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時代精神)”은 독일어인 'Zeitgeist(차이트가이스트')에서 유래한 용어로 독일의 관념론 철학자 헤겔이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헤겔은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시대이던 간에,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로 불렀으며, 그 시대정신은 한 시대가 끝날 때에만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헤겔의 철학적 개념인 세계정신(Weltgeist) 과 혼용되어 쓰이는데, 이 둘은 독일 철학의 근본이 되는 용어인 세계관(Weltanschauung) 과 관련이 깊은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학 쪽에서는 조금 가벼운 의미로 어떠한 시대의 유행을 시대정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특정 시대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특징과 가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며칠 전에 이재명 호위무사로 보이는 정청래 의원이 “이재명이 민주당의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이 민주당의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순덕 칼럼에서 제기한 내용을 보겠습니다.
<결국 박용진은 공천 받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꽤 합리적 인물로 꼽히면서 대선 경선, 당 대표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와 맞섰던 그가 4월 총선에 출마도 못 하게 됐다. 이재명은 2022년 8월 당 대표 경선연설회에서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당 운영을 다짐했다.
어쩌면 지금 이재명은 흐흐 웃고 있을지 모른다. 박용진도 공천 걱정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진짜 만들 줄 알았느냐고.
일찌감치 단수공천 받은 친명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시대마다 시대정신이 있다”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이재명 깃발로 총단결해 시대적 소명인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는 주장이다.
당내 우상화 작업쯤은 모르고 싶다. 하지만 내 혈세까지 당 국고보조금으로 들어가니 모른 척할 수 없다.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私黨)일 수도 없고 개딸들만의 정당이어서도 안 되는 이유다.
정권심판을 시대적 소명으로 잡는 건 그들 자유지만 이재명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는 건 심각하다. 비명횡사 뒤 탈당한 홍영표 의원 말을 굳이 옮기자면 “이재명 대표가 시대정신이면 민주당도, 대한민국도 망하는 길”이어서다.
‘하면 된다’ 정신을 불러일으킨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유신 독재라는 역사적 과오는 용납할 수 없지만 박정희의 ‘하면 된다’는 온 국민의 자신감과 자립심을 자극해 가난을 떨쳐내고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당대의 시대정신이었다. 이재명이 상징하는 시대정신으로 민주당은 무엇을 들 것인가.
홍영표는 ‘말 바꾸기’를 첫손에 꼽았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가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며 뒤집는 정도는 애교였다. 불체포특권 포기, 위성정당 포기 같은 공약 뒤집기도 이번 공천 사태에 비하면 약과다.
나 같으면 ‘설마’를 이재명의 시대정신으로 꼽고 싶다. 22대 총선 민주당 공천은 한마디로 ‘설마가 사람 잡은 공천’이었다. 국어사전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란 뜻으로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한다고 나오는 부사가 이토록 빈번히 쓰인 공천도 없을 거다.
설마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면서 골대 옮기듯 공천 룰을 고치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이재명 지지 모임 대표 출신 송기도 전북대 명예교수를 임명해 물갈이 현역 의원 55명 중 70%에 육박하는 비명(비이재명)을 잘라낼 줄은 몰랐다.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로 찍혀 30% 감점받는 걸 알게 된 박용진도 지난달 “예상을 이만큼은 했죠, 설마하니 이러랴. 그런데 결과는…” 했을 정도다.
이재명의 시대정신 설마가 겁나는 것은 보통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하고 추측하는 일이 그의 주변에선 태연히 벌어지기 때문이다. 별명이 만독불침(萬毒不侵·만 가지 독에 면역이 있다)이라는 이재명은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반인의 상식과 상상을 뛰어넘는, 그래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도 ‘이재명은 합니다’.
심지어 이재명은 작년 10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서 재판장에게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한번 안아보게 해 달라”고 청해 끌어안더니, 이번에 공천 룰까지 바꿔 ‘대장동 변호사들’을 줄줄이 지역구에 공천하기까지 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할수록 섬뜩하다.
국민이 이재명의 시대정신을 따르면, 말 바꾸기와 거짓말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설마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도 태연하게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공천받기 위해 “차은우보다 이재명이 더 미남”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듯, 아부는 보통이 될 것이다. 어제 했던 사랑의 약속이나 상법상의 계약을 깨는 것도 우습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사기죄나 패륜 등으로 붙잡혀 가더라도 무도한 정권에 의한 박해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좀 더 용감하면 ‘비법률적 판단’을 받겠다며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공천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어떤 범죄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전 국민 멘털이 강해지고 도덕성 수준이 떨어지면서 가히 국민성 개조가 벌어질 판이다. 전 국민의 이재명화, 끔찍하지 않은가.
설마 이런 이재명이 대통령 되랴 싶겠지만 만독불침 이재명은 또 모른다. 지금은 당내 비명만 자른 당 대표이나 대통령이 될 경우 알 수 없다. 반대세력은 비명도 못 지르게 잘라버리는 이재명의 시대정신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니스트
출처 : 동아일보. 오피니언 [김순덕 칼럼]‘이재명이 시대정신’이면 국민성 개조될 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서 가장 널리 알린 말이 “내로남불(naeronambul, 我是他非)”일 겁니다. 영국과 미국의 유명 사전에 올랐다고 하고, 중국에서도 한국에서 만든 성어(成語)로 소개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저는 이게 바로 더민당의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국에서 시작되어 이재명, 송영길로 이어지는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이전 시대에는 보기가 흔치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국도, 이재명도 송영길도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그들에게 다반사(茶飯事)입니다.
아직도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사법 리스크가 검찰의 탄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100번 그렇다치더라도 아침에 한 말과 저녁에 한 말 다르고, 여기서 말한 것을 저기 가서 뒤집는 그의 조변석개(朝變夕改) 거짓말은 누가 뭐래도 사실입니다.
정말 정청래 식의 시대정신이 이재명이라면 대한민국은 세계 으뜸의 거짓말 공화국이 될 것이고 온갖 사기꾼의 천국이 될 것입니다. 아직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