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수거함을 뒤지는 남자
문희봉
남자의 팔이 짧다
그의 손에 갈고리가 들려 있다
여명이 찾아오려면 아직 멀었다
헐렁한 바지 주워 입고 마스크도 없이 방문을 닫는다
골목 곳곳에 놓여진 수거함이 토해놓은 분비물을 보며 웃는다
헐렁한 가방으로 밀어넣는다
아이의 양말과 모자
아직 팔뚝이 성성한 오리털 점퍼를 집어드니
어깨에 얹혀진 추위가 한 발짝 물러 선다
수거함 속으로 갈고리를 집어넣는다
블라우스를 안고 있는 남자의 바지가 끌려 나온다
엊그제까지 거리를 활보하던 바지다
고층 빌딩의 밧줄에 매달려 세상을 내려다 보던 바지다
아이의 반바지가 똥 마려운 계집 국거리 썰 듯
급한 걸음으로 매달려 나온다
추위도 잊었다. 그런데 손이 떨린다
수거함을 설치해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무임승차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지금도 단잠에 빠져 있을 식솔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달아난다
파란색으로 분장한 수거함에 은하수가 내려앉는다
두터운 점퍼 없이 떨었을 은하수에게 점퍼를 입힌다
우두둑 우두둑 별똥 떨어지는 소리
견우와 직녀는 여름에만 만나는가
두터운 옷을 입혀 놓으면 이 계절이라고 어찌 만나지 못할까
몇백 마리의 까치들이 다리를 놓는다
그 남자 오작교를 건너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식솔들을 생각한다
이런 행위도 절도에 속할까
판사의 양심 판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