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구에 갔다 왔습니다.. 실측하러요... 부산에서 대구까지....ㅋㅋ 두곳을 한꺼번에 해야 겠기에 첫 클라이너트와의 미팅을 11시.... 두번째 미팅을 오후 2시로 잡고 구마고속도로에 몸을 내 맡겼습니다.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해서 언넝 서둘러 만나서 실측하고 얘기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첫미팅 기분좋게 하고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점심을 먹을까 하다 행여 늦어버리면 또 어쩌나 싶어 두번째 미팅 다 끝내고 점심을 먹기로 하고 두번째 장소로 향했습니다. 첫미팅을 대구 시내(동성로)에서 했기에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두번째 위치 (동아백화점)를 물어 보았더니 바로 근처더군여...... 점심을 먹자니 불안하고 바로 가지나 시간이 남고....-0- 그래서 근처 중앙공원에서 커피한잔 빼들고 오랜만에 여유를 즐겨 보았습니다. 그전에 몇번 대구에 왔지만 오늘처럼 여유를 즐겨보기엔 첨인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길인데도 관심을 가져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것을 발견하게 되듯 오늘따라 유난히 대구 시내의 모습이 참 깨끗하게 보였습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약속한 시간보다 10분 먼저 백화점 앞에 가서 기다리다 전화를 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길 설명하고 저보고 오라고 하더군여..." 헉.. 근데 설명해준 길따라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장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4번째 통화끝에 나중엔 그분도 저도 지쳐 버리더군여.... 알고보니 시내에도 동아 백화점이 있지만 지산동에도 동아 백화점이 있다는 사실.... 엉뚱한곳에서 찾으니 당연히 없겠져....
그런데 그쪽분 전화태도가 영..... 분명 저 초행길이라 자세히 가르켜 달라 그랬는데 그것도 모른다면서 어떻게 이 일을 하냐는 식이더군여. 인테리어 일을 하면 전국 팔도지리 머리에 다 넣어야 하나요...ㅡㅡ" 길도 모르면서 여기 올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말에 진짜 뭐 빠질정도로 달리고 묻고 해서 정확하게 25분만에 갔습니다. 가자마자 들을수 있었던 말은.... 나 한가한 사람 아니니까 빨리 실측하고 얘기 하라고 하더군요.... 15층건물 주인에 돈좀 있고 나이도 저보다 무려 두배는 넘는 사람이... 예의상이라도 점심은 먹었냐고 물어볼수도 있고 자기가 생각한 시간보다 빨리 왔으면 고생했겠구나 싶어 숨좀 돌리라고 말할줄 알았는데 완전히 착각이더군요.
급한대로 실측하고 얘기하니 오후 5시....... 그제서야 근처 중국집에서 점심겸 저녁 한끼 먹었습니다. 돌아오는길.... 이미 시간은 늦어버려서 차가 엄청 막히더군요.... 돌아오는길에 왜이리 한숨이 나오던지.......
지금 창밖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제 마음의 소리처럼요........
집에 돈이 많아서 이 일을 한것도 아니고 취미생활쯤 생각하며 해본적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별다른 할일이 없어 시작한것도 아니고 대학다닐때 실수로 전공을 선택한것도 아닙니다. 딱히 자질이나 소질이 있다거나 뒷배경, 넓은 인맥..... 그런것들 따위와 저는 서로 상극이 아니였나 싶을 정도로 상관 없는 단어 였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젊다는거.... 그거 하나 믿고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어 배팅했습니다.... 주위에 수많은 유혹과 어려움 속에서 갈등도 많이 했지만 아직 배팅은 끝나지 않았기에 마지막 카드는 내가 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교할수록 보잘것 없는 월급.... 고생에 대한 보답이라 하기엔 왠지 자좀심이 허락치 않았기에... 더욱이 내가 선택한길이기에 후회없이 해보고 싶어 돈과는 담을 쌓기도 하고 때론 성인군자로 때론 사기꾼 소리 들으며 버텨 왔습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수없이 되뇌이며 물불 안가리고 뛰어 왔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푸념할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사회에 나가면 자신 만만 했습니다.어딜가든 인테리어라는 말은 어느새 저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 보이지 않는 저의 명함이자 든든한 빽그라운드가 되어 주었습니다. 어설픈 흉내만 낸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사기꾼 소리 듣기 싫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척 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주재 파악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이를 악 물었습니다.
