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앞이 노랗다
꿈처럼 아픔처럼 샛 노랗다
아픔같은 희망도
그러할 것이다
친구 덕분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둘있다.
노와 문,
전주에서 갠지겡이라는 풍물굿패 활동을 시작하던 때다.
어느날 전주역부근에서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데 8차선인가 10차선인가 드넓은 그 길위로 만장처럼 펼쳐져있는 물결의 현수막들,
그런가 보다. 노태우가 전주유세를 오는가 보다 그랬는데
내가 획 돌아버린 현수막이 있었다.
야 저거는 안돼, 찢어내려버렷!~
후배들이 전봇대에 올라가서 현수막을 내리는데 봉고차와 자가용차들이 끼익끽 달려온다 몽둥이며 쇠파이프를 든 깡패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노란 현수막이 휘리링~ 가로등불아래로 날리며 떨어져 내리는데
전봇대에서 후배는 뛰어내리고
깡패들은 에워싸고 내리치고 휘두르는데
사람잡게 생겼다
행인 1처럼 지나가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슬쩍 끼어들며 틈을 만드려는데
이새끼는 뭐야
하며 나는 밀친다
그틈에 후배는 튀어나가고 내가 대신 무리에 갇혀버렸다
이리구르고 저리 구르고 머리를 감싸며 얻어 맞다가
순간 어깨에 메고 있던 작은 나일론천 가방에 해남 우수영 들노래 카세트 테이프가 두세개 들어있다는 걸 생각했다.
껍질의 각이 날카로운 플라스틱 그걸로 저기 지금 몽둥이로 나를 작신내려고 한발 나오는 녀석의 얼굴을 도끼처럼 내리찍는다면,
思行一致,
아니다 먼저 치고나서 생각이 올바른 판단이었음을 확인했다
틈이 났다 그 사이로 용수철이되어 빠져나갔다
저새끼 잡아죽여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앗 저쪽 앞을 돌아가면 막혀있을 것 같고
오른 쪽 옆은 철조망이 쳐있는
목재야적장이다.
무술영화처럼 그 높은 철조망을 오른 손으로 잡고 휙 날았다.
내가 새처럼 날다니
세워 쌓아놓은 목재 뒤쪽으로 몸을 숨기며 각목토막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제서야 여기저기 발자국 소리 잡아죽이라는 소리
각목을 움켜쥔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 오기만 해봐라
죽여버린다
욕지기처럼 강한 살인충동이 일었다
쿵쾅 쿵쾅
들키면 안되는데 심장소리는 왜 이리 크게 들리는가
발자국 소리 그 새끼 어디로 튀었냐는 소리들이 멀어져갔다.
저 멀리 전북대학교 응급실 불빛이 보인다.
도둑처럼
철조망을 비집고
불빛을 향해 내달렸다.
그 현수막,
노란 그 현수막에
"꿈도 아픔도 희망도 노태우와 함께"라니
내가 회까닥 돌아버린 이유였다
늘어진 노란 산국 정리하다가 툭 부러진 가지 돌수구에, 꽃병에, 꽂다가 옛날이 밀려왔다.
첫댓글 그러니까
노가 사단장을 지냈던
사단의 작전처 상황실에서 군 생활을 했을 때였다
노의 명령에 따라
연대 병력을 쿠데타에 동원했던 연대장이
사단장을 거쳐
별 셋을 달고 우리 상급부대인 군단의
군단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주변 육사출신 작전장교, 보좌관, 작전참모는
하나같이 하나회 멤버들이었다
어느날
작전참모가 밝은 표정으로
TOC로 들어서더니
노 총재께서 부대를 방문하실 예정이라며
경호계획 준비하란다
며칠 후,
어쩐 일인지
부대 방문은 취소되고 없던 일이 되었다
아마
전주를 방문하느라 그랬던 모앙이다
필력이 좋으시니까
시인님 멋있으셨네 생각하다...
얼마나 다치셨었길래 응급실로 ㅜㅜ
노락색 기억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과
코끝으로 정신이 버쩍 나는 향기가 들어 올것 같은
감국을 보면서
아픈 기억을 보듬어야 하다니......
사는 일이 참~
씁쓸 쓸쓸 해 져오네요
처연한 아름다움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 인지......
거칠었던 근대사를 관통하며 각목의 쓰나미속에 파르르 떨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憤心 가득히 각인 되었을 殺意를 어찌 상상으로 헤아릴수 있으리요.
다만 가슴이 아려옵니다.
노란색의 추억이구나.
이미 가신 분 노란 리본이나 달아 주세요
저 세상 가서도 편치 못할 사람이니.
노란색보다 더 좋은 색깔로 눈의 장막 씌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