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그 불이 가는 길이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무심히 듣고 말했던 ‘불길’이란 단어가 새롭게 들렸습니다. 그렇구나. 불이 가는 길이 있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불이 어떻게 가느냐고요? 그야 전문가나 알겠지요. 그래서 보도에도 가끔 나옵니다. 불길을 잡았다 못 잡았다 하는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이제야 감이 잡힙니다. 불이 지나가는 길목을 잡아 처리하면 그만큼 진화가 빠르겠지요. 그러니 화재가 발생하면 이 불길을 잡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불길을 잡느냐 못 잡느냐. 하는 문제가 진화의 시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불은 어디서나 날 수 있습니다. 육해공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각 지역이나 장소에 따라 진화하는 방법도 다를 것입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기름이 타고 있는데 무작정 물을 뿌리면 곤란할 것입니다. 화공약품이 타고 있는데 무작정 들어가도 큰일 납니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서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야 합니다. 따라서 그 종류에 따라 전문가들이 생기게 됩니다. 일반 도시에서 활동하던 소방관이 대책도 없이 산불 현장으로 투입될 수는 없습니다. 근래 세계 각처에서 때마다 산불이 크게 일어 고심이 많습니다. 물론 기후 영향이 크겠지요. 뜨겁고 건조한 날씨 속에 불 한번 나면 그야말로 대규모의 지역이 초토화됩니다. 그 솟아오르는 연기로 2차 피해까지 발생합니다.
아무튼 유익한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어릴 적부터 누누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수시로 화재가 발생합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소방서나 소방관도 24시간 대기하며 근무합니다.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화재 진압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목숨을 걸고 일하는 것입니다. 불구덩이로 뛰어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히 그것을 대비하여 구비해야 할 장비도 여러 가지 있습니다. 우선 겉옷부터 특수 방염처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옷 자체부터 무게다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준비해야 하는 장비까지 갖추려면 체력도 그만해야 합니다.
산불 진압 소방대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산불이 발생하면 도시 외곽 지역 특히 나무숲이 가까이 있는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자칫 위험에 처합니다. 불길이 숲을 태우며 주민들의 거주지를 덮칩니다. 숲을 태운 그 불길이 그대로 닥치니 주민들의 주택은 금방 불길에 휩싸입니다.
마침 결혼식이 있어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화마가 진행하여 오고 있습니다. 당장 피해야 한다고 선포합니다. 어찌 해야 합니까? 잔치만이라도. 잔치가 중요합니까, 목숨이 중요합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산불이 닥치고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더구나 온전히 태우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 위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화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어서 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가장 급한 산모를 버스에 태우고 대원 하나가 떠납니다. 진통하는 산모와 그 모친을 데리고 대원이 버스를 운전하여 출발합니다. 그리고 급한 전갈이 들어옵니다. 마을에서 나가는 길이 불길로 모두 막혔답니다. 구조 헬리콥터가 오기는 하였는데 착륙이 불가합니다. 어쩔 수 없이 낡은 자동차 한 대에 아이들만 태우고 헬리콥터에 매달아 운송하기로 합니다. 이제 남은 어른들이 소방관 팀장의 인솔을 받아 숲으로 들어갑니다. 얼마를 가면 강이 있으니 거기까지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세 팀으로 나뉩니다. 각각 나름의 위험을 뚫고 탈출 작전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 모두가 불길에 휩싸여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집니다.
버스도 가다가 멈칫합니다. 불길이 도로를 덮치고 있습니다. 산모는 진통이 점점 더 심해지고 곧 출산을 하려고 합니다. 다리를 건너야 마을이 나오는데 불구덩이를 지나 다리까지 왔지만 불에 타고 있는 다리가 약해져 바퀴가 중간에 빠집니다. 버스가 떨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간신히 버티며 아기가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헬리콥터에 달려서 끌려가던 중 줄 하나가 끊어집니다. 일단 공터를 찾아 내리기는 하였지만 다시 뜰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무게를 최대한 줄입니다. 이것저것 모두 내버립니다. 연료까지 버립니다. 아이들 신발 겉옷까지, 그래도 안 됩니다. 불길은 코앞에 다가오는데 모두 죽게 생겼습니다. 인솔하던 대원이 최후의 결단을 합니다.
한 분야에 최고전문가를 가리켜 ‘베테랑’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만한 기술과 실력 및 담력을 지니려면 얼마나 긴 시간과 경험을 쌓았겠습니까. 뿐만이 아닙니다. 그 모든 실제적인 지식과 경험에 곁들여 그만한 성품을 지녀야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던진다는 것이 그냥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고 한번 잃으면 끝이 아닙니까? 언제이고 떠날 인생이지만 다른 사람 목숨을 위해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요. 그래서 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남게 되는가봅니다. CG 없이 실제상황을 만들어놓고 촬영을 하였답니다. 대단!!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FIRE, Ogon)를 보았습니다. 2020년 러시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