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 썰렁하기도 하고
자치단위연대 분들한테도 서명 좀 받을까 해서
불한당에 제가 썼던 두 글을 퍼왔습니다.
전폭적인 지지서명 바랍니다. ^^
한 선배 이야기 (1)
1_
때론 환한 웃음이 아니라 진한 눈물이 샘솟는 아름다움이 있다. 나는 주로 정당한 싸움을 하는, 그래서 날이 선 대립의 대오 한편에 꿋꿋히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눈물이 솟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런 싸움의 현장이란 선과 악의 대립처럼 미와 추가 대립되는 공간이리라. 물론 그렇게 딱, 이분법적으로 분류되지 않는 싸움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논법은 명확한 이분법이 적용될 때조차도 편들지 않는, 나를 포함한 수많은 관찰자들이 구사하는 이야기인지라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2_
삶의 어느 한 시절, 함께 진보니 좌파니, 그런 말들을 논하던 친구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한 담뱃갑에 든 담배를 나눠피우듯 그렇게 진보나 좌파라는 담론을 나눠가진 공범들. 수년 후 그들을 다시 만나 부끄럽지 않다면, 딱 그 정도면 떳떳한 삶으로 인정받는데 성공한 걸지도 모른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또다시 새로 나온 담배를 함께 나눠피우고 있겠지만.
3_
한 선배가 있다. 그는 우리 과의 학회 선배였다. 내가 예닐곱 달을 버텼던 그 학회는, 현대오락반이라 불릴만큼 노는 데에 끝발이 선 문학학회였다. 형은 가정형편이 안좋아서 거의 매일 열심히 일을 했고, 남는 시간에 학회 사람들과 공부를 빙자하며 자주 놀았던 것 같다. 나는 형이 나와 같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집회에 나가는 걸 본 적이 없다. 형은 졸업을 하면 교사를 하겠다 했지만,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진지하게 이야기했던 경험도 없다. 대학시절 형과 꽤 자주 봤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연애이야기를 했던 기억밖에 없다.
그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서 연락을 하는 몇 안 되는 선배였다. 한 사립학교의 교사가 된 형은, 항상 문제가 되었던 생활고에서 벗어나서인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 이곳저곳에 불려다니며 많은 일을 했다. 대학시절 내내 교육운동을 고민하던 많은 친구들이 교사가 되어 안락한 생활에 안착하는 동안, 형은 전교조에 여러 교사모임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같이 만날 때면 아이들에게 날아온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쑥스러우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런 형의 변화가 나는 참 보기 좋았다.
몇 년 전, 형은 머리를 빡빡 밀고 나타나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적이 있다. "선생들이 하도 애들한테 머리자르라고 난리치길래 내가 먼저 밀어버렸지."라는 말에 우리는 껄껄거리며 형의 민둥머리를 한번씩 쓸어보기도 했다. 그런 형이 두 번째 삭발을 했다. 한 학생이 교감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다른 학생이 이를 비롯하여 여러 학교비리를 밝히는 글을 교육청 게시판에 올렸다. 교육청은 소리소문없이 이 글을 삭제했다. 교감은 글을 올린 친구를 고발했다. 그녀를 휴게실로 끌고가 나의 선배, 즉 그녀의 선생님이 시켜서 한 일이라 반성문을 쓰면 용서해주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결국 글을 올린 친구는 퇴학을 당했다. 그 친구를 물심양변으로 변호했던, 선배를 비롯한 그 학교의 전교조 조합원 세 분 역시 고소를 당했다.
대책위가 꾸려져 두어 달째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 한 게시판에서 삭발한 형의 모습과 형의 글을 보았다. 웬지 글 속의 형이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았다. 그 선배만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면 언제 어디선가 이따금 보았던 또다른 풍경이었을 것이다. 문득, 인권을 교문 앞에서 멈추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이, 그리고 삭발을 한 형의 모습이 눈물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친구들을 불러내어 집회에 찾아가 형과 함께 담배라도 나눠피워야겠다. 삶은 단축시킬지 모르겠지만 행복을 연장시키는 담배를 나눠피워야겠다.
한 선배 이야기 (2)
아래의 제 글에 등장했던 선배 이야기 2탄입니다. 아래 글은 진중하게 썼는데, 사실 이 선배는 장난꾸러기 그 자체입니다. 눈이 부리부리한 데다가 장난끼가 철철 넘치는 캐릭터지요. 작년 즈음 결혼도 하고 해서 좀 점잖아졌을 줄 알았는데, 그놈의 장난끼는 이 개싸움에서도 발동을 하나봅니다.
에피소드 1
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시위에 불참하는 선생님들 사이에 묘한 벽이 생겼답니다. 평소에 좋은 사이는 아니었던 두 선생님이 전방 5미터쯤에서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선배를 본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더군요. 그 싸한 분위기, 아마 짐작하실 겁니다.
순간, 어쩔까 고민하다 선배는 선생님들의 밀담을 엿듯겠다는 듯 두 손으로 깔대기 모양을 만들어 귀에 대고 깽깽이발로 선생님들을 향해 돌진했답니다. 물론 모두들 웃고 말았지요.
