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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3
#1. 몽따쥬
12회 뒷부분. 최영이 살수들을 처리하는 부분들을 이어서 몽따쥬 형식으로. 보여주다가..
(처음에는 잘 싸우고.. 뒤에는 점점 헉헉거리는 수순으로)
#2. 산길
나무에 기대 앉은 최영. 검날을 들어 보고 있다. 사람을 베면 날이 빠진다.
잠시 손이 멈췄다가.
최영 : 대충.. 여기서 끝내지. 어차피 돈을 벌자고 하는 살인. 죽으면 아무 소용없잖아.
주변의 나무들.. 대답 없음.
최영 : (검을 닦으며) 내가 아는 어떤 분이 있는데.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좀 웃더니) 사는 거야. 그것도 힘차게 사는 거.
니들이나 나는 그걸 모르잖아. 우리한테 사는 건 죽지 않는 거. 그 뿐이지 않나.
근데 그분은 달라. 그분은 진짜로 살고 있어. 힘차게.
말과 동시에 검을 두 손으로 깊이. 뒤로 꽂아 넣는다.
뒤에서 기습해오던 살수 하나가 옆으로 쓰러진다.
최영이 검을 힘있게 다시 빼낸다. 지친 얼굴.
#3. 길
최영이 마지막 살수를 죽였다. 기운을 다했다.
살수가 쓰러지는 동시에 최영도 휘청해서 한무릎이 꿇리는 것. 칼로 땅을 짚어 겨우 버틴다. 헉헉대며.
최영 : 일곱.
간신이 몸을 일으켜 옆의 나무에 기대선다. 아직도 거친 호흡.
그러나 이제 안심이 된 얼굴로 한곳을 돌아본다. 궁이 있고. 은수가 있는 방향이다.
#4. 교각
은수 : 이거.. 덕성부원군이 준거에요?
덕흥 : 맞습니다.
은수 : 그러니까 댁은 부원군인지 뭔지 그 인간하구 한편인 거네요.
덕흥 : 댁.. 인간..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는 게 신선하다)
은수 : 이거 주면서 뭐래요. 그냥 준다 그러진 않았을텐데.
덕흥 : 그냥 주라고 하진 않았지요. (하면서 스윽 다가선다) 그냥 내가 갖고 있다는 것만 보여줘라.
(하며 순간 은수의 손에 있던 수첩을 순식간에 채간다) 그럼 반드시 따라 올거다.
놀란 은수가 도로 잡아채려고 다가오지만 덕흥은 재빨리 두어걸음 뒤로 물러섰다. 웃고 있다.
은수 : (완전 약올라서 옆의 무각시들을 보며) 저 사람 공격해서 저거 뺏어달라 그러면 해줄 수 있어요?
무각시들이 서로 눈치를 본다. 난처하다.
덕흥 : 곤란할 겁니다. 이래뵈도 나 왕족이라서. 왕족을 공격하라 명할 수 있는 건 주상 뿐이지요.
은수 : 뭐 이런 그지같은 것들이.. 사람을 갖구 놀아?
덕흥 : (수첩을 들어 보이며) 이거.. 뭡니까?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 거지요?
은수 : 알 거 없고. 가서 기철이 그 인간한테 똑똑히 전해요.
수첩이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까. 놀래면 혼자 놀라고.
그리고 당신. 나가요. 여기 아무나 올 수 있는데 아니니까.
덕흥 : 하늘에서 오신 분이라 하던데. 사람도 살려내고 앞날도 보고..
은수 : 꺼지시라고.
덕흥 : 기철 같은 자가 그리 믿고 있는 걸 보면.. 사실 같기도 하고..
하며 은수를 이리저리 본다.
은수가 보다가 어이없어 허 허 웃는다. 와아.. 진짜.. 하며 화가 나서 웃는다.
덕흥 : 그래서.. 이거 갖고 있는 나. 따라올 겁니까?
#5. 궁 내부 교각
가는 길 최영이 걸어온다.
걸어오면서 문득 자기 옷소매를 들어 냄새를 맡아본다. 옷자락 아래도 살펴본다. 여기저기 튄 피..
걸음이 점점 늦춰진다. 좀 망설여지는.
그러다 멈추고 멀리를 본다. 거기 교각이 보이는데. 아무도 없다.
#6. 교각 위
최영이 올라온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난간(은수가 기대던)에 기대본다. 잠시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기댄다. 후우.. 지쳤다.
#7. 병영 장교홀 가는 통로
걸어오던 최영이 문득 걸음을 멈춘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 우달치들이 일제히 소리내어 웃고 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거기 무각시 둘이 곤란한 얼굴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있다가 최영을 돌아보더니 고개를 숙인다.
#8. 우달치 장교홀
들어서는 최영. 안쪽을 보는데 우달치들이 한쪽에 모여 둘러서서 집중해있다.
최영이 들어서는데 돌아보는 이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들리는 은수의 목소리.
기웃해서 보면. 우달치들 사이의 은수가 가져온 작은 항아리들을 나눠준다.
우달치들 받는다고 난리다.
은수 : 버드나무 가지로 양치질 하죠? 그때 이걸 조금씩 묻혀서 닦아봐요.
이거 내가 대충 만들어본 치약이라는 건데. 아침 저녁. 적어도 두 번. 이가 튼튼해야 쌈도 잘해요.
그때 덕만이가 최영을 발견했다.
덕만 : 어 대장.
우달치들 놀라서 자세를 바로하느라고 난리.
최영 : 니들 뭐하냐.
돌배 : (바짝 얼어 서서) 을조 비번중입니다. 그래서..
최영 : 비번이면 디비 자든가. 체력 보충을 해야지. 뭣들 하냐고.
하는데 최영의 앞에 와 서는 은수. 최영을 아래위로 찬찬히 살펴본다. 어디 다친데 없는지 보는 중이다.
최영. 그런 은수가 불편해서.
최영 : 곤성전에 계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은수 : 저 위가 대장 방이라면서요? 가요.
먼저 간다.
최영이 어이없다가 옆을 보면. 최영을 보고 있던 우달치들이 얼른 외면을 한다.
#9. 최영의 방
최영이 들어선다. 문을 닫으려다가 그냥 열어놓고. 보면.
은수가 탁자 앞에 앉아 방안을 둘러보며.
은수 : 여기가 대장 방이구나. 엄청.. 작네. (자기 앞을 가리키며) 앉아봐요.
최영, 문가에 선 채.
최영 : 전하를 뵈러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의복 먼저 갈아입어야 하니까 좀..
은수가 자기 앞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언젠가 최영이 했듯이)
은수 : 여기. 내 앞에. 너무 멀면 내가 살펴볼 수가 없으니까.
최영 : (이걸 어쩌지..해서 보는)
은수 : 왕비마마의 명을 받아올까요?
의선은 최영의 주치의로서 아무 때나 잡아놓고 살펴볼 수 있노라.. 이런 거?
최영, 그 앞 의자에 가서 앉아준다.
은수가 최영의 왼손 팔목을 잡아당겨 보며.
은수 : 손은 어때요. 얼었던 거.
최영 : (빼내려하며) 이상 없습니다.
은수 : (하는데 더 잡아당기며 보는) 이거..
최영의 팔목상처에서 흘러내려 굳은 피가 손등까지 내려와 있다.
소매를 걷어 올린다. 팔목 위쪽에 베인 상처. (피는 멈췄으나 베어져 벌어져 있는 상태)
은수 : 소매 좀 잡아봐요.
최영 : (할 수 없이 하라는대로)
은수가 가방을 열어 면포를 꺼낸다.
면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풀면 그 안에는 봉합실과 가위. 등. 미리 준비해놓은 도구들이 가지런하게.
은수 : 몇바늘 꿰매야겠어요. 마취약이 없어서 좀 아플텐데. 참으세요.
자기약병의 마개를 열어 최영의 손을 잡아당겨 상처 위에 조심스레 뿌리며.
은수 : 이건 장빈선생표 소독약.
최영 : (통증에 찌푸려지지만 참는)
은수가 장갑을 끼고 봉합실을 봉지를 뜯어 꺼내 준비하며,
은수 : 다른 데는 없어요?
최영 : 없습니다.
은수 : 오른 쪽 어깨. 왼쪽 허벅지. 그건 뭔데.
최영 : 스친 겁니다. 옷자락만.
은수, 바늘을 들고 최영 손을 잡아 당겨 귀엽게 흘겨보며.
은수 : 아플 건데.
최영 : 대충 시작하시죠.
은수가 봉합을 시작한다.
최영, 잘 참아 버티며.
최영 : 이젠 전의시로 돌아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하긴 뭐 그동안도 곤성전에 얌전히 계신 건 아니지만.
은수 : 그럼 그 무섭다는 살수인지 그 사람들은 모두.. (하다가 말을 멈춘다. 다 죽였냐고 물을 수가 없어서)
최영 : .. 다신 안 올 겁니다.
이제 은수는 더 말이 없이 봉합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은수를 슬쩍 보고 있는 최영. 그러다 움찔. 통증. 좀 찡그리자 은수가 힐끗 쳐다본다.
