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이라면/수필가 정임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을 믿고 아이들을 전부 서울로 보내 공부시킨 나는 요즈음 망연자실한다. 서울의 2018년 8월의 아파트 평균 주택가격은 7억238만원이며 아파트 값이 평당 1억이 넘는 곳이 생겼다는 뉴스 때문이다.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사람이 살수가 있는데 저녁에 퇴근하여 머리 둘 곳을 마련하는 일이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귀향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대구에는 변변한 공장하나 없고 삶의 근거지가 서울이다 보니 내려온다 해도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마땅치 않다. 전세에 전세를 떠도는 젊은이들이 이제는 경기도로 밀려나다 거기서도 더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人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한 오래 전에 읽은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이 구절에서 인이란 글자가 어질 인(仁)자 인줄 알았다. 어질게 살다보니 잠잘 곳도 없다는 비탄조의 의미로 읽은 것이다. 죽을 때까지 집이라는 족쇄에 묶여 살다가 가는 것이 이 시대의 어진이들의 운명처럼 느껴진다.
거처가 없어 떠돌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아들들을 누가 돌 볼 것인가? 될 일도 아니겠지만 서울에 집을 소유한 베이비부머 세대인 초로의 늙은이들이 자기가 살던 집을 자식들에게 비워주고 고향(시골)으로 귀향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늙어서 까지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 끼여서 억지로 올려주는 최저 임금으로 버티지 말고 집도 직업도 청년들에게 물려주고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의 서울은 금의환향을 꿈꾸며 ‘서울로 서울로’ 몰려간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만든 것이 아닌가. 그들만이라도 고단한 날개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서울이 얼마나 살기 편해 질 것인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가 요즈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나와 같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의 로망이라고 까지 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도시에서 시골로 귀향하여 거주를 옮기는 노인들에게 국민연금도 더 올려 주고 문화복지시설도 대폭 늘여 주고 자식에게 대를 물려주는 도시의 집에 대해서는 증여세도 면제 해주는 정책을 한번 써 보겠다. 시골에서 살면 생활비가 도시의 절반도 들지 않는다. 정서적으로도 풍요로워지고 건강해 진다. 건강해진 만큼 병원비도 덜 들 것이니 의료보험재정도 건전해 질 것이다. 100세 시대가 이제는 농담이 아닌데 늙은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농촌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틀 속에서는 아파트를 아무리 많이 지어도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다. 4인 1주택시대에서 1인 1주택 시대로 내 몰리고 있는 마당이니 머리 둘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1,117조(2018.6말)에 이르는 시중의 부동자금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 우리 대한민국“이라며 춤을 출 것이다. 돈이 떠받치는 한 절대로 서울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청년들은 아이를 낳기는커녕 결혼도 안한다. 안하는게 아니라 못한다. 반면에 지방과 시골은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지방화 정책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귀향정책 부터 시작해 보는 게 어떤가? 이들은 전부 어릴 때 농경사회의 생활경험이 있는 세대들이다. 이들이 도시를 떠나 지방(농촌)으로 이주하여 텃밭 가꾸기 정원가꾸기에 재미를 붙이면 도시에는 이들이 물려준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아파트 가격도 지금의 절반 수준이하로 떨어 질 것이 확실하다.
머리 둘 곳이 없는 사람의 아들들이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는 이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보는데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보다 서울의 집값 내려가는 일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잠은 더욱 멀리 달아나고 만다.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가정이 해체되고 나라가 해체 될 것이다.
군에서 제대하던 날 선임하사가 개구리 복(예비군복문양이 고향의 개구리 무늬를 닮았다고 그렇게 불렀음)을 입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붙여주던 "고향 앞으로 갓!" 이라는 구호소리에 얼마나 신이 나던가. 꿈속에라도 대통령이 되어 내 영혼을 자유로운 곳으로 보내주는 “고향 앞으로 갓!” 정책을 한번 써 보고 싶다. "한 밤의 음악 편지"를 떠올리며 이 시대의 모든 고달픈 영혼들에게 홍세민이 부른 노래 <흙에 살리라>를 띄운다.
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아기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고향을 버릴까/ 나는 야, 흙에 살리라 부모님 모시고 효도하면서/ 흙에 살리라
* 2018년 9월에 쓴 글인데 그 때보다 지금(2022년 1월)이 집값이 두배는 더 올라 청년들이 꿈을 잃고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첫댓글 좋습니다.
저도 정임표 회장님과 같은 생각을 아주 오래전 부터 해왔답니다.
괜찮은 기업들 곳곳에 분산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곳곳마다 젊은이들 미래가 있을 텐데~~하면서요.
그리고 저도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즐겨 보면서
많이 부러워합니다.
자연속으로 들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나는 자연인이다." 즐겨 봅니다
균형발전 운운의 첫째가 인구 분산이라 봅니다
젊은이들에게 인간적으로 숨쉴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줄수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할것 같습니다
결혼 인구 주택 일자리 교육 ...미래의 세대들에게 암울한 숙제만을 남기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대통령으로 출마하시면 한표 던지겠습니다
몇년전부터 퇴직한 제 친구들은 고향에 가고 싶어했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던 고향이 그리워서 갔는데 고향에 사는 분들이 서울에서 출세하고 돌아왔다며 온갖 구실을 붙여서 돈을 요구해와 다시 올라갔다는 말을 하더군요. 초치는 댓글 ㅋ
사실 그것 큰 돈 아니거든요. 저는 고향에 행사 있으면 이장 보고 알려 달라고 합니다. 일 년에 한 두 번이 고작 입니다. 경로잔치 한번, 마을 어른들 여행 가는데 한번 뭐 대략 그 정도인데 한번에 20만 원 씩, 두 번 하면 인사는 200만 원치 받습니다. 인심이 좋아서 먹는 것, 채소 같은 것 바리 바리 보따리에 사 줍니다. 저는 찬조도 주먹구구로 하지 않고 일년 예산을 세웁니다. 초등학교 동창회, 고등학교 동창회, 수필가협회, 그리고 동종 직업인들 모임, 그리고 기타, 대략 연간 어느 정도 내가 찬조하면 서 산다는 예산을 세워서 찬조 합니다. 내 능력 범위를 벗어나면 멈춥니다.
남을 위하는 봉사도 힘에 부치면 고통이 됩니다. 힘에 부치지 않는 선에서 봉사 해야 훌륭한 봉사를 하실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은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