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영희] “연기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어요”

[심호흡]

글 : 이영진   사진 : 이혜정 | 2008.02.21

<추격자>에서 중호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미진을 연기한 서영희

서영희는 흔치 않은 배우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안달하지 않고,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추격자>의 미진이 그러하고, <궁녀>의 월령이 그러하다. 어느 여배우가 피칠갑을 하고 바둥거리고, 입벌린 시체 연기를 하는 것에 주춤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서영희는 남다르다. 죄수복을 입든지(<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아니면 만삭을 했는지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는 중요치 않다. “평생 연기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그녀에게 중요한 건 잠깐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다 내보일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여배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휴대폰은 어쩌다 잃어버렸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개인 홈피에 갔더니 대문에 먼저 연락해달라는 메시지가 있던데요.
=아. 지난해에 잃어버린건데. 홈피에 자주 들어가는 건 아니라서 그냥 뒀죠. 어쨌든 다들 문자를 날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자기 전화번호를 안 남기던데요. (웃음)

-친구들은 많은 편인가요.
=많죠. 물론 요즘은 만나는 사람만 자주 만나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쉽게 안 만나지고. 만나서 편한 사람만 보려고 하고.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그래요. 아이고 너 노처녀 다 됐구나. 전엔 그 말씀을 잘 이해 못했는데 요즘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추격자>의 미진도 휴대폰 때문에 봉변을 당하잖아요.
=아. 그렇죠. 그죠. 휴대폰. 하하. 휴대폰 잃어버리고 나서 또래 친구들 번호야 쉽게 알아낼 수 있는데 어르신들 번호는 다시 수소문하기가 어려워서 고생 좀 했죠. 요즘은 그래서 메모하고 프린트도 해두고 그래요. 또 잃어버릴까봐.

-출연작을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이 뭔가요. 시나리오를 볼 때 뭘 가장 유심히 체크하나요.
=책을 딱 접고 나서 기억되는 인물, 사건이 있나. 그리고 그 중요한 포인트에 내가 제안받은 그 역할이 서 있나 하는 것도 보고. <추격자>는 남자들 이야기잖아요. 사실 미진이 거기에 묻히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보고 나니까 미진의 딸에 대한 마음이며, 과연 이 여자가 눈감고 죽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남더라고요.

-나홍진 감독을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자기 열정이 유별난 분이에요. 말투가 좀 달라요. 직선적이기보다 설명적이에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요렇게, 요렇게, 요렇게. 짚어주려고 하는 게 있어요. 상대가 내 말을 알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굉장히 강해요. 그런 의지가 매 순간 불타요. 첫 대면에서도 안녕하세요, 한 다음에 곧바로 진지해지셨어요. 그거 보면서 내가 열심히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겠구나 싶었죠.

-<추격자>의 미진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인물인데요. 대사도 거의 없고.
=영화를 보면 극중 인물들에게는 왜라는 질문이 안 주어지잖아요. 왜 저 여자를. 사랑을 했어, 아님 두 사람이 부부야. 뭐 그런 것과 상관없이 끝을 보러 가잖아요. 왜 살다보면 목적을 잃어버리고 무조건 끝을 보려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끝을 보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추격자>는 그런 이야기예요. 사실 예쁘지도 않고 육체적으로 힘든 역할만 하느냐고들 하시는데 제 입장에서는 그런 게 더 흥미가 있어요.

-하긴 <궁녀>에서도 목매달잖아요. 처음부터 그런 역할에 흥미가 생겼나요, 하다보니 그런 역할에 끌린 건가요.
=주변에서도 그러세요. 이제 그만 좀 죽지. 만날 죽냐. (웃음) 그런 역할에만 매진하겠다, 그걸로 승부를 보겠다 뭐 이런 건 당연히 아니죠. 매번 인터뷰하면 저한테 다들 물어보세요. 예쁜 역 하고 싶지 않으세요? 왜 왜 아니겠어요. 찡한 러브스토리도 해보고 싶고.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욕심이 사실은 자기를 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인 것 같고. 그게 배우로서 좋은 것 같진 않고. 언제부턴가 남들이 하기 싫어할 것 같은 역할에 더 끌린 것도 있고. 다들 영화 보고 나서 ‘어, 참 힘들었겠다’ 그런 말 하면 듣는 저도 뭔가 좀 한 것 같기도 하고.