은수 : (계속 작업하며) 그래도 잘 참으시네. 우리 세상에선 아픈 거 정말 못 참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게 많아요. 마취제. 진통제. 하다못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이라도 하죠.
아픈 걸 못 참아서. 어떻게든 잊으려구요. 다 됐다.
실을 끊고. 종이 봉지를 뜯어 꺼낸 접착 붕대를 봉합 부위에 올려놓아 붙여주며.
은수 : 이게 하늘에서 가져온 마지막 접착 붕대. 하나씩 떨어져가고 있어요. 내가 갖고 온 것들.
은수가 면포를 다시 둘둘 말아 가방에 넣으며.
은수 : 그 상처. 되도록 물에 젖지 않게 해주시고. 이틀에 한번은 내가 봐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최영 : 천혈 쪽에 사람을 붙여놓았습니다. 밤낮으로 살피라 했으니
만약에 그곳에서 이상한 기운이 생기면 바로 전서구를 날려 올 겁니다.
그 옆에 거처를 구해서 가 계시게 할 수도 있는데. 솔직히 그건 제가 불안해서요.
은수는 그냥 끄덕이더니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간다.
문쪽으로 가는 은수의 걸음걸이를 최영이 유심히 보다가
(은수 걷는데 그리 눈에 띌 정도는 아닌데 미세하게 비딱한?)
최영 : 걸음걸이가 왜 그래요.
은수 : 뭐가요.
최영 : 한쪽 다리.. 다쳤습니까?
은수가 치맛자락을 걷어보인다. 속바지 위로 최영이 매어줬던 단검집과 단검.
은수 : 무거워서요. 왜요.
은수가 나간다.
최영 난처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붕대를 감은 팔목을 내려다본다. (손의 붕대는 풀어있는 걸로 가겠습니다)
#10. 궁 정원 일각 (야외)
은수가 걸어오고 있다. 생각에 잠긴 얼굴. 무각시 둘이 뒤를 따른다.
은수가 문득 멈춰서더니 주위를 둘러본다. 무각시들이 따라 멈춰서 웬일인가 해서 본다.
은수 : (무각시들을 보고 웃더니) 그냥.. 보는 거에요.
아무래도 내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 좀 .. 많이 늦어질 거 같아서요.
이제.. 여기서 당분간 살아야 될 거라..여긴 어떤 세상인가. 어떻게 생겼나..
(둘러보며. 좀 목이 메이며) 이렇게 생긴 데구나.
나.. 이제까지 제대로 안 본 거 같아요. 제대로 보고 기억하면 진짜 이 세상에서 못 나갈 거 같아서.
(애써 미소지어 무각시들을 보고) 이름이 어떻게 되요?
무각시들이 당황했다. 이렇게 이름을 물어본 높은 분이 없었어서.
은수 : 난 유은수라구 하는데.
무각1 : 월입니다.
무각2 : 연시라 합니다.
은수, 둘의 사이로 껴들더니 양쪽을 어깨동무하여 밀어가며.
은수 : 근데 화장품들 뭐 써요? 내가 좀 만들어드릴 수 있는데. 나 갖고 있던 것도 다 떨어져가거든요.
여기 여자분들은 어떤 걸루 피부 관리를 하시나?
무각시들은 완전 당황한 채 밀려가고. 은수는 웃으며 밀고 가고. 그렇게 가는 세 사람.
정원의 꽃? 나무? 은수가 바라보던 새로운 세상의 것들.
#11. 궁 내 편전
공민이 급히 자리에서 내려선다. 입구 쪽으로 빠르게 간다.
그 뒤를 따르는 안도치. 충석 등. 지키던 우달치들이 그런 공민을 본다.
입구 쪽에서 들어오던 최영이 공민을 봤다.
공민은 멈추지 않고 최영의 앞까지 온다.
최영이 절을 하자.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고 보며.
공민 : 무사하였구려. 무사하였어. 내 얼마나 기다렸는지..
최영 : 의관 정제하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공민 : 그러지 말아요. 나에게 올 때는 쓸데없는 예 같은 거 차리지 않아도 되요.
공민의 숨기지 못하는 반가움에 최영, 미소 짓는다.
#12. 공민왕 서재
공민과 최영. 최상궁이 둘러서.
공민 : 부원군이 학자들을 더 노릴 거 같지는 않다?
최영 : 학자들을 소개한 장소를 저 혼자만 안다.. 는 전제였는데.
살수들이 저를 공격할 때에 아무도 뭔가 물어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죽이려 들었을 뿐.
공민 : (그 말에 한번 더 최영을 보는) 그저 죽이려 드는 자들에게서 살아왔군.
최상궁 : 그래도 만일을 대비. 만전을 기해야 할 겁니다.
최영 : 학자분들을 무사히 서연장까지 모셔 오는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분들을 무사하게 만드시는 일은 전하께서 하셔야 합니다.
공민 : 해보지요. 나에게 온 내 사람들. 무사히 지키는 일.
최상궁 : 그런데..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공민 : 걸린다면.
최상궁 : 부원군 쪽에서 갑자기 학자들의 암살을 포기했다면. 다른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뜻이 아닌지요.
공민 : 다른 무엇이라.. (하며 최영을 보는) 무엇일까.
최영 : 그.. 권모술수 정치 쪽은 전하께서 맡으시면 안되겠습니까. 저는 공격해오면 수비하는 쪽만..
최상궁 : (최영을 노려보는) 전하의 호위대장 말버릇이 점점 고약해지십니다.
최영 : 죄송합니다.
공민 : (미소) 아마 요즘 잠이 부족해서 그럴 겁니다. 평시의 반도 못 자고 있지요?
최영 : 정신 차리겠습니다.
하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런 최영을 공민이 웃으며 보고 있다.
#13. 기철의 집 마당
새 옷(왕족의 신분다운)을 입은 덕흥이 휘적휘적 걸어온다. 그 옆을 따르는 기철.
기철 : 만나보니 어떠셨습니까?
덕흥 : 재미있었네.
기철 : 그렇지요. 의선께서는 늘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는 데가 있으시지요.
덕흥 : (멈추어 보며) 그래서.. 산사에 숨어 사는 나를 굳이 불러 온 것이 그 여인을 보아달라. 그뿐인가?
기철 : 보아주시는 것으로는 안되고. 가져오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덕흥 : 주상이 내놓질 않는 건가.
기철 : 어리신 주상께서는 그 여인의 진가를 잘 모르십니다.
덕흥 : 그러면.
기철 : 주상의 옆에 우달치가 하나 있습니다. 그자가 의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덕흥 : 우달치?
기철 : 현재 주상을 지탱하는 중심이라. 주상께선 그 자의 눈치를 보셔야 하지요.
덕흥 : 그럼 그 우달치를 없애면 될 일.
기철 : 곧 그렇게 할 겁니다. 문제는 그 여인의 마음.
덕흥 : (보다 웃는다. 소리내어 웃다가) 아.. 이런.. 미안하네. 너무 우스워서 자제가 안되었어.
기철 : (부드럽게 보며) 의선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땅의 여인이 아닙니다.
그 분이 갖고 있는 엄청난 것들. 마음이 없는 자에게는 결코 내놓지 않을 분이지요.
제가 이리저리 시험해봐서 압니다.
덕흥 : 그래서 그 의선의 마음을 가져오라.
기철 : 예.
덕흥 : 가져오면.
기철 : 원하는 것을 가지시게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덕흥 : (잠시 보더니) 자네는 무엇을 가지고 싶어 의선이 필요한가?
기철 : (진지) 의선이면 됩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의선 뿐입니다.
덕흥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돌아서 간다.
그런 덕흥을 보는 기철의 얼굴이 부드러움에서 차가움으로.
#14. 궁 내부 회랑
빠르게 걷는 최영의 옆을 충석이 따라 걸으며,
충석 : 학자분들은 일단 궁 내부로 들어오면 안전하실 겁니다.
일중은 눈에 보이게. 이중은 눈에 띄지 않게 배치했습니다.
#15. 궁 외부 성벽 안길
최영이 빠르게 걸으며 지시하는 중. (앞 씬과 속도가 이어지게) 그 옆을 따르는 돌배.
최영 : 내일 사시가 되면 한분씩 도착하게 될거다. 느이 조가 지킬 곳은 승평문에서 편전 대문 앞까지.
돌배 : 알겠습니다.
최영이 멈추더니 몇걸음 돌아가서 성벽 너머로 아래를 보며.
최영 : 이쪽에 궁수들을 배치할 거냐?
돌배 : 오보에 하나씩 배치할 생각입니다.
최영 : (이쪽저쪽 위치를 가늠하고 지붕 위쪽을 보며) 이 아래는 칠보에 하나씩, 나머지 인원은 지붕 위로 올려.
돌배 : (지붕을 보며) 자객단이라도 옵니까?
최영 : (일단 한 대 패고) 내가 어떻게 알어. 올 거면. 놈들이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고 오시겠냐?
돌배 : 시정하겠습니다.
최영이 빠르게 이동해간다. 남은 돌배가 뒤를 향해 괜히 버럭질.
돌배 : 궁수우!! 부르면 빨랑 안 튀어올래.
#16. 저자거리 주막
만보와 마마가 마주 앉아서 밤껍질을 까면서.
