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으로 돈을 벌다 1
약초를 캐서 목구명에 풀칠을 하고
돈도 벌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약초만 안다고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원은 약초도 잘 알아야 하지만,
그보다
환자의 마음을 읽거나 관상을 보아서
아픈 곳이 어디인가를 빨리
판단해내는 진찰 능력이 더 중요하다.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그리고 그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는데
약초를 알면 무슨 소용이고,
침법과 뜸법이 있어도 어디에 쓰랴.
이약 저약 함부로 먹이다가는
그야말로 돌팔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인지 하늘은 할아버지에게
손금과 관상을 보아
환자의 마음을 읽는 법을 가르치려 했다.
손금 보고 점 치는 것을
나는 열여덟 살 때부터 배웠어.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지만 겁도 많아.
그래서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하면
엉덩이를 바짝 들이밀고 달려들지.
그때 약간 거짓말을
해주면 감쪽같이 넘어온단 말이야.
물론 손금이든
점이든 기본 가락을 알고 있어야지.
박자도 못 맞추면서 노래할 수는 없잖아.
손을 꼭 펴서 한눈에
생명선과 재물선을 읽어주면
사람들은 웃으면서
---'맞아요!' 그런단 말이야.
거기에 감정선. 두뇌선, 건강선을 읽어나가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해주면 기가 막힌다고 하지.
손금은 이제까지 과정이야.
좋으면 더욱 노력하여
그 손금이 말하는 대로 실현하면 되고,
나쁘더라도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여 재난을 면하면 돼.
삶의 방식을 올바로
바꾸라고 충고하는 것이 손금이거든.
생명선이 짧은 사람에게
일찍 죽겠다고 말해주는 놈이 어디 있어?
그런 놈은 욕을 얻어먹어도 싸지.
생명선이 짧은 사람에게는
건강을 조심하고 과로를 피하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라고 충고해야지.
재물이 많이 들어오는 손금이라도
돈을 많이 벌 손금이라고 말하면 50점짜리야.
손금이 이렇게 좋으니
열심히 일하면
돈이 많이 벌릴 것이라고 해야지.
그리고 더불어 이웃과 함께 나눌 계획도 세워야
정말로 돈이 들어온다고 귓속말로 또 얘기해야 해.
돈을 쓸 계획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벌지 못해요.
무조건 돈만 벌면 좋겠다는데,
그렇게 벌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그저 일신상의 영달만 꾀하고
자기 자식들과 쿵짝 거리며 배터지게
먹으려고만 한다면 돈도 쉽게 벌리지 않고,
들어온 돈도 쉽게 날아가 버려.
그래서 요즘 땅값 올라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자식과 원수 되고 형제자매끼리도
싸우며 저주하며 살잖아. 안 될 일이지.
돈을 벌어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살 계획을 세우면
그 사람은 가문 대대로 부자가 될 수 있어.
관상도 마찬가지예요.
상이 좋지 않다는 것은
현재 마음먹은 일이나
하려고 하는 일이
하늘의 이치에 어긋났다는 뜻이야.
얼굴은 바로 얼이 들어 있는
곳이니까 하늘의 이치가 담겨 있거든.
그러니 하늘의 섭리에 맞지 않고
남을 속이거나 악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얼굴에 나타나지.
조금만 마음을 내어
신경을 쓰고 살피면 다 나오게 되어 있어."
상이란 모양의 생김새를 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과 물질에는 형상이 있다.
그 형상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되고
수명이 결정되며 화복이 뒤따른다.
예를 들면 도예가가 구위낸 도자기가 모양과 색이 좋으면
애호품이 되어 높은 가격에 팔리고 귀하게 대접받지만,
볼품이 없고 거칠며 색이 좋지 않을 때는
헐값에 팔리거나 아예
그 자리에서 깨져버리는 운명을 맞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얼굴이나 몸이 단아하고 수려하게
생긴 사람들은 귀인 대접을 받아 성공하기 쉽고,
인상이 험하고 거친 사람은 특별한 재능을
가졌더라도 남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해 성공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상이 아무리 좋든 나쁘든 간에,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법이니
상에만 매달릴 일은 아니라고 할아버지는 충고한다.
"예부터 '사주는 상만 못하고,
상은 마음의 쓰임새를 당하지 못한다' 는 말이 있어.
아무리 사주와 상이 좋아도
심상이 좋아야만 그 운을 받을 수 있다는 거야.
