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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무 /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뻗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기라
선물 / 정희성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에게 남겨진 모든 시간을
심장이 멎은 뒤에도
두근대며 흘러갈 그 시간을
친구가 눈감던 날
나 문득 두려움 느꼈네
이 사랑 영원할 수 있을까
그에게 시간을 선물했네
나 죽은 뒤에도 끝없이 흐를
여울진 그리움의 시간을
그리움 / 김완하
저 산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네
산으로 서기 위해 저 절벽도
이 강물 속으로 무시로 무너져 내리곤 하네
그것을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안개에 싸인 새벽녘 산과 강이
은밀히 뒤엉켜 누웠다기
후두둑 깨어나곤 하지
그 때 산은 젖은 어깨 흔들어
온산의 풀잎에 이슬 맺힌다네
그 때마다 나무들 일제히 힘차게
강물 쪽으로 뿌리를 밸는다네
그 뿌리의 힘으로 산은 서 있네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 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그리움은 물질이다
―아이잭 뉴튼에게
허만하
1
지는 꽃잎 한 조각의 무게를 재촉하는 저울의 정밀성은 젖은 눈에서 떨어지는 짭짤한 물 한 방울에 경악한다. 별빛보다 맑은 물이 머금고 있는 태고의 바다.
2
꽃잎이 바람에 밀리고 있다. 바람에 몸무게를 맡기는 순간 꽃잎은 얼음이 될 때의 물처럼 몹시 긴장했을 것이다. 꽃잎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은 눈송이처럼 하늘에 떠 있는 지구가 꽃잎을 끌어당기기 때문이 아니다. 극약보다 미량이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구도 그때 지는 꽃잎 쪽으로 끌려든다. 이론과 현실의 틈새는 아득하다. 꽃잎이 바람에 밀리고 있다. 거리를 사이에 둔 사물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것은 외로움 때문이다. 육체가 없는 물질이 머금고 있는 그늘진 외로움. 외로움의 극한에서 물질은 행동한다. 하르르 지는 꽃잎과 지구 사이에 서려 있는 아득한 그리움을 시는 본다. 그리움은 틀림없는 물질이다.
그리움도 물질이다 / 양해기
그리움도 물질이다
눈, 비가 오면
눈, 비도 그리움과 몸을 섞는다
사람 몸에 그리움이 묻으면
곧바로 피부가 타들어간다
가슴이 타들어가고 몸이 타들어가고
뇌가 타들어가고
마음과 생각이 타기 시작한다
그리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화학 물질이다
바닥에 있던 그리움은
물기 많은 가을 낙엽에 실려
비를 타고 날아오른다
그리움이 묻으면 씻어낼 수가 없다
그리움이 묻으면
우리는 그저 술 마시며 아파하며 울다가
그리움이 다른 곳으로 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몸에 묻은 그리움은
사람의 깊은 기억 속에 잠복한다
눈, 비 오는 날이면
그리움은 추억의 밧줄을 붙잡고 슬슬 기어오른다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루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 둑길 한 끝
그리움 베리에이션 / 이경철
별거 아니에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거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거 별거 아니에요
가뭇없이 한 해 가고 또 너도 떠나가는 거
별거 아니에요
바람 불고 구름 흘러가는 거
흘러가는 흰 구름에 마음 그림자 지는 거
마음 그림자 켜 켜에 울컥, 눈물짓는 거
별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찌 한데요
텅 빈 겨울 눈밭 사각사각 사운거리는 저 갈대
맨몸으로 하얗게 서서 서로서로 살 부비는
저, 저 그리움의 키 높이는 어찌 한데요
해가 또 가고 기약 없이 세월 흐르는 건 별거 아닌데요.
