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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야키 알알이 박혀 서울 신촌, 6평 남짓한 원룸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아니, 연초부터 삶에 대한 전의를 이렇게나 상실할 수 있다니.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나는 임용 고사 삼수생이었다. 더 이상 서 울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 그때 달력 속 설날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2월까지만 서울에 있을게요." 뜻밖에도 엄마는 흔쾌히 허락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 과 함께. "엄마, 무슨 소리야? 여기 원룸이야. 어떻게 같이 살아?" 남동생이 왔다.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 서울 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 경험을 쌓고 싶어 올라왔다고 했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사실 동거라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나는 공허함을 외면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에 돌아왔고, 동생은 방송 촬영 아르바이트 로 불규칙한 생활을 했다. 서로 바쁘니 점점 말이 없어졌고, 대화가 사라진 자리엔 불편함만 남았다.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양 말들. 짜증이 났다. 새벽 늦게 들어오는 동생 때문 에 좀처럼 잠을 푹 잘 수 없어 싸우는 날도 많았다. 그러던 하루. 저녁 무렵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골목길에 다코야키 포장마차가 생겼단다. 두근두근. 동생이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이렇게 설렌 적이 있던가. 우리는 작은 방에서 처음으로 오붓이 마주 앉았다. 상자를 열자 정갈하게 놓인 다코야키 열 알. 아직 뜨거운 한 알을 입안에서 굴렸다. 그날부터였다. 저녁 퇴근길에 동생이 "뭐 사가?" 하고 전화하는 날 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마주 앉아 다코야키를 먹었다. 그럴 때면 동 생은 촬영장 이야기를 해 줬다. 연예인 누구는 진짜 예쁘더라. 누구 는 스태프한테 그렇게 친절 하더라는, 책에 밑줄만 치며 살던 고시 생에게는 너무나도 재밌는 이야기. 다코야키를 먹는 날이 늘어나면서 알았다. 동생이 대학 입학도 전 에 자신마저 공부가 길어지면 어쩌나 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뒷바라지할 부모님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이후로 우리는 노력했다. 일과를 공유하고 집안일도 각자 알아서 했다. 서로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현관문을 조심히 여닫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설날이 다가왔다. 설날이 지나면 실패의 충격 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겠다고 다짐한 터였다. 설날 당일, 동생과 아침 일찍 떡국을 끓여 먹었다. 촬영 간다며 집을 나서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굳게 다짐했다. '이제 나도 일어서야지.! 도서관에 가려다 퍼뜩 깨달았다. 설날엔 도서관도 휴관이다. 방바닥에 드러누워 그대로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 까? 갑자기 눈이 번찍 떠져 시계를 보니 벌써 밤이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끝나? 마중 나갈게" 저 멀리 보이는 동생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두 분이시네요." 다코야키 사장님 말에 나는 설날에도 장사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사장님은 환히 웃으며 답했다. "채울 게 많아서요. 열심히 해야죠." 동생은 오늘 일이 힘들었다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나도 이쑤시개로 다코야키 하나를 콕 집었다. 순간 올려다본 달이 너무 밝아 눈을 감 고 간절히 기도했다. 합격하게 해 달라고, 옆에 있는 동생도 잘되게 해 달라고, 그리고 다코야키 사장님도! 달이 차오르듯 우리도 언젠가 둥그렇게 채워지겠지. 그날의 다코야키는 내 마음속에 알알이 박혔다. 김인선 | 세종시 제8회 청년이야기대상 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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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다코야키 알알이 박혀
맛있는 다코야끼..ㅎ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