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이 글은 맥킨지에 있는 졸업생 몇 명이 공동의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적어본 사견들이다. 후배들에게 참고가 될까 하는 마음에 맥킨지 학부생 채용의 제반과정에 관한 다소 장황한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맥킨지가 전공과 배경 면에서 대단히 다양한 사람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으며, 맥킨지도 여러 분야에서 재능 있는 인재들을 폭넓게 확보하고 그 개개인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살려주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맥킨지에서의 글로벌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비즈니스는 물론, 민간단체, 학계, 정부, 언론, 예술 등 무궁무진하게 많다.
본래 이 글은 맥킨지라는 회사에 초점이 맞춰져 쓰여졌지만, 내용상 맥킨지 이외의 다른 컨설팅사 또는 일반적인 취업에도 참조가 될만한 조언도 상당부분 있으리라 생각되며 오히려 그럼으로써 보다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하의 내용은 전적으로 맥킨지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글임을 거듭 확인한다. 실제 거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맥킨지 홈페이지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부디 맥킨지에서 보다 많은 후배님들을 만나 뵙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I. 채용과정소개 및 유의점
먼저, 간단히 채용과정을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이력서와 에세이, 성적증명서를 회사에 제출하며 서류심사가 시작된다. 통과할 경우에는 CTT(Critical Thinking Test)라는 객관식 필기시험을 보게 되고, 두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채용은 연중 항상 실시되고 있어 어느 대학의 학부생도 6학기 이상을 마치고 나면 언제나 수시지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참고로, 수시지원을 할 경우, 전체적인 채용과정이 언제 무렵에는 끝마쳐져야 한다는 개인신변상의 특이사항들은 스스로 반영을 요청해야만 한다. 봄과 가을에 있는 정기 캠퍼스 리크루팅은 약 1~2주 만에 지원부터 job offer까지 전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별도의 요청이 없는 경우, 수시모집은 이보다 더디고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맥킨지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BA(Business Analyst) Program에 관심이 있다면, 고려대생인 당신이 가장 먼저 들러봐야 할 곳은 맥킨지 서울 사무소의 홈페이지(www.mckinsey.co.kr) 이다. 컨설턴트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나 그 업무 자체에 대해서도 잘 안내되어 있고,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회사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크고 작은 정보들이 큰 도움이 된다. 홈페이지는 맥킨지라는 회사가 어떤 성격의 회사이며 맥킨지에서 BA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는데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보통이 될 뿐 아니라, 내가 어떠한 잣대들에 나를 비춰보아야 할 지 좋은 기준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왜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고 있고,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회사와 나에게 각각 어떠한 이로움을 가져다 줄 지는 아무리 깊이 고민해봐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가적으로는 필요한 관련정보가 있다면 회사에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직접 문의하는 것도 대단히 좋은 방법이며, 회사의 메인 홈페이지(www.mckinsey.com)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맥킨지는 상당히 열려 있으며 리크루팅에 대해 적극적인 조직이다.
어느 정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그것이 맥킨지와 어떻게 접목될 지에 대해 고민이 이뤄졌다면, 이러한 고민을 토대로 이력서와 에세이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력서와 에세이를 쓴 후에도 고민은 계속 진행되고, 이에 따라 퇴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력서는, 단순한 내 개인역사, 약력, 또는 사실들의 열거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썼으면 한다. 앞에서 이미 자신이 고민한 바에 따라 내가 그 회사에 알맞다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줄 수 있는 사실들을 유기적으로 연결 지어야만 한다. 즉, 객관적인 사실을 “building block”으로 쓰지만, “짓는 조형물”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먼저 생각나는 굵직한 이벤트들로 한 페이지를 다 채우고 이력서를 다 썼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의 자잘한 경험들까지 꾸밈없고 솔직하게 내 안에서 끌어내며 스스로를 최대한 쥐어짜서 2~3페이지를 채우고, 그 후 목적에 맞게 선별해서 한 페이지를 재구성하는 것이 훨씬 짜임새 있고 유기적인 글이 된다. 단적으로 말해, 반드시 큰 대기업에서의 인턴이 이름없는 단체에서의 자원봉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특징들이 무엇인 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능력면에서 보더라도, 회사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개인의 문제해결능력이지 인턴경험이나 학점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특별히 뒤지는 점이 있더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할 수 있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특히 시간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후배들의 경우에도 일찍이 4~5 학기를 마치는 시점에 미리 한 번 이력서를 써볼 것을 권하고 싶다. 3학년 때부터 졸업 후를 고민하며 일단 한 번 이력서를 제대로 써보게 되면, 자신이 대학에서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한 