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山昔日如來囑(영산석일여래촉)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10여년 동안 진리를 설하시면서,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에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어떻게 법을 전하고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부촉하였다.(간절히 부탁하였다)
靈山昔日如來囑 영산석일여래촉
威鎭江山度衆生 위진강산도중생
萬里白雲靑嶂裡 만리백운청장리
雲車鶴駕任閑情 운거학가임한정
그 옛날 영산에서 부처님의 부촉받아
강산에 위엄 떨쳐 중생을 제도하고
만리 뻗은 흰 구름 푸른 산 봉우리를
구름수레 학을 타고 한가로이 노니시네.
【註】
영산(靈山) : 영취산(靈鷲山)의 준말로 중인도 마가다국 왕사성에 있는 산.
부처님께서 여기에서 설법을 많이 하셨는데 특히 법화경(法華經)을 설법
하신 것으로 유명함. 이 산에는 신선들이 많이 살았고 특히 독수리가 많
으므로 영취산(靈鷲山)이라고 하며, 또는 산의 모양이 독수리 모양이라서
이렇게 불렀다고 함.
부촉(付囑) : 부처님께서 교법을 잘 전하여 줄 것을 부탁 하는 것을 말함.
위진(威鎭) : 위엄을 떨침. 주련에 威鎭(위진)으로 되어 있는데 석문의범에
보면 위진(威振)으로 되었기도 하고 위진(威鎭)으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청장(靑嶂): 푸른 산을 말함. 장(嶂)은 높고 가파른 산 장.
주련에 靑嶂里로 되어 있는데 靑嶂裡가 원문입니다.
정장리(靑嶂裡)는 푸른 산속을 말합니다.
운거(雲車) : 구름으로 만든 수레.
학가(鶴駕) : 학이 끄는 수레. 귀한 분이 행차하는 일. 왕세자가 대궐 밖에
나가던 일을 이름.
【해설】
산신(山神)은 산을 산을 수호한다는 신령(神靈)으로 산군(山君)ㆍ산왕(山王)
ㆍ산기(山祇)ㆍ산신령(山神靈)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산신은 칠성(七星)과
더불어 민간신앙에서 신앙되었던 토착신이었으나 불교가 이를 포용하고 수
용하여 도량내 호법신중(護法神衆)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에는
산신각이나 삼성각에 꼭 모시고 있습니다. 절이 산중에 많다 보니 자연스럽
게 산신과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산신에 대한 신앙은 산악(山嶽)을 신성시한 산악숭배신앙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신앙은 매우 오래 되어 그 연원을 찾자면 단군신앙부터 기인하고 있습니
다. 《제왕운기(帝王韻紀)》나 《삼국유사(三國遺史)》등에는 환웅(桓雄)이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를 세우고 단군왕검(檀君王
儉)을 낳았는데 그는 조선을 건국하고 아사달에 도읍한 후 1500년간 나라를
다스리다 산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 참고로 단군은 47세(世)로 이어져 왔
습니다.
이와 같은 연원이 있어 우리 민족에게는 뿌리 깊은 산신신앙이 있어왔습니
다. 불교에서는 수용 초기에는 가람의 수호신으로서 신앙되었는데 점차 자
식과 재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신앙되어 왔습니다.
산신 신앙 기원을 불교에서 찾아보면 화엄신중(華嚴神衆) 39(位) 가운데 주
산신(主山神)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주산신이란 산의 주인을 말하는데
그들은 십바라밀(十波羅蜜)을 닦아 여러 가지 해탈문(解脫門)을 얻었다고 되
어 있습니다.
불교의 의식집인 《석문의범(釋門儀範)》에 보면 산신청(山神請)이라 하여
산신 예경의식이 있습니다. 산신을 청하는 거목(擧目)을 보면 다음과 같습
니다.
나무 만덕고승 성개한적 산왕대신 (南無 萬德高勝 性皆閑寂 山王大神)
나무 차산국내 항주대성 산왕대신 (南無 此山局內 恒住大聖 山王大神)
나무 시방법계 지령지신 산왕대신 (南無 十方法界 至靈至神 山王大神)
나무 만덕고승 성개한적 산왕대신(南無 萬德高勝 性皆閑寂 山王大神)이란
"만 가지 덕이 뛰어나고 한가롭고 고요한 성품을 갖추신 산왕대신께 귀의합
니다" 라는 뜻입니다.
나무 차산국내 항주대성 산왕대신 (南無 此山局內 恒住大聖 山王大神)이란
"이 산 이 도량에 항상 계시는 크게 성스러운 산왕대신께 귀의합니다." 란
뜻입니다.
나무 시방법계 지령지신 산왕대신(南無 十方法界 至靈至神 山王大神)이란
"시방법계에서 지극히 신령스러운 산왕대신께 귀의합니다." 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산신을 찬탄하며 청하는 것을 볼 때 산신은 성자의 위상을 지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가영(歌詠)을 보면 위의 주련과 같은 게송이 소개되어
있는데, 가영이란 노래로 그 덕을 찬탄하는 것을 말합니다.
靈山昔日如來囑 영산석일여래촉
威鎭江山度衆生 위진강산도중생
萬里白雲靑嶂裡 만리백운청장리
雲車鶴駕任閑情 운거학가임한정
그 옛날 영산에서 부처님의 부촉받아
강산에 위엄 떨쳐 중생을 제도하고
만리 뻗은 흰 구름 푸른 산 봉우리를
구름수레 학을 타고 한가로이 노니시네.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산신에게 무엇을 부촉했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산
신으로서 산을 잘 보호하고 불법을 외호하며 중생을 제도하라는 말씀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신은 신통(神通)이 자재(自在)할 뿐만 아니라, 위엄과 용맹이 대단하여 강
산에 위엄과 용맹을 떨치고, 마군을 진압하여 중생들을 재앙으로부터 구하
고 복을 내려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산신은 만리에 가득한 흰 구름과 첩첩한 푸른 산 봉우리와 계곡을 구름수레
학가마를 타고 한가로이 소요하면서도 중생들의 모습을 살피며 위엄을 보일
때는 위엄을 보이며 중생들의 어려움을 구제해 주시는 성자(聖者)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련의 게송은 이러한 산신의 높은 덕을 찬
탄하고 있는 것입니다.
(향기로움 말씀)에서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