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새
허 연
내가 송두리째 나의 몸이었던 밤 방법 없는 방법을 골몰하다 과거를 난다
나는 여전히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밤을 헤매고 있구나
구부린 몸 사이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옆집 사는 개 이름 빙고라지요 비아이엔지오 비아이엔지오 비아이엔지오
노래가 언제부터 내 몸을 흘러 다녔을까
여섯 살짜리 눈망울은 철로변 그날 이후 여전히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 채 떤다
바람 냄새가 달라질 때마다 무서운 손님들이 왔다 갔고 어머니는 새벽 내 방을 닦으며 울었다
괘종시계야 여섯 살짜리를 지켜주렴 불쌍해서 어쩌지 아이를 지켜주렴
탁자 모서리를 잡고 겨우 일어섰던 그날처럼 아이를 일으켜주렴
옆집 사는 개 이름 빙고라지요 비아이엔지오 비아이엔지오 비아이엔지오
불안한 아이를 안고 동이 틀 때까지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구름에도 이름을 붙이는 아이에게 평생 흘렸던 눈물의 힘으로 일출 같은 축복을 하고 싶다 세계의 첫날처럼
눈물이 그치고 바다만 남도록 아이가 이기고 바다가 지도록
아이가 과거를 날아다니지 않도록
―《서정과 현실》 2022 상반기 -------------------- 허연 / 1966년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기행에세이 『가와바타 야스나리-클래식 클라우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