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에 그림자가 싫어서
계속 도망가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그림자도 더 빨리 따라오니
그는 더 빨리 달아나려고만 합니다
장자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당신이 나무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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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말고사 두번째 날입니다
눔이는 기말고사를 보던 말던 일찍자고 늦게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 등교길에 나서는 누나가
쿨쿨 한밤중인 눔이를 보고 무지 부러워합니다
"엄마 재원이는 시험인데 공부도 안해~~"
"시험은 원래 평소 실력으로 보는거야~!"
만날 눔이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데
한번도 월급을 안주네요...연말에 한꺼번에 계산하려는지^^
평소엔 로드매니저답게 가비얍게 입고 다니다가
오늘은 시험감독에 다른 어무이들도 오시니
쪼매 어른스럽게 차려입고 갔습니다^^
밤새 내린 눈에 뾰족구두 파묻힐새라
엎어지면 코 깨질 거리를
차를 몰아 갔는데 미끄러워 절절매다
걸어가는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어요~
'에이구...안하던 짓을 하니 이 모양이지...'
궁시렁대며 그래도 구두만은 깨끗하게^^ 교실에 입성했습니다
이름은 다 못 외워도 얼굴을 거진 다 아니
어느 학년에 들어가도 아이들이랑 인사를 나누느라 한참 분주합니다^^
선생님 눈치보여서 인사를 대충접고
진정한 시험감독인의 자세로 돌아가는데
어찌나 시간이 더디 가는지 일각이 여삼추 입니다 ㅠㅠ
게다가 돌아가던 난방기가 꺼지니
교실이 갑자기 완전한 침묵에 휩싸여
손을 들고있는 눔이한테 가느라 뒤꿈치를 들고 살금거리는
제 무릎에서 삐걱이는 소리까지 들리더라구요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ㅠ.ㅠ
마이너 과목들 시험시간엔 시험을 일찌감치 마치고
코까지 골아가며 한잠이 든 녀석이 있는가하면
소심하게 다리를 달달 떨며 가 수면 상태인 녀석도 있고
아예 미니 담요를 뒤집어쓴 눔이도 있고
시험공부하느라 잠을 못잤는지
모두 꿈나라로 갔습니다^^
저도 몰려오는 졸음을 참느라 슬슬...돌아다니며
답안지를 안쓴 눔이들이 있나 들여다 봅니다
제가 학교 다닐적엔 일찍 끝나면 나가서 다음시간 공부를 했는데
요즘은 끝까지 앉아있어야 하나봐요
재우이눔은 시험을 잘 보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
창밖을 내다보는데 설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하마터면 "야~ 눈 쌓인것좀 봐~얘들아~!" 라고 소리칠뻔 했습니다^^
3학년 반에서 특수학급의 도움을 받는 눔이 하나가
자꾸 뒤돌아 보며 저를 보고 히죽거립니다
선생님께서 몇번이나 머리를 얌전히 앞으로 보게 해놓아도
또 뒤로 보고 히죽~ 웃는데
아는 아줌마라고 좋아서 그러는가 봅니다^^
평소에도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지
그 웃는 얼굴을 보면 시험시간에도 혼낼수가 없지요^^
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한껏 길게 늘여 귀에걸고는
소리안나게 히죽~ 답례를 합니다^^
눔이는 좋아라 하며 다시 시험지에 얼굴을 파묻고
저는 눈쌓인 학교 뒷산을 내다 봅니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없을땐
온 얼굴의 근육을 다 동원해 히죽~ 웃을 수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히~~^^
재원이눔과 말로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전할때도
그리고 냄표니랑 싸우고선 계속 화난척을 해야할때
아이들에게 소리 안나게 환하게 웃어줄 수 있어서
얼마나 유용한지요^^
그렇게 애들하고 히죽거리다
냄표니에게 들키면 정말 자존심 상하지만요 하하^^
(화난 얼굴을 오래 유지를 못해서리
금새 해해거리다 들키면 완전 무안해요 ㅠ.ㅠ)
눈가에 입가에 잘잘하게 잡힌 주름도
이럴땐 고마워 집니다
만약 사람의 얼굴이 주름하나 없이
수틀에 끼워 잡아당겨놓은것 마냥 팽팽하다면
웃을때 얼굴이 찢어지는것 같이 아플수도 있잖아요 ㅎㅎ
혼자 별 우스운, 말도 안되는 상상을 다하고
주리를 틀어가며 시험감독을 마쳤습니다^^
휴대폰을 켜니 몇시간동안
제 머리위를 뱅뱅 맴돌고 있었을 소식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확인을 해서 답장을 하고 날려버리기도 하고...