만보 : 다음 조공사행단 상단 패거리에 우리 마차..
마마 : 다섯 대. 껴줘.
최영 : 두 대.
만보 : 일마 이게 사숙에 대한 존경심이 느무 없네.
최영 : 두 대. (하며 깐 밤을 집으려다 마마에게 손등을 얻어맞고)
마마 : 이눔아. 그 많은 학자들에 식솔들까지 숨겨주고 먹이고 재우고 만보 그 값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
한푼한푼 따져줄랑게 어디 보자..
최영 : 두 대. (하며 기어이 밤을 몇 개 집어내는데 성공하고)
마마 : 안되겄네. 그놈의 학자나부랑이든 기냥 다 내다버리자고.
최영 : 버릴 거면 내일 아침. 한분한분 따로 모셔와서 궁에다 버려달라고.
만보 : 이놈이 알고보면 우리보다 더한 장사꾼이여.
최영 : 약장사든 보부상이든 알아서 동원시키고.
마마 : 그럼 우리 마차 다섯 대?
최영 : 두 대. (밤 먹으며 일어서는데)
달려오는 대만. 마음이 무지 급해서 최영에게.
대만 : 대장 대장.
최영 : 왜.
대만 : 의선.. 의선께서.
최영 : (대만의 옷깃을 잡아채서) 뭐야.
대만 : 장에 나오셨습니다. 저어기 약재 골목에. 의선께서 직접..
최영 : 무각시들은 뭐하고.
대만 : 그게 같이..
최영. 짜증이 나서 돌아보다가 멈칫.
만보와 마마가 있던 자리에는 까다 만 밤들이 그냥 놓여져 있고. 둘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17. 저자거리 약재 골목
은수가 무각시 둘과 장보러 나와 있다.
광주리?에 담겨있는 말차덩이를 하나 들어 냄새를 맡아보는 중.
(말차는 덩이 모양으로 빚어져 있다는 설정입니다)
은수 : 음. 냄새 괜찮은데. 이거 말차 맞지요?
마마소리 : 말차 맞지.
은수 : 이거 좀 사가야겠어요. 여기 들어 있는 카테킨이나 비타민씨. 이게 또 미용에 아주 효과가 좋거든요.
(하다가 깜짝) 엄마야.
마마 : (바로 옆에서 얼굴을 들이밀며) 뭣이라고.
순간 은수의 양 옆으로 붙으며 마마를 경계하는 무각시 둘.
마마 : 이분이 시방 뭐라 하셨는지 내가 못 알아들어가지고..
은수 : 아.. 제가 그냥 혼잣말을 좀 했네요. 죄송..
(하며 옆의 무각시에게) 이거 얼마면 사요? 한덩이 다 샀으면 좋겠는데. (하다가 깜짝)
만보 : (어느 틈에 앞에 나타나 바로 말차덩이를 채가며) 내가 그냥 드리지.
이미 옆의 무각시들이 칼을 빼들었다. 은수의 앞을 막으며 하나는 만보를. 하나는 마마를 겨눴다.
만보 : 이것은 좀 하급이고. 누이.
마마 : 어이. 내가 최상급으로다가 몇덩이 가져오마.
만보 : 그런데 이 아그들은 뭘 준다는데 왜 칼을 빼들고 이러냐.
무각시 뒤에서 은수. 겁이 나서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다가 휙 돌아섰는데.
바로 뒤에 있는 누군가의 가슴에 쿵 부딪혔다.
엄마. 놀라서 보면 최영이 내려다보고 있다.
최영 : 뭐하십니까.
은수 : 저기. 저 사람들이.. (하며 뒤를 가리키는데)
마마 : 최영아. 이쁘다.
만보 : 겉모습만 봐서는 내가 깜박 속겠다. 하늘 사람 맞다고.
은수가 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자세 그대로 최영을 돌아본다. 뭐야. 이 사람들.
#18. 마을 다른 길
나란히 걸어오는 은수와 최영.
그 양옆 뒤로 대만과 무각시들이 각자 말차덩이며 면실유를 담은 자기병들을 들고 따르고.
은수 : 비누하고 화장품을 만들어서요. 처음에는 그냥 공짜로 나눠주는 거죠.
근데 이게 한번 써보면 도저히 포기 못하는 거야. 그 다음부터 돈을 받고 파는 거에요.
최영 : 돈을 .. 벌겠다구요?
은수 : 그쵸. 특히 고려의 부잣집 마나님들을 상대하기 시작하면. 이거 대박이에요.
나는 고려의 떼부자가 될 수 밖에 없어. 떼부자. 재벌.
최영,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은수 : 내가 판매 방법도 생각해 봤는데. 우리 세상에 피라미드 방식이라구 있거든요.
그게 어떤 거냐 하면..
그렇게 떠들며 가는 그들의 이만큼 옆?에서 보고 있는 만보 남매. (지붕 위나 담 위에 나란히 앉아서)
만보 : 누이 봤소.
마마 : 봤네.
만보 : 최영이가 웃는 거 맞지.
마마 : 웃는구만.
만보 : 그 썩은 귀신처럼 웃는 게 아니고.
마마 : 살아있는 사람처럼 웃네.
만보 : 잉.
마마 : 잉.
#19. 마을 다리 위
은수와 다리 위로 접어들던 최영이 멈춘다. 순간 한팔을 뻗어 은수도 멈추게 한다.
은수가 웬일인가 해서 앞을 보면.
다리 저쪽에서 오고 있는 덕흥군. 은수를 보며 웃고 있다.
덕흥을 옆에서 따르고 있는 자운.
(최영은 덕흥을 모르고. 덕흥이 은수를 빤히 보고 있어서 일단 경계)
덕흥 : 여기서 뵙습니다.
최영이 은수를 돌아본다.
은수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덕흥을 보며.
은수 : 네 또 뵙네요.
최영 : (뭔가 이상하다)
덕흥 : (은수의 앞으로 다가서는데)
최영 : (슬쩍 반걸음 옆으로 움직여 은수를 보호하며 자운을 향해)
(요기 최영과 은수는 멀리 말고 바로 옆에 바싹) 자운대감 아니십니까.
자운 : 흥.. (별로 인사받고 싶지 않은)
최영 : 이분은 뉘신지..
자운 : 무엄하구먼. 어서 예를 갖추시게.
덕흥 : (최영을 흥미있게 보는) 자네인가. 의선을 지키는 우달치.
최영 : (시선은 덕흥에게 둔 채 은수에게) 아는 분입니까?
은수 : 우리 임금님의 숙부시래요.
자운 : 덕흥군 나으리시네.
최영 : (잠깐 놀랐다가 고개를 숙여 보인다)
덕흥 : (은수에게) 나들이 나오셨습니까. 저도 개경은 오랜만이라 한바퀴 둘러보는 중입니다.
덕흥이 얘기하는 동안. 최영이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다.
길 건너 저쪽에 화수인이 슬쩍 몸을 숨기는 것을 봤다.
그리고 이쪽. 이층 난간 뒤 창문으로 천음자가 최영을 내려다보다가 모습을 감춘다.
덕흥 : 어떻게. 더 둘러보시겠습니까. 제가 모실까요.
은수 : 아뇨. 가시던 길 가세요. 전 집에 가는 길이라서.
하더니 은수가 최영의 소매자락을 잡아당긴다.
덕흥이 그런 은수의 손길을 놓치지 않고 봤다.
은수 : 가요 우리.
은수가 최영의 소매를 끌어서 간다. 덕흥군을 지나쳐간다.
최영이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이며 지나친다.
최영의 시선에서 보는 덕흥은 미소 지어 계속 은수를 보고 있다.
#20. 마을 외곽 호젓한 길
최영이 은수의 팔꿈치를 잡아 빠르게 데려와서 멈추더니.
최영 : 만났었습니까? 언제.
은수 : 며칠 전에.. 궁 안에서요.
최영 : 왜 저한테 얘길 안했습니까.
은수 : 그게..
최영 : 대만아.
대만 : (달려오는) 예 대장.
최영 : 바로 최상궁께 달려가 전해. 덕흥군이 부원군 집에 있다.
대만 : 덕흥군. 부원군.
최영 : 바로.
대만이 그대로 달려간다. 면실유 항아리를 어깨에 맨 채.
최영 : (무각시들에게) 앞으로 의선께서 만나는 모든 사람. 모든 언행. 나나 최상궁께 빠짐없이 보고한다.
무각시들 : 예.
은수 : 아니 잠깐만. 이보세요.
최영 : (좀 성이 나서) 모든 거 다 얘기하자면서요. 그런 관계 하자면서요.
은수 : .. 어.. 난 그냥.
최영 : 그냥 뭡니까.
은수 : 그 임금님 숙부라는 사람이요.
최영 : 무슨 얘길 했는데요.
은수 : (망설이는)
최영 : 임자.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전하께서 아셔야 되는..
은수 : 그 기철이란 놈이 갖고 있는 내 수첩을 그 사람이 들고 왔드라구요.
약올리길래 됐다 그랬어요. 그딴 거 필요없어. 갖구 가. 이렇게 큰소리 쳤다구요.
최영 : (언뜻 이해가 안되서) 왜..
