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다와 졸다
'솔'은 '작은-좁은'의 뜻을 가진 말
'솔다-졸다-솔나무(소나무)'도 그 친척말
사랑이의 언니는 대학생인데, 모임에 들어 지난 겨울 방학 때도 여러 가지 봉사 활동을 하느라 매우 바빴다. 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모임에 간다며 일찍 나가곤 했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들어온 언니는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며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언니, 오늘도 또 모임야?"
"응."
"그렇게 일찍 가야 돼?"
"오늘도 회원들이 모여서 할 몫을 정해야 할 일이 있거든."
"그 할 몫이라는 게 어떤 건데?"
"우리 회원들이 하는 일은 장애인을 돕는 일이거든. 어제는 우리 동아리 회원들이 각자 장애인을 한 사람씩 맡아서 책읽기를 도와 주었는데, 오늘은 회원들이 모여서 장애인 문제에 관해 토론을 벌이기로 했어."
"언니네 동아리가 돕는 장애인은 어떤 장애인인데?"
"청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앞을 못보는 사람?"
"응, 그렇지."
"동아리 이름은 뭐야?"
"이름은 우리 회원들이 상의해서 지은 건데, '손지'라고 했어."
"손지? 그게 무슨 뜻인데?"
"고목나무에 새로 돋아나는 가지라는 뜻이라거든. 청각 장애인들이 새로 돋아나는 나뭇가지처럼 희망을 가지라는 뜻으로 지은 거야."
사랑이는 언니네 동아리 이름 '손지'가 특이해서 국어사전을 뒤적여 보았다. 국어 사전에도 분명히 언니가 말한 것과 똑같은 뜻으로 나와 있었다.
그런데, 사랑이는 이 '손지'라는 낱말에서 '손'이 꼭 사람의 손발에서의 그 '손'을 말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손지'가 '고목나무에 새로 돋아나는 가지'라는 뜻을 갖는 것이 무척 이상했다. 사전에도 '손'자가 들어간 많은 순수한 낱말들이 있었는데, 그것들도 모두 사람의 '손'과는 관계가 없는 뜻풀이로 나와 있었다.
사랑이는 '손'자가 들어간 사전의 낱말들을 모두 적어서, 내일 학교에 가져가서 선생님께 '손'의 또 다른 뜻이 무엇인지 여쭈어 보기로 했다.
'손'은 '작은'의 뜻을 지닌다.
'손'이 '작은'의 뜻임을 나타내는 우리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손대기; 잔시부름할 하여 줄 만한 아이
* 손대야; 작은 대야
* 손티; 작게 얽은 얼굴의 마맛자국
'손지'라는 말은 '작은'의 뜻인 '손'과 '가지'라는 뜻의 '지'가 합쳐져 이루어진 말로, 그 본디말은 '손가지'이다.
'손'이 '작은'의 뜻이라면 '솔'은 '작을'의 뜻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작은'의 뜻이 들어간 우리말에는 '솔'이 들어간 것도 있다.
* 솔기; 옷 따위의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좁은 줄
* 솔다; 넓이가 작다
* 솔봉이; 나이 어리고 촌스러워 때를 벗지 못한 사람의 별명
* 솔새; 휘파람새과의 작은 새
* 솔이끼; 작은 이끼
'소나무'라는 말은 '솔나무'가 변한 말인데, 이 말은 작은 잎(솔잎)을 가진 나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말에는 '솔다'라는 것도 있는데, 이 말은 '넓이가 작다'는 뜻을 갖는다. 그리고, 이 말은 또 '말라서 '죄어들다'는 뜻을 갖기도 한다.
'솔'은 '졸'이라는 말로도 옮겨가서 또 그 말쪽의 많은 친척말을 이루어 놓았다. 졸
* 졸되기; 작은 상태로 다시 돌아감
* 졸들다; 발육이 잘 되지 안고 오그라들다
* 졸때기; 작은 규모로 하는 일
* 졸밥; 조그만 밥덩어리
* 졸보기; 작게 보이는 눈
식물 이름 중에 '졸'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이름은 잎이 가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한자말로는 이 식물을 '부추'라고도 한다.
'줄다'의 작은말인 '졸다'라는 말은 '솔다'라는 말과 음이 비슷한데, 서로 친척이 되는 사이이다.
요즘 어린이들 중에는 이 '졸다'라는 말을 말을 '쫄다'라고 된소리로 쓰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누가 때릴까 봐 쫄고 있아?"
"불판애 너무 오래 올려 놓았더니 쫄아 붙었어."
앞으로는 어린이들도 '쫄다'가 아닌 '졸다'를 정확히 쓰고, 아울러 그 원뜻도 제대로 알아서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