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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팔이 척결" 거친 언사, 대상은 애매모호
지지층 두텁던 정봉주 평지풍파에 전당대회 찬물
또 '친명-비명' 프레임 갇혀…보수언론 맹폭 자초
이재명 개입에 열받았다? 즉흥적 농담 과잉해석
'잼카 초대석'에 최고위원 후보 8명 다 불러 덕담
정봉주엔 "형님" "수감 때 면회" "기호 3번" 응원
"정풍운동 벌일 것…거수기 안 해" 당내 풍파 예고
"동지 악마화, 정권과 싸움 집중해야" 비판 잇따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후보군 중 줄곧 선두권을 달리던 정봉주 전 의원이 돌연 당내 '이재명 팔이 무리'를 최우선적으로 뿌리 뽑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암덩어리' '척결' 등 정 전 의원이 동원한 언사도 과격하지만 그 대상이 누구라는 것인지 실체도 불분명해 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들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BBK 저격수'로 활약한 이래 뛰어난 전투력과 친화력, 그리고 투옥과 잇단 낙천 등 남다른 수난사로 지지층이 두텁다고 평가받던 정 전 의원이 느닷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형국이다.
지지자가 "김민석 파이팅" 외치자 "근데 표가 왜 안 나오지?"
즉흥적 농담에 모두 폭소…이후 발언도 '경선 개입' 해석 무리
정 전 의원은 기본적으로 이 전 대표가 자신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단단히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과 평소 '형 동생' 하는 사이라는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이재명 전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에 대해 상당히 열받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과연 최고위원 경선에 의도적으로 개입해 정 전 의원을 밀어낸 것인지는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김민석 의원 등 여러 사람과 함께 대회장 로비를 나서다 주변에 있던 한 여성 지지자가 김 의원을 향해 "김민석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곧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근데 김민석 의원이 표가 왜 이리 안 나오는 거야?"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김 의원을 비롯해 강선우‧천준호‧서영교 의원과 당 관계자, 지지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계획된 연출이 아닌 즉흥적인 장면이었고 이후 이 대표는 추가적인 언급 없이 걸음을 옮겨 차량을 타고 먼저 떠났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온 오마이TV 측과 간단히 문답을 가진 뒤 따로 자신의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 전 대표는 나중에 김 의원과 다시 만나 자신의 유튜브 채널 코너인 '잼카 초대석'을 진행했는데, 여기에서도 해당 발언이 '경선 개입'을 위해 기획된 게 아니었음이 확인된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차량에 오르자마자 다음과 같은 말을 주고받았고 서로 크게 폭소를 터뜨렸다.
김 "아이, 전당대회 시작하고서 제가 지금 제일 유명해진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 "뭐요?"
김 "대표님이 아까 '김민석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와' 이래 가지고 그게 (카메라에) 찍혔어요."
이 "찍혀버렸어?"
김‧이 "하하하하!"
이후에 이 전 대표가 김 의원에게 "지난 총선 때 본인 지역구 선거도 당락이 아슬아슬한데 중앙당 상황실장을 맡아 전국 선거를 챙겼다" "제 (당대표) 선거를 도와주느라고 실제로 본인 선거(운동)를 못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이 크다"고 말한 것도 경선 개입을 노린 발언이라기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술회한 수준에 가깝다. 김 의원이 4선 중진이고 총선 전후에 남달리 헌신했음에도 최고위원 당선이 불투명한 상황에 대한 의아함과 아쉬움도 배어있겠지만 그 정도 발언이 김 의원에게만 국한됐던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특별히 김 의원만 불러서 띄워준 게 아니라 8명의 후보를 '잼카 초대석'에 차례로 모두 출연시켜 덕담을 건넸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잼카 초대석'에 최고위원 후보 8명 모두 불러 덕담
정봉주엔 "형님" "수감 시절 면회" "기호 3번" 응원
이 전 대표는 정 전 의원과 '잼카 초대석'을 시작할 때 "봉도사님이 나타나셨다"고 환영하고 차 안에서 감말랭이를 나눠 먹으며 어린 시절 추억을 얘기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당시 정 전 의원은 손학규 후보 캠프에, 이 전 대표는 정동영 후보 캠프에 속해 서로 대립했던 앙금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 전 대표는 '잼카 초대석'에서 그때 일을 먼저 꺼냈고 두 사람은 한동안 회고담을 유쾌하게 이어갔다. 이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을 종종 '형님'으로 칭하기도 했다(정 전 의원이 나이가 네 살 많다).
