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데 다들 건강하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아르바이트 했던 가게에 대해 쪼금 얘기해보려 합니다. 쪼금이라고는 했지만 내용도 상당히 길고, 그다지 썩 좋은 얘기도 아니기 때문에 한가하시면 읽어주세요.
저는 올해 2월에 일본에 처음 왔습니다. 처음 간 곳은 도쿄였구요. 여행기분으로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뙇, 하고 대진화가 터지더군요. 지진보다 원전이 무서워서 일단 임시귀국을 했다가 올 4월에 다시 오사카로 들어왔습니다.
2개월동안 정말 신나게 놀곸ㅋㅋㅋ 구경할거 다 하고 6월에서야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썩 쉽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7월경에 어떻게 어떻게 연락이 잘 되어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문제의 가게였습니다.
한국인 여사장과 일본인 남사장이 하는 한국식당으로 식당에서 일해 본 경험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일은 낯설고. 처음엔 주변에 폐 정말 많이 끼치고 사고도 많이 쳤습니다.
문제는 남사장이었습니다.
말이 좀 통하지 않아 어리둥절하고 있으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고,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뭐 그런거야 그럴수도 있다고 참았습니다. 그러다가 슬 손에 일이 익고 눈치가 좀 생기고 나서 여유가 생기니 사장과도 이런저런 농담도 주고받고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 손버릇이 참 안 좋으십니다.
얘기를 할 때 팔을 꼭 잡고 얘길 하질 않나, 음료수 만드는 통로 그 좁은데에 지나가려고 해도 비켜주지도 않고 어떻게든 부대껴서 지나가게 하질 않나, 지나가다가 허리를 만지고, 엉덩이를 치고, 배에 손을 얹고. 아 뭐 그래도 그냥 친해졌다는 표현중의 하난가 보다, 하고 제 쪽에서 피하면서 참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딱 그만뒀었어야 했는데요.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유니폼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자기가 도와주겠다더군요.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기분이 나빠서 됐습니다, 하고 강하게 말하고 거절했습니다. 그 이후로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더라구요.
앉아서 젓가락을 끼우거나 행주를 개거나 하고 있으면 지나가다 발을 밟습니다. 그것도 살짝 밟고 지나치는것도 아니고 밟은 채로 서 있더라구요. 그 가게는 양말만 신고 일을 했거든요.
한번은 현관 앞을 지나는데 그 곳이 좁아서 두 사람이 동시엔 지날수가 없습니다. 그 좁은데에 쭈그리고 앉아있다가-가게에 자주 오는 길고양이를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나가니까 못 간다며 다리를 끌어안더라구요. 유니폼의 긴 바지를 입고 있었어도 기분이 나빴을 텐데, 가뜩이나 돌아가려 사복으로 갈아입은 후라 핫팬츠 차림이었습니다. 걷어찰 수도 없고 어떻게든 빼려고 힘을 주는데, 그걸 또 안놓치려 힘을 주다가 뒤로 자빠지고 나서야 놔줍디다.
이 쯤 되니 참을수가 없어져 같이 알바하던 언니에게 상담을 했습니다. 그 분이 너 언제 그 얘기하나 했다,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못참겠으면 여사장한테 얘기를 하라는데, 아니, 어떻게 부인한테 그런 말을 합니까. 제가 잘못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하기가 민망해서 결국 본인한테 이러이러 하시는거 싫다, 했더니 하지 않겠다, 미안하다 하더군요.
그 때 그만뒀어야 했나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련(?)을 그만둔다는 극단적인 선택 말고 유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나름 고심한 결론이었는데 때론 사람은 그냥 피해가야 할 때도 있는거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 좀 나아지는가 싶었으나 말을 걸 때 통로에서 지나치며 밀착된-부대끼지 않으면 못 지날 정도로 정말 좁습니다ㅠㅠ-상태에서 말을 겁니다. 제가 그냥 슬 웃으면서 옆으로 피하면 따라오구요. 결국 그냥 대충 대답하고 도망치는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정말 이 가게를 그만둬야겠다 마음먹은게 화요일이었습니다.