은수 : (성내는) 근데 이 얘기 당신한테 해봐. 또 그 책임감에 부들부들 떨면서
맞아. 참. 내가 찾아줘야지.. 이럴 거잖아요. 그래서 말 안했어요. 왜요.
최영. 말이 막혀서 은수를 본다.
은수.. 흥 해서 최영을 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굳는다. 최영의 뒤를 보고 있다.
최영이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천음자와 화수인이 이쪽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다시 은수를 보자. 은수는 하얗게 질려서 돌아서더니 혼자 막 간다. 무각시들이 얼른 은수를 쫓는다.
최영이 다시 뒤를 돌아본다. 화수인이 최영을 향해 미소 짓는다.
(은수는 지난번 납치 이후 화수인 일행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공포가 생겼다는 설정입니다)
#21. 곤성전 회랑
최상궁이 대만에게 얘기를 듣고 있다.
대만이 소곤소곤 얘기 중. 아직도 기름항아리는 들고(메고) 있는 중.
최상궁 : 알겠네. 가보시게.
대만이 꾸벅 인사하더니 부지런히 간다.
최상궁이 천천히 돌아선다. 거기 노국 처소 앞으로 번을 서고 있는 무각시들.
노국의 방문 바로 앞에는 장희.
최상궁. 장희를 한번 보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지나쳐 노국의 방으로 들어간다.
장희가 문을 닫아주고. 그대로 서있는데 슬쩍 고개가 문 쪽으로 기운다.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들리는 소리.
최상궁소리 : 의선께서 뭔가 신기한 것을 만드신다 합니다.
#22. 노국의 방
최상궁이 노국의 앞 탁자게 필기도구들을 재빨리 늘어놓으면서 말은 딴소리를 하는 중.
최상궁 : 여인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물건들이라 하는데.
오늘 그 재료를 사러 저자거리에 나가셨던 모양입니다.
하더니 붓을 들어 빠르게 종이에 글자를 쓴다.
쓰여지는 글자는 德興 君在奇宅.
이하는 각자 빠르게 필담을 나눈다는 설정.
최상궁소리 : 덕흥군께서 부원군 기철의 집에 있다 합니다.
노국소리 : (재빨리 붓을 놀리는) 덕흥군이 누군가.
최상궁소리 : 현재 유일하게 남아 계신 왕가의 종친이십니다.
노국소리 : (노국이 놀라 최상궁을 보는) 그런 자를 기철이 왜 불러들여.
최상궁소리 : (노국을 무거운 얼굴로 보며) 주상의 자리를 위협하자는 것이겠지요.
노국이 문 쪽을 돌아본다. 다시 뭔가를 쓴다.
노국소리 : 저 간자 아이는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최상궁소리 : 저 아이 말고 더 있는지 아직 모르옵고.
더 이용할 것이 있을 듯 하여 일단은 놓아두고 있습니다.
노국 벌떡 일어나더니 생각을 하는 중이다. 결정했다. 최상궁을 돌아보더니.
노국 : 오늘 밤. 술상을 차리겠다.
최상궁 : ...예?
노국 : 두 번 말하게 하는가. 오늘 밤. 전하를 위한 술상을 차릴 것이니 그리 알고 준비하라.
휙 돌아 안쪽으로 간다.
#23. 거리
덕흥군과 천음자 화수인이 걸어가고 있다.
이만치 뒤에서 그들을 미행하고 있는 지호.
만보소리 : 덕흥군. 충선대왕의 서자. 궁녀하구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지.
마마소리 : 어려서 어미하구 같이 출궁 당하고. 사찰을 떠돌며 컸을 거야.
#24. 기철의 집
대문 안에서 양사가 나오며 맞아들인다.
들어가는 덕흥군의 무리.
만보소리 : 그렇게 그림자같이 살아온 덕분에 아직 죽지 않은 것이지.
마마소리 : 그렇지. 지금 왕 빼고는 유일하게 남은 왕족 아닌가.
그런 그들을 이만치 담 위에서 보고 있는 시울.
#25. 마을 무기점
최영이 이것저것 단검 종류를 고르고 있고. 옆에서 말하는 만보 남매.
만보 : 덕흥군 그 자를 내가 한번 본 적이 있어.
최영 : 직접 봤어요?
만보 : 어. 그게 진포 쪽에 장사하러 갔을 땐가. 삼년쯤 됐구만.
최영 : 어떤 인간인지 봐졌어요?
만보 : 기생집에 물건 두러 갔다가 봤어.
마마 : 기생집.
만보 : 계집 후리는 솜씨가 대단한 놈이 있다 해서 봤드니 그 자였지.
승복을 입고 기생들한테 둘러싸여서..
마마 : 승복에 기생에.. 그리고.
만보 : 바둑을 두고 있던데.
최영, 작은 단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살펴본다. (전에 은수에게 줬던 거 보다 확실히 작은 것. 이쁠 수도?)
단검을 보고 있지만 생각이 복잡하다.
#26. 공민왕 집무실
공민왕이 계속 이동하여 움직이면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
조일신이 옆을 따라 오락가락. 도치는 열심히 받아 적고.
공민 : 나에게 온 사람들이에요. 그들을 위해 적절한 관직을 내어줄 생각입니다.
부원군도 이름 모를 야인들이야 맘대로 암살하겠지만 조정의 관리들을 함부로 죽이진 못할 테니까.
일신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조정 대신들의 인사 권한은 전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방에 있습니다.
#27. 기철의 집 누각
덕흥은 편한 자세로 다리 하나 올려 기대 앉아 책을 대충 말아 쥔 자세로 읽고 있고.
기철이 그 앞에 임명장을 놓아주며(제목은 制書)
기철 : 고려의 인사권은 아직 제 손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마마를 위한 자리를 하나 마련해보았습니다.
이제부터 마마께선 평장정사이십니다.
덕흥 : (책의 페이지를 넘겨 읽는)
기철 : 고려의 국정에 간여하며 내정을 감사하시는 직책이며
고려왕이 아닌 원나라 황제의 임명을 받는 자리입니다.
덕흥 : (책만 읽는)
기철 : 직책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덕흥 : 생각.. 안하네. (보는) 그게 내가 이제까지 살아남은 비법이야. 생각은 안한다.
기철 : 허나 내일 시연에 나가면 뭔가 한마디쯤은..
덕흥 : 적어주게. 그럼 그걸 외워서 하는 건 할테니..
기철 : 하실 말씀을 저더러 적어달라시면..
덕흥 : 지금의 주상. 내 조카님이 마음에 안 드셔서 날 불러온 거 아닌가.
기철 : .. 그렇습니다.
덕흥 : 날 왕으로 만드실 생각인가.
기철 : 그럴까 합니다.
덕흥 : 그렇군. (책을 접고 일어서는)
기철 : 어떤... 왕이 되고 싶으십니까?
덕흥 : (잠깐 생각해보더니) 오래 버티는 왕.
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28. 공민왕 집무실
공민 : 단 하루 왕이 되더라도.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요.
만약에 내가 왕이 되면 내 나라 고려에 이러저런 것들을 베풀 것이다.
그러면 백성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행이다. 이런 왕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일신 : 신이 압니다. 십년을 하루같이 옆에서 모셔온 신이 자알 알지요.
공민 : 그렇게.. 밤마다 상상을 하였어요.
일신 : 내일 서연장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십시오. 기철이 그 놈의 면전에서 하시면 됩니다.
중앙 편전은 우달치군이. 왕궁은 금군이 지킬 것이니
제아무리 기철이라도 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전하.
공민 다짐하듯 끄덕이다가 돌아보면
최상궁이 두명의 시녀를 거느린 채 근엄하게 다가오고 있다. 절을 하더니.
최상궁 : 전하 왕비마마로부터의 전언이옵니다.
공민 : 아.. 그래 그간 강안전에서 불편하셨을텐데. 곤성전으로 돌아가시니 편하다 하시든가?
최상궁 : 오늘 밤. 곤성전으로 들러주실 수 있는지 여쭈라 하셨습니다.
공민 : 밤.. 에?
최상궁 : .. 왕비마마께서 술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신다고..
하는데 뒤에서 요란한 소리. 안도치가 탁자의 뭔가를 잘못 짚어서 바닥에 떨어졌다.
도치가 얼른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박는다.
#29. 궁 전경 / 밤
#30. 곤성전 회랑
공민이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뒤의 안도치와 다른 환관이 각각 비단 쟁반을 받쳐 들고 있다. 노국에게 줄 선물함이 얹혀져 있는 쟁반이다.
노국의 침소 앞에 도달하자 안에서 나오는 두명의 시녀. 도치와 환관들이 가져온 쟁반을 받아든다.
이제 환관들은 멈추고 공민만 시녀들을 따라 들어간다.
#31. 노국 침소 방 앞
장희를 비롯한 무각시들이 지키고 있다.
공민이 도착하자 문이 열리더니 안에서 두명의 시녀가 나와서 양쪽으로 나눠선다.
최상궁이 맞이한다.
#32. 노국의 방 안
노국이 기다리고 있다.
공민이 어색한 채로 들어와 가운데 선다.
노국이 공민을 향해 절을 한다. 공민도 반쯤 맞절.
