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3년 8월 3일 목요일
오늘은 '진'의 마지막날이다. 연지 센터의 맏언니로 이제 성인이 된 녀석이다. '진'은 연지에 무려 1년넘게 있었다. 처음에는 말도 거의 없고 표정 변화도 찾기 어려웠다. 뭔가 엄청난 사연을 지니고 살아온 아이 같았다. 글도 되게 못썼다. 일단 책읽기나 글쓰기에 열정이 없었다. 그래서 속으로 너무 답답했다.
그러던 '진'이가 어느 순간부터 책을 열심히 읽더니 글을 기막막히게 쓰기 시작했다. 내가 가르쳐 주는 대로 다음 글에는 수정을 하고반쯤 감겨 있던 눈도 반짝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독후감 대회에서도 단골로 상을 타는 녀석이 되었고, 연지에 새로온 아이들의 글쓰기 선생이 되어 있었다.
나랑 가장 오래 수업을 했던 녀석이 퇴소한다니 너무나 아쉬웠다. 녀석의 사연은 끝끝내 듣지 못했다. 자신의 글에도, 말에도 가정에 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연지의 전통으로 퇴소하는 아이에게 모두가 편지 쓰기를 했다. 편지 내용을 보니 아이들은 모두 '진'을 언니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편지을 읽다가 눈물을 터뜨리기도 하고 다들 이별을 슬퍼했다. '진'이는 퇴소하면서 나에게도 편지를 써주었다. 나의 조그만 칭찬이 힘이 되었고 자신이 진짜로 잘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퇴소한 '진'은 집으로 가는 줄 알았으니 아니었다. 성인이 된 '진'은 다른 지역에 있는 성인 센터로 간다고 들었다. 왜 그리로 갈까? '진'은 돌아갈 집이 없는 것일까? 마음이 더 아리다. 다음에 밖에서 만나면 꼭 같이 밥먹자고 약속했다. 언제 지키게 될 지 기약이 없지만 꼭 밥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