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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루도를 아는가?
당시 비닐 보드판으로 구성된 축구게임이었다.
룰렛이라고 포켓사이즈의 축구보드 한 귀퉁이에 회전판이 있었으며
이것을 돌려 거기에 표시된 지시에 따라 선수말과 볼말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했다.
그런데 골판지재질의 축구게임 케이스안에 당시 여러 게임을 소개한 카다로그가 있었는데 루도가 소개되어 있었다.
소개된 게임 모두 국산이었으며, 당시 제조사는 신기하게 대전에 소재한 토이월드사였다.
지금도 이 회사가 존속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짧은 판단으로는 아마 이 회사가 오늘날 보드게임 활성화에 일종의 선각자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야기가 잠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 감이 있지만 하여튼 루도게임도 그러한 인연으로 알았던 것이다.
다만 루도는 지금 언급한 비닐성재질의 골판지를 이용한 보드게임은 아니었다.
루도는 다른 전통전략게임과 함께 자석용 보드게임으로 따로 분류된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때 처음 접한 루도게임이 참 신선한 이미지였다.
한사람 앞에 말이 각각 4개씩 주어지는,
2인에서 4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디테일은 다르지만 놀이방식이 우리 윷놀이와 많이 비슷했다.
알고 보니 루도는 온전한 의미의 전략게임은 아니었다. 주사위를 이용한 경주 게임이었다.
운의 요소가 주된 게임이긴 하지만 게이머의 운용에 따라 전략은 대략 20에서 30퍼센트 정도의 비율로 가미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 성격의 게임이었다.
앞에 말한 바와같이 말의 갯수는 네 사람까지 할 수 있으니까 총 16개로 구성되어 있었고
색깔은 녹, 황, 적, 청색으로 표시되며
출발점인 각 진지와 최종 도착점도 그와 같은 색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말판의 진행 루트는 흰색이었다.
루도는 다른 이름으로 파커시라고도 한단다. 역사적으로 인도 고유의 게임이 식민지 시대 영국인에 의하여 전세계에 소개 되었다고 한다.
놀이 방법은
윷놀이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4개의 말을 가장 먼저 중앙부의 골인점으로 도착 시킨 사람이 승리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윷놀이는 말을 밖으로 빼내지만 루도는 안으로 집어 넣는 점이 우선 달랐다.
또 말을 복합할 수 없는 점도 그랬다.
지름길도 없는 등 여러 가지로 윷놀이와는 방식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게임이 진행되면서 강한 스릴감이 있다.
나는 당시 이게임을 구입해 당시 초등생인 아들과 자주 놀이를 했었고 아내와도 시간날 때 마다 즐긴 경험이 있다.
특히 아들녀석은 대개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기업왕게임같은 주사위를 이용한 놀이를 즐겨했다.
그러다 보니까 루도 뿐만아니라 윷놀이도 구입을 했는데 특히 윷놀이보다는 이 루도 게임을 훨씬 좋아 했다.
나도 루도에 더 강한 흡착력을 느끼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분명히 윷놀이보다 게임적 특성이 단조로운 것 같았는데도 더 흥미가 있었다.
참 희한했다. 딱부러지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윷놀이가 미처 갖지 못한 미묘한 승부수의 차이,
아니 윷놀이와는 또 다른 운적 요소를 어느 정도 조율해 내는 전략적 요소가,
즉 루도만이 갖는 특성이 그 소프트웨어적 요소에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선 십자로 모양의 길을 따라 상대편 말들이 줄기차게 전진해 오는 것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 진지앞을 지나갈 때, 덥썩 잡아내는 묘미를 무시못한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 말을 덮쳐 되돌림으로써 불리한 레이스에 한판 숨돌릴 기회를 누리거나 상황을 역전시키는 등,
나름의 노림수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나름의 즐거움이 샘솟듯 솟아난다.
그런데 아내는 윷놀이를 더 좋아했다.
루도를 몇 번 해보더니 이내 심심해서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루도의 특성은 처음에는 윷놀이보다 흡인력이 우선 덜하다.
무엇보다 루도는 끈덕지고 참을성있게 게임을 진행 할 때 새록새록 묘미가 우러 나온다.
둘다 운적 요소가 강한 게임이지만 굳이 말한다면 윷놀이가 전략적 승부수가 좀더 풍부한 느낌이다.
처음부터 스릴감이 넘쳐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루도는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고 시작단계에서 조금 단조로운 일면이 있다.
그때 아내는 이미 윷놀이에 익숙하여 한참 빠져 있었던 터라 루도에 대한 관심은 아예 뒷전으로 미루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루도에 대한 무지(?)와 막연히 외국게임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게임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마음이 촉발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윷놀이를 어려서 '방학공부' 라고 하는 당시 문교부(오늘날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행한 책자를 통해 알았다.
책 내용중에 무슨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신기한 말판 그림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윷놀이였다.
당시 방학책에 나온 설명은 '주위의 친구들과 윷놀이를 즐겨보자' 라는 말만 떠 오을 뿐 내용이 빈약했다.
후일에 가서야 윷놀이라는 게임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이것도 내가 장윷이라는 윷가락이 따로있다는 것을 알기까지에는 또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호남지방은 전통적으로 밤윷이라하여 굉장히 작은 윷을 쓴다.