그리움을 수선합니다 / 조영민
오랫동안 묵혀둔 아버지의 문서를 버리는데
언제 오셨는지
나의 등 뒤에서 구겨진 문서를 하나하나 펴시는 아버지
소문대로라면
평생 남의 논밭만 경작하고 몽당 담배만 골라 피우셨다던,
그가 평생 경작한 꽃은 나였지만
나는 그에게 후끈한 파스 한 장 되어주지 못했다
지금, 모락모락 먼지로 돌아가려는 모든 문서를 버린다
희망조차도 중고품인 이 집에서 나는
장날이면 눈에 띄던 양은냄비 같은 새 달을 갖고 싶었다
올봄 새롭게 유행할 봉숭아꽃이나 고장 없는 오솔길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래된 기억일수록
들춰보면 모두 헐었거나 수선한 것들이 전부였다
때로는, 동생의 웃음과 깨진 햇빛도 늘 꿰매 쓰던 그가
장독대의 벚꽃을 수선하는 데 꼬박 일 년이 걸렸을 때는
감자꽃 같은 희망이 원인인 줄 알았다, 그 후로도 줄곧 나는
달빛과 야심한 닭 울음소리를 무수히 허비했고
그는 그때마다 나의 사춘기를 붉게 수소문하곤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의 묵정밭이었다
그가 나의 웃자란 객기를 솎아내는 동안
나는 그의 희부연 여생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허물곤 했다
새로운 묵정밭을 일구려 하셨음일까
재작년 저 세상으로 들일을 가신 후, 아버지는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와도 집으로 돌아오시는 법이 없다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그리움의 기하학 / 이심훈
비오는 날 창가에서
지우산을 쓰고 간다
점과 점이 하나가 되는
맺힌 물방울들의 기하학
그대에게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문득 보인다
임의의 점에서 점으로
물방울들이 그어대는 선
사방연속무늬 속 길섶으로
마음에 새긴 잔상들이 사라지면
지우산처럼 조금씩 젖는 가슴속
그대는 늘 그 자리에 있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 이해리
제 떠나왔던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만나도 피하지 않는다 한 마리 꼬까도요새
비행기와 충돌했다 새의 몸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엔진이
망가진 비행기는 허둥지둥 회항한다
박제가 된 그리움 / 박은우
네가 버리고 간 섬의 겨울은 혹독했다
나는
아홉 근의 살점으로 봄을 구걸했고
여섯 근의 살점을 더 태워
섬 가득 동백꽃을 피웠으나
너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유배지의 집시
오로지 오늘을 숭배하는
팅팅 불어가는 엄마의 젖이었다
땀구멍마다 너의 유전인자가 움트던 봄날
도나우 강을 건넌 봄바람이
겨울을 품고 있는 동백꽃 모가지를
댕강댕강 자르던 그 봄날
더 이상
꽃이 아닌 너를 보고서
피골이 상접해버린 막연한 기다림은
결코 봄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썰물이 빠져나간 가슴엔 봄바람만 들락거린다
그날 이후
너를 향한 그리움은 박제가 되어 버렸다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 김영남
벚꽃 소리 없이 피어
몸이 몹시 시끄러운 이런 봄날에는
문 닫아걸고 아침도 안 먹고 누워있겠네
한 그리움이 다 큰 그리움을 낳게 되고…
그런 그리움을 누워서 낳아보고 앉아서 낳아보다가
마침내는 울어버리겠네. 소식 끊어진 H를 생각하며
그러다가 오늘의 그리움을 어제의 그리움으로 바꾸어보고
어제의 그리움을 땅이 일어나도록 꺼내겠네. 저 벚꽃처럼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모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 김왕노
한때 물방울이던 당신, 풀꽃에 맺히던 한 방울 당신, 이슬이던 당신, 부르는 작은 목소리에도 톡 터지려던 물방울 당신, 먼지만 닿아도 터지려던 당신,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눈물방울보다 더 작은 당신, 언제 터질까 조마조마하던 당신, 내가 물방울이면 쉽게 엉겨붙어버릴 거라던 당신, 창문을 열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 마르면서 휘날리는 하얀 빨래를 보며 아직도 그리움을 하고 계시나요. 철거덕거리는 기차바퀴 소리가 잠을 잘게 쓸고 가면 가만히 일어나 아직도 먼 먼 그리움을 하십니까.나를 닮은 물방울 하나 낳고 싶다던 당신, 가임을 기다리며 물방울로 반짝였던 당신, 속이 투명했던 당신, 물방울과 맺혀 있으면 찾지 못할 당신, 밤새 추적추적 비 내리면 내가 그리워 눈물방울과 운다는 당신, 당신이 정말 보고 싶었냐고 내게 물으며 자꾸 스며들던 물방울 당신, 하늘 이 편에서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비행운을 보면 아직도 싱싱한 그리움을 하십니까. 기름 같은 나와는 끝내 섞이지 못한 물방울 당신, 물 같이 흘러가버린 당신, 아직도 달이 차오르면 짐승처럼 우우 울면서 끝없이 그리움을 하십니까. 벌써 내게도 온 그리움의 갱년기인데 우울의 긴 그림자를 끌고 가는 저녁, 아직도 당신은 여전히 그리움을 하십니까.