좋은 감이 생길 뿐만 아니라, 급히 공고가 띄워진 인턴자리에 지원할 수 있는 준비까지 일석이조로 갖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에세이는 컨설팅 회사들만이 시행하는 독특한 채용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에세이는 한국식의 자기소개서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이 단계에서는 보통 인터넷 홈페이지상에 게재된 (또는 캠퍼스 리크루팅에서 배포된) 질문 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영문으로 짜임새 있고 개성있게 엮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참고로 홈페이지상의 질문은 수시지원자들을 위해 연중 항시 게재되어 있으며, 분량 및 세부내용을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에세이를 통해 지원자는 첫째로 자신의 논리력, 설득력을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학점이나 기타 등등 자신이 상대적 열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잘 만회할 수 있는 납득가능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전자에 대해 먼저 부연하자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과 답변의 조응성, 글 내용의 일관성, 그리고 정직하고 열정적인 자세를 글을 통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치 고등학교 문학 참고서에 나오는 작품개요와 같이 자신의 에세이에 대해 개요를 뽑아보고,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의 짜임새를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후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 장의 이력서를 포함해서 에세이까지, 모두 2~3장의 종이에 나의 잠재력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도 낭비할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즉, 이력서에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에세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나 이력서와 에세이는 모든 면접관들이 지참하고 면접에 임하게 되며 대체로 에세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든 입사동기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서류를 제출해서 통과할 경우, 앞서 언급한 CTT 시험을 보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게 된다. 날짜와 시간은 획일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인사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서 서류통과를 알려올 때 함께 일정을 조정해서 응시일을 잡게 된다. 모든 맥킨지 BA 지원자들이 응시하게 되는 CTT는 영어로 동일하게 치러진다. 시험의 소요시간과 간단한 유형소개는 설명회에서 이미 상세하게 다뤄진 바 있을 것이다. 경험에 비춰볼 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거나, 별도의 준비를 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으며, 원하는 사람들은 사전도 지참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떤 준비를 하기 보다는 단순히 좋은 컨디션에서 편한 마음으로 응시하기를 권장하고 싶다.
II. 면접과정
CTT 까지 통과하게 되면, 비로소 면접과정이 시작된다. 인터뷰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두 사람간의 대화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이미 컨설턴트가 되어 있고, 현재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업무미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다. 사람 대 사람의 만남이란 어디서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짧지 않은 면접 시간 동안 드러나는 한 개인의 호감/성격, 커뮤니케이션 스킬/스타일, 자신감/태도, 표현/사고, 등은 그 사람에 대해 대단히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줄 수 있으며, 면접관은 기본적으로 이를 종합해서 지원자가 능력과 가치관 양면에서 맥킨지 컨설턴트의 잠재력이 있은 지를 판단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45~50분간, 1대1로 진행되며, 면접과정은 3개 라운드, 전체 6회의 인터뷰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운드가 바뀔 때면 면접관도 더 직급이 높은 사람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며, 3 라운드는 대개 파트너급에서 면접관으로 나온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이 점을 제외하고서는 비중, 난이도, 형식, 내용 어떤 면에서도 라운드나 인터뷰 간의 차이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며 따라서 끝으로 갈수록 보다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다만, 면접관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생기는 차이는 자연히 생길 수 있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지원자 또한 자신의 평소 모습대로 솔직하게 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Hospitality Room(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면접관이 찾아와서 호명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이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서로 악수를 하며 면접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면접관이 응시자를 대기실에서 소회의실로 안내하는 동안에도 간단히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를 이완시킬 수 있으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소회의실에서는 약 1m 미만의 거리에서 두 사람이 서로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분위기는 대체로 편안한 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이트보드 앞에 면접관과 나란히 서서 같이 보드마카 하나씩 들고 판서해가면서 면접이 진행될 수도 있다.