현장 끝나고 다들 퇴근 했지만 혼자 남아 청소도 하고 변기조립도 해보고 시멘트도 발라보고 용접봉도 잡아보고..... 전 경험으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욕심에.....
야간 작업... 무척 잼나게 했습니다....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현장 여건에 마추어서 하는거니 몸은 피곤하고 고단해도 늘 웃음을 잃치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남들보다 자질이 없기에 소질이 없기에 똑같이 해선 절대 앞설수 없다는 생각에 남들이 두번하면 전 세번 하고 남들이 세번 하면 전 네번 했더랬습니다.2,3일씩 밤을 세워도 담날 새벽같이 나가서 현장 단도리 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같이 시작했던 동기들 친구들......해가 바뀌때 마다 수가 줄어 들었습니다. 7년째 접어든 지금 같이 시작했던 동기들 단 3명만이 남았습니다.
이 일을 그만두며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들의 마지막 말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그럴때마다 흔들리던 자신을 보며 다시 맘을 잡고 또 잡았습니다. 하지만 인정할수 밖에 없던 현실에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참 웃긴건.... 나처럼 그런 맘에 흔들리던 친구들 후배들....마음을 잡아주려 애쓰는 자신을 보면서요......
물론 많은 경험과 다양한 지식..... 많은 대인관계와 일들.....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것을 알게 해주는 매력적인 일이란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느새 친구들과 얘기하다보면 한단계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자신을 보며 놀라곤 하니까요........
한계에 부딪히는 자신을 보며 더이상 방황하지 않는 자신을 추스리기 위해.... 뒤늦게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좀더 큰 스케일.... 더 많은 경험...... 자존심.... 남이 떠주는 밥상만 받아먹기 싫어서... 그 밥상이란거 내가 차리고 싶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건축학과에 편입을 하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낮엔 변함없이 일에 매달려 몰두하고 밤엔 학교를 가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편입생... 야간학생... 졸업장.... 형식...... 이런소리 또한 듣기 싫어 또다시 밤을 세워가며 과제하고 낮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무리 했습니다. 그렇게 보낸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생기더군요......
창밖에 비를 보며 가만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여전히 갈등 하는 자신을 보면서요.
내가 이 이일을 잘할수 있을까.... 얼마전 터진 사건.. 아마도 그동안 계속 쌓였던 저의 7년묵은 스트레스가 한번에 폭팔 해버렸나 봅니다. 일에 대한 회의.... 돈과 세상에 대한 배신....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세상에 치쳐버린지도......
요즘와서 왜 이렇게 일이 하기 싫은건지..... 정말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건지.... 그럼 왜 학교는 다니는지....행여 다른일이 있나 찾아보고...... 같은 일을 하는 친구 한녀석도 맘을 못잡고 그만두려 합니다.... 둘이서 장사나 하까... 그러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스럽죠...... 그렇치만 여전히 갈등이 생기고......복잡합니다...... 오늘도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고 많이 늦었지만 마지막 타임 수업듣고 다시 사무실에 와서 과제하고 오늘 실측했던거 대충 정리하고 들어가야 하는데....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어느것 하나 해놓은게 없네요.
이번 현장까지만 마무리 짓고 당분간 떠나 있어야 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죽도 밥도 안되는것 같기도하고.....그렇다고 포기하는건 아닙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는 카드한장이 남아 있으니까요.......
죄성합니다..... 괜히 열심히 일하시는분들 사기 떨어뜨리는 말 적는것 같아서요.....
그치만 저도 심각하게 고민중이라 딱히 말할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여기가 가장 맘이 편해서요....
행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글이라면 답글 주세요 ... 바로 지우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첫댓글 늘 그렇치만........ 기분 전환하시고, 마음에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물들여 보세요.
다들 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이 아닐런지 싶은데 전^^;; 본인생각이 가장 중요할뜻 싶은데요 ~ 시간나실때 여행다니시면서 생각해보세요~ 화이팅!!
무척 머리가 복잡 하시겠네요, 잠시 머리를 식히시는게 가장 최선의 방법인가 합니다.. 머리뿐 아니라 가슴을 비우시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인테리어를 가슴에 담아보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너무 바쁘시게 지나셨군요...그러다 보면 자기자신을 잃어 버립니다...저도 몇 년은 정신없이 살았는데 남은것이 없더군요...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여유를 좀 가지시고요 그러다 보면 일에대한 애착이 다시 느껴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