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5시 정도에 단독 이적 기사가 뜨고 나서 상하이선화 서포터즈에게 "선화에 김기희(진지시)라고 한국인 수비수가 온대"라고 하니 FM 스크린샷을 보내 "얘, 맞지?"라고 하면서 그 이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일단 제가 아는 대다수의 선화 서포터는, 첫 번째, "얘가 파파도풀로스보다 잘하는 선수야?"라고 하는 반응, 두 번째, 이적료 변동의 추세를 알려주니, "얘, 비싼데? 뭐가 대단해서 그래?"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김기희 선수에게 적대적(?)인 반응은 없는 반면 그다지 우호적인 반응 역시 많지 않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시아 선수로서 파파도풀로스와 계속 비교 당했으니까요.
중국에서 외국인 선수로 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상하이에서 1년 반 동안 거주하면서 많은 경기를 보고, (특히나 한국인 선화 팬으로서) 선화 서포터즈와 교류도 하고, 인터넷, 잡지, 신문도 읽으면서 느낀 점에 대해 몇 가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상하이의 날씨는 축구하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인데, 일단 상하이는 비가 많이 내리고, 여름에는 말 그대로 "고온다습"해서 쉽게 지칠 수 있는 날씨가 지속됩니다. 중국 축구를 보면 잔디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물론 관리의 부족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날씨가 잔디가 생육하기에 조금은 부적합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그라운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가적으로 이야기를 드리면 선화의 홈 경기장인 홍커우 스타디움에서는 콘서트가 자주 열립니다. 작년 7월에 열린 선화와 베이징궈안의 경기를 본 몇몇 알싸 회원분이 잔디 사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경기 며칠 전에 콘서트가 열리는 바람에 그랬던 것입니다. 아무튼 이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 익히 알다시피 중국에서는 항공편의 연착이 비일비재합니다. "너희 대표팀, 왜 이렇게 못해?"라고 중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우스갯소리로 "안 그래도 국토도 넓은데, 공항에서 잡아먹는 시간이 너무 긴 바람에 리그 치르느라 힘을 다 빼서 그렇다"라고 합니다. 작년에 뎀바 바도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비행기 연착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한 점을 미리 감안하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 중국 축구에서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는 하는데, "이거 승부조작 아니야?"라고 느낄 정도로 경기의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하루는 선화 팬이 "중국축구협회에서 왜 외국인 골키퍼 영입을 금지했는지 알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너희도 자국 골키퍼 육성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야?"라고 하니.. "순진한 생각하지마. 외국인 골키퍼가 있으면 승부조작(假球, 자치우)하기 힘들어서 그래"라고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플레이,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나오곤 합니다. 그러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중국에서 화를 참지 못하면 손해보는 사람은 자신입니다.
네 번째, 비록 외국인 선수지만 팬들과의 교류를 무척 중요시 해야 합니다. 사실 이 점은 모든 리그에 해당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에서는 특히 선수와 팬들과의 관계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팀 케이힐이 선화를 1년만에 떠나야 했지만 수많은 선화 서포터가 케이힐을 그리워 하는 이유는 그가 2015 시즌 동안 선화 팬들에게 보여줬던 마음이었는데, 골 세리머니를 하더라도 가장 격정적으로, 경기가 끝난 후 서포터석 앞에서 만세삼창을 할 때 가장 열정적으로,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 없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화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남겼기 때문입니다.
영어나 짧은 중국어를 사용해서라도(현지 팬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상하이 사투리"로 표현하면 더욱 좋습니다.. 예를 들면 "老卵", "色色一一" 등이 있는데 속된 표현으로 "짱" , "ㅈㄴ 좋군" 이런 의미입니다..) 팬들의 마음을 사면 선수로서도 더 큰 힘이 됩니다. 소심하게나마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하나가 김기희 선수를 바라보는 선화 팬들의 시선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사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네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선화 서포터들이 조언하기를, "김기희한테 빨리 웨이보에 가입하라"고 하더라고요 ㅋㅋ)
(이거는 사실 이야기를 하기 망설여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화와 선화에 입단했던 외국인 선수의 연은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보통 두 시즌을 잘 넘기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자주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클럽 문화가 있으니..)