그 작업을 하는데도 중간중간 전화가 오네요 에효...^^
사실 재원이 녀석과 같이 있을때는 휴대폰에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저에게 휴대폰은 재원이 잃어버릴때를
대비하고있는 목적이 제일 크기때문이지요^^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거의 던져놓고 케어안하고
나갈때는 목숨같이 지니고 다니지요 ㅎㅎ
여지껏 번호를 010 으로 못바꾸고 가지고 있는 이유도
눔이 어릴때 이런저런 기관에 이 번호로 등록을 해놓았기 때문이지요
만약에 눔이를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잠시라도)
이 번호로 전화를 받아야하니
냄표니도 저도 예전 번호를 못바꾸고 아마 평생 가지고 있을겁니다^^
요즘엔 아이들이 모여있어서 가보면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거나 보고있습니다
학교에 못가져오게 하는데도
노는 시간이면 어디서들 다들 가져와서
난리법석을 떨지요^^
사실 그걸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늬우스를 보거나
그렇게 알뜰하게 쓰는 눔이는 거의 없고
대개는 장난감으로 여기는것 같아요
저는 원체 유행에 느려서 그런지
스마트폰이나 첨단기기들을 보면
왜? 그렇게 뭐든 빠르고 편리한쪽으로 가야하는지
시비거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의문스러워질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요...왜 그렇게 빨라야 하는데요...
그걸 좋아하지 않으면 안되나요...?'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우주 구석구석까지도 다 볼 수 있고
세상 어디에 있어도 숨을곳이 없게 하루에도 몇십번씩 내 모습이 찍히고
온갖 질병을 다 치료할것만 같이 시시각각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유전자를 변형하여 식량의 대량생산을 이루고
심지어는 전에 없던 새로운 종을 창조하기도 하고
땅속에 숨어있는 적군도 척척 찾아내어 괴멸시키는 무기가 개발되고...
연일 발표되는 신기술들을 보면
인류가 거의 신의 경지에 다다른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입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엔 전보다 굶주리는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나고
꿈같은 환경개발 덕분에 천재지변은 더 자주 일어나며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고 병원은 환자로 넘쳐나고
한방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던 무기때문에
전쟁과 살상은 지구에서 끊이질 않습니다
더 이상한건 온갖 첨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행복한 것 같지가 않은거예요...
어제 첨단이었던 물건들이 오늘은 쓰레기가 되고
우리가 지구에 남기는게 거의 쓰레기들이 될까봐 겁이 납니다
원래 이 지구의 주인들을 다 밀어내고
우리가 만들어서 퍼뜨려놓은게 뭔가
한번 곰곰 들여다 보아야 할때라고 생각됩니다
모두가 더 빨리 달려가는것에만 정신이 팔려 질주를 하니
누군가 팔을 잡아끌어 나무그늘에 앉혀놓아주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2년전에 재우이눔이 학교따라 이사를 올때
<헌물건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친구에게 얻어
얼추 한차 분량의 헌물건을 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안이 그득 입니다
고등학생이 된 딸내미 학교 가까운 곳으로
또 다시 이사를 가려고 맘을 먹고보니
헌물건 아저씨의 신세를 또 져야할것같아
마음이 무겁고 부끄러워 집니다...