시녀들이 가져온 쟁반을 놓아주고 물러나간다.
최상궁도 절을 하고 물러나가며 문을 닫아준다.
#33. 침소 앞 복도
최상궁이 모두를 향해 손짓을 하며 낮게 명한다.
최상궁의 명에 따라 우루루 물러서는 이들.
최상궁 : 모든 환관 나인들은 침소로부터 열두보 밖으로 물러날 것이며
귀를 닫고 생각을 닫고 오직 밖에서 오는 자를 경계하시라.
소리없이 움직여 물러서며 자리를 찾는 환관 시녀들. 무각시들. 그 중에 장희.
#34. 노국의 방안
공민이 어색한대로 보면. 탁자 위에는 주안상이 차려져 있다.
공민 : 술상..입니까. (하며 앞에 앉는데)
노국 : (바싹 긴장한 채로 서 있다가 그 앞에 후딱 앉으며) 덕흥군이 기철의 집에 있다 합니다.
공민 : (잠시.. 의외의 화제라 보다가) 들었습니다. 우달치 대장이 이미 보고했어요.
노국 : 기철이 그 분을 불러들인 것은 왕위를 위협하려는 것이다. 그리 들었습니다.
공민 : 그래서요
노국 : (간절하게) 전하께서 왕이 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습니다.
제아무리 기철이라도 새왕을 내세우려면 명분이 필요할 것입니다. 원의 황제께 청할 명분이요.
공민 :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노국 : 쌍성에 제 집안사람들이 있습니다. 불러서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기철이 원에 사람을 보내기 전에 우리 쪽에서 먼저 황제께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부디.. 부디.. 도울 수 있게 해주십시오.
공민이 일어서더니 아까 환관에 들려 가져온 상자 중에 하나를 열어 보인다.
화려한 장신구가 들어있다.
공민 : 급히 주문한 것입니다. 왕비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만들어달라 했는데 마음에 드시는지.
노국 : 전하.
공민 : 그리고 이것은.. (다른 상자를 들어 탁자로 온다. 노국 앞에 놓아준다) 혹시 기억하겠습니까?
노국. 답답하여 공민을 보다가 할 수 없이 상자의 뚜껑을 연다. 그리고 굳는다.
공민 : 기억하겠습니까?
그제야 보여지는 상자 속. 노국이 떨리는 손으로 안에 있는 것을 꺼내 펼친다.
예전 노국이 썼던 가리개다.
#35. 회상 #공민, 노국 외전편에서 궁의 어느 방
공민이 밖을 살피고 있는데.
노국 : 강릉대군 아니십니까.
공민 : (의외라서 돌아보는) 고려 여인인가.
#36. 노국의 방
공민 : 그날 그대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랬지요?
노국 : 알고 있었습니다.
공민 : 그러면서 말하지 않았어요. 그대가 누군지.
노국 대답을 못한다.
#37. 회상 #공민노국 외전편. 궁내 홀
공민이 천천히 노국을 향해 돌아서 빤히 본다. 노국이 불안해지는데..
공민 : 어느 가문의 여식인지 물어도 되겠느냐.
노국 : ... (대답을 못하는)
공민 : 말하는 것을 들으니 일반 여염집 출신은 아닌 거 같고. 제대로 배우고 자란 태가 나는 것이..
노국 : (뭐라 말하려는데)
공민 : 아니다. 어느 가문이라도 상관없어.
다가오더니 앞에 똑바로 선다. 노국이 당황하며 보는데.
공민 : 난 충숙 선왕의 둘째아들이고 왕기라 한다.
힘없는 나라의 왕자로 지난 십년. 이곳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살고 있다.
이런 내가 청하는 것이다. 그대. 나와 혼인해주겠는가.
#38. 노국의 방
노국 : (애써 고개를 들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민 : 왜 그날. 그 자리에서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을까 그 후로 계속 생각해 보았지요.
나를 가지고 놀았던 것일까.
노국 : 아닙니다.
공민 : 대체 나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렇게 입을 다물고 줄곧 내 옆에 있었을까.
#39. 회상 #공민 노국 외전 / 궁 내 홀
공민이 놀라서 주위를 살펴보지만 그 짧은 사이 노국은 간데온데 없다.
다시 보니 그 자리에 노국의 입가리개 수건이 떨어져 있다.
그것을 집어드는 공민.
#40. 노국의 방
노국이 말없이 자기 손에 들린 가리개를 내려다본다.
공민 : 지금 난 왕입니다. 그런데 가진 게 별로 없어요. 권력도. 사람도.
이런 내가 가진 건 하나 뿐입니다. 고리타분한 원리원칙이요.
원에 대항하여 내 나라를 지킨다. 세도가들에 대항하여 내 백성을 지킨다.
노국 : 원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전하의 원리원칙을 깨는 일이 되는 거군요.
공민 : .. 난 이미 한 번 원칙을 깼습니다.
노국 : (보는)
공민 : 원의 여인 따위 마음에 두지 않겠다고. 그리 맹세했는데. 깼습니다.
노국 : (그 말이 가슴에 쿵)
공민 : 아무리 저항해도 안되었어요. 이미 마음에 들어와 내보낼 수가 없어서 더 차갑게 대했구요.
이렇게 약한 나를 .. 더 이상 원칙을 깨지 않게 ..도와주겠어요?
노국. 가리개를 꼭 움켜쥔 채.. 눈물이 흐른다. 오랜 서러움이 한꺼번에 녹으면서.
노국이 소리 죽여 우는데.
공민이 주저하며 가까이 다가와 선다. 손을 내밀어 머뭇머뭇 노국의 눈물을 닦아준다.
#41. 병영 장교홀
우달치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갑옷을 챙겨입고 무기를 손보고.
그러던 이 중에 돌배가 돌아본다.
입구에서 장사치 차림의 사내 둘이 무거운 무기 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돌배 : 뭐냐.
사내 : 창하고 검입니다. 대장간에서 보내왔습니다.
돌배 : (와서 상자를 열어본다) 새 무기를 주문한 적이 없을텐데.
사내 : 저는 심부름만 하는 건데요.
돌배 : (다른 우달치들에게) 누가 대장간 업무 맡고 있냐?
바쁜 우달치들 대꾸도 없다. 사내가 돌배에게 작은 상자를 하나 건네며.
사내 : 이건 우달치 대장께 전해주십시오.
돌배 : 대장님한테?
사내 : 일전에 부탁하신 거 갖고 왔다고 하면 아실 겁니다.
돌배, 마침 지나가는 덕만을 잡더니 상자를 안겨준다.
돌배 : 대장한테 전하랜다.
덕만 : 내가 왜.
돌배 : 내가 바쁘니까. (하며 나간다)
사내들이 그러는 돌배와 덕만을 보며 나간다.
#42. 최영의 방
문이 벌컥 열리며 달려 들어온 덕만이 상자를 대충 옆의 문갑 위에 얹어놓고 달려 나간다.
거기 놓여진 상자.
#43. 궁 전경 / 아침
금군들이 곳곳을 지키는데. 자운을 비롯한 기철 쪽의 중신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 위쪽을 보면, 돌배가 지휘하는 우달치들이 자리를 지키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44. 궁 내부 정원
주석이 지휘하는 우달치들이 곳곳에 지키고 선 가운데 자운과 기철쪽 중신들이 들어서고 있다.
#45. 편전
기철이 늘 앉는 오른쪽에 중신들이 가득 들어차 앉아있다. 다들 조정 관복들을 입고 있고.
그 중에 자운과 나란히 앉은 기원의 모습이 보인다.
기철은 맨 앞의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여유 있고.
기철이 건네다 보는 그들의 반대편인 왼쪽은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다.
#46. 강안전 회랑
조일신과 충석. 도치 등의 호위를 받으며 공민이 걸어오고 있다.
문득 돌아보는 곳.
정원 건너편에서 노국이 최상궁 등의 호위를 받으며 서있다가
공민을 향해 깊이 고개 숙여 보인다. 응원을 하듯.
#47. 편전
들어서는 공민. 기철쪽 중신들이 우루루 일어서 고개를 숙인다.
공민 옥좌로 향하며 기철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리고 비어있는 왼쪽 자리를 보는데.
그때 편전의 저 끝에서 걸어오는 사람들.
거기 최영과 우달치들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는 학자들. 익재와 목은이 앞을 서고 있다.
이미 편전에 들어있는 중신들의 화려한 관복과는 달리 수수한 학자풍의 옷들을 입고 있다.
최영은 똑바로 걸어와 공민의 한쪽에 서고.
익재는 가운데 중앙까지 걸어온다. 그 뒤에 주욱 따라온 학자들.
익재가 공민에게 아뢴다.
익재 : 익재 이제현과 송도 사현. 이외 문하의 학자들이 전하의 부르심을 받고 도착하였습니다.
하더니 익재와 그 뒤의 학자들이 일제히 부복하여 공민에게 절을 한다.
공민이 어쩔 수 없는 기쁨으로.
공민 : 오시는 길이 결코 편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이처럼 와주어서 참으로 고맙고 기쁩니다.
얼굴을 들어보세요. 과인이 그대들의 얼굴을 익히고 싶으니까.