다섯 번째, 더비에서 이기고 짐에 따라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대하는 팬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궈안이 선화의 오랜 적수라면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적수는 상하이상강과 장쑤쑤닝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궈안과의 경기보다 상강, 쑤닝과의 경기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참고로, 선화 팬들 마음에는 자격지심이 있는데 자신의 라이벌 클럽인 상강과 쑤닝이 ACL 2016에 진출하는 바람에(더군다나 쑤닝의 경우 작년 중국 FA컵 결승에서 선화를 꺾고 우승하는 바람에..) 마음 한 쪽에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만사노 감독의 이번 시즌 출사표를 읽어보니 목표가 다음 시즌 ACL에 진출하는 진출하는 것이고 선화 팬들 역시 국제대회 출전에 대한 열망이 무척이나 강합니다.
아무튼 선화가 반드시 꺾어야 할 세 클럽과 경기를 할 때는 전심전력으로 뛰어야 합니다. 이기지 못할 경우, 경기 후 들을 수 밖에 없는 야유와 욕은 여태껏 선수 생활을 하면서 들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대단할 거라 생각합니다. "丢人现眼!(띠우런시앤옌, 쪽팔리는 줄 알아라!)", 이 야유를 한 번도 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섯 번째, 선화의 훈련기지인 "康桥(캉차오)"에서 코리안 타운인 "虹泉路(홍췐루)"는 멀다. 그래도 상하이에서 한국식료품을 찾는 것은 쉽다. 혹시나 해서.. -_-
최근에 상강이 상하이에서 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상하이 사람은 여전히 선화를 상하이의 "老大(라오따, 우두머리, 대장)"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도 인정을 받는 클럽에 입단한 만큼 최선을 다한다면 선화 행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네요. "申花欢迎你!"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기희선수 일년만 뛰고 다시와ㅋㅋㅋㅋ
이번에 마르틴스도 1년 계약이던데.. 선화가 외국인 선수를 너무 자주 바꾸는 문화가 있어서.... -_-
70억짜리 ㅣ년임대각인듯 ㅋ
어떤 게 선수 본인에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문화가 그래서..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재미있네욯ㅎ
생각보다 현지 축구계가 스펙타클(?)해요 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 생각은 한 명의 생각이고, 현지 팬들의 생각은 제가 가입되어 있는 백 명 정도에 달하는 선화 팬 위챗 그룹의 생각이에요.
이모든게 1년뒤를 생각한 기희의 큰그림???ㅋㅋ
ㅋㅋㅋㅋ
김기희선수한테 보내주고싶다
김기희같은 전도유망한 선수가 명예보단 돈을 좇아 중국무대로 가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습하고 물기를 머금은 잔디라면 수비수에게는 힘든점이겠네요...
잘읽었습니다~~기희 선수가 내성적이라고 하던데,,,잘적응 할 수 있을지...전북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네요~
E처럼 공짜로 다시 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기희야 두시즌만뛰고다시와~~~
항상 글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한국 들어오셨나요? 올해부터 재미있어지는데 아쉽네요...
잘읽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ㅋㅋ선화팬이신거같은데 상강 김주영은 대개 평이 어떤가요? 걍 궁금해서..ㅎㅎ
선화 팬이시라고 하는데 다른 분들이 1년 임대라는 식으로 말하시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글 잘 읽었습니다! 중국 가게되면 경기 한번 보고싶네요 ㅎㅎ
1년 뛰고 다시 오라는 말은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네요
72억 주고 데려갔는데 무슨 맡겨놓은 선수마냥 ㅋㅋ 어이없네요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그리고 좀더 글쓴분을 배려하고 댓글들 다셨으면..
글 잘읽었습니다!! 기희선수가 보면 많은 도움이 될것같네요!
내로남불 쩐다 진짜..글쓴이가 보살..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역시 재미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