행, “ 제약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업계의 대응 및 시사점”
새로운 혁신 :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일으키는 헬스케어의 변화
우리는 앞서 바이오 기술이 가져온 제약과 헬스케어 산업의 변화에 대해서 다뤄왔다. 바이오 기술은 기존 합성 화학 의약품이 갖지 못한 특성으로 신약 개발에 있어 새로운 혁신동력의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관심이 유지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바이오 기술이 만든 변화만큼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바이오 기술의 향연인 BIO International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별도의 세션으로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스마트 헬스케어 등으로 불리는데, “ICT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시간, 장소의 제약 없이 개인별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관리하고 필요 시 맞춤형 의료를 시행하는 서비스나 환경, 시스템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이 헬스케어 영역을 변화시키는 것은 수요 측면에서 발병 후 치료에 비해 예방 관리 목적의 서비스가 더 중요해지고, 공급 측면에서 급증하는 의료비지출이 사회 경제 시스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에서 기인한다. 즉, 디지털 기술은 의료비 절감을 노리는 동시에 의료 패러다임을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으로 변화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산업은행, “스마트헬스케어의 부상에서 찾아야 할 기회요인”, (2016. 3. 28)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일찍 생물학과 기술의 결합이 가져올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을 언급한다. “나는 21세기의 최대 혁신이 생물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 think the biggest innovations of the 21st century will be at the intersection of biology and technology. A new era is beginning” PC로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으로 다시 한 번 디지털 기술의 영역을 확장했는데,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기술이 바이오와 결합해 헬스케어에 적용될 때를 상상한 것이다.
* 박종호, 임정희, “대한민국 미래경제를 살릴 바이오헬스케어” (2016. 5. 1)
애플은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통찰을 토대로 헬스케어 정보 플랫폼 ‘Healthkit 헬스킷’을 내놓고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구글 역시 구글 피트(Google Fit)라는 제품을 내놓았고, 구글벤쳐스 Google Ventures를 통해 2014, 2015년은 전체 투자액의 30% 이상을 헬스케어에 투자*한다.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 Watson을 항암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국내 병원에서도 이를 도입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의사와 환자가 대면을 통해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것이 주축인 의료시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주류로 올라서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디지털 변환 Digital Transformation이 진행되는 다른 산업들과 헬스케어도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KT경제경영연구소, “2017 한국을 바꾸는 7가지 ICT 트렌드” (2016. 11)
Apple의 Healthkit, Google의 Google Fit
자료원: Apple. Google 홈페이지
세계적인 산업분석 기관인 Frost & Sullivan은 2017년 헬스케어 산업을 전망하면서 (1) 애플, 구글, IBM 같은 기술 기업이 헬스케어에 더 많이 진출할 것이고 (2) 디지털 변환이 환자의 행동 치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3) 핀테크에서 다뤄지는 블록체인 기술이 헬스케어에도 영항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 가능성과 헬스케어 사물인터넷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보다 더 확대해 디지털 기술이 헬스케어에 영향력을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
* Frost & Sullivan, “Global Healthcare Industry Outlook 2017” (2017. 2)
올해 헬스케어 산업의 주요 예측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 헬스케어에 일으키는 변화가 여럿 포함돼 있다.
이러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산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차원에서도 해석해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대중화시킨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저서에서 4차 산업혁명은 “물리학과 디지털 그리고 생물학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서서 기술의 조합에 기반을 둔 혁신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이 헬스케어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자료원: 클라우스 슈밥 외 26인, “4차 산업 혁명의 충격”(2016. 7. 15)
하지만, 디지털 변환 Digital Transformation이 적용되는 산업 가운데 의료 산업은 그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가 기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속성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과거에 의사 - 환자의 대면 진료를 통해 확보되던 의료 정보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서 보다 많이, 보다 저렴하게, 보다 체계적으로 모인다는 데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치료법과 건강관리가 가능해질 거라는 가능성이 여러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치원, “의료, 미래를 만나다”, “의료, 4차 산업혁명을 만나다”를 참고
3편 예고 : BIO 2017에 드러난 글로벌 트렌드(2)
우리는 지금까지 바이오 의약품과 이로 인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전체의 변화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았다. 또한 바이오 기술이 기존 합성 의약품 시장 위주의 헬스케어 시장에 혁신의 원동력이었다면, 다음 세대 혁신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BIO 2017의 전시와 콘퍼런스에서 등장한 트렌드를 정리해보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1) 글로벌 제약사의 오픈 이노베이션 확산 (2) 바이오 산업을 향한 각국의 경쟁 (3) 계속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 세 가지 경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