에피소드 2
일련의 사건을 축소하고자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띄웠나 봅니다. 선배는 교감측에 의해 만들어진 게 불보듯 뻔한 가정통신문을 읽은 후, 총 일곱 편의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의 제목은 '국어교사 입장에서 가정통신문을 비판한다'입니다.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측에서 학부모들에게 보낸 소위 ‘학생 징계 논란에 대한 진실’이라는 가정통신문에는 <느꼈다>라는 단어가 쓰였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고 단지 감성적으로 느낀 것을 근거로 학생을 고소하고 퇴학시킨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참고1) '느끼다'란?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을) 의식하거나 경험하다.
참고2) ‘생각하다’란? (감각 기관을 통해서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니고) 이성의 힘을 이용하여 이치에 맞게 헤아려서 따지고 판단하다.
예) ‘을’학생은 친구를 위해 거짓 사실을 유포했으며 ‘갑’학생이 사주한 사실과 ‘갑 학생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음을 <느꼈다>고 진술함.
에피소드 3
가장 최근의 일입니다. 교육청 앞에서 총력시위를 하는데, 선배 아내와 아내의 제자들(선배의 아내도 교사입니다.)이 대거 방문을 했나 봅니다. 그런데 시위 참가자들에게는 교육청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떨여졌다고 합니다. 오줌을 참고 있는 선배 아내와 제자들을 향해 선배는 말했답니다. "저 인간들이 앞으로 길거리에 오줌을 누려 한다면, 내가 당장 달려가 방광을 쥐어 틀어 오줌을 누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니네 집에 가서 싸!"
그 후에 선배는 교육청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왜 화장실도 못 쓰게 하냐고. 교육청은 궁색한 변명들을 늘어놓았지요. 시위할 땐 원래 그런다는 둥, 교육청 옆 동평빌딩 화장실을 쓰라는 둥. 선배는 아래와 같은 답글을 달았습니다. "동평빌딩의 화장실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제 제자들과 교육청 관계자분과 주변 건물주들이 저와 함께 모여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여기저기 사건을 알리느라 돌아다니고 매주 시위까지 하느라 녹초가 되었을 법도 한데, 의연하게 잘 싸우고 있는 선배를 보면 힘이 납니다. 아래에 관련 내용과 서명하는 온라인 주소를 올려놓았습니다. 글 잘 읽으신 분들, 서명도 부탁드립니다. ^^
http://211.233.66.41/2003/sign/page.html
우리는 전교조 선생님을 믿습니다.
허성혜 학생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던 송관의, 이원두, 진웅용 선생님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되었습니다. 용화여고의 문제점과 허성혜 학생의 부당 징계 및 교감의 성추행 사실이 언급된 유인물을 나눠주었다는 것입니다.
맨 처음 교감의 성추행을 언급했던 사람은 용화여고 허성혜양의 친구 안○○양이었습니다. 안○○학생은 허성혜 학생 뿐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에게 교감이 성추행하는 장면을 몇 번에 걸쳐 연출하였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4차례에 걸쳐 진술을 바꾸면서 지금은 허성혜 학생이 자신을 사주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당당하면서 나와서 사실을 밝히면 그만이겠지만 지난 겨울 내내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말입니다.
용화여고 교감은 안○○양의 마지막 진술서와 서울시 교육청의 배후 지원에 힘입어 3명의 교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으나 우리 전교조 서울지부는 세분 선생님의 진실을 믿고 세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경찰에 고소하라고 주장합니다.
용화여고 교감이 떳떳하다면 진실의 광장에 나와야 합니다!
1. 용화여고 교감은 자신의 결백의 근거를 서울시교육청의 장학 지도시 '혐의 없음' 판정에 두고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근거를 경찰과 검찰 조사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에 두고 있으나, 경찰과 검찰은 피해 당사자였던 안○○양을 소환 조사한 일이 없습니다.
2. 만약 용화여고 교감이 떳떳하다면 교감은 허성혜 학생, 교사 3인을 명예훼손으로 처벌, 고소하기 앞서 안○○ 학생을 허위사실 유포죄로 먼저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3. 안○○양은 자신이 교감에 성추행당했다, 당하지 않았다, 언론사 인터뷰와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기관 탄원서에서 성추행당했다, 허성혜가 시켜서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했다는 등 4차례에 걸쳐 진술을 번복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며, 범시민대책위는 안○○양이 교감에게 성추행당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을 본 학교 친구들의 진술서도 여러장 받아두고 있는데, 만약 교감이 떳떳하다면 안○○학생과 진술서를 작성한 학생들을 대질신문하여 왜 안○○학생이 그런 말을 했는지 밝혀야 할 것입니다.
4. 김귀식 서울시교육위원이 용화여고를 방문하여 교감을 면담하였는데 교감은 사건 당일 학생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소위 '반성'을 했다는 안○○양의 진술서에 따르더라도 교감이 예뻐서 툭툭 친것을 자신이 확대하여 잘못 생각했다고 하는 등 교감 자신의 말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교감의 의견에 따르면 안○○학생되 거짓말 한 죄로 처벌받아야 하는것 아닌가요?
나를 고소하라 운동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허성혜 학생을 위해 애쓰다가 무고하게 고소당한 이원두, 송관의, 진웅용 선생님의 아픔과 뜻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용화여고의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질 것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나를 고소하라" 운동을 시작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의 해를 가릴 수 없습니다. 우리 힘을 모아 용화여고의 진실을 밝히고 세분 선생님의 무고함을 위해 함께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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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마님이 올린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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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하철 희생자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