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그립다는 것은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래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 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 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 조정인
우후우우우―
헛간 깊숙이서 그 짐승이 앓고 있습니다
앓을 만큼 앓는 것이 차선의 치유라고는 합니다만
그 짐승 밤낮으로 제 병을 울부짖는 한
집은 형편없는 움막일 수밖에요
짐짓 그 짐승 가버리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창호를 찢고 방문을 젖히고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피 묻은 사금파리, 깊은 외침을 뱉으며
아주 나가버리면
움막은 형편없이 주저앉고 말 것임에
어쩌면 생이란 것은 간신히
제 병을 쥐어뜯는, 산발한 놈의 털을 곱게 빗질하고
문살을 뜯던 발톱을 깎아
잠재우려는 데 소모되는 세월일겁니다
온 집이 그리움으로 흔들리다 깨어나는 고적이란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고
방바닥에 떨어뜨린 제 아기를 안아 올리는 여자,
탈진으로 잦아드는
간질을 앓는 질병과도 같아서요
너무 멀어서 그리움이다 / 이종호
밤을 수놓은 별의 숲을 바라보면
우주에서 별빛이 총총히 걸어와
낱말 하나가 자라고 있는 내 밤을 읽는다
그 단어를 마음에 담고 걸으면
불현듯, 보고 싶은 얼굴이 내 앞에 서 있다
너무 멀어서 별이다
너무 멀어서 그리움이다
도착하지 않은 단어의 진원지에서
환한 목소리를 물고 온 한 통의 영상통화
이런 날은 지난 추억이 되살아나고
딸의 언어와 다시 만날 생각에 가슴이 일렁인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생초록 같은 사랑
흐르는 시간이 미래의 만남을 채가지 못하게
시계 속에서 초침 소리를 꺼낸다
방광에 고인 그리움 / 권혁웅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산 302번지
우리 집은 십이지장쯤 되는 곳에 있었지
저녁이면 어머니는 소화되지 않은 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귀가하곤 했네
당신 몸만한 화장품 가방을
끌고, 새까맣게 탄 게
쓸개즙을 뒤집어 쓴 거 같았네
야채나 생선을 실은 트럭은 창신동 지나
명신초등학교 쪽으로만 넘어왔지
식도가 너무 좁고 가팔랐기 때문이네
동네에서 제일 위엄 있고 무서운 집은
관 짜는 집,
시커먼 벽돌 덩어리가 위암 같았네
거기 들어가면 끝장이라네
소장과 대장은 얘기할 수도 없지
딱딱해진 덩어리는 쓰레기차가 치워갔지만
물큰한 것들은 넓은 마당에 흘러들었네
넓은 마당은 방광과 같아서
터질 듯 못 견딜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짐을 이고지고 한꺼번에 그곳을
떠나곤 했던 것이네
순간 -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짧은 해 - 김용택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갈대가 하얗게 피고
바람 부는 강변에 서면
해는 짧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속눈썹 - 김용택
산그늘 내려오고
창밖에 새가 울면
나는 파르르
속눈썹이 떨리고
두 눈에
그대가 가득
고여온답니다
천 개의 그리움 - 김영천
이름이 하나이어도
그리움은
천개나 되듯이
마음이 하나이어도
눈물은 천 개가
넘습니다
온 들판을 가르는
푸른 잔디처럼
잔디에 맺힌
천천 개의 이슬방울처럼
보십시오
내게 당신은 너무
많습니다
짧은 시간을 길게 만드는 그리움 - 윤수천
내 마음속의 그리움을
살짝 꺼내서
길게 늘어뜨리면
어디까지 가 닿을까
은하수에라도 가 닿으면
작은 배를 띄우고
목청껏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한 사람의 생애는
가슴 떨리는
그리움의 길이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 속에서 만드는
우리의 그리움
그리움으로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생애
내마음속에 숨어있는
그리움의 길이는 도대체
어느 만큼일까
한 사람의 생애는
가슴 떨리는
그리움의 길이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흰 종이배 접어 - 박남준