여사장이 미용실에 간다며 조금 먼저 나가셔서, 사장과 둘이 식사를 하고 장보러 나가시길래 현관까지 배웅했습니다. 어른이 나가시면 일단 인사는 해야하니까요. 그랬더니 느닷없이 한국어로 사랑해요~ 이러더군요. 솔직히 불쾌하고, 무슨 소릴 하는거야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악수를 하자더군요. 뭐라 거절한 거리가 없어 악수를 했더니 손을 막 주무르는 겁니다.
제가 본디 수족냉증이 있어 손이 굉장히 찹니다. 그 탓인가 애써 생각하며 참았는데 이번엔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간지르더군요. 그제사 기분이 나빠 손을 뺐습니다. 그냥 친한 사람한테 하는 호의가 아니구나 싶더라구요.
핫키리하게 딱, 그만두세요, 하고 말 못한 저도 잘못이 있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남사장뿐만이 아닙니다.
여사장, 흔한 한국분이시라...^^; 성격도 급하시고 오지랖도 넓으십니다. 본지 몇 일 됬다고 뚱뚱하다고-제가 몸집이 좀 있는 편입니다-살을 빼라 하시더군요. 그것도 같이 일하는 남알바생들도 다 있는 앞에서요. 좀 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움직임이 둔할 정도는 아니며, 제 몸 때문에 지나갈 사람도 못지나가고 하는 정도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런식으로 모욕감을 주시더군요. 뭐, 한국분이시니까, 하고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 취미가 그겁니다. 당일에 말하기..^^
처음 가게에 들어갔을 때, 가게에 언제언제 나오라고 딱 정해주질 않더군요? 그 날 2시-가게는 5시부터 근무였습니다-경에 전화해서 오늘 나오라시질 않나, 끝날 때 쯤에 내일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질 않나. 물론 가게고 예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가을이었습니다. 제가 가을들어 런치와 디너를 둘 다 했습니다. 하루에 11시간이라는 고된 노동이었죠. 처음에는 나름 열심히 했으나 날이 갈수록 몸이 지쳐 일 하는 속도도 더디고 제대로 일하질 않았나 봅니다. 그건 제 잘못이 맞습니다. 그래서 새로 사람을 구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 잘못이니까요.
그래도 상식적으로, 네가 이러이러해서 사람을 구하려한다, 하고 미리 말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당사자들은 알바생들이 내일 못나와서 누구에게 대타를 부탁했다, 고 전날 말해도 그런건 미리 말해야 하지 않느냐며 역정을 내시면서 그 말은 사람을 다 구하고 일도 시작한 후에 말씀하시더군요. 런치 끝나고 청소하려는데 오늘부터 디너 하지 말라고요. 어이가 없었지만 뭐 제 잘못이 크니 참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식으로 런치 일을 인수인계 받은게 아니고, 거의 대타식으로 급하게 들어간 거라 무슨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사장과 일할때는 가르쳐주니 괜찮았지만, 혼자 청소를 할 때는 더했죠. 이거이거 하면 되겠지, 했는데 뭔가 제가 빼먹은게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 왜 이거이거는 안하냐, 해야한다, 고 말하면 되는것을, 말도 안하고 혼자 역정을 내시다가 어느날 갑자기 일 그렇게 하지 말라며 소리를 치시더군요. 어리둥절해서 몰랐다, 시정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 했더니 됬다고 청소하지 말라더군요.
얼척 없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냥 네,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타임카드를 봤는데 왜 4시를 딱 찍고 가느냐더군요-런치는 4시까지가 근무시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4시까지 근무시간으로 되어있으면 4시까진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줄 알고 그랬다, 했더니 뭘 해도 변명으로 들리고 못 믿으시겠다더군요. 돈 더 받으려고 일부러 늦게 가는거 아니냐며.
제 입장은 이러이러 했다, 해도 묵묵부답.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습니다. 제대로 묻지 않은 제 탓이려니, 하구요. 그랬는데 갑자깈ㅋㅋ 일 끝날때쯤에 다시 힘내서 해 봐, 하시더라구요.
