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날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지니며
욕심도 없이
화내는 법도 없이
언제나 조용히 미소 짓는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채소를 먹으며
세상 모든 일을
제 몫을 셈하지 않고
잘 보고 듣고 헤아려
그리하여 잊지 않고
들판 솔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지붕 오두막에 몸을 누이며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보살펴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짐을 지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울 것 없으니 괜찮다 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 든 때에는 눈물 흘리고
추위 든 여름에는 버둥버둥 걸으며
모두에게 바보라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고통도 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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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있어 세상의 화가 잦아들고
그가 있어 상황이 조율되고
그가 있어 막혔던 길이 열리고
그가 있어 희망이 생기고
그가 있어 미소짓게 되고
그가 있어 기분이 좋아지고
그가 있어 살 맛이 나고
그가 있어 생기가 돋아나고
그가 있어 아름다움에 눈 뜨게 되고...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