그리움의 종이배 접어
흰 종이배 접어 띄우면
당신의 그 바다에 닿을까요
먼 바람결로도 꿈결로도 오지 않는
아득한 당신의 바다에 닿을까요
그리움의 종이배 접어
백날 삼백예순다섯날
흰 종이배 접어 띄워요
바람 같은 당신께로 가는 사랑
흰 종이배 접어 띄워요
등꽃 - 손월향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
등나무 아래
혼자서 보자.
꽃
하나하나에
피어나는 얼굴
또르르 또르르
눈물방울로
떨어져 떨어져 내려
안기우는 얼굴
누군가 못 견디게 부르고 싶을 때
등나무 아래
혼자서
휘파람 불어 보자.
꽃
하나하나에
켜지는 이름
뽀오얀
가슴밭에
굴렁쇠 되어
또르르
또르르
굴러가는 그 이름.
고향 - 김후란
내 마음 나직한 언덕에
조그마한 집 한 채 지었어요.
울타리는 않겠어요.
창으로 내다보는 저 세상은
온통 푸르른 나의 뜰
감나무 하나 심었어요
어머니 기침 소리가 들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깊어가는 고향집.
그리움의 香/평보
배꽃 잎이 다지고
이젠 그리움이
소멸 된 줄 알았지요.
그러나 그건 무리였습니다.
아까시아의 香薰이 이토록
肺 까지 뚫고
心臟까지 떨게 만들 줄
그도 나도 몰랐습니다.
기다림은
香과 같아서
그리움은
香과 같아서
느낌으로 만 오는 것인줄
왜??
전에는 깨닫지 못했을까요..
한 방울의 그리움 /이해인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그리움/박경리
그리움은
가지 끝에 돋아난
사월의 새순
그리움은
여름밤 가로수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
그리움은
길가에 쭈그리고 앉은
우수의 나그네
흙 털고 일어나서
흐린 눈동자 구름 보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그네 뒷모습
그리움엔 길이 없어
그리움 / 박목월
구름가네 구름가네 강을 건너 구름가네
그리움에 날개 펴고 산 너머로 구름가네
구름이야 날개 펴고 산 너머로 가련마는
그리움에 목이 메어 나만 홀로 돌이 되네
구름가네 구름가네 들을 건너 구름가네
그리움에 날개 펴고 훨훨 날아 구름가네
구름이야 가련마는 그리움에 눈이 멀어
나만 홀로 돌이 되네 산 위에서 돌이 되네 양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용혜원
내 마음을 통째로
그리움에 빠뜨려 버리는
궂은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고 부딪치니
외로워지는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면
그리움마저 애잔하게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나만 홀로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모든 것들이 다 젖고 있는데
내 마음의 샛길은 메말라
젖어들지 못합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면
내가 그대를 무척 사랑하는가 봅니다
우리 함께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 생각이 납니다
그대가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사람이 그리운 날/김초선
마음 지독히 흐린 날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한 다발의 꽃처럼
목적 없이 떠난
시골 간이역에 내리면
손 흔들어 기다려 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우체통같이
내 그리운 마음
언제나 담을 수 있는
흙내음 풀냄새가 아름다운 사람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하늘 지독히 젖는 날
출렁이는 와인처럼
투명한 소주처럼 취하고 싶은
오솔길을 들면 기다린 듯
마중하는 패랭이꽃 같은
제비꽃 같은 작은 미소를 가진
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빈 의자처럼
내 영혼의 허기 언제나 쉴 수 있는
등대 같은 섬 같은 가슴이 넉넉한 사람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그리움 죽이기 - 안도현
칼을 간다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
예리하게 더욱 예리하게
이제 그만 놓아주마
이제 그만 놓여나련다
칼이 빛난다
우리 그림자조차 무심하자
차갑게 소름보다 차갑게
밤마다 절망해도
아침마다 되살아나는 희망
단호하게 한치의 오차 없이
내. 려. 친. 다.
