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韓方)과 양방(洋方)
분명 두 가지 모두 질병의 예방과 회복, 건강유지를 위한 의학의 일종이지만 둘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별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의학의 중심이 되는 국가이니만큼 한의원을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다. (예전에야 한의원 찾기가 양방 내과나 외과에 비해 어려웠던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거리에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가까운 반경내에서만 몇개의 한의원을 찾을 수 있을만큼 한의원이 많아졌다.) 이러한 현실에서, 환자들은 내가 앓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병원을 찾을때 양방병원을 찾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한의원을 찾을까 고민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의학을 배우는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것 중에 하나가 결국은 한방과 양방의 차이에 대한 것 내지는 양방과 비교했을때 한방의학이 가지는 입지에 대한 것이다.
"왜 한의학에서는 수술안해?"
"내가 이런이런 병이있는데 한의원가야 되는건가? 아님 그냥 내과가야되나?"
“산부인과같은건 왜 한의학에 없어?”
먼저 지금부터 이야기 하려는 것은 필자 본인이 한의학을 배우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게 된, 양방과 비교했을때 한방 의학이 갖는 의미에 대한 것이다. 물론 필자 본인이 한의학을 배우는 학생인 관계로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으로 한의학을 평가했을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한방과 양방을 바라보고 두 의학이 공존하고 발전해 나갈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 둘 중에 어떤 의학이 더 나은가에 대한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라 의학을 하는 사람으로써 두 의학의 차이점을 바로 알고 싶었고, 한의학을 하는사람으로써 한의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공부할지에 대한 의견도 정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한방과 양방은 몸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이것은 한방과 양방의 병의 인식 및 치료가 다른 근본적인 이유에 해당하다. 양방에서는 인체를 수많은 세포의 집합체로 본다. 고등학교때 생물시간에 배운 것처럼 -세포가 모여 조직이 되고, 조직이 모여 기관이되고, 기관이 모여 기관계를 이루어 결국은 인체가 되는게 서양 의학에서 인체를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중,고 과학시간에 배운 과학적인 관점에 의해 인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세포의 집합체'로 인체를 인식하는데에 더 익숙해 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주변사람들이 한방적인 설명을 요구해서 설명을 해주면, "이해할 수 없다""모르겠다"고 반응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어려서 부터 배운 과학적인 사고가 우리 머릿속에 강하게 있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설명을 했을때 어색해 하거나 생소하게 느끼고 덜 과학적이라고 느끼는 게 많은 것이다.
반면 한방에서는 우리 몸을 동양 철학적인 관점에 의해 인식한다. 단순한 세포의 집합체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으로 인식한다. 즉 우리 몸을 육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육체에 정신적인것이 더해진 것으로 본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구성요소를 정,신,기,혈로 보는데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을 단순한 body로 보지 않는다. 정신적인 요소, 기와 관련한 요소가 있어야 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한방과 양방은 각각, 동양철학과 과학을 배경으로 하는 서로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
두번째. 양방은 외과 질환에, 한방은 내과 질환에 강하다. 한방에 외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한방에도 외과가 있었고 실제 침을 쓸때도 지금은 주로 얇은 호침만 사용하지만- 구침이라하여 다양한 침이 존재했다. 구침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침 외에 양방에서 수술도구로 쓰는 메스와 같이 생긴 침도 존재했고 요즘도 쓰고 계시는 한의사 분들이 일부 있다. 한방에서도 외과적인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양방의 외과가 워낙 많이 발달하였고 외과에 대한 것이 양방의학의 범주로 많이 넘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양방에서 외과 적인 면에 있어 수많은 과학적인 진단기기와 수술도구들이 개발되었고, 외과에 필수적인 마취술이 많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방이 모든 영역의 의료를 담당할 때는 외과도 한방이 담당해야할 영역이었으나 지금은 양방으로 외과의 영역이 이동된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한방은 내과질환에 점점 더 초점을 두고 있고 발달하고 있다. 양방도 내과질환에 취약한 것은 아니지만 내과질환에 있어서는 한방적인 접근이 우리몸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내과 질환의 특성상 단순한 해부학적인 접근보다는 한의학적 접근이 효용성이 있을때가 많아서 그러하다고 본다. 특별히 현대인의 경우는 어떤 특정 병인 자체가 문제되기보다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좋지못한 생활습관 등에 의해, 체질에 맞지않는 활동이나 음식섭취로 인해 개인별로 다양한 병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성'이라고 많이 말하는데 이러한 경우 한방의 치료가 많은 두각을 나타낸다. 한방은 환자 한사람에 대한 맞춤치료가 가능한 의학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양방의 급성 질환에, 한방은 만성 질환에 강하다.
위에 말한 것들과 다 관련이 있는 이야기이다. 급성질환이라 함은 교통사고가 나서 다량의 출혈을 보이는 응급상황을 말할 수도 있고, 갑자기 열이 난다거나 하는 상황일 수 도 있다. 이러한 급성의 상황에서는 양방의 치료가 신속하기 때문에 효력이 있다. 물론 한의학을 배우는 사람들도 응급의학을 배우긴 하지만 소위말하는 응급상황에서 생명이 위험할때- 심장마비라든가, 다량의 출혈이라든가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양방의 치료가 효과적이다. 양방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필요한 약물을 직접 혈관으로 투입하거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많이 발달되어있고 이것은 양방의학의 훌륭한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령 어떤사람이 심장마비가 왔다고 할때- 지금 이 사람의 체질이 어떠니 하는 것보다, 평소에 열이 많고 하는 문제보다 그 사람이 어떤 질환을 앓고있건 간에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하는게 당연하다. 살고 봐야 건강을 이야기 할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출혈이 극심해서 생명이 위급할때 - 혈액순환을 좋게하고 보약을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한것은 수혈이다. 이러한 응급의학적 측면에서, 양방의학은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네번째, 한방은 예방의학을 중시한다.
물론 양방에 예방의학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예방주사같은 경우- (일부 불필요한 예방접종들도 있긴 하다.) 백신에 대한 발견을 통해 천연두같은 질병을 거의 볼수 없게 된것은 획기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한방의 예방의학적 측면은- 소위 말하는 보약이야기와도 연관이 있다. 병이 아직 걸리지 않았어도 약을 먹고 치료한다는 것! 한방에서는 치미병을 중시한다. 즉 병이 되기 전에 치료한다는 이야기이다. 병이 아닌데 왜 치료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병이 되지 않았어도 병이 될 경향성을 다분히 갖고 있을때 미리 약을 먹고 예방하고 몸관리를 해서 양생을 하자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간혹 양방검사에서는 문제가 없다는데고 한방에서는 약을 처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제시해 보았다. 우열을 가리거나 어떤 의학이 옭고 어떤것은 그르다는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협력하면서 서로의 색채를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의학도 완벽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같으면서도 정밀하고 복잡한 것이 사람의 몸이다. 수많의 의학자들이 연구해왔고 지금도 연구하고있지만 아직도 정복되지 못한 질병이 수도없이 많고 그 흔한 감기조차 우리는 아직 다 알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건강은 모든 인간의 간절한 바람이자 난제라고 볼수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한방과 양방은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면서 인류의 건강을 위해 더 발전해야할 선의의 경쟁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글 = KIOM 블로그 기자단 1기 이지현(원광대 본과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