그 아저씨가 어디에다 그것들을 버리는지 궁금했지만
마음이 불편하여 물어보지도 않았지요
돈받고 정리한건 그래도 책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돈주고 정리를 해야하지요 ㅠ.ㅠ
사람도 손가락 하나 까딱일 힘도 없이 알뜰히 다 소진했을때,
그만하면 쉴 자격이 있으니 땅 한뙤기 차지해도 된다는
인증을 받고 묻히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것 늘리지않고
그걸 끌고 다니느라 진을 빼지않고
서서히 줄여가며 현명하게 살아야겠다고
반성을 합니다^^
여지껏 동생 학교쫓아 다니느라
누나가 학교 멀어 고생을 했는데
이젠 눔이가 많이 자라서 든든해졌고(덩치만요^^)
누나는 시간확보가 지상과제인 고딩이가 되었으니
통학이 좀 더 편리한곳으로 이사를 해볼까 합니다
이번 겨울엔 겨울잠 자기는 틀린것 같아요^^
할일도 많고 가보아야 할곳도 많고
봄 되기전에 처리할 일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서요
하교길에 우체국에 소포를 보내러 들렀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쏟아졌습니다
눔이랑 창문에 매달려 내리는 눈을 보고있으니
우체국 언니가 포장하다 만 박스를 여며줍니다^^
오십이나 된 아줌마가 함박눈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니
'집안에 우환있어욤?' 하는 얼굴로 직원들이 쳐다 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눔이와 눈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그러기를 참 잘했지요, 함박눈이 금새 그쳐버렸거든요^^
슬픔, 기쁨, 행복, 분노,좌절 등등
모든 감정의 궁극에 달하면
아마도 눈물이 나는가 봅니다
잠깐동안 신기루같이 쏟아져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눔이랑 함께 있는게 행복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의젓하게 기말고사라는것도 치르고
엄마가 소포부칠동안 뛰쳐 나가지도 않고 기다려주고
눈이 온다고 좋아라 창문밖으로 내다볼줄도 알고
"토요일에 미사 끝나고 스케이트~~!" 하며
원하는걸 협상을 벌일줄도 알게된 눔이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오늘밤엔 하얀 대림초에 불을 밝히고
온갖 핑계로 약식으로 대신한 기도들을 드릴겁니다
묵주기도 드리다 잠이 들면
성모님께서 마저 기도를 드려주신다는 말에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던 걸 반성합니다
성모님 힘 안드시게
마치지 못할거면 묵주기도를 아예 시작을 안해야지, 하고
금새 유혹이 찾아 오네요^^
재우이눔이 자는 바람에 주절거림이 길어졌습니다 ㅎㅎ
한주만 기다리면 예수님이 우리를 찾아 오시겠죠?
모두들
Happy~
Merry~
Christmas!
되세요~~~^^
첫댓글 저는 개인적 생각으로 생각은 21세기지만 먹는것은 18세기 음식을 주장하는 한 사람이지요. 미리 미리 대체의학으로 몸을 살피는 생활들이 됬으면 해요. 함께 메리크리스마스~~~!
참말 음식만이라도 음식 고유의 재료이외에 다른것이 첨가되지 않던 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론 대체의학들이 점점 발전할것 같지요 저도 수지침은 배웠는데 이젠 안쓰니 다 까먹었어요 ㅠ.ㅠ 소금님도 행복한 스마스 되세요
올 한해 잼난 글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신 뚱님과 가족모두 에게 메리스마스 기쁘다구주 오셨네...
나미님 따뜻한 마음 나눠주시니 저도 감사드려요 나미님도 사랑하는 분들과 해피 메리한 스마스 되세요
맹모 뚱님, 첨단 디지털 시대를 질주하는 우리 아이들의 세대를 거리며 미처 못따라가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우리 엄마들은 아직도 전자책 보단 손으로 넘기며 읽는 책이 정감있고 문자메세지 날아오는 것 보담 손으로 쓴 카드 한장이 더 소중한 우리들입니다. 앞으로의 인간은 눈오는 것을 보며 마음의 동요를 느낄런지우리는 중간 세대 디질로그 인간.
이사한 횟수로만 맹모이고 참말은 맹 한 모이지요 록은님 말씀처럼 우리는 끼인 디질로그 인간인가봐요, 편리한것도 기웃거리면서도 옛것도 못 잊어하니^^ 예전엔 스마스 시즌되면 언니랑 동생들이랑 카드 쇼핑 수북하게 했었는데요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0.12.18 22:57
행복할 때에는 우시지 마셔요. 상록수 미사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안 되네요. 1월 미사 때 뵐게요. 행복한 성탄 되세요*^^
하늘바람님 늘 마음 써주셔서 감사해요 성탄절 미사때 못뵙는것 서운하지만 다른분들과도 좋은시간 보내셔야하니 1월 미사때 뵈야겠네요 해피 스마스 되시고 내년에 뵐때까지 건강하세요
뚱땡님 글이 올라오면 많이 반가워유^^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를 정답게 듣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