학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공민을 바라본다.
#48. 궁 내부 정원
은수와 장빈이 걸어오고 있다.
은수는 약재가 든 광주리를 안고 있고, 장빈도 약첩을 들고 있고.
은수 : (이마 중앙 짚으며) 광초 (미간에) 인당 (눈동자 아래의) 사백 ...
(오른쪽 눈꼬리 짚으며) 에에... (생각이 안나. 끙끙) 으으.. 여기가..
장빈 : (웃으며) 동자료입니다. 암기는 잘한다면서요.
은수 : 그것도 다아 어렸을 때 얘기죠. 지금은 나이도 좀 먹고.
요즘 충격파를 하도 많이 당해서 뇌손상도 좀 심해진 거 같고....(하며 재잘대다가 멈추는)
저 앞에 양사와 함께 걸어오던 덕흥군이 은수를 봤다.
덕흥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인다.
은수. 흥. 외면한다. 서로 스쳐지나간다.
장빈이 지나가는 덕흥쪽을 돌아보고는..
장빈 : 아십니까.
은수 : 덕흥군이라구 했든가.. 임금님 숙부래요.
장빈 : (이름은 안다. 어두워지는데)
은수 : 덕흥군. (멈춰서서 열심히 생각해보는)
장빈 : 앞날을 찾아보시는 겁니까.
은수 : (고개를 젓는) 기억이 안나요. 별로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나봐.
장빈 : 그 기억.. 얼마나 믿을만한 겁니까?
은수 : 교과서에 나온 정도? (하더니 덕흥이 간 쪽을 다시 돌아보며) 확실히 시험에 나올만한 인물은 아니고.
뭐.. 걱정 안해도 되겠죠?
에이 해서 가던 길을 간다.
그 뒤에서 덕흥이 코너를 돌기 전에 한번 이쪽을 돌아본다.
#49. 편전
이제 익재를 비롯한 학자들은 왼편의 자리에 모두 착석해 있다.
환관 둘이 탁자를 중앙에 내놓는다. 그 위에는 양쪽으로 쌓여진 두루마리들.
한쪽은 빨강. 다른 한쪽은 파랑.. 식으로 나뉘어진.
공민 : 내 오늘 여러 중신 학자들 앞에서 몇가지 국무를 처리할까 합니다.
잘하고 있는지 보고 판단하여 가르침을 주기 바랍니다.
(하더니 파랑두루마리 하나를 들어 펼친다) 정3품 밀직부사 기원.
기원이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다가 잉? 해서 본다.
공민 : 오늘부로 파직합니다.
기원 : (놀라서 말이 안나온다)
공민 : (다른 두루마리를 펼쳐) 정3품 어사대부 자운.
자운 : (얼른 보는)
공민 : 역시 파직합니다. (다른 두루마리를 펼치는데)
기원 : (앞으로 나와 엎드리며) 전하아.. 대체 신이 무엇을 잘못하였길래..
공민 : 밀직사는 왕명의 출납. 궁중의 숙위. 군기의 정사를 맡아보는 곳이지요?
기원 : 그렇습니다만..
공민 : 과인이 왕위에 오른 이후 그대는 딱 이틀 등청하였습니다. 근무태만. 직무유기.
자운 : 전하?
공민 : 어사대부는 감찰기관이지요.
자운 : 그러하옵니다.
공민 : 지난 일년 뭘 감찰했습니까?
자운 : .. 예?
공민 : 기록이 없던데요. 아무리 찾아봐도.
자운 : 그건.. (기철의 눈치를 간절히 보는)
공민 : (파란 두루마리 가리키며) 여기 파직할 수 밖에 없는 중신들의 명단과 사유가 있으니
하나씩 나눠드릴 것이고. 그런 이유로 비게 된 자리에 대해서는 새로 임명을 했습니다.
(빨간 두루마리를 하나 들어 펼치는데)
기철 : 전하.
공민 : 말씀하세요.
기철 : 중신들의 인사는 따로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전하께서 파직하거나 등용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일단 그 기관에..
공민 : 정방 말입니까?
기철 : 그렇지요.
공민 : 폐지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그래서 이젠 내가 합니다. 중신들의 인사.
기철 : (어이없어 보는데)
공민 : (두루마리를 보며) 익재 이제현.
익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공민 : 종1품. 좌정승에 임명합니다.
익재가 당황하여 보다가 공민의 앞으로 나온다.
공민이 두루마리를 내준다. 두손으로 받들며.
익재 : 성은을 받듭니다.
그 뒤의 최영이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싸느래진다.
공민도 또 다른 두루마리를 집어들다가 입구를 본다.
자리로 돌아가던 익재도 입구 쪽을 본다.
거기 입구에 우뚝 서서 보고 있던 덕흥이 미소를 띄며 공민 쪽으로 오더니 공민을 향해 고개를 숙여 절을 하며.
덕흥 : 명색은 숙부며 조카인데.. 생전 처음 뵈옵니다.
공민 : (역시 긴장이 되지만 미소) 오실거란 이야기는 들었어요.
덕흥 : 새 왕이 되시고 새 일을 하심에 도움이 필요하시다 하여 달려왔습니다.
공민 : .. 그게 진심이라면 고마운 일이지요.
그런 둘을 보고 있던 최영이 기철을 돌아본다.
마침 최영 쪽을 돌아보던 기철과 시선이 마주친다. 기철은 여유있는 미소를 짓고 있다.
공민이 팔을 뻗어 기철의 옆자리를 가리킨다.
공민 : 저기 비어있는 자리가 아마 숙부의 자리인 듯 한데. 맞습니까?
덕흥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하더니 그 자리 쪽으로 가다가 멈춰선다.
덕흥 : 아.. 그러니까 전하께서는 정방을 폐지하셨다는 것이지요?
그건 저의 선친이셨던 충선대왕께서 추진하셨던 것인데.. 알고 계셨습니까?
(어디까지나 해맑게. 아무 일도 아닌 듯이)
공민 : ...알고 있습니다.
덕흥 : 아.. 따라하신 거구나. (하며 기철 쪽으로 가는)
최영이 얼른 공민을 본다. 공민이 거기 그 자리에.
#50. 궁의 편전 앞 회랑 / 밤
최영이 걸어오다 멈춰 보는 곳. 충석과 도치를 비롯한 수행인들이 편전 앞. 입구에 몰려 서 있다.
충석이 최영을 보더니 얼른 다가온다.
충석 : 전하께서 안에 혼자 계십니다.
최영 : 혼자.
충석 :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하셔서.
#51. 편전
낮에 사람들이 몰려 있던 곳이 텅 비어있다.
그리고 저 앞에 공민이 혼자 서서 등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 최영이 그랬듯 옥좌를 바라보고 있다.
이만치에 선 최영이 그런 공민을 묵묵히 본다.
잠시 후 공민이 돌아서더니 최영을 본다. 좀 웃더니.
공민 : 하나.. 묻고 싶은데.
최영 : 예.
공민 : 대장이 나의 사람이 되기로 한 거. 가장 먼저의 이유는. (망설이는)
최영 : (보는)
공민 : 의선과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서였지요? 돌려보내주겠다는 언약.
그 언약을 지키기 위해 부원군과 싸워야 했고. 그 힘을 위해 나를 택한 것이 아닌가...
최영 : .. 그 순서가 중요합니까?
공민 : 자꾸 유혹을 느껴서요. 혹시.. 부원군에게 의선을 내어주면 이 모든 것. 해결이 되는 게 아닐까.
최영 : (대답 없이 보는)
공민 : 허나 그리하면 그대 최영은 나를 떠나겠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왕 따윈 섬기지 않겠지?
최영, 그저 조용한 얼굴로 보기만 한다.
공민 : 그럼.
최영을 마주보다가 돌아서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편전에는 최영 혼자 남아 서있다.
문득 품에서 뭔가를 꺼낸다. 은수에게 주려고 샀던 작은 단검이다.
#52. 은수의 방
어두운 방 침상에 은수가 잠들어있다. 악몽을 꾸는지 땀이 맺혀 있다. 뒤척인다.
#53. 은수의 꿈
플래쉬 10부 #70. 72 흑백의 악몽같은 느낌으로 처리되면서.
천음자가 사람을 죽이던 장면 두 개. 슥. 슥.
#54. 플래쉬 11부 #12
화수인 : 누구 먼저 죽여줘. 아무나 빨리 대봐.
#55. 플래쉬 7부 #4
추격자를 베던 최영. 날리는 핏방울.
#56. 플래쉬 7부 #46
죽어있던 경창군. 그 옆의 최영의 손에 단검. 흘러내리던 피.
#57. 플래쉬 12부 #18
// 두손으로 들어 겨누던 칼을 돌려 자기 목에 대는 은수.
// 자기를 보고 있던 기철의 얼굴.
기철 : 그래서 죽을 생각입니까?
#58. 플래쉬 어두운 공간
은수가 자기 목에 칼을 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자기 손을 내려다본다. 단검을 부여잡고 있는 두 손. 그 손에 줄줄 흘러내리는 피.
#59. 플래쉬 2부 #71
은수가 최영을 찌른다. 은수를 보던 최영. 자기 손으로 한번 더 검을 찔러넣는다.