-<추격자>를 보면 ‘어, 참 힘들었겠다’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죠.
=화장실에서 누워 있는 장면은 3일 찍었어요. 그 장면은 촬영보다는 리허설이 더 힘들었죠. 처음에는 몸을 쓰는 게 익숙지 않으니까. 리허설은 서울액션스쿨 체육관에서 했는데, 감독님이 요구한 건 물고기처럼 파닥파닥거리는 거였어요. 근데 막상 묶여보니까 찔끔찔끔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요. 바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럼 내 몸의 어디를 써야 하나. 머리와 어깨에 의지해야 하는구나 알아차리기까지 멋모르고 몸을 썼죠. 그 때문에 멍도 많이 들었고.

-영화를 보니까 어때요. 파닥거리는 느낌이 들던가요.
=파닥파닥은 아니죠. 열심히 살고 싶어하는 의지가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안타깝죠. 리허설 때 몸을 써봐서 그런지 정작 촬영 때는 몸을 과하게 부리질 못하겠는 거예요. 좀더 들이받았어야 하는데.

-누운 상태로 모니터를 했나요.
=저 모니터 일부러 잘 안 봐요. <질투는 나의 힘> 때 수영복 입고 전화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리허설 하고 막상 촬영 들어가서는 똥배, 삼겹살 숨긴다고 허리 바짝 세우고 전화를 받았거든요. 그러다 감독님한테 욕먹고. 대사가 제대로 나왔을 리가 없죠. 머리로 계산을 하기 시작하니까 몸이 딴짓을 하는구나. 그 뒤로 모니터 잘 안 해요. 전체적인 걸 보는 게 아니라 내 단점만 보려고 하고 그걸 또 매번 나도 모르게 숨기려고 하니까.

-한겨울에 촬영을 했을 텐데. 타일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는 게 고문 수준 아니었나요.
=보일러 좀 설치해줬으면 좋겠다 그랬죠. 쉴 때도 그냥 묶여서 바닥에 누워 있었어요. 줄 풀고 묶는 것도 쉽지 않고. 몸 덥혔다가 다시 찬바닥에 누우려면 정말 윽, 하고 욕이 나올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묶인 채로 쭉 갔어요. 그래도 좁은 화장실 세트에 스탭들이랑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 좋았어요. 현장에 드문드문 가서 그런지 스탭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다들 쉬는 시간에도 자리 안 뜨고 제 말동무 해주고. 한번이라도 더 웃겨주려고 하고. 왜 촬영이 힘들면 본인들도 편히 쉬고 싶었을 텐데.

-<궁녀>의 월령과 비교하면.
=<스승의 은혜> 때만 해도 죽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궁녀> 찍으러 가서는 너무 우울하고 싫었어요. 처음에는 아아, 누워만 있으면 되는구나 했는데 시체로 누워 있는 동안 온갖 잡생각이 치고 들어와요. <추격자>도 막상 묶여보니까 다르고. <궁녀> 때는 눈을 뜨고 입을 벌리고 있으면서 아 내가 죽으면 누가 와줄까. 우리 엄마는 어떻게 하나. 지방 촬영하면서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쉬는 날도 침대에 누워서 TV 틀어놓고 계속 울다가 누구한테 전화오면 짜증내고. 그때 누군가가 저한테 힘들면 떠나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됐고 보약이 됐죠. 감추려고 티 안 내려다가 탈이 난 거니까.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인가요.
=그런 부분에는 겁이 좀 많아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도 좀처럼 안 하려고 하고. 하루종일 울고서 눈 퉁퉁 부어서 학교에 가면 다른 애들은 첫마디가 한숨인데 전 쌍꺼풀 수술해서 그래 하고 웃고 넘겼으니까. 짜증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싫었어요. 학교 다닐 적에 제 별명이, 아세요? 예스 걸이었어요. 네, 네, 네, 네였으니까. 그러다가 속병이 조금씩 난 거겠죠.