이 "옛날에 형님하고 그 경선에서 나는 정동영 지원하고, 봉도사님은 손학규 지원하다가 부산에서 부딪혀 가지고."
정 "그러니까. 그때 대표님이 정동영 측 법률단장인가 그랬잖아요. 그때의 '짤'이 (지금) 돌면서 댓글이 '정봉주 저거 원래 반명(反明)이었다'고."
이 "으하하!"
그 밖에도 이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수감돼 있을 때 면회를 갔던 기억과 출소 직후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정 전 의원을 만나 밥을 샀던 일, 정 전 의원이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성남시장으로서 공무원 대상 특강 연사로 초빙했던 일화 등도 나눴다. 방송을 마치며 이 전 대표는 "화이팅"이라고 했고 정 전 의원이 자신의 기호가 3번이라고 말하자 손가락 세 개를 카메라 앞에 펼쳐 보이며 "3번"이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김민석 의원이 나왔던 방송이 '경선 개입'이라면 정 전 의원 방송도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김민석 의원이 표가 왜 이리 안 나오는 거야"라는 말은 즉석에서 농담으로 꺼냈던 것이고 다른 후보들을 차별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도 없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의 언급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유포되면서 김 의원 순위가 치솟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적극적인 선거 개입이라고까지 단정하는 건 무리다. 더군다나 '정봉주 죽이기'에 나섰다고 볼 행적도 없었다.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정 전 의원이 당원들한테 이런저런 항의 문자를 많이 받으면서 그걸 이재명 측이 조직한 것처럼 오해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명팔이 척결" 누구인지는 말 안 하고 기자들과 스무고개
"몇몇 극소수 인사, 오직 한 줌뿐"…혁신회의도 해당 안 돼
그럼에도 정 전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표를 팔아 권력 실세 놀이를 하고 있는 '이재명 팔이' 무리들을 뿌리 뽑겠다"면서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격한 어조로 당 내부를 향해 칼을 겨눴다. 이어 "이들은 이재명을 위한다며 끊임없이 내부를 갈라치고 경쟁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당을 분열시켜 왔다. 이재명 이름 팔아 호가호위 정치, 실세 놀이를 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알고 있다. 당을 아끼고 걱정하는 많은 당원들이 알면서도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우선 과제가 '이재명 팔이' 무리들 척결"이라고 거듭 실행을 별렀다.
그런데 '명팔이'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여러 각도에서 질문을 했지만 정 전 의원은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라면서도 "머리 쳐들면서 발끈하는 사람들" "대표를 존중해 주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본인 자신이 대표인 사람들" "최고위원 후보들은 아니다" "최고위원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수면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막연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기자들과 스무고개를 이어갔다.
'실세 놀이'를 하고 있다면 언뜻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의원이나 현 지도부의 정청래 수석최고위원, 박찬대 원내대표,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떠올리기 쉽지만 정 전 의원이 그들을 겨냥해 '명팔이'라고 규정한 것 같지는 않다. 당원들이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으면서 '암덩어리'로 여기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전 의원은 그들이 누구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으로 당원들 분노가 심상치 않게 확산되자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후보를 간절히 지키고자 하는 개딸, 당원들이 '이재명 팔이'일리가 있느냐"며 "장막 뒤에 숨어 이런 소중한 열정과 진정성을 악용하고, 이재명 이름 팔아 자신의 권력을 세우려는 몇몇 극소수 인사들, 오직 한 줌뿐인 '이재명 팔이'에게 보내는 명백한 경고"라고 보충 설명을 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 전 의원의 표적이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혁신회의는 '극소수'나 '한 줌'은커녕 현역 의원 40명에 원외 인사까지 총 70여 명에 달하는 민주당 최대 조직이라 정 전 의원의 묘사에 부합하지 않는다. 초선과 원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세'라고 하기에도 어폐가 있다.