아뿔사
그리움이란 놈,
몸뚱이 잘라 번식함을 나는 몰랐다
그립다는 것/안도현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이미
상처가 깊어졌다는 뜻입니다
나날이 살이 썩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리움이 비꽃 되어 / 김경은
간간이 봄 햇살로 비치던
그리움의 시작은 여울목 어귀에서
아픈 가슴 감싸 안고
비 꽃향기 머금으며 몸져누웠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대 온기 남아 잊히지 않은
그리움은 따스히 남아 있는데
가녀린 숨 헐떡이며 바람 속
빗방울로 이리저리 나부끼다
허물어진 그대 성역에서 잠이 들까요
가슴으로 안아도 추스르지 못한
이 그리움을 어찌할까요.
그대 그림자는 저문 빗줄기속에서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빈 거리를 떠돌고 영혼의 아픈 눈물은
치유되지 못한 상처로 땅으로
땅으로만 스며듭니다.
그리움 1/함용정
내 작은 소망이
빛을 발하는 시각
네온의 불빛이
등불처럼 곱다
그대 고운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와
내 가슴에 그리움 남길 때
남몰래 타는 가슴
숨어서 하늘을 본다
진솔한 마음이
모든 것을 인도하듯
그리운 마음으로
그대를 인도하고 싶다
그리움/오정방
쌓이는 것은
낙엽 뿐이 아닙니다
세찬 바람은
저를 몰아 날릴 수가 있지만
머리 속에 문신처럼 새겨진
그리움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쌓이는 것은
눈송이만이 아닙니다
따가운 햇살은
저를 녹여 없앨 수가 있지만
가슴 속에 비문처럼 패어진
그리움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리움 너머 - 꿈 같은 절망 15/유재영
그리움 너머로 또
얼마나 많은 햇빛들인가
숲속으로 허리를 감추는
바람 소리가 사치스럽다
저 빈 들의 고요처럼
잠시 세상이 바이올렛빛일 때
찬란함이여,
숨겨 둔
그대 사랑 하나
그립다는 것은/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불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당신을 기다리는 이 하루/김용택
하루 종일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내 눈과
내 귀는 오직 당신이 오실 그 길로 열어졌습니다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그리움 하나 - 강인호
이슬 맺힌 거미줄
벌레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떨어지는 꽃잎이나 낚았구나
괜찮다 괜찮다 나도
그 사람 마음은 잡지 못하고
그리움 하나 겨우 건졌단다
그리움 - 권복례
내 그리움은
넘어가고 있는 저녁해다
하루 종일
산과 바다와들과 하늘을
온통 그리움의 색깔로 만들어 놓고
유유히 넘어가는
저녁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다시 떠오르는
아침해다
그리움 - 한상숙
잘 있을까?
정말 잘 있을까?
