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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장례를 잘 마치고 오늘 새벽에 멜본으로 돌아왔습니다.
모처럼 동기 목사님들을 여럿 만나서 참 반가왔습니다.
일일이 연락을 드리지도 못했는데, 동기회에서 찾아와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늘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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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니 아버님을 뵙기 위하여
지난 11일에 제가 멜본을 떠나 한국에 온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날 이후 저는 팔 일동안 아버님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행히도 아버님께서 열 몇 일 만에 음식을 드시게 되어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을 대접해 드렸습니다.
비록 한 숟가락, 혹은 반 공기씩 밖에 드시지 못했지만,
매 끼마다 평소에 즐겨 드시던 음식을 하나씩 맛을 보셨습니다.
14일(금)에는 갑자기 집에 가보고 싶다 하셔서
병원에서 외출 허가를 받아서 모시고 갔습니다.
댁에서도 희망하시는대로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해드렸습니다.
15일(토)에는 이천의료원에서 샘물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셨는데,
가는 도중에 이발을 하고 싶다 하셔서 단골 이발소에 들려서 이발과 면도를 해 드렸습니다.
아버님의 컨디션으로는 무척 무리였습니다만,
본인의 희망대로 해 드린 것이 감사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16일(주일)에는 아버님의 장지를 동생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아버님께 꼭 맞는 곳이었습니다.
오래 사시던 성남시나 서울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고향 땅인 황해도 방향으로 탁 트인 곳에 납골묘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24기를 모실 수 있는 시설이어서 가족묘로 장만했습니다.
17일(월) 아침에 아버님께 이를 말씀드렸더니 참 좋다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난 뒤에 남게 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형제들이 의논한 것을 말씀드렸고 그도 또한 좋게 여기셨습니다.
성경 필사를 도중에 멈추게 되어서 이를 염려하시기에 제가 마져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아직 시집가지 않은 여동생은 시집을 가겠다고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월요일 아침에 잠시 깊은 잠에 빠지셨다가 거짓말처럼 깨어나셔서
놀라서 달려온 자녀들과 환담하며 맑은 봄날 햇볕을 즐기셨습니다.
화요일은 새벽 3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저와 함께 지내시면서 힘든 하루를 지내셨습니다.
수요일 저녁이면 제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혼자 걸어서 화장실을 가는 연습을 하신 듯 했습니다.
저도 힘든 하루였고, 아버님도 무리하신 하루였습니다.
끝내 제 도움을 받아서 화장실에 가기는 하셨지만
혼자서는 가지 못하시겠다는 것을 깨닫고 체념하시면서
그 날 저녁에 섭섭해서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밤에는 열이 조금 높아서 해열제를 맞고 얼음 찜질을 해드렸는데,
새벽 두 시에 깨어나실 때는 이미 의식은 있으셨으나 말씀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수저로 찬 물을 떠드려도 이를 잘 삼키지 못하셨습니다.
제가 아버님 귀에 작은 소리로 기도한 뒤에 잠이 드셨는데,
저도 곁에서 잠들었다 새벽 다섯 시에 깨어나 보니
몸은 아직 따뜻하셨지만 이미 숨을 멈추신 상태였습니다.
아버님은 매우 평온한 얼굴로 주무시는 것처럼 가셨습니다.
2007년 4월 20일 경에 위암 수술을 하신 뒤에 3년 1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하셨는데,
하나님께 가실 때에는 그림처럼 평온하게 가셨습니다.
장례식은 아버님께서 출석하시던 단천장로교회의 강희태목사님께서 인도해 주셨고,
예배를 마친 뒤에는 성남화장장에서 화장을 모신 뒤에 분당메모리얼파크의 납골묘에 안장하였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가족들이 단천장로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뒤에
아버님의 묘를 방문하고 삼우제를 지냈습니다.
발인예식을 앞두고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중앙에 앉아 계신 분이 강목사님이시고, 목사님 오른쪽이 어머님이십니다.
동생들과 고모님, 삼촌들, 오촌 당숙 두 분이 함께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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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여러분 모두가 강건하시고
주님 안에서 승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변 창 배 드림.
첫댓글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네요... 보통 장례식에서 그 가정의 분위기나 전통, 문화를 알게 되는데, 목사님의 가정이 얼마나 따뜻한 가정이고 신앙적으로 좋은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많이 부럽네요.. 늘 승리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변창배 목사님, 멜본에서 행복한 목회 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가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힘내시고 허전한 마음 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