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여 명에게 묵직한 울림 선사한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전주서 열려
가슴 먹먹한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하는 ‘가족애 회복의 장’으로 큰 호응!
아버지와의 통화는 늘 짧다. 어색한 안부 인사 몇 마디 하면, 금세 이야깃거리가 떨어진다. 간결하고 투박한 듯해도 아버지의 언어에는 깊은 애정이 감춰져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정작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투른 존재. 우리는 그런 아버지의 진심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이하 아버지전)은 우리 곁에서 묵묵히 가족을 지켜온 아버지들의 숨은 사랑을 조명합니다.
2019년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로 부산, 광주, 대전, 창원 등을 순회한 아버지전은, 지난 2월 6일 전주호성 하나님의교회에서 10회째 전시를 열었습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아버지전은 6년간 27만여 관람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시인 나태주, 정호승, 하청호, 이정록, 만화가 이현세 등 기성 문인의 글과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된 독자들의 글과 사진 등 총 170여 점의 작품들로 전시장이 채워졌습니다. '아버지 왔다'(1관), '나는 됐다'(2관), “….”(3관), '아비란 그런 거지'(4관) 등 아버지들이 사용하는 간결한 일상어를 테마명으로 정했다.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내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3월 6일, 전주 지역 전시장에는 아버지전의 개관 소식을 듣고 온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첫 작품, 나태주 시인의 <행복 1>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40대 주부가 보였습니다. 작품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그는
“따뜻한 작품을 보니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아요.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며 행복을 얻는 아버지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어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빙판에서 나무 썰매를 타는 아버지의 사진 앞에 선 한 중년 남성은
내가 어릴 때는 비료 포대를 타고 다녔는데
라며 아련한 옛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소품존 ‘추억의 방’에서 유아기 자녀들과 아빠들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영상을 보고 “어린 딸에게 젖병을 물려주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외로움이 숙명인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도 인상적입니다. 가족과 나라의 미래를 일군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삶을 조명한 특별존, ‘격동의 시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는 묵직한 울림을 전합니다.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이 사용하는 비계(飛階)에, 파독 광부, 베트남전 참전, 중동 건설 붐, 외환 위기 등 굵직한 시대사에 얽힌 감동적인 스토리를 실은 패널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이곳에서 무뚝뚝해 보였던 중년 남성들은 눈가에 물기가 맺히기도 했습니다. 한 시의원은
아버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고난과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아버지들이 있어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런 발전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정을 건사한 아버지들의 고독감에 대해 깨닫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막내딸과 손주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임종 전까지 비누 만들기에 몰두한 한 아버지의 사연을 담은 그림 에세이 <특별한 유산>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래서일까. 관람객들의 동선이 이 작품에 가까워질수록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이날 관람객 중에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1년 6개월 넘게 전주 지역에서 열린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하 어머니전)을 관람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어머니전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아버지전에서 느꼈다고 합니다
아버지전은 현재 전주, 대구, 성남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추후에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순회할 계획이다. 관람은 무료. 화요일과 토요일은 휴관입니다.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032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