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도리님께서 작성하신 글을 보니 터키와 중국의 친러시아적 행보가 푸틴의 이번 우크라이나 진격을 비롯한 서진에 힘을 보태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게 덧글로나 쓰려다 아무래도 지도가 여러장 필요해서 답글로 달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올리신 심장지대-주변부 지도를 다시 꺼내보겠습니다.
이 지도를 보았을때 심장지대는 주변부에 의해 포위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부들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주변부들에 의해 공격당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았을때 방어해내야하는 면적은 유라시아 대륙 한복판으로써 굉장히 방대합니다.
물론 주변부들이 심장지대로 진격할 경우 시베리아와 툰드라의 열악한 도로에 의한 보급의 난점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방자는 전술의 차원에서 이점을 가지나(공자는 방자에 비해 x배의 병력이 필요함), 전략의 차원에서는 적절한 수량의 물리적 전력을 공자의 주공으로 배치시켜내야만 하는 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공자는 방자의 전술적 이점을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극복할 x배의 병력을 일정지점에 집중시키기 때문에).
위의 차원에서 심장지대인 러시아는 늘 주변부의 위협에 노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방대한 범위때문에 방위대책을 수립하기 난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수부대와 대량의 헬기전력을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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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방어해야할 범위는 그나마 줄어들었습니다.
바로 터키와 중국의 친러시아적 행보 덕분입니다.
보기편한 지도를 생각해보니 HOI4가 나을거 같아서 불러와보았습니다. 날짜는 1936년 1월 1일 기준.
일단 주변부가 심장지대인 러시아를 공략하려면 이러한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노란 화살표).
가장 왼쪽으로는 서유럽과 북유럽이 동진. 터키와 이란이 카스피해가 형성한 2개의 회랑을 통해 북진. 중국이 북서쪽과 북동쪽을 향해 진격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모든 진로들을 방어해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랬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제정세를 반영해보면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넓지만 - 이러한 경우의 수가 확 줄어듭니다.
서유럽과 북유럽의 동진루트는 유효합니다.
그러나 터키와 중국(붉은색으로 표시)의 북진루트는 터키와 중국이 변심하지 않는 한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다른말로 하자면 터키와 중국의 북진루트는 더이상 러시아에겐 위협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분홍색으로 표시한 부분들입니다.
터키와 중국이 막혔으니 주변부에게 남은 루트는 카스피해 동쪽의 사막지대입니다. 이 루트는 이란 혹은 인도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란은 현재 핵협상을 둘러싸고 서방세계와 치열하게 대립중에 있습니다. 자살드론 2개나 동원하여 유조선을 확인사살(첫번째 드론이 불발되자 곧바로 두번째 드론으로 '확인사살'. 그 결과 승조원 수명이 사망하였음)하는 사건까지 있었을 정도로요. 그러므로 이란은 '적의 적은 친구'로써 러시아를 위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변부에게는 인도에서 출발하는 방법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일단 인도 북쪽은 히말라야 산맥으로 대표되는 고산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병력을 전개하기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남은 루트는 이란으로 진입하거나 북서쪽으로 향하는 방법인데 이란은 상술하였듯이 기각입니다.
그런데... 인도 북서쪽 루트도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이 위치해 있습니다. 미국이 얼마전에 철군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한 나라 말입니다.
제가 만약 탈레반 위정자라면 주변부이건 심장지대이건 그런것 상관없이 그냥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라'는 태도로 일관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러시아가 탈레반 정권을 공인해준다면 서방세계에게 길을 내줄일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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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지도를 상기해보겠습니다.
위에서 상술한 이유들로 인해 이제 러시아가 신경써야할 전선은 서쪽만 남게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쪽마저 북유럽이 러시아를 먼저 공격해올 역량과 의지는 없으니, 발트3국-폴란드-우크라이나 라인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리고 이 라인마저 서유럽이 지금과 같이 비무장 상태입니다. 그러니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셈입니다.
최근 제가 개인적으로 살펴보았을때 푸틴의 러시아는 생각보다 공세적이면서도 교활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지(푸틴)와 역량(무력)과 조건(국제정세)라는 조건이 갖추어져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고 일어날 사건들을 설명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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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잘 결단해야 합니다. 세상을 위해서도. 앞으로 있을 트럼프와의 대결을 위해서도.
첫댓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제 글에선 서유럽에 집중하느라 일부러 언급을 안 했지만, 확실히 터키가 토라진게 큰 변수로 작용한 것 같아요.
심장지대는 주변부나 해양세력의 공격에 너무 많은 영역이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공격지점을 골라 힘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막대한 대전략적 이점도 있는데, 푸틴이 말씀처럼 때를 기가막히게 잡은 듯 합니다.
푸티니즘의 요소들과, 그 요소들이 현 러시아를 어떻게 만들었고 또 움직이는지 하나하나 뒤적거리다 보면 느껴지더군요. 푸틴이 얼마나 소름돋을 정도로 교활한 지도자인지 말이죠.
