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이면 만개한 꽃무릇으로 발갛게 변한 선운사를 보러 먼길을 달려 고창으로 향하곤 했는데 한동안 가보지 못했다. 문득 붉게 핀 철쭉으로 물든 고창읍성 성곽길이 떠올랐다. 지금쯤 철쭉꽃이 예쁘게 피었으리라.
지난 27일, 고창으로 떠났다. 읍성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단종 원년에 축조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고창읍성은 낙안읍성, 해미읍성과 함께 대표적인 읍성 유적이다. 모양성이라고도 부르는데 옛날, 고창 지역을 '모량부리'라고 불렀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성 앞에 돌을 머리에 인 여인들의 조형물이 서 있다. 그리고 성을 따라 붉은 띠처럼 피어있는 철쭉이 눈에 들어온다. 고창읍성의 정문격인 북문, 공북루로 들어섰다. 성곽길로 오르는 입구가 있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고 써놓은 표지판이 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모양성제 때는 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머리에 돌을 인 채 성곽을 도는 답성놀이를 재현한다고 한다.
성곽길에 올라섰다.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길은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완만하여 걷기 좋았다. 걷는 내내 철쭉이 따라왔다. 걷다가 잠시 뒤돌아 보니 고창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동문까지 걷고 성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성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객사인 모양지관, 향청, 작청 등 관아건물이 곳곳에 있었다. 안쪽에 있는 맹종죽림을 구경했다. 무척 키가 큰 대나무는 굵고 단단했다. 성 밖으로 나왔다. 붉고 하얀 철쭉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김숙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