인터뷰의 첫 15~20분은 면접관과 지원자가 서로를 소개하고 주제는 자연스럽게 지원자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게 된다. “레쥬메 인터뷰” 또는 “Fit 인터뷰”라고도 불리는 이 단계에서는 지원자의 향후 계획, 지원동기, 학교생활, 사회경험, 평소 가치관 등에 대해 아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게 된다. 먼저 여기서는 비록 자신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와중에도 마치 한편의 이야기를 풀어가듯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지원자가 회사에 어떠한 관심을 갖고 있는 지 확인하고, 지원자와 회사 양측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기대가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을 지 서로 가늠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컨설팅이라는 일 자체가 가치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자가 이른바 맥킨지 방식을 잘 따라 올 수 있을 지의 문제는 전적으로 역량의 문제라기 보다는 역량과 성향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는 고려를 바탕에 두고 면접을 준비했었다. 실제 맥킨지는 9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동일하게 최고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핵심적인 원동력이 회사의 확고한 가치관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어지는 순서는 “케 이스 인터뷰”라고 불리는 다음 단계로, 약 20~25분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흔히 컨설팅회사 면접이라고 하는 유형이 바로 이 단계를 가리킨다. 맥킨지에서는 대개의 경우, 경영자(또는 컨설턴트)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특정한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하겠냐는 식으로 문제상황이 주어진다. 재미있는 점은 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때 접하게 되는 케이스북(경영학 사례집)과 같이 모든 정보가 주어지고, 그것을 모두 충분히 검토한 후에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황에 대해 먼저 판단을 내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면접관에게 구두로 요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자신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판단했는 지를 나름대로 체계를 잡아서 간단히 소개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제 나름의 체계를 밝혀주지 않을 때는, 적지 않은 경우, 왜 그 정보가 필요하냐고 면접관이 직접 되묻게 된다. 상황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에는 경영학적인 지식은 거의 필요 없고, 그 보다 자신의 논리와 직관을 최대한 동원해서 주어진 분야의 기본 동학(dynamic)이 어떻게 되고 그 가운데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경계열을 전공하고 관련클럽 등에서 활동해야 유리한 것은 아니다.
흔히 비유하기를 케이스 인터뷰는 ping-pong (탁구)와 같아서, 초점이 잘 맞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갈 때 잘 풀었다고 할 수 있다. 항상 중요한 것은 면접관이 직접 던져준 최초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전개해 가야 한다는 점과, 약 2~3분이 남았을 때는 그 최초의 질문을 다시 떠올리며 그 때까지의 진전과 다음 단계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사항을 짚어주고 마무리 하면 좋다는 점. 이를 위해서는 그 자리에서 허락을 받은 후에 인터뷰 내용을 기록해가며 케이스를 푸는 것이 좋은데, 스스로 다시 보기에도, 또 가까이 앉은 면접관을 고려하더라도 가급적 깔끔하고 체계를 잡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쉽게 생각해서, 자신이 컨설팅 회사의 매니저이고 어느 클라이언트로부터 케이스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처음 맞닥뜨린 클라이언트 회사의 실무자와 갖는 30분도 안 되는 첫 kick-off meeting에서 내가 설득력이 있게 보여줘야 할 것은 클라이언트의 문제에 대해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앞으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취할 것인 지 정도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맥킨지의 케이스 인터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때문에 케이스를 다 풀어서 답까지 도출했는 지 여부는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으며 문제해결 과정과 정확한 의사소통에 가장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에 있어서는 “fit”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 케이스 인터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대체로 가장 어렵다고들 하고, 비상경계열 전공자들의 경우 특히 그렇게 믿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상경계열의 경우에도 왜곡된 이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해답은 역시 맥킨지 홈페이지에서 제시된 준비요령에 따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정석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5명 미만의 팀으로 같이 준비하는 것이 실전연습을 한 두 번 해보고 서로 코치를 해주기에 좋다. 이때 서로의 장점과 단점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과정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실제 가시적인 개선을 가져다 주는 것은 혼자 고민해보는 시간을 늘리지 않고서는 어렵다. 다만, 실전연습을 통해 자신감이나 여유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노력을 고루 안배하는 것이 좋겠다. 끝으로 실제 케이스를 대할 때에는, 자신이 대학교육을 마치기까지 학교와 사회경험을 통해 훈련한 논리와 직관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어떤 케이스도 백지부터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생각을 독단적으로 고집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명제를 의심 없이 사실로 전제하기 보다는 면접관과 함께 풀어간다는 입장에서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꼼꼼한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대형서점의 외서코너에 가면 컨설팅 케이스 인터뷰에 관한 책들이 꽤 있고, 최근에는 일부 번역본도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책에서 나온 것과 같은 유형의 케이스를 인터뷰에서 만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책들이 MBA 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난이도가 너무 높거나, 경향이 아예 맞지 않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책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맥킨지 홈페이지와 이 글에서 소개된 내용을 참고로 경제신문 등을 읽으며 머리 속에서 가상의 케이스를 가능한 많이 돌려보는 것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된다. 설령 책을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맹신하기 보다 그 가운데 아무 책이나 한 권 정도만 골라서 인터뷰의 분위기나 케이스 외적인 것들을 파악하는데 활용하고, 예시로 나온 케이스의 문제 부분만 보고 답은 혼자서 만들어 보는 연습이 더 의미 있다. 다 풀고 나서 예시답안과 맞추지도 말아라. 암기로 훈련된 경직된 사고틀은 논리와 직관을 가로막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휠씬 크다. 같은 이유에서, 케이스의 모범답안을 익히려고 한다거나, 경영학 이론 등을 정리해서 외우려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약 5분 정도 남는 시간에는 면접관이 반대로 지원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준다. 이때는 정말 어떠한 것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정말 솔직하게 회사나, 컨설턴트나, 일이나, 그 면접관 개인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 아마 그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대 이상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며, 서로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인 호기심의 표현은 상호간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경우가 많다.
