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법안 처리를 앞두고 이를 막기 위해서 경영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면 마치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할 것처럼 공포를 조장하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연일 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필사적으로 최저임금 동결, 삭감을 주장하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의 취지에 맞게 현실 물가와 실태 생계비를 반영하여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것이나, 노동자들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 제정된 근로기준법을 전체 노동자들에게 적용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바로 이 법 11조에 ‘상시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는 조항이다. 이 조항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합법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각종 수당 미지급, 해고제한 규정 미적용, 중대재해처벌법 배제, 공휴일 유급휴일 배제를 들 수 있다.
전국의 사업장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79.8%이다. 많은 알바 노동자들이 일하는 편의점, 카페, PC방 등이 바로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한다. ‘5인 미만’의 벽에 부딪히면 너무나 많은 것이 제한된다. 우선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의 가산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연차유급휴가와 휴업수당도 받을 수 없다. 윤석열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 말도 안 되듯, 노동자들은 쉼 없이 일만 하며 살 수가 없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도 해야 하며 이를 사용자는 보장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여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가산 수당, 연차유급휴가의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이런 권리 자체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부당한 해고를 당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을 하지 못하며,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에는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5인 미만의 경우 사용자가 그만 나오라고 하면 그걸로 끝이다. 얼마 전,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난 지인이 사용자가 다른 직원을 채용할 거라며 카톡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지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살펴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을 했지만,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었다. 2020년 산재 사망사고의 36%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산재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일하다 실수를 해도 안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시설과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 안전을 대하는 상반되는 사례 © 청년 김 씨 |
건설 현장 외벽의 아슬아슬한 작업 장면은 안전시설을 충분히 갖춘 다른 나라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돈으로 따져보는 순간 산재는 필연이다. 수많은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산재 피해 유가족들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5인 미만은 그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죽어도 되는 일터는 없다.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경시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게 지극히 상식적이다.
올해부터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대한 유급휴일 제도가 확대된다. 하지만 5인 미만은 또 배제된다. 쉬는 날에도 쉴 수 없고, 일해도 휴일수당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바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다.
경영계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이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은 임대료 인하를 비롯해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장 고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대선을 의식해 표 계산을 하며 눈치놀음을 하며 법안 처리를 미룰 것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들의 인간 존엄성 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