은수의 비명소리.
#60. 은수의 방
은수, 눌리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잠이 깨고도 정신이 덜 깨서 또 소리 지른다.
#61. 약초원 은수 방 앞 / 밤
들어서던 최영이 번쩍 고개를 든다. 안에서 들리는 은수의 비명소리. 막 튀어 들어가려는데.
그를 막는 손. 장빈이다. 최영을 돌아보더니 쉬.. 조용히 하라고 한다.
뭔가 해서 최영이 은수의 방 쪽을 본다. 이제 방안은 조용하다.
장빈은 은수의 방 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62. 은수의 방안
은수가 헉헉.. 가쁜 숨을 어쩌지 못하고.
땀을 닦으면 한동안 정신을 못차리고 어두운 방을 두리번거리다 억지로 심호흡을 해서 숨을 가라앉힌다.
#63. 약초원 은수의 방 앞
장빈 : 밤마다 악몽을 꾸십니다.
최영 : 악몽입니까. 저게?
장빈 : 연이어 험한 일을 당하셨잖습니까.
얘길 들어보니 하늘에서는 평생 보지 못했던 일들. 충격이 쌓인 듯 합니다.
최영 : ... 몰랐습니다.
장빈 : 의선, 잘 속이니까요. 웃는 얼굴로. (전의시 쪽으로 가며) 귀비탕을 만들어 드려야 하나..
최영이 저도 모르게 은수의 방 쪽으로 이동한다.
들어가진 못하고. 문 앞에 선다. 귀 기울이는 느낌.
#64. 은수의 방안
어둠 속에 앉아있는 은수. 후우후우.. 애써 스스로 심호흡을 하는데 신음처럼 울음처럼 들린다.
그리고는 다시 눕는다. 이불을 뒤집어 쓴다. 여러번 있던 일이다.
#65. 은수의 방 앞 / 밤
은수의 방 앞 최영.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돌아서서 성큼성큼 나간다.
#66. 마을 길
길에서 보이는 기루의 이층 창문. 거기 천음자가 무료한 듯 걸터 앉아있다.
홍등이 주리리 걸려서 기루인 것이 표나는 집이다.
#67. 기루의 방
천음자의 옆으로 가서 나란히 걸터앉는 화수인.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는 곳.
방의 가운데 술상. 그 옆에는 두명의 기생과 덕흥이 편한 자세로 둘러 앉거나 기대서 바둑을 두는 중이다.
기생 하나가 맞수를 두고. 또 한 기생은 덕흥의 옆에 붙어 앉아 부채질을 해주며 구경중.
기생이 바둑알을 하나 두자.
덕흥 : 어허.. 이게 머냐.. 아프다. 아퍼. 이야 그렇게 이쁜 얼굴을 해가지고.
(자세를 바꾸며 정말 열심히 집중) 이렇게 살수를 쓰면 안되지이.
(알을 놓으려다가 말고.. 다시 고민)
화수인 하품을 하며 천음자에게.
화수인 :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되는 거야.
천음자 웃으며 거리 쪽을 보다가. 누군가를 봤다. 긴장한다.
#68. 마을 길
천음자가 있는 창문이 보이는 장소.
최영이 길을 두리번거리며 돌멩이를 세 개 주워든다. 천음자를 향해 우뚝 선다. 미소.
천음자가 신경이 쓰여서 창문에서 일어서며 최영을 본다.
최영이 돌 하나를 손에서 굴리며 거리를 재더니 냅다 던진다.
천음자가 피리로 돌을 쳐낸다.
최영이 두 번째 돌을 던진다. 천음자가 또 쳐낸다.
천음자가 보기는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옆에서 화수인이 구경한다.
최영이 마지막 돌을 들고, 잘 겨냥하더니 던지는 포즈를 취한다.
천음자가 피리를 앞으로 빼서 대비하는데.
순간 다른데서 날아온 (대만이 돌팔매질한) 돌이 천음자의 피리 잡은 손등을 따악 때린다.
아.. 피리를 놓치는 순간. 천음자가 다른 손으로 피리를 잡으려 하는데.
최영이 던진 돌이 그 손으로 날아 들어온다. 피한다.
그 와중에 아래층 길로 떨어지는 피리.
대만이 피리를 향해 달린다. 천음자가 이층에서 아래로 날아 내린다.
이미 대만이가 피리를 잡아 채어 들고 도망친다. 빠른데는 자신이 있는 대만.
천음자가 최영을 노려보며 대만을 쫓아 달린다.
최영이 웃으며 이층창문을 본다. 화수인이 내려다 보고 있다.
최영이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69. 기루 방
덕흥이 뭔일인가 하여 보고 있다.
창문 앞의 화수인이 덕흥을 돌아보더니.
화수인 : 잠시만 놀고 계셔요. 난 부르는 사내가 있네.
하며 창문 밖으로 한숨에 날아 넘는다.
덕흥이 에이.. 방해받은 바둑에 다시 집중하는데.
앞에 앉아있던 기생이 스윽 일어선다. 옆의 기생도 일어선다.
잉? 해서 올려다본다. 기생 하나가 생긋 웃더니 문을 연다.
그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비거사. 덕흥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보인다.
#70. 마을길
뒷짐을 진 채 기다리고 있는 최영. 그 앞으로 다가오는 화수인.
화수인 : 볼 일 있어서 찾아온 거야?
최영 : 인사나 하려고.
화수인 : 우리 벌써 인사는 몇 번 나눈 사이잖아. 새삼스럽게.
최영 : 경고도 하나 할 게 있고.
화수인 : 무슨 경고.
최영 : 의선에게 다시는 접근하지 말라고. 그분. 너 무서워하시니까.
화수인 : 내가 말 안 듣고 접근하면 어쩔 건데.
최영 : (미소) 너의 오른손. 더 이상 그 자리에 붙어 있지 않게 될 거야.
화수인 깔깔 웃는데. 최영이 기루의 창문 쪽을 보며.
최영 : 대충 시간 끈 거 같은데. 이만 헤어지지.
하더니 돌아서 간다.
화수인.. 어어 해서 창문을 후딱 돌아본다.
#71. 기루의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 화수인. 이미 방안에는 아무도 없고. 바둑판의 알들만 흩어져 있다.
#72. 창고
문이 열리며 거사와 지호 시울이 덕흥을 질질 끌고 들어와 던져놓는다.
덕흥은 자루 같은 것을 뒤집어 씌워 놓은 상태. 달리 묶거나 하지는 않고.
덕흥.. 으으.. 해서 자세를 바로 하여 앉으며.
덕흥 : 느이놈들.. 도적들인 거냐? 돈이 필요한 거면 사람을 잘못 골랐어.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이 우루루 나가는 거 같다.
자루를 벗을까. 조심스레 잡고 망설이는데. 손이 들어오며 자루를 벗겨준다.
보면. 그 앞에 쭈그려 앉은 최영.
최영 : 고생하셨습니다.
덕흥 : 우달치.
최영 : 예. 최영이라 합니다.
덕흥 : 우달치가 왕족인 나를 이렇게 끌고 와? 이건 전하의 명이었는가.
제아무리 전하라 해도 이런 법도에 어긋난..
최영 : 잘못 아셨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나리를 구해드리러 온 겁니다.
지나가는 길에 도적에 끌려가는 나리를 보게 되었거든요.
덕흥 : (보다가 허 웃는)
최영 : 구해드리는 김에 청을 하나 올리겠습니다.
덕흥 : (자세를 편히 하여 앉는다. 최영이란 자를 모르겠다. 살피는 중)
최영 : 의선의 서책을 갖고 있으시지요?
덕흥 : 의선의 서책. 그걸 빼앗으러 이 짓을 한 거야?
이 사람아. 내가 그런 중요한 것을 들고 다닐 거 같은가.
그건 부원군이 제 비밀 창고 속에 단단히...
최영 : 어떻게든 받으셔서 의선께 가주셨으면 합니다.
덕흥 : ... 무어라 했나.
최영 : 그 서책의 내용을 풀면 하늘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의선께서는 그리 생각하고 계십니다. 함께 풀어보십시오. 의선과.
덕흥 : .. 어째서.
최영 : 만약 나으리가 그 비밀을 알게 되면 부원군은 나으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겁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다. 부원군 기철. 나으리가 필요 없어지면 언제라도 무덤에 파묻을 수 있다는 거.
덕흥 : .... 그래서?
최영 : 나으리는 부원군에 대해 강력한 패를 가지게 되고.
덕흥 : 그리고?
최영 : 의선께서는 돌아갈 길을 찾게 되는 거죠.
덕흥 : 우달치 자네는. 무얼 갖게 되는가.
최영 : ... (머뭇하다가..) 마음이 놓여지겠지요.
(일어서더니) 이 도적들은 언제라도 나으리를 다시 잡을 수 있고.
다음에 또 잡히면 제가 다시 구해드리지 못하게 될겁니다. 그러니 언행 조심하시고.
(돌아서 가다가) 아.. 그리고 의선. 그분께서는 칼을 잘 쓰십니다. 성격은 불같으신 데가 있구요.
