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쫓겨 난 비둘기가 아침내내 나에게 원망하는 눈초리로
몇 번이고 안 되겠냐고 고개짓을 하는데 애초롭기가 그지
없었지만 일언지하에 안 된다고 냉정하게 잘라 고개를
가로 저었는데도 얼마나 미련이 많이 남았는지 가다가
뒤 돌아보고 가다가 다시 와서 뒷 걸음질 치는데 애잔한
내 속 마음 들킬새라 손짓발짓 모두 합치고 거기다가
눈알까지 부라렸더니만 금새 포기하는 눈치가 보이고
단념하는 날개짓으로 멀리 날아갔는데 또 다시 미련을
되새겨서 날아올까 걱정이다
올 봄에 하두 내쫓기는 바람에 얼마나 급했던지 알부터
낳고 부화한다고 터를 잡고 틀어 앉은 모습이 하도 애처롭고
안스러워서 못 본척 내 버려 두었더니 알을 하나 더 낳고
새끼를 쳐서 아주 느긋하게 키워서 날개짓을 가르치고
날아가길래 때는 이 때다 싶어 비둘기 퇴출 작전을 펼려고 보니
알을 품는 사이사이로 얼마나 몰래 부지런히 하나씩 하나씩
많이 물어다가 집을 지었던지 실외기 아래가 아주 난장판에다가
어미가 퍼지른 대소변에다가 새끼가 내지른 똥오줌이 뒤범벅이
되어서 냄새는 또 얼마나 진동을 하였던가
잡다한 냄새에 잘게 부서진 털들이 날아들면 일찍이 앓고 있던
알러지로 재채기가 이어지고 콧물이 비등하면 두루마리 화장지가
덕지덕지 쌓이고 마누라 핀잔도 꾸역꾸역 먹어야 되는 귓속은
얼마나 너저분하게 귀지와 함께 퇘적되는지 당한 사람은 다 알 일
가진 장비와 연장을 동원하여 행여 아랫집에 피해를 입힐새라
비오는 날을 택하여 물을 부어 후북하게 불린다음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무장갑으로 무장하여 집은 깔끔하게 뜯어서 재사용(?)
하랍시고 나무위에 올려주고 변비물은 깨끗이 씻어서 다시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그물망을 구하여 동여 매어 놓았더니
한 동안 인사치레 한답시고 드물게 오가며 꾸욱꾸-욱 암컷을
부르는 소리를 내다가 날아가곤 하더니만 윗집에 빈 공간이
있었던가 몇 일 전부터 부지런히 풀 잎 나무조각 물어 올리느라
요란법석에 야단을 떨더라도 내 집이 아니니 어쩌겠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속앓이만 해 대던 차에 아니 이 놈이
대 소변을 퍼지르는데 우리집 실외기 지붕에다가 허여멀겋게
내지르는데 이거 야단을 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남의 집인지라
세를 받을 수도 없고 얼척없는 일이요 낭패가 이런 낭패가 아니었다
잘 알고 지내는 마나님에게 이 사실을 이실직고하고는 처단만
바란다는 메시지를 넣었더니 아이고 그렇찮아도 비둘기 퇴치 망이니
가시판이니 하는 것을 설치해 놓았는데 조금 남은 난간에다가 집을
짓는다고 저 난리속이라면서 당장 내 쫓겠다는 전갈에 일심 미소가
입가에 가시기도 전에 집이 헐리는지 후다다닥 펄럭거리는 소리에
휘날리는 거주공간은 형태를 잃고 사라지는데 저 원망하는 눈초리는
얼마나 처량하고 애닲으던지 집은 윗집에 지었더라도 허가는 나에게
있는 것처럼 나를 두고 원망의 대상으로 여기니 머리 나쁜 넘 빗대어
새 대가리라고 놀리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를 알아본다 싶다
그래 원껏 맘껏 원망은 나에게 하라고 하였으니
과보는 달게 받겠다
첫댓글 병아리 부화라면 몰라도 비둘기라니
부동산에 세 내어 놓는다 안하셨기 잘하셨습니다.
얼마전에 방 세 두니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뒀다는 기사에,
딱 그대로인데 뭘 망설이시나요?
얼척없는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님에 아예 동정일랑 관 두고요.
이곳도
고양이 밥 전혀 안 주는데도 두 세놈들이 꼭 울집 마당만 활보하니 옆집에선 늘 나보고 밥 주냐고 묻고 또 물어 난처하기 짝이 없는 일이랍니다.
그러니까 그물을 실외기랑 쳐 둔다는 말 실감합니다.
길냥이 사랑한답시고 야생동물 사랑한답시고 동물을 동물답지 않게 보살핀다면 개 길들렸듯 소 돼지 닭 사육되듯 코끼리도 길들여져 동물원에서 서커스 단원으로 호랑이 사자도 서커스 단원으로 전락하여 키우기를 넘어 사람들의 놀이개(?)가 되어 일생을 스스로 망각해 버게 한다면 그 동물에 대하여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과잉보호는 죄악을 만드는 일 아닐까 짧은 머리로 멀리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우둔입니다만... ㅎㅎ 우리나라도 먹고 살만하니 그런지 몰라도 애완동물로 소비되는 경제력이 어마무시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일입니다 ㅎㅎ 이러다가 애완동물 보호자들로부터 지탄받을 일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