또 아무리 사주와 상이 나쁘더라도
심상을 바르게 쓰면 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지.
결국 인생은
마음 쓰기를 잘해야 복을 얻을 수 있어.
그러니 마음공부에 힘을 써야 하고
늘 겸손하도록 노력해야해."
춘추전국시대에 채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학식이 출중하 고 경륜도 풍부했다.
그러나 얼굴이 못생긴 까닭에
번번이 관직의 문턱에서 내쳐지곤 했다.
자신의 학식과 경륜이면
틀림없이 출세할 것이라 믿었던
채택은 황금을 마련하여 낙양의 소양을
찾아가서 자신의 운명에 대해 봐달라고 청했다.
당시 소양은 신이 내린 상쟁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인물이었다
소양은 채택이 가지고 온 황금을 챙겨 넣은 뒤,
"갈비웅견에 목불인견 (蝎鼻熊肩目不忍見)
이구나!" 하고 말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납작코에다 어깨는 곰처럼 툭 솟아나왔으니
차마 똑바로 쳐다불 수가 없다는 뜻이다.
채택은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었으나
분을 삭이며 조용히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저는 앞으로 아무 일도 할 수 없겠습니까?''
소양은 껄껄 웃으며 딱 잘라 말했다.
--- ''그 얼굴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소.''
이에 채택은 자신의 경험으로도
도무지 벼슬길은 열리지 않을 듯하여,
포기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소양은 한참 채택을 바라보더니
그 몰골에 명줄은 대단히도 길다고 하면서
한 40년은 무난할 것이라고 답했다.
채택은 공손히 인사하고 말없이 그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채택은 벼슬의 꿈올 포기하고
시골로 낙향하기 위해 전 재산을 정리했다.
그런데 그러던 차에 나라에
큰 비가 와서
홍수로 많은 사람이 죽고 이재민이 생겼다.
이때 채택은
자신의 재산을 수재민을 위해 아김없이 내놓았다.
그로 인해 그의 자비로움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그는 하루아침에 훌륭한 인사로 소문이 나게 되었다.
이 소식은 초나라 소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채택의 학식과 경륜이 뛰어남을
알게 된 소왕은 그를 재상으로 삼았다.
이에 채택은 평소에 닦아둔 기량을
한껏 발휘하며 40년 동안이나 권세를 누렸다.
작은 것을 버려서 큰 것을 얻고, 남의 어려움을
도와서 상에 정해진 운명을 바꾸었던 것이다.
예부터 복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얻어 오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복을 구하는 데는 사심을 버리고
하늘의 이치에 순종하는 것이 첫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어찌 이윤을 추구하는 마음을 버리고
인간의 도리나 하늘의 뜻을 기다릴 수만 있겠는가.
그런 말을 하면 목전의 이익을 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시비를 당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긴 안목에서 보면
채택처럼 사심을 버리고
하늘의 뜻을 따라 재물을
서로 나누면 더좋은 삶을 살 수가 있다.
관상이란 상을 본다는 뜻이다.
생긴 대로 꼴값을 매겨
그 사람의 길흉화복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통사람들로서는 그 기준을 알수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그 미묘한 부분까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대체적인 원리와 기준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음양오행의 이치다.
이 이치를 깨닫고 그 원리에 맞추어 사람을 보아,
부족한 부분과 지나친 부분을 찾아내고
그 모양과 색깔의 변화를
읽어내야 상쟁이의 자질이 있는 것이다.
주마간산으로 얼핏 본 것만 가지고
상을 보면 자칫 실수하기가 싶고
또 마음속에 감추어진 심상은 전혀 읽어낼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상쟁이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설명한다.
관상을 볼 때는 아침을 굶고 봐야 해.
밥을 먹으면 호흡이 가빠서 제대로 상을 볼 수가 없어.
배를 비워 정신을 맑게 한 후에 아침햇살에
열굴을 비추어보면
그 얼굴의 형색이 드러나게 되어 있지.
정성을 다해서 보게 되면 마음에서 상을 얻게 되는 거야.
그런데 관상쟁이는 말을 잘 해야 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말의 잘해야
관상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거야.
본대로 다 말해버리면 어떻게 해?
난처한 경우도 많거든.
가령 사기 칠 마음이 있고
그런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의 상을 보았을 때
--- '너 사기꾼이지?' 하고 말하면
그 사람이 가만히 있겠어?
나를 죽여버리겠지.
그러니 지혜롭게 말을 잘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