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81편의 시 가운데 1에서 24까지는 1975년 여름에 성산포에서 쓴 것인데, 그해 10월에 동인시집 "다섯 사람의 분수"에 실었었고 25에서 81까지의 57편은 1978년 초봄 그 곳에서 바다를 보며 정리한 것들이다. 그중에는 "현대문학", "시문학", "월간문학"등에 발표된 것도 있다. 그리고 "전설" 10편은 성산포 주변의 전설을 머리에 담고 쓴 것들이다.
이제 나는 한 없이 기쁘다. 근 30년 바다와 섬으로 돌아다니며 얻은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낼 수 있어 기쁘다. 이 시집을 가지고 또 성산포로 가야겠다. 일출봉 바위 꼭대기에 앉아 파도 소리와 함께 목이 터져라고 이 시를 읽어야겠다
시여 시여 잘 살아라
나보다 곱게 잘 살아라
1978.성산포에서
1.<그리운 바다 성산포>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60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 한때..참 감격스럽게 읽었던 시. 뭐랄까..가슴속에서 저절로 힘찬 서러움이 솟아올라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글썽 거리던. 마약같은 힘찬 감미로움.
** 그래서 어쩔건데?..라는 질문조차 무색해질 저 당당한 퇴폐..저 당당한 옹골짐.
** 알고보면 그저 사는게 뭔지 모르는 쉰소리 같기도 하지만 ..어저랴 우리네 삶에 뭐 그리 알찬 의미 있는게 있다고?....
** 하여간 부럽다...저 메몰찬 몰입. 저 질투나는 바닦다지기.....
** 소주한병들고 성산포에 간적이 있다..하지만 내게 오는건 끈적거리는 바닷바람뿐.
얼마나 억울한지 그자리에서 한병을 원샷했다. 그리고 속이 많이 아팠다.
** 그래도 알수 있는 한가지.....어디서나 어느 시간이나 슬픈 사람은 왜 그리 많은지.....
첫댓글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 아직도 가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늘 일탈을 꿈꾸면서도 게을러서,..그리고 도 하나 이 글이 주는 나만의 비밀?스런 것들이 깨질까 두렵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