-<추격자>의 두 남자 중 더 탐이 나는 캐릭터가 뭔가요.
=꼭 하나라고 하면 김윤석 선배님 역할을 좀더 해보고 싶죠. 캐릭터도 그렇지만 김윤석 선배님처럼 자연스럽게 욕하고 사투리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윤석 선배님은 저 학전에서 연극할 때 많이 놀러오셔서 뵌 적이 있는데. 사투리를 하든 욕을 하든 진짜 같잖아요. 전 사투리를 못하는 게 한이에요. 서울 사람들은 사투리를 쓰면 대본을 읽는 것 같거든요. 진짜 내뱉는 게 아니라. 욕을 해도 어색하고. 지방 사람들이 욕을 하면 욕이 아니잖아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호기심 때문인데. 미대 가겠다고 미술학원에 갔다가 덜컥 그 옆에 있는 연기학원에 등록한 걸 봐도 그렇고. 지금도 그 호기심은 여전한 것 같네요.
=저기 담장 너머에 누가 사나 궁금해서 못 참는 성격이죠. 왜 가을에 은행 많이 떨어지잖아요. 중학생 때 사람들이 은행 냄새가 지독하다고 해서 그럼 얼마나 지독한지 보자 싶어서 직접 주워 냄새를 맡아봤다니까요. (웃음) 그러고 보면 학원이라는 학원은 다 다녔어요. 태권도, 주산, 수영, 검도, 복싱, 게다가 쿵후까지. 국선도도 했고. 무에타이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아직 못 배웠고. 그렇다고 너무 크게 쓰지는 마세요. 제가 호기심은 많은데 집중력이 좀 달려요. 한달이 지나면 시들해지거든요. 연기하는 게 그래서 좀 신기하죠. 지금까지 안 식는 걸 보면.

-그때 배웠던 게 연기에도 좀 도움이 되나요.
=몸치는 아니니까 다들 몸을 좀 쓸 줄 아는구나 하시죠. 그보다 어릴 적에 수많은 학원을 전전하면서 아 내가 하고 싶었던 게 결국 연기였구나 알게 됐고. 아. 그러고보니 볼링도 배웠네. 연기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배워둔 게 있어서 뭘 해도 기본적인 룰 정도는 안다는 게 좀 편할 때가 있어요.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고, 연극무대에 서다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고. 대개 단박에 눈에 띄어서 데뷔하게 되는 여배우들과는 다른 길을 걸은 셈인데.
=좋은 코스를 밟고 있다고들 하세요. 여배우는 연극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영화 하면서 들었던 가장 좋은 칭찬은 <라이어>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할 때 요즘 네 또래 배우가 없다는 말이었어요. 본의 아니게 연극을 시작했고, 무대에 서면서 영화랑 방송을 하게 된 건데 하나씩 밟다 보니 이득도 많고. 사실 연기학원에 갔을 때만 해도 저 배우 될래요, 는 아니었어요. 그냥 대학 갈래요, 연극영화과 가고 싶어요 정도였죠. 영화나 TV에 출연하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고.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가 살면서 뭔가를 얻기 위해 가장 노력했던 시기이긴 해요. 연기 책 읽고 또 연기 연습하고. 김수미 선생님이 <전원일기> 하면서 경기민요를 흥겹게 부르신 적이 있는데 대학 시험 볼 때 내세울 특기가 있어야 해서 민요도 배우러 다니고.

-그래도 무대를 벗어나서는 연기 이외의 다른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나요. 이를테면 외모를 두고서도 누구랑 닮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듣기 좋진 않았을 텐데. 본인의 외모에 만족하나요.
=만족하면 (정신)병원에 가야죠. (웃음) 어렸을 때는 여자는 섹시해야 해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데 긍정적으로 살자는 주의여서 그런지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크 섹시가 뭔데. 길에서 보면 안 섹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외려 그게 더 아니구나 내 길 가야겠구나 뭐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죠. 안 섹시한 걸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젊었을 때는 섹시한 외모가 좋을 수도 있지만 늙어서까지 그러면 더 싫잖아요. 저 어차피 끝까지 갈 거니까. 비호감만 아니면 돼요.

