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들
엄원태
가장 오래 침묵할 수 있는 자, 갇힌 자의 불행한 조건을
견디는 기술 느린 몸짓으로 익힌 자, 그 침묵에 버금가는
슬픔을 아는 자, 어느날, 찢어지는 천둥번개와 때려치는
폭우 속을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물가에 앙상한 몰골로
서본 자들만이, 그 침묵을 이해하게 될 것인, 그런 황금
비늘을 가진, 은둔자들,
또는, 깊은 물의 수압을 이기는 부레, 물결의 가장 미미
한 움직임과 수온과 냄새를 감지하는 예민한 신경인 옆
줄, 정좌하고 가부좌 튼 품새를 고요히 지탱하는 지느러
미들, 특히 균형이라는 형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꼬
리지느러미,
우리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그런 화두를 몸으로 보여
주는, 구도자들,
-엄원태 시집 < 물방울 무덤 > 2007
엄원태 시인
대구 출생
대구가톡릭 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
2013년 제15회 백석문학상
2013년 제2회 발견문학상
2007년 제18회 김달진문학상
시집 『 먼 우레처럼 』『 물방울 무덤 』
『소읍에 대한 보고 』『침엽수림에서』
첫댓글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바탕색이 시커머서 눈이 불편해서 그러니
혹시
다른 색으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동의합니다.
저도 눈이 피곤하다고 느꼈습니다.
바탕색을 흰색으로 바꾸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 ㅎ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9.11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