그것을 종지기라고하는 소주잔정도의 작은 스테인레스 그릇이나 사기잔에 담아 손바닥으로 엎어 잡고
한참을 윷을 요동치게 한후 멍석위에 던져 나온 윷가락을 보고 말을 진행 시킨다.
대개 설이나 정월 대보름날 동네 사람들과 마당이나 따로 공터에서 많이하며
명절이 아닌날에는 상갓집 문상객들이 밤을새워가며 가벼운 돈을 걸고 하는 놀이가 바로 이 밤윷가락이다.
따라서 나는 한참동안 밤윷만이 우리나라의 윷놀이인 줄 알았다. 또 윷놀이하면 밤윷을 떠올렸다.
그런데 얼마안가 서울이나 경기도 지방에서 장윷이라고 하는 길다란 윷가락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오늘날은 문구점에만 가도 쉽게 장윷을 구할 수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문방구에서 윷놀이를 판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때였다. 윷은 필요할 때 직접 나무를 깍아 만들어 자급자족(?)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가 있었던지라 지금도 윷놀이를 하면 뭔가 좀 가슴이 쓰리고 애절한 맛이 있다.
세상에 지금은 이렇게 제법 때깔나고 고급스런 윷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왜 그때는 만져보기가 까다로웠던고! 하고 말이다.
윷놀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 전통게임이다.
고대 부족국가인 부여시대부터 전승된 역사가 매우 깊은 레이스 게임이다.
도, 개, 걸, 윷, 모의 윷가락의 형태와 일정 룰에 따라 네 개의 말을 전략적으로 진행, 승부를 가리는 놀이이다.
고대 농경및 유목사회에서 중요한 가축인 소, 말, 돼지, 개, 양등 다섯 짐승 종류의 명칭을 따서
그 순위에 따른 윷가락 점수를 게산하여 말을 진행하는 것이 재미 있다.
또 말판 및 게임규정에 따른 특색있는 용어도 많다,
특히 윷놀이는 다른 레이스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백도(BACK) 규정을 임의로 둘 수 있다고 한다.
이리될 경우 도가 나왔을 경우 말을 한칸 뒤로 후퇴시키게 된다.
이를 알고 윷놀이를 하면 흥미는 배가 된다는 것이다.
총 2인에서 4인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각자 4개씩의 말이 주어지며 자신의 말을 말판에서 가장 먼저 빼내는 사람이 승리한다.
윷놀이는 30%의 전략과 70%의 운이 작용하는 운의 요소가 강한 일종의 주사위 게임인데
특히 윷가락은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주사위라고 하니 더 뜻이 깊다.
이상 루도와 윷놀이에 대하여 말해 보았다.
루도의 강점은 오늘날 윷놀이보다 일단 게임 콤포넌트 자체가 화려하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사람이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두 게임의 공통점은 운의 요소가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도 된다.
게임에서 운의 요소가 따른다는 것은 운이 작용하지 않은 전략게임에 비해
훨씬 더 도박성과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가 있기에 심리적으로 그만큼 사람들은 흥미를 더 쉽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루도와 윷놀이가운데 사람들은 어느게임에 더 점수를 줄까, 적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윷놀이는 단거리 및 400미터 계주에 비유할 수 있고 루도는 중, 장거리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글쎄? 작위적(作爲的)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아쉬운 점은 루도가 타 게임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보다 다양한 컨텐츠로 소개되어 있지 못한 것이라 하겠다.
첫댓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윳놀이를 좋아하는데 윳놀이를 화려하게 좀 꾸밀 필요가 좀 있다고 보여집니다.
윳놀이를 좀더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보는것도 좋을듯 해요^^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
보드게임의 역사에 관련된 어떤 책에서 얼핏 봤는데 윷놀이나 루도나 원래 고대에 있었던 어떤 게임에 영향을 받은 게임이랍니다. 그게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각자 문화에 맞게 조금씩 변형된 것이지요.
루도와 윷놀이에 대해서 잘 읽었습니다. 루도를 몰랐는데 윷놀이랑 비슷하네요. 다른 점은 도구가 다르다 정도 그래도 윷놀이와 비슷한 게임이 있다는 것이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윷놀이를 현대에 맞게 보드게임화를 시키면
더욱 재미있는 버전이 나올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위에 답글 주신 님들 글 잘 보았습니다. 읽고 보니 루도의 흥미있는 요소를 하나만 더 써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임을 한참 하다 보면 루도는 일단 지름길 없다는 것과 말을 두세개 합쳐서 전진할 수 없는 특성때문에 오히려 아슬아슬한 스릴감이 생기더군요. 왜냐하면 총 4개의 말이 산만하게 정신없이 활용하다 보니까 그것을 수습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경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람 환장(?)하게 할 정도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매력도 있습니다. 윷놀이의 전략성을 좀 후하게 주면 실은 40%까지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윷놀이 이런 기교성이 좋기는 하지만, 간단한 루도의 거북이 근성이 끈덕지게 매료시키는 점이 있더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독일에 DOG, 미국에 SORRY!가 있어서 세계 각국마다 윷놀이와 비슷한 게임이 있다, 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이름이 '루도'였군요. 이런 류의 게임은 대부분 다 재밌는 거 같아요.
아! 또 이런 게임이 있었군요, 각국마다 전통게임이 있다보니 때로는 비슷한 게임도 있으리라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