+처칠이 러시아인들은 군사적으로 나약해지는 것을 거부한다라나 뭐라나 한 적이 있었는데, 푸틴이 군사행동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활용했는지 보면 정말 "러시아스러운" 지도자이기도 한 것 같네요ㅎㅎ
@bamdori 악명으로든 영광스러운 이름으로든 푸틴은 정말 역사를 쓴거 같아요. 다만, 너무 위험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게 걱정되네요.
사실 제가 보는 푸틴의 진면목은 우크라이나같은 물리적 힘이 아니라 또다른 힘인데 이게 참... 핵무기가 차라리 나을 지경이네요.
원래 터키는 러시아 공략할 역량도 의지도 없었으나 이번 사태로 충격을 먹은 에르도안이 대놓고 푸틴에게 반대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지들 생각으로 그 다음은 발틱? 북유럽 아니면 지들이 될 수 있거든요.
@수라나찰 사실 터키야말로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던 국가였습니다. 굳이 바쿠방면으로 군사향동을 취할 필요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보스포루스 해협의 존재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을 실행할시 모든 러시아 선박의 보스포루스 해협 통항을 금지한다는 의사만 표명했다면 푸틴은 쉽사리 우크라이나 공격에 나서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정권을 공고화해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이 아닌 러시아에게 손을 벌였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러시아의 S-400 방공시스템을 도입하는 대가로 F-35 구매를 거절당한게 있습니다.
에르도안은 푸틴을 과소평가했을 겁니다. '설마 진짜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겠어?'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있다가 푸틴의 공격성을 보고나서야 흑해를 둘러싼 정세변화에 위기의식을 드러낸 셈입니다.
해역의 통항여부를 좌우한다는 의미에서 인도-태평양지역에 필리핀이 있다면 지중해엔 터키가 있습니다. 필리핀에 친중정권이 들어섰을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터키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cjs5x5 그럴 깡이 터키에겐 없죠. 집단이 되면 깡이 세지지만 그 집단구성원들과 티격태격 했던지라... 그나저나 서유럽, 미국넘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직전까지 이빨만 깟던건 러시아가 진짜 우크라 침공하고 돈좌되어서 하락세 타도록 하는 계산도 어느정도 있을거 같네요. 프랑스가 3억유로 군사장비 지원 결정했다니...
@cjs5x5 참고로 보스포러스는 국제수로로 터키가 전시상태가 아니면 막을 권리 자체가 없습니다.
아까 KBS 다큐에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걸두고 러시아가 오롯이 유럽방면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된걸 우려하더군요.
미국은 많은 동맹이 있죠.
근데 아시아태평양은 꽤 괜찮은 편인데 유럽방면의 동맹중 군사력 멀쩡한 나라가 몇 될지..폴란드가 가장 육군면에서 잘돼있는거로 아는데 걔네빼면 다 시체니 러시아가 저런 객기를 부린다 싶더군요
다 시체는 아닙니다. 북유럽 애들이 의외로 전력이 탄탄하며 몇년 전부터 군비증강에 서두르고 있습니다. 특히 핀란드는 f35 60기 주문 넣었고요. 스웨덴 지역은 러시아가 상륙할 전력이 안됩니다. 핀란드 침공당하면 노르딕 국가들이 같이 군사행동 개시하겠죠. 노르딕 애들은 심지어 발틱 국가와도 면밀한 관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또 다시 전쟁에 의해 지도가 바뀌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국제정세가 요동칠대 군사력이 없는 국가는 독립을 유지하기 어렵군요...
좋은 분석글 감사합니다. 이걸 대만과 중국에 대입해보면 중국이 의지가 있더라도 역량과 조건이 맞지 않으니 쉽지 않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결국 여건이 갖춰져서 저런짓을 저지르고있는거네요
하... 에르도안 ㅆㅂㅅㅋ
이리 보니 중국 포위망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중인데 러시아 포위망이 엄청 약해진 셈이군요. 중국포위망도 약해지는 순간 아주 난리가 날 수 있겠고 ㄷㄷ
잘읽었습니다. 하여간 우리입장에서도 좌시할 문제가 아니네요.
터키가 친러적 행보를 하는 것은 정말 큰 영향력을 낳는 일이었죠. 당시만 해도 러시아가 중동에 개입할 수 있는 루트가 될 수 있다고만 우려했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터키 쪽을 통해 러시아 남쪽을 공격하는 루트가 상당히 제한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해당 루트에는 커다란 산맥이 하나 있어서 뚫기는 어렵지만 방어하기엔 상당히 수월하죠. 그렇다보니 효용도 대단히 크기 어렵습니다. 핀란드야 중립국이라 적극적으로 전쟁, 혹은 러시아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적은 편이고요. 다만 러시아가 스칸디나비아로 진격하게 된다면 핀란드가 방어전에서 유리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지금은 2차대전 때가 아니라 좀 불안하겠지만요. 그렇다해도 굳이 핀란드를 공격하는 것보단 발트 3국을 통해 발트해와 북해로 움직일 수는 있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