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에 있는 창이 넓은 베이커리 2층의 찻집에서
성당의 착한 동생 둘과 신부님 더불어 두시간을 보냈다.
우린 따뜻한 커피와 치즈가 듬뿍 든 빵을 앞에 두고
내년 1월에 있을 이스라엘 성지순례일정을 조율하며
나른한 오후를 보냈다.
시간 나면 훌쩍 떠나는 국내성지순례에서 돌아와
내 마음이 누구에게나 넉넉한 풍년이다.
지난 달 성지순례팀을 만들어
충남 보령의 갈메못성지를 시작으로 국내성지순례를 시작한 나는
청양의 성거산 성지를 걷고 기도하며 신앙선조들의 순교 원의를 가슴이 담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죽기까지 해야한다던 강론말씀도 묵상해본다.
자주 다니는 은이성지 신부님께서는
요즘 세상은 사랑을 할 때' 너 죽고 나 살기'로 하는데
실제 예수님의 사랑은 '나 죽고 너 살리기'의 표상이었다고 가르치셨다.
내것을 버리면 누군가의 소망을 이뤄줄 수 있다.
게다가 '온 세상 내것이 무엇이 있는가!' 싶을 때면
천주교신자가 되어서 참 좋다.
나 같은 신자를 언제 이리 성장시키셨나 궁금하기도 하고 감사기도를 절로 바치게 된다.
지금 오늘을 살면서도
나의 순교원의인 지는 것, 곧 죽음은
나는 주님의 뜻을 살아서 좋고 너는 더이상 죄 짓지 않아서 좋은 것이니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버리고 지고 희생하기를 주님께 가져 갈 재산으로 여겨야겠다.
하느님께서는 죄없이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셨다.
"하느님은 알고 계신다, 그러나 기다리신다. "
는 말로 주님의 전지전능하심을 아는 신자라면
하느님 두려워할 줄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는 지혜서의 말씀을 신앙하게 된다.
성당 에서 만난 자매님들과 함께 모인 친목모임인 무지개팀원들과
배론성지, 감곡매괴성당을 다녀왔는데 그곳의 기도는 감미로웠다.
천주교 신자가 어찌 되었는지도 가물가물한 내가
조금씩 신자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니
'살아계신 주 성령'의 활동이 내 삶 안에서 생활하심에 감사 또 감사한다.
죽기전에 언젠가 오롯이 주님의 딸이 되었노라 고백하기를 소망하며
또 한 발자국 내어딛는 성지순례....
떠날 때마다 주님의 은총 속에 머무름을 체험한다.
늘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분들과의 동행은 가을단풍빛으로 고왔다.
운전을 할 줄 아니 기꺼이 운전을 하고
주님께서 물질을 주셨으니 난 밥을 사고 콘도예약을 했다.
그저께는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기어이 순례길을 떠났다.
차 안에서 성지순례를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와 수호성인께 바치는 기도 ...
선조들이 관아에서 매를 맞고 처형당했다는 강릉부 관아 칠사당 앞마당에 서서
병인 순교자 호칭기도를 봉헌하고 강원도 교회의 뿌리가 된 금광리공소에 들러 자유기도를 바쳤다.
콘도에 투숙하니 같이 온 막달레나가 가방에서 십자고상을 꺼내어 방의 중앙에 놓았다.
우리 방은 그 성상으로 금세 작은 경당이 되어 함께 저녁기도와 묵주기도를 봉헌했다.
참 좋으신 예수님~~~!!
어제는 이광재신부님의 순교로 기억하고 기림을 이어오는 양양성당에서
가슴 절절해지는 십자가의 길을 바쳤다.
그리고는 오색약수에서 산채정식을 푸짐하게 먹고 구룡령을 넘어 귀가했다.
111개의 국내천주교성지를 돌면 이스라엘 가리라 했는데
신부님의 배려로 생각보다 더 빨리 출발예정일이 정해졌다.
설렌다.
지난 10월 29일의 묵상을 생각한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어떤 경우라도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언제나 그랬듯이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몸으로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
던 바오로의 고백이 내 가슴에서 작은 씨앗으로 싹이 트기를 기도하게 된다.
그날 아침 난 바오로의 회심에 전율했고 100% 공감했다.
그 바오로의 고백이 내 고백이 되기를 염원하는 요즘이다.
바오로의 실천은 유다사회의 고위직이 아니라
유다인의 박해를 받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었듯
세상의 인정이 아니라 하느님을 전하고
그분 사랑을 실천하는 소박한 일상의 삶으로 다시 바로서기로 한 일은
참 잘한 선택이지 싶다.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세상이 주는 기쁨이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더 사랑하는 삶은 교회가 가르치는 궁극의 진리니까.
인생에서 50대를 바친 세상의 단체활동에서 다시 신심생활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직책이나 명예가 필요치 않고
가치관이 서로 다른 분들과 한 단체에서 머무르는 게 무모한 시간낭비요
무엇보다 암까지 앓고 난 후
내년이면 60을 맞는 나로서는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얼마남지 않은 인생낭비로 여겨졌다.
이미 내리막길인 내 인생에서 암으로 주님께 돌아가야하는 죽음에 대한 경계를 받고도
하느님 보시기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건 신성모독 같았다.
성지순례길을 은총으로 색칠할 수 있도록
작은 일에도 충실한 주님의 종이 되기로 마음을 가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