-다른 인터뷰 보니까 봉제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던데.
=용돈 벌려고 한 거죠. 어려서 엄마가 슈퍼마켓을 하셨는데 초등학생 때 엄마 대신 돈 계산해주고 그걸로 용돈 받으면서 재미를 붙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중학생 때 방학하면 미술학원 가는 거 말고는 시간이 많이 남잖아요. 그래서 벼룩시장 펴놓고 전화를 돌렸는데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안 된다는 거예요. 근데 연꽃 만드는 조그만 공장에서 중학생이라고 해도 괜찮다고 해서 한 거죠. 엄마가 한복을 잘 만드셔서 어렸을 때부터 재봉틀은 많이 만져본 터라 재봉틀에 대한 무서움 같은 건 없었고. 그 일부터 시작해서 커피숍은 기본이고. 피자 원없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피자가게에서도 일했고. 고등학생 때는 한정식 집에서 일당 5만원 받고 일하다가 일 잘한다고 스카우트돼서 막창집에서 막창 자른 적도 있어요.

-<무도리> 촬영장에 갔을 때 느낀 거지만 어르신들, 선생님들한테 잘하는 거 같아요. <마파도>의 선생님들하고도 잘 지냈을 것 같고.
=다들 그러세요. 저보고 복이라고. 선생님들을 그렇게 많이 뵐 기회가 어디 있겠어요. 사실 어려서 늦게까지 오줌싸개였는데 소금 얻으려고 동네를 도는 일이 잦다보니 어르신들하고는 잘 지낼 수밖에 없죠. (웃음) 또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기도 했고. 연극할 때도 선배 대하는 건 그래서 익숙했어요. 언니, 오빠 이러면서 다가가면 되고, 문제가 있어도 뭐 저런 후배가 다 있나 욕 한번 먹으면 되고. 그런데 문제는 또래나 후배들하고는 잘 못 어울려요. 끼고 싶은데 주책이다고 욕먹을까봐. 안녕하세요, 저 되게 좋아해요, 하고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그 사람은 가버리고 없고. <베스트극장> 때 서지혜씨랑 같이 했는데 친해지려는 시도도 못하고 끝나서 지금도 아쉽고. 그나마 대부분의 현장에서 제가 막내였다는 게 다행이죠.

-시간이 나면 주로 뭐하나요.
=쉴 때 주로 먹어요. 술도 좋아하고 밥도 좋아하고. 누구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못 먹는 건 없어요. 안 먹는 건 멍멍이. 어렸을 때 아버지 영향 때문이기도 한데. 아버지는 포천 이동갈비가 맛있다고 하면 꼭 포천에 가야 하는 분이었거든요. 멍멍이 드시러 계곡에 자주 가시기도 했고. 어렸을 때는 그냥 국물에 밥 비벼먹고 잘 먹었는데 나이 먹으니까 이건 좀 아니구나 싶어서 안 먹어요.

-연극영화과 졸업은 아직 못했잖아요.
=제적당했죠. 사실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서 지난해에 재입학해서 다시 다녔는데 어후 너무 부담스러워서. 책상에 앉아서 수업 듣고 리포트 내는 거면 하겠는데 다 실습이니까 부담이에요. 가창 실기며, 성악이며. 일여덟살 차이나는 후배들이랑 같이 다니려니까 그게 좀. 저도 어렸을 때 나이 많은 선배들 보면 저 나이먹고 졸업 안 하고 뭐하느냐 그랬는데 저도 그 나이 되니까 시선이 너무 따가워서. 나중에 절실해지면 다시 하겠지만서도.

-닮고 싶은 배우를 묻는 질문에 매번 고두심과 문소리라고 했는데.
=거침없이 시작했던 문소리 선배의 용기가 부럽고요. 고두심 선생님은 부잣집 사모님을 해도, 시장통에서 생선을 팔아도,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도 너무 어울리잖아요. 쉽게 얻어지는 카리스마가 아니죠. 닿기에는 너무 높은 하늘이지만, 죽어라 뛰어야죠. 저 정말 끝까지 연기한다니까요.

-끝까지 연기하는 동안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무슨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아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맘껏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대를 예로 들면 내가 관객한테 등 보이고 뒤통수 보이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드라마 같은 경우에 내가 하는 연기를 일일이 기억해야 하고. 앞장면에서 잔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하는 것까지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눈 보지 말고 귀 보고 이야기해야 하고. 이런 게 좀 부자연스럽거든요. 그런데 익숙해지기 싫어서 연극을 더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요. 물론 테크니컬한 부분에 대한 욕심도 없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