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열쇠(2021.1.8.)
아취볼드 조셉 크로닌 지음/박천일 옮김
보성출판사(1987)
1987.3.5.~1989.6.1 육군 제57사단 근무시 권병석 대대장님의 생일 선물
이 책을 읽기 전에
아취볼드 조셉 크로닌의 소설들이 깊은 땅 속에서 스며 나오는 샘물처럼 맑고 참신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인생의 고뇌, 슬픔, 고통, 뼈저림 등의 인생체험들을 그 바탕으로 하여 보다 높은 이상의 인간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프랜치스 치셤 신부는 오늘 이 시대의 성직자가 추구해야 할 자화상이다. 이 세상의 비리와 한 치도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명백히 확증하고 외로이 그 뜻을 이루어나가는 그의 성실성은 오늘 이 시대의 모든 인간들이 추구해야 할 목표일 것임에 틀림없다.
1983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문화촌 기슭에서 박천일 목사
제1장 종장의 시작
1938년도 어느 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날도 여전히 프랜시스 치셤 신부는 오후 늦게 성 골롬바 성당에서 홀로 나와 언덕 위에 있는 자기 집으로 다리를 절름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가파른 언덕길이었지만 치셤 신부는 평범한 길보다는 오히려 이 비탈길을 좋아했다. 그는 길가에 울타리처럼 우거져 있는 나무들 사이를 빠져나가 정원의 작은 문앞에 다다르면 안도의 기쁨을 새삼 느끼며 습관처럼 잠시 멈춰 선 채 숨을 가다듬으며 시야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를 언제나 감사하는 것이었다.
제2장 천직을 향하여
정확하게 말한다면 프랜치스 치셤이 아홉 살 되던 해의 어느 봄날 아침, 아버지 알렉스 치셤과 함께 식당에서 아침 식사로 핫케익과 강낭콩 오트밀을 맛이께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맛있게 먹고 있는 남편과 아들의 모습만 바라보아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는데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연어를 낚기에는 가장 알맞은 날씨였으므로 프랜치스는 매우 기뻤다.
제3장 주여, 당신의 뜻대로
비가 몹시 내리고 있는 1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프랜치스는 타인카슬에서 40마일 쯤 떨어진 세일즈리역에 도착했다. 플랫폼에 선 채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황량한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랜치스는 아직도 실감할 수 없었지만 여기가 보좌신부로서 첫 임지다. 드디어 임명을 받고 인간의 영혼을 위한 싸움터에 나가서 어떻게 승리하느냐 하는 것은 신심에 달려있다고 믿고 있었다. 기회를 얻은 그의 가슴은 한없이 부풀어올랐다.
제4장 중국의 오지에서
1902년 어느 이른 봄날, 한 척의 배가 가우뚱한 모양으로, 천진에서 1천 마일이나 되는 벽지인 절강성으로 들어서는 끝없는 황하의 누우런 물줄기를 천천히 거스르고 있었다. 그 뱃머리 위에 올라 앉아 있는 가톨릭 신부는 중키에 말라 보이는 몸집으로 폭풍우에 납작하게 주저앉은 토우피 모자를 쓰고 있었는게 그가 프랜치스 치셤 신부였다. 프랜치스는 뱃머리의 불쑫 튀어나온 부분에 올라 앉아서 중국어로 된 성무일과를 한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소리내어 중국어 연습을 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목이 쉴 정도로 연습을 해서인지 중국어 음계들이 모두 반음계와 같은 억양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제5장 귀향
안셀모 밀리 주교의 귀가는 약속시간 보다 몹시 늦어지고 있었다. 주교관에 있는 말쑥한 젊은 사제가 벌써 두 번씩이나 응접실로 와서 주교께서 교구회의 때문에 부득이 늦어지고 계시다고 설명해 주었다. 치셤 신부는 읽고 있던 자기의 일기장 너머로 힐끗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제6장 시작의 종장
술리스 신부느느 사제관 창가에서 찌푸린 표정으로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구니를 든 모패트 양이 치셤 신부와 안드레아와 함께 일꾼 더굴의 도움을 받으며 식사에 쓸 채소들을 밭에서 뽑아내며 즐거워들 하고 있었다. 의좋은 네 사람의 모습은 마치 자기만을 소외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조금 전의 결심을 더욱 굳혔다. 지금 테이블 위에는 휴대용 타이프라이터로 찍은 보고서가 놓여 있다. 치셤 신부에게는 치명타를 주게 될 서류였는데 그 서류는 오늘 저녁 밀리 주교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