끝으로 인터뷰 가운데 적어도 2~3번은 영어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글로 진행하던 중에 갑자기 영어로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할 것은 여기서 정작 중요한 제일의 평가대상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글로 진행될 때나, 영어로 진행될 때나, 상대방을 경청하고 논리적이고 호감 가는 태도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영어실력은 입사 후에도 개선시킬 여지가 충분하지만, 기본적인 자질이나 잠재력만큼은 이 날 반드시 보여줘야겠다는 자신감으로 임하길 바란다. 면접에 들어가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낀 것보다 실제 더 잘 하고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인터뷰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려나가더라도, 충분히 만회할 여유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침착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치거나 불안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하자, 자신감, 솔직함, 융통성, 유연성, 일관성, 이 다섯 가지를 머리 속에 되뇌며.
III. 근무분위기와 복리후생
맥킨지에서의 근무분위기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아마도 가치관이나 신념이 강하게 부각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많은 회사들이 가치를 말하지만, 맥킨지만큼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조직도 정말 드물다고 한다. 홈페이지 등에도 잘 나타난 가치(firm values) 등을 실제 일과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는 아마도 일의 성격상 integrity나 reputation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히나 그럴 수 있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대단히 비위계적이고 비경쟁적이라는 점에서 또 맥킨지의 특징이 있다. 누구나 문제가 있을 때 발언을 할 권리가 있고, 반대의견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발언해야 하는 의무(obligation to dissent)까지 주어진다. 지적인 매력과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며, 이들이 정말 프로의식을 갖고 서로의 일에 관심을 갖는 모습은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맥킨지의 특징은 실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글로벌 한 조직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세계 어느 맥킨지 오피스를 들어가더라도 동일한 환경과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영어를 주요언어로 의사소통 하며, 동일한 가치와 신념에 따라 상황을 판단한다. 여타 지역에 있는 맥킨지 오피스의 컨설턴트들과 일할 기회도 대단히 많이 있으며, 실제 마치 복도 저편의 사무실에 건너가는 것과 같이 간단하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 협력해서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영어는 반드시 네이티브 수준이어야만 된다는 말은 낭설에 가깝다. 실제 이번 신입 컨설턴트의 반은 해외경험이 전무한 토종들이고, 맥킨지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컨설턴트 분들도 많은 편이다. 실제 회사 내에서 회의나 문서가 영어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어렵지 않게 알아듣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피력할 수 있는 수준이면 일단 BA로 시작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필요 시에는 입사 후 회사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영어학습을 지원하며, 한국에서 학부를 마친 BA들의 경우에는 이와 같이 입사 후에 영어 실력을 향상시킨 경우가 보다 일반적인 것 같다.