지나간 날들
살아갈 날들
얼마만큼 많은 물음표를 남겨야
내 마음에 마침표가 돌아올까
그리움이란 것은 / 정광화
그리움이란 것은
기다리는 흔적이
당신의 눈썹에 앉은 눈물이며
내 영혼의 그림자 한 줄
깊숙하게 음각된 침묵이다.
외로울 때 문득문득
그대 모습 물어오는 긴 한숨이고
맑은 가슴에 깊이 묻혀
발자국처럼 남은 기억이다.
그리움이란 것은
멈출 수 없는 숨결로
절규하며 맴도는 아픔이며
내 가슴 텅 빈 벌판에
가랑잎처럼 아삭거림이다.
하얀 이야기에 끼어든
눈물 같이 고운 이슬이고
가끔씩 조각조각 나타나
이어지는 필름같은 것
그리움이란 것은
너와 내가 그리다가
못다 이룬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움이 문을 열면 - 용혜원
그리움이 길을 만듭니다
그리움이 문을 열면
굳게 닫아 놓았던 마음의 빗장도 열려
그대에게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데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보며
온몸에 돋아나는 그리움의 태엽만
힘겹게 감았다 풀었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문을 열면
보고 싶은 그대가 내 마음에
겹겹이 들어와 박혀
가슴은 뛰고 설레임으로 가득해집니다
슬프게 뛰던 심장에
그리움이 자꾸만 박동 치는데
한 발자국도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온 하늘로 번져가는 보고픔에 날개를 달고
그대에게로 단숨에 날아간다 하여도
아무도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 오인태
하필 이 저물녘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한 그루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하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 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제 그림자만 마냥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
그리운 바다 / 이생진
내가 돈보다 좋아하는 것은
바다
꽃도 바다고 열매도 바다다
나비도 바다고 꿀벌도 바다다
가까운 고향도 바다고
먼 원수도 바다다
내가 그리워 못 견디는 그리움이
모두 바다 되었다
끝판에는 나도 바다 되려고
마지막까지 바다에 남아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삼킨 바다
나도 세월이 다 가면
바다가 삼킨 바다로
태어날거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 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
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
가랑잎 위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그리움 - 신달자
찾아낼 수 없구나
문 닫힌 방안에
정히 빗은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 이는
뼛속 깊이깊이 잠든 바람도
이 밤 깨어나
마른 가지를 흔들어 댄다
우주를 돌다 돌다
내 살갗 밑에서 이는 바람
오늘밤 저 폭풍은
누구의 미친 그리움인가
아 누구인가
꽁꽁 묶어 감추었던
열길 그 속마음까지 열게하는 이는
그리움 / 신달자
내 몸에 마지막 피 한 방울
마음의 여백까지 있는 대로
휘몰아 너에게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흘러가는
이 난감한
생명 이동
그리움 2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 이영도
생각을 멀리하면
잊을 수도 있다는데
고된 살음에
잊었는가 하다가도
가다가
월컥 한 가슴
밀고드는 그리움
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 양애희
아! 이슬 되어, 바람 되어
마음 하나 심장 깊숙이 심어
허구한 날, 온통 그리움뿐
휘젓고 돌아치고 달궈지고 몰아세우는
너는 누구더냐.
잊고 살자 다짐해도
혼절의 무게로 다가와
버릇처럼 세포마다 문신 새기고
내 안에 오직 너로만 퐁퐁 샘솟게 하는,
너는 대체 누구더냐.
눈멀어 귀멀어
붉은 꽃물 모다 모아
옴팡지게도 스미게 하는 너
사랑하고도 외롬을 질끈 동여맨
사랑, 그 천 개의 무색 그리움.