전당대회 뒤 강력한 내부 투쟁 예고…"거수기 안 할 것"
박원석 폭로도 부인 안 해…"이재명, 대통령 되면 안 돼"
정 전 의원의 '척결' 대상은 이렇게 모호하지만 그는 "당원대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당의 혁신이 시작될 것이다. 온갖 시련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밀고 나가겠다"면서 '정풍운동'과 '액션'에 돌입할 계획임을 명확히 했다. 독자적으로라도 강력한 내부 투쟁을 밀어붙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심지어 '이재명 팔이 무리'와 '이재명 전 대표'를 분리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건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으로 답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냥 거수기가 되지는 않겠다"고 호언해 전당대회 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와도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그는 박원석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 "사적인 대화이다 보니까 좀 과장되게 전해진 부분이 있다"고만 했을 뿐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고 박 전 의원에게 그 뒤로 연락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지난 8일 '김태현의 정치쇼' 유튜브 방송에서 "최근에 봉주 형이랑 통화를 한번 했다. 광주 경선 끝나고 기자들하고 했던 얘기들이 (언론사) 정보 보고 형태로 돌았는데 내가 그 내용을 보고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다"며 정 전 의원이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내가 (기자들에게)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다. 최고위원 5명 안에만 들어가면 되잖아.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야.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
"이재명이란 사람은 조그마한 비판도 못 참는다. 행정가 출신이라서 그렇다. 제왕적인 권한을 행사하다가 (정치권에 와서). 그런 사람들은 대통령 되면 안 된다. 표본이 윤석열이다. 최고위원회의에 자기 사람 2~3명 넣어 가지고 소꿉놀이하면 또 (대선에서) 0.73%p차로 진다. 대통령 못 된다."
나아가 박 전 의원은 "(정봉주) 본인이 이런 걸 절대 어디 가서 얘기하면 안 돼, 이게 아니고 '야, 하라 그래. 거기 귀에 들어가라고 내가 한 얘기야.' 이런 생각이고 실제 그렇다"면서 "나는 밖으로 전달돼도 좋다고 해서 얘기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전 의원이 거리낌 없이, 이 전 대표 측이 들으라고 한 얘기라는 점을 거듭 확언한 것이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 대다수 당원들로서는 '명팔이'가 아니라 정 전 의원을 향해 속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다.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298
첫댓글 적의 언어, 혐오의 언어로 자당을 공격하고 내분을 일으키는 최고위원 후보가 나온 듯 합니다. 새로 등장한 그 언어 ‘명팔이 하는 한줌’ .. 그게 누구냐고 기자들이 물으니 어물쩡 답하지 못합니다. 그간 쌓아온 서사를 한방에 보내버린 듯 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 서울 전당대회 경선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고. 구세기적이고 구태의연한 뻔한 정치적 술수를 부리는 모습이 사뭇 인상을 찌푸리게 합니다.
2222
안녕하세요
명팔이입니다
ㅋㅋ 정씨가 말하던 그 ‘한줌 명팔이’ 이신가요? ㅎㅎ
혓바닥으로 망한자, 혓바닥으로 또 망한다.
입이 가볍고 상스러워 갸우뚱하게 하더니 참 웃기게 되었습니다. ㅎ 아무래도 문재인 대표 면상에서 모욕을 주던 주모씨가 떠오를 정도네요.
관심 받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길게 보자...
악명도 명성이라지만, 지금 타이밍은 아니다.
제가 보기엔 문재인 대표 면상에서 모욕주던 모 최고위원이 하던 짓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런식으로 나오면 옛날처럼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이나 지지하는 국민들이 속끓으면서 있었는데 온라인 기술이 접목된 현시점에서 더이상 가만있지 않을거 같고요. 명팔이 운운하더니 즉각 서울 순회경선에서 반응이 나오네요. 6위로 대추락. 아직도 옛날식 정치(유력당대권후보를 공격해서 정치적이익을 얻는행위)를 시전하려고 시도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원중심정당으로 변하고 있는데 저러는 걸 보니 시기심과 좌절로 흑화되지 않았는지 의심할 수 밖에요. 김갑수 씨의 평으로는 정씨는 이재명 대표를 자신 아래로 보는 것 같다고. 지금 자신의 처지와 당대표이자 유력대선후보로 지위를 구축한 이재명 대표를 비교하면… 좋은 서사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한방에 날려 버렸습니다. ‘그 사람의 진정한 면목을 보려면 큰 자리를 맡겨보라’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