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트에 갔다.
내일 집들이 음식으로 만들 수제비 재료와 도구를 골랐다.
계산대에 갔다. 김성요 씨가 카드를 내밀었다.
마트 직원이 김성요 씨를 보며 얼마가 나왔는지를 말한다.
김성요 씨가 계산대 옆에 놓인 초콜릿과 소시지를 집어 계산대에 올린다.
현금을 내민다. 초콜릿과 소시지는 김성요 씨가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계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트 직원이 김성요 씨에게 묻는다.
“따로 계산할까요?”
김성요 씨가 머뭇거린다.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끼어들었다.
“그냥 한 번에 해 주세요.”
이 한마디 했는데 그 후로 직원의 모든 질문이 나에게 온다.
회원 번호가 있는지, 없는지. 영수증을 줄지, 말지.
모두 나에게 물어본다.
나를 본다.
아차 싶었다.
기다려야 했다.
주변 사람의 태도가 지역사회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을 즉각적으로 느꼈다.
내 살림도, 내 카드도 아니었는데 내가 장 보는 사람의 자리를 차지했다.
감히 주인 행세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기대한다면 기다려야 한다는 임우석 선생님의 말을 마음에 담는다.
눈총을 받거나 모진 말을 들어도 내 자리가 아니라면 나서지 말아야겠다.
기대하며 기다려야겠다.
그리 따가운 눈총을 받지도, 모진 말을 듣지도 않고도
기다리지 못한 주제에 굳은 다짐을 해 본다.
2023년 7월 20일 목요일, 김민서
첫댓글 늘 한박자가 조급하지요. 조금만 더 기다리고 지켜보면 되는데 늘 그게 그렇게 어렵지요. ㅜㅜ
맞아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기에 그 일을 해냈을때 보람과 성취감이 더 크겠죠?
직원이 대신해주는게 빠르고 편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신은혜 선생님이 예전에 제게 해주었던 말이 생각나요. "그건 너무 쉽잖아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21 10:1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21 13:48
저녁 나눔에서 이 이야기 들으며 생각했어요. '그동안 김민서 선생님이 김성요 씨를 도울 때 주인 노릇, 당사자의 자주성에 대해 정말 열심히 생각하며 도왔구나, 복지요결에 따라 실천하려고 아주 애썼구나.'
지금까지 그 원칙을 잘 지켰기에 오늘의 성찰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기사회사업하며 이렇게 '아차!' 싶은 순간을 경험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에요. 오늘을 반성하되, 더 많은 날을 잘 해 왔던 스스로를 아낌없이 인정해 주세요.
선생님 기록 보며 당사자의 자주성, 주인 노릇하게 돕고 있었는지 되돌아봅니다. 고맙습니다. '기대한다면 기다려야 한다'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