무딘 침묵의 어깨를 넘어
담장의 넝쿨장미, 오지게도 달게 피듯
사랑, 그 천 개의 그리움
붉은빛으로 가슴팍에 빙빙
허구헌날, 나를 놓아주질 않는구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 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그리움 / 최영숙
가슴에 미어지는 돌 하나 들추고
당신 계시려니 서편 하늘 바라보면
새벽 공기 가르는 새 한 마리 날아가
제비꽃 한송이 툭 틔우고
그 뒤를 따라 또 새 한 마리 날아가
비비추꽃 두어 송이 툭 터뜨리고
다시 또 새 한 마리 한 마리...
들판 가득 눈물꽃 피워올립니다
가슴을 누르는 돌 두울 드추고
당신 오시려니 오시려니 동편 하늘 바라보면
아침 노을 비끼는 새 한 마리 날아와
미루나무 푸른 잎사귀를 흔들고
은사시나무 가지를 흔들고
허전한 내 뿌리를 훅훅 흔들고 갑니다
가슴에 고인 돌 다섯
가슴에 맺힌 돌 열아홉
가슴에 얹힌 돌 다 들추고 나면
지우지 못할 숲 하나 그 곳에
들어와 앉습니다
그리움 / 양애경
오늘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대 없는
안파 속에서 두리번거리며
나 입 속에서 그 말 외네
그리움이란
그대와 함께 있는 행복을 실컷 맛본 후에
그대 볼 수 없는 괴로움
그리움 / 정윤천
원수보다도 용서보다도
깊은 것
흉몽의 긴 밤을 허우적거리다가
뒤척이며 깨어난 새벽녘에
이마 위에 푸릇푸릇 돋친
소름과 같이
몸으로 으스스 들던
한기와 같이
그렇게 차고 맑은 것!
독약보도도 더 어둡고
쓰라린 것.
그리움 / 정복여
물방울 화석이라는 것이 있다 빗방울이 막 부드러운 땅에 닿는 그 순간 그만 지각변동이 일어 그대로 퇴적되어버린, 그너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빗방울 떨어졌던 흔적, 빗방울의 그 둥글고 빛나던 몸이 떨어져, 사라져, 음각으로 파놓은 반원, 그때, 터진 심장을 받으며 그늘이 되어버린 땅, 이를테면 사랑이 새겨넣은 불도장 같은 것,
그리움 / 이성선
하늘도 너무 푸르면
눈물나느니.
이 동해 겨울날
나 빈 옹기 항아리로
달빛이나 담고
저 푸른 빛보다 곱으로 푸르른
서리 하늘을 담고
눈물나느니.
노을 스러지는 쪽으로
바뚜로
몸 기울이고 앉았네.
겨울의 맑음이 두려워
당신 그리는 마음
옹기 항아리로 앉았네.
그리움 / 서형오
아침 일곱 시
달과 별들이 꺼지고
해가 켜지느
알전구들의 교대 시간
밤사이 켜져서는
꺼지지 않는
사람 하나
가신 님 그리움이/ 양성우
내 안에는 가신 님 그리움이 산같이
쌓였습니다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말로는 무엇이라고 시늉 다 못해도,
이 깊은 밤하늘의 저 별들처럼 총총히
빛나는 그리움들이
넘치도록 가득히 쌓였습니다.
당신이 사준 그리움 / 정영
밤마다 터트리는 폭죽
당신이 사준 것
삶은 한움큼씩 거품을 낳고
아가들은 거품처럼 사라져
파도에게 아프게 사는 법을 배웠네
당신이 사준 불꽃이 침을 탁 뱉고 말하네
사랑은 타고 없어라
나는 당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백야의 눈만 끔벅이지
퀭한 눈으로 문을 거네, 사람들은
텅 빈 거리에서 책장을 넘기는 바람이
내 혀를 목구멍까지 말아넣으며 말하네
사랑은 가엾어라
밤마다 터지는 폭죽
지금 사라지는 내 그림자
당신이 사준 것
도라지꽃 / 임효림
홀로 가는 산길에서
우연히 본 도라지꽃
여름날 소낙비에
놀라 핀 듯 청초하다
정을 끊고 두고 온 분도
저 꽃 같이 고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