복리후생도 글로벌 하게 적용되어, 현지 물가에 대한 고려가 들어갈 뿐, 기본적으로 모든 오피스에서 동일하게 제공된다. 이러한 특징은 특히 산후휴가 등의 혜택을 받게 되는 여성들의 경우에 월등히 유리한 점들도 많다고 한다. 연봉은 물론, 건강이나 보험, 각종 지출 관련 혜택도 여타 세계 유수의 컨설팅 회사나 로펌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IV. 후배들에게 전반적으로 주고 싶은 조언
맥킨지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 그저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더 강한 확신을 갖고 일단 자신 있게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여타의 취업기회들과는 달리, 맥킨지는 다양성을 대단히 중요시 여기는 회사이다. 컨설팅은 그 성격상 대단히 창조적인 일이기 때문에 규격화된 사람들 보다는 무언가 총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성 있는 인재풀을 선호한다. (흔히 ‘맥킨지 사람들은 어떠하다’라는 식으로 획일화된 스테레오타입 대부분은 그릇되거나 과장된 것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사고력이나 친화력과 같은 공통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 이외에는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으며 왜 맥킨지에서 일하고 싶은 지에 대해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보는 것이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맥킨지에 있는 고려대 출신들이나 타대 출신들 모두 하나같이, 자신이 이러한 회사에서 일하게 될 줄로 미리 자신하던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넘어서서 일단 매력을 느끼면 그냥 지나치지 말자. 가장 안타까운 현실 가운데 하나가 가장 뛰어나고 창의적인 후배들이 자신들의 앞에 놓여진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길들을 충분히 탐색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확신이 없으면서 그저 당장 앞에 놓여진, 주변에서 좋다고 말하는 하나의 길을 너무도 쉽게 택해버리고 나서 그 사람만의 열정과 첫 마음을 잃어버리는 경우이다.
설령 맥킨지에서 job offer를 받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지원경험은 취업준비 전반에 대단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캠퍼스 리크루팅은 어차피 길어야 한 달이면 모두 끝난다. 한편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2~3장의 이력서를 여과없이 써보는 것이나 에세이를 쓰는 과정은 당장은 다소 곤욕스러울 지 몰라도, 그간의 내 경험을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값진 기회이다. 또, 20~30분간 5~6명 사이에서가 아니고, 1시간 동안 맥킨지 컨설턴트 1명과 열띤 면접을 해보는 경험은 최고의 인터뷰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또 컨설팅이나 맥킨지를 잘 몰라서 지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사실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제대로 모르는 일 아닌가. 나중에라도 스스로의 꿈이 다른 곳에 있다는 확신이 온다면, Job offer를 받은 후에, 혹은 BA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맥킨지에서의 경험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과 맞는 곳이라고 느껴지면 과감하게 도전하길 바란다. 실제 지금 맥킨지에 있는 BA들이 이를 증명해 주기도 하지만, 집안배경, 출신학교나 전공 등에 따른 유리함이나 불리함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불구하고 최근 고려대 출신 맥킨지 컨설턴트들이 적었던 이유는 지원자 자체가 상대적으로 대단히 적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대의 경우, 상경계열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이러한 취업기회에 대한 인식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아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편, 서울대나 연세대는 교내 클럽을 통한 정보의 축적이나 활발한 소그룹 단위의 공조를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고려대가 사회성이 좋다고 하지만, 정작 공개적으로 맥킨지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며 함께 모여 학내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컨설팅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고대인은 타대에 비해 드문 것 같다. 후배들부터라도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채용인원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채용기준이 철저하게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함께 지원하는 친구에게 알려줬다고 내가 불리해지는 것도 없고, 되려 서로 잘 도울수록 많은 동문 사람들이 붙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맥킨지에서도 보다 다양한 배경의 BA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맥킨지 모든 오피스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채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적어도 정보가 부족해서 갖게 되는 맥킨지나 컨설팅에 대한 불안감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은 해소되었기를 기대한다. 가장 안정적인 것만을 쫓아다니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맥킨지에서 BA로 첫 직장을 시작하며,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사실은 불투명한 시대를 사는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부디 고려대에서 이 글을 읽은 많은 후배들이 지원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V. 졸업시기 및 개별소개
l 박은준 (00학번, 05년 2월 졸업, 사회학과, 경영학 이중전공)
- 저는 2002년 다양한 컨설팅 회사의Campus recruiting 에서 Management consultant 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컨설턴트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였습니다. 전공인 사회학과 경영학, 두 가지 학문을 병행하며 최대한 많은 학문적 지식들을 얻으려고 노력했고, 조금 평범하다고 느껴지는 대학생활을 기피하기 위해, 저에게는 생소했던 수입 자동차 회사의 세일즈 파트에서 인턴경험을 쌓았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도전한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환경이 놀랍도록 바뀌어져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첫댓글 이런글을 쓸수있다니 후배지만 존경스럽네여.. 공기업까페게시판에 있다는것도 아이러닉하고..^
멕캔지 공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