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지 수요 시마당> 352
프랑스 서사기행 54 / 콩데 미술관Musee Conde
라파엘로의 삼미신三美神
삶 오는 아침 가는 아침 거기 뛰어들지 말고 너는 그저 앉아서 지켜보라 떠오르는 햇살 저무는 석양 눈물 한 방울 거기 뒤섞지 말고 너는 다만 시간의 바깥쪽에 그저 앉으라 |
54. 콩데 미술관Musee Conde
콩데 미술관은
콩데 가문의 뒤를 이어 일어선
오를레앙가의 마지막 인물인
오말 공Duc d’ Aumael이 남긴 유산
바로 말하자면 샹티이 성 그 자체가
하나의 콩데박물관인 것
영국식 정원Jardin Anglais도
프랑스식 정원인 르노트르Le Notre의 화단도
영국과 중국식을 아우른 정원Jardin Anglo-Chinois도
말 박물관과 대마구간Musee du Cheval & Grandes Ecuries도
고서 전시실Cabinet des Livres도
신전이라 불리는 원형의 방Rotonde/ Santuario도
예배당Chapelle도
모두 콩데박물관의 하나인 것
이른바 ‘Musee Conde’라 불리는 것은
모두 그런 연유 때문이다
콩데 가문 -
콩데 가문의 시조는 루이
저 유명한 1560년의 ‘앙부아즈의 음모’ 당시
개신교와 가톨릭교의 갈등이 일어났을 때
루이는 가톨릭교 측에 가담함으로써
치열한 암투와 우여곡절 끝에
부르봉 가문의 앙리 4세가 왕위를 물려받자마자
앙리 4세의 삼촌인 루이는 그 여세로 왕실의 일원이 되었다
종교전쟁의 막바지에 이르러
왕실의 신임이 두터운 연유로
후일 루이 14세 시절에 전성기를 맞았으니
콩데 가문의 뒤를 이어 오말 공은
전조의 영광을 이어받은 대표적 인물
그러나 그는 영광과 굴욕을 한 몸에 지닌 사람
무엇이나 영광이 크면 굴욕도 큰 것
프랑스의 마지막 왕 루이 필립의
다섯 번째 아들로 태어나
콩데 가문의 마지막 혈통인 루이 6세가
후사 없이 세상을 뜨자
왕의 유산으로 남긴 모든 예술품과
돈과 토지와 콩데 성을 물려받자
단숨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사람
그러나 최고의 영광은
최고의 슬픈 운명을 타고났을까
일곱 명의 자식들이 모두 아비보다 먼저 죽은
슬픔 속에 여생을 산 인물
젊은 시절에는 알제리 전쟁의 영웅이 되고
프랑스 대혁명으로 루이 필립 왕조가 무너지자
영국으로의 망명생활은 쓸쓸했으되
고적한 생활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곳에서 고서와 보석과 미술품을 두루 수집했으니
한때는 군대의 영웅이던 인물이
나중에는 값진 예술품의 수집가로 변모를 거듭하여
후세에 그 이름을 남겼다
니꼴라 푸생Nicolas Poussin의 대표작인
‘무고한 사람의 학살Massacre des Innocents’을 구입하고
젠느Jenes의 여자수도원에서
랭부르 형제 Frères Limbourg가 만든
‘베리 공의 지극히 호화로운 시도서時禱書’를 구입한 것이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
1871년 프랑스로 귀환하여
아내와 아들이 연이어 죽자
다시 미술품 수집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1799년에는 대혁명으로 폐허가 된
샹티이 성의 복원에 힘썼으니 그의 생은
이른바 ‘새옹의 말塞翁之馬’의 운명을 거듭했었다
운명이 다했음을 깨달았을 때
오말 공은 자신의 유산을 프랑스 학술원에 기증하면서
단 두 개의 조건만을 달았다
책을 포함한 모든 작품들을
영지 밖으로 반출하지 않을 것
소장품의 진열과 위치를 절대 바꾸지 않을 것
이런 조건들이 제시하는 바는
오말 공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들에 대해
그가 얼마나 엄청난 열정과 가치를 쏟아부었는가를 방증한다
미술관은 장엄하다
미술작품은 휘황하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우아하다
예술품의 수집에 이토록 힘쓴
오말 공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중세와 르네상스의 회화
드로잉과 판화와 필사본들
보티첼리도 반다이크도 라파엘로도
앵그르와 들라크르와
인물화와 풍경화와 상류층의 삶과
왕의 영광과 귀족의 호사
전쟁과 영웅과 여인과의 연애와 사랑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라파엘로의 삼미신三美神 Les trois Graces과
오를레앙의 성모
로레테의 성모
앵그르의 ‘물에서 태어난 비너스 Venus Anadyomene’
피에로 디 코시모의
‘시모네타 베스푸치Portrait de femme dit de Simonetta Vespucci’
그 뒤를 이어서
푸생과 뒤러와 루벤스가 남긴 작품들의 명성이
서로 앞뒤를 다툰다
스테인드글라스의 반짝임이여
희디흰 도자기의 눈부심이여
태피스트리의 뒤에 숨은 인간의 땀방울이여
오말 공의 야심과 노고와 집념의 산물이여
그 처음은 성대했고
그 나중은 고독했으되
그의 고집이 벽마다 걸려 있어
보는 자의 눈길이 그토록 오래 머무는가
그림은 범상치 않다
그림의 배치는 오랜 숙고의 자취가 보인다
구석진 자리를 차지한 그림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는 벽에 걸린 채 말이 없다
공간은 방금도 주인의 열정이 스미어 있으되
아름다움은 박제가 되어 말없이 사람을 기다린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무상하여라
오는 자가 돌아가고
있던 자는 다시 떠난다
세월 따라 저 황홀한 시간들과
눈부신 땀방울도 점차 식어갈 것이다
어떤 아름다운 공간도
시간의 바람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영광도 축제도 이름다움도
물결 따라 어디론가 흩어져 갈 것이다
하늘은 새로 푸르고
창공에는 전에 안 보이던 별 하나 새로 태어나
누군가가 찾아와서
새로 해석해 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풀잎 위에 다른 풀잎이 들어와서
드넓은 초원을 가득 채울 것이다
저 드넓은 풍경과
말없이 푸른 나뭇가지와
홀로 가는 강물 뒤에 다른 강물이 와서
다른 세상을 인간의 눈앞에 보여줄 것이다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