서로 감정 상했지만 서빙은 열심히해라 하는 건가,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일하고 청소 않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했더니 열심히 하겠다면서 청소는 안할거야? 합디다. 못 알아들은 제 탓이지만...제발...말을...똑바로 해줬으면 한다...하면서 참았습니다....
결국엔 다 쌓이고 쌓여서 그만 뒀지만요. 비자가 2개월정도밖에 안남아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좋은 분이 짧게라도 일해보라 해주셔서 감사히 그 가게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주말부터 첫 출근인데, 지옥에서 구해내주신 만큼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일할 생각입니다.
처음 일을 당하고 가게를 그만둘 때에는 위치도 까고 이름도 까고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아직 월급을...받지 못해서^^.....설마 여길 보고있진 않겠지 싶습니다만 그래도...싶어 그냥 제가 당한 일만 적었습니다. 다른 알바생들이 당하는 것도 이것저것 봤지만, 제 일이 아니라 적기가 껄끄럽네요.
이 가게 타도합시다, 욕해주세요, 하는 기분은 아닙니다. 그냥 이런 가게도 있으니 일 구하시는 분들, 특히 여자분들 여러모로 주의하세요, 하는 기분으로 쓴 글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다만 저도 뒤끝이 없진 않아서...^^ 혹시 무슨 가겐지 궁금하다, 피해가고 싶다 하시는 분은 쪽지주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타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도 슬픈데 가게가 이래서야 참...이러저러 가슴이 쓰리네요. 할 수만 있다면 7월의 저로 돌아가 당장 가게를 그만두고 싶은 기분입니다. 인내심을 기르자, 하기 싫어도 하는 법을 배우자, 하며 참아온 제가 참 바보같아서요.
다들 힘드실 텐데 푸념글 길게 늘어놓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ㅠㅠ
첫댓글 휴......
고생하셨습니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인체를 가지고 하는 농담또한 저는 폭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남편이라는 작자는 손 주무르고 다리 껴안고..늙은 새끼가 미쳤었나 봅니다. 뒤늦게 발정이 났어도 그렇지, 그럼 지 마누라 놔두고 왜 힘없는 알바생에게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
참으로 인내심이 강하신 분 같습니다. 하지만, 딱 잘라 말해야 할때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몸 만지지 말라는 말이 근거가 되어 알바 짤리셨다거나 하신다면 얼마든지 노동 후생청에 고발이 가능합니다. 그 가게 영업정지도 먹이게 할 수가 있구요..하지만 우리 유학생들 그러하듯..입이 포도청이라 참으신게 많은듯 ㅠ
이제부턴 좋은 일 많이 일어나길 바래요!!
어딘지 알고싶네요 한국인여사장 일본인남사장...
힘드신일 있으셨으니 이제 좋은일 많을거란 생각으로 힘내세요 !!
쪽지좀 주세요 상호ㅡ.ㅡ;; 위치...같은 여자로써 피해야할 가게인데요 거기!!! 꼭 저런 것들이 있어 아주...사장이랍시고 직원들 노리는 놈들...구역질나요.
상호를 알려줘야 조심하죠
힘내세요! 진짜 같은 여자로서 너무 열받네요. 찾아가서 옥수수라도 털고오고싶은데 글쓴이님 아직 돈 안받으셨으니 킵... 앞으로 좋은일들만 생기실거에요^^ 힘내세요!
월급 받으시고 공개하세요 ㅎㅎㅎ
분명 여기에도 알바 모집 글 올릴테니 이글 볼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ㅎㅎㅎ월급 안주면 노동처에 신고하시면 되고 성희롱으로 고소도 하세요 그럼 힘내시구요
에구..ㅠㅠ고생많으셨네요..ㅠㅠ앞으론 좋은 일 많이 일어나실거에요! 힘내세요!!!
힘드셨겠네요. 정말.... 2012년엔 그 만큼 더 좋은 일들이 많을꺼예요. 힘내세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