그러니.. 자칫 실례되는 일은 안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최영이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나간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 열린 문을 바라보던 덕흥. 허.. 웃는다.
#73. 궁 내 정원
나인들이 모이는 곳 중심에 앉아있는 은수.
은수 : 다들 모이셨나? 자 이거 하나씩 가져가요.
하며 광주리에 가져온 한지로 싼 비누덩어리들을 나눠준다.
은수 : 내가 우리 장빈 선생한테 물어봐가지고.
엄청 좋은 한약재하고 녹두하고 자알 배합해서 만든 비누거든요. 비누.
둘러선 나인들 무각시들 하나씩 주워가고 받아가며 비누.. 하고 되뇌어 보기도 한다.
은수 : 아침 저녁. 세수할 때 써보시라고. 피부가 완전 달라지는 걸 느낄 거니까.
오늘까지는 공짜로 드려요. 공짜. 서비스.
하다가 멈춰서 본다. 저만치 기둥에 기대서 구경하고 있는 최영.
#74. 교각 위
최영이 팔짱을 끼고 보며.
최영 : 단검 빼봐요.
그 앞에 마주 선. 은수. 별로 내키진 않지만 치마를 걷고 낑낑대며 넘어질 뻔하며 단검을 빼든다.
은수 : 자요.
최영 : 그런 식으로 단검 빼는데 시간이 걸리면 상대는 가만 기다려 줍니까.
은수 : 원래 내가 칼을 쓰는 대상은요. 수술대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사람 뿐이라구요. 그니까..
최영 : (은수의 손에서 단검을 가져가며 새로 산 단검을 쥐어준다)
이건 그렇게 무겁지 않을 겁니다. 다시 발목에 넣어봐요.
은수 : (에혀.. 해서 쭈그리고 앉아 발목대에 넣는다. 일어서는데)
최영 : 다시 빼봐요.
은수 : (열받기 시작하지만 뺀다. 일어선다. 삐딱하게 서서 단검을 흔들흔들)
최영 : (진지하게 단검을 잡은 모양을 살펴보고) 그런 식으로 잡으면 힘이 안 들어갑니다.
(손짓으로 지시) 거꾸로.
은수 :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되나...하는 기분으로 거꾸로 잡아준다) 자요.
최영 :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살펴보며 가르쳐주는 중) 그어봐요.
은수 : (톡.. 긋는다)
최영 : 힘 좀 제대로 넣어서.
은수 : (조금 더 힘줘서 톡 긋는다)
최영 : (답답해서 보다가 은수의 뒤에 서서 팔목을 잡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그어주는)
단검의 장점은 방향을 마음대로 정해서 단거리에서 단숨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한순간에 집중하는 힘입니다. 이렇게..
최영이 은수의 뒤를 감싼 상태로 단검을 쓰는 법을 가르친다. 한 동작. 또 한동작.
은수. 뭔가 불편해져서 잠자코 있는다. 그러다 보니 그 불편함이 최영에게 전해졌다.
최영. 멈추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떨어져서. 어색함을 누르고.
다시 팔짱을 끼고(스스로를 방어하듯). 부하들 가르치듯이.
최영 : 다리 좀 벌리고.
은수. 다리를 벌려 서준다.
최영 : 배에 힘 주고. 다시.
은수. 한번 그어준다. 나름 힘준다고 주다가 휘청.
최영 : 그게 왜 안되지. 이렇게.. 한번에..
자기가 모션을 해본다. 그러다 보면.
앞에서 은수가 킥킥대고 웃고 있다. 웃음이 조정이 안되면서 은수가 점점 더 웃느라고 난간에 아예 엎드린다.
그러는 와중에 위태롭게 잡고 있는 단검.
최영. 다가와서 단검을 빼내준다.
은수가 최영의 흉내를 내서 서보이며.
은수 : (최영의 흉내) 다리 좀 벌리고. 배에 힘주고.. (또 웃는다)
최영, 그런 은수를 한심해서 보는데. 저도 모르게 웃음이 슬몃.
들키지 않으려고 딴 데를 보다가 다시 은수를 본다.
은수는 소리내지 않고 또 최영의 흉내를 판토마임처럼 내면서 혼자 좋아 죽는다.
최영, 에이 난간에 뒤로 기댄다. 은수는 앞으로 기대고 그렇게 나란히 선 두 사람.
은수 : 여기도 좋아요. 공기도 좋고. 조용하고.
최영 : 그래도.. 돌아가고 싶은 거지요?
은수 : ...
최영 : 그런데 참고 있는 거고.
은수, 미소 짓는데 대답을 안한다.
그런 은수를 살펴 보던 최영. 먼데를 본다. 보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다.
#75. 병영 장교홀
우루루 밀려들어오는 금군들. 안에 있던 우달치들이 바로 수비태세를 갖추며 우루루 나선다.
주석 : 어쭈.. 이분들은 피차 영역도 없어? 어딜 밀려들어와.
금군 중의 대장이 나서며.
대장 : 어떤 놈이냐. 이 중에 있어?
대장 뒤에서 비죽이 나오는 사내. 무기상자를 들고 왔던 사내다.
사내가 휘이 둘러보더니 돌배를 가리킨다.
사내 : 저기..
금군들이 우루루 돌배에게 달려든다.
돌배를 비롯한 우달치들이 와르르 수비자세를 취하고 칼을 뽑아들고.
금군도 빼들고 분위기가 완전 험악해진다.
이것들 뭐야. 니들 무기 안 버려. 서로 소리질러대고.
그 와중에 사내가 덕만을 또 가리킨다.
사내 : 저놈도요.
#76. 최영의 방
금군들이 최영의 방을 뒤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꺼내서 던지는데.
그 중에 매희의 두건이 딸려 나와 날려서 바닥에 떨어진다.
금군 하나가 또 다른 상자를 헤집어 열더니 거꾸로 흔든다.
그 안에 있던 아스피린 통이 떨어져 나와 구르다가 누군가의 발에 채인다.
(아스피린은 서너알 남았고. 아주 말라버린 꽃이 들어있습니다)
금군 하나가 상자를 열어보더니 모두에게 말한다.
금군 : 여기.
그 상자는 아까 덕만이 갖다 놓은 것이다.
#77. 전의시 / 낮
더기가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돌아보면. 거기 덕흥군이 들어서고 있다.
더기가 경계하여 보는데.
덕흥 : 의선께서는 안에 계신가.
더기가 안 쪽을 돌아본다.
안쪽(창살 너머의 방. 3회에서 최영이 창살 너머로 들여다보던 내부 공간)에서
약재를 정리하던 은수가 돌아본다.
덕흥이 미소 지어 안으로 들어간다.
덕흥 : 나 기억하십니까.
은수 : (불쾌한 얼굴이 되며) 어디 아파서 오신 거면 장선생님 불러 드릴게요.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덕흥 : 이거..
하더니 다가와 품에서 꺼낸 수첩을 탁자 위에 놓는다.
은수의 눈길이 어쩔 수 없이 수첩으로 간다.
덕흥 : 잠깐 훔쳐온 겁니다. 그래서 드릴 수는 없고. 안에 내용 필사라도 하시겠습니까?
은수 : (덕흥을 본다. 믿어지지가 않아서)
덕흥 : 오늘은 보내서 온 게 아니고 자의로 왔습니다. 그러니 그만 좀 마음 푸십시오.
은수 : 날더러.. 이거 보라구요?
덕흥 : 예.
은수 : 조건은 뭔데요.
덕흥 : 조건이라면.. 저도 옆에 있게 해주는 거. 그게 전부.
덕흥이 양 손을 들어 보이며 의자에 앉는다.
은수. 결국 더 못 버티고 수첩에 다가선다. 저도 모르게 손이 수첩을 쓰다듬는다.
덕흥이 그런 은수를 보며 미소지어 옆의 의자를 빼준다.
은수가 무심코 그 의자에 앉는다. 나란히 앉게 되는 두 사람.
은수가 떨리는 손으로 수첩의 겉표지를 넘긴다.
// 그리고 이쪽 방.
창살 너머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영. 잠시 보다가 몸을 돌려 떠나가는데.
그 얼굴이 어쩔 수 없이 허전하다.
// 방안
수첩을 조심스레 넘겨보는 은수. 수첩을 만져보고 종이를 쓸어보더니.
은수 : 이게 천년 전의 물건이라구요?
덕흥 : (턱을 괴고 구경 중) 화타가 남긴 거라든가.. 그리 들었습니다만.
은수 : 거짓말. 이 종이 그렇게 오래 된 거 아니에요.
봐요. 형광펜 자국두 그냥 남아 있구만. 기껏해야 백년?
덕흥 : 무어라 쓰여 있는 겁니까?
은수 : 숫자에요. 영어하구.. (하면서 또 한 장을 조심스레 넘겨본다)
#78. 전의시 앞
최영이 나오는데 기다렸다는 듯. 그를 둘러싸는 금군들.
최영 : 뭐야.
#79. 편전? 혹은 공민 집무실
금군들에 둘러싸여 들어오며 최영이 재빨리 안의 상황을 본다.
공민이 가운데 앉아서 어두운 얼굴로 최영을 보고 있다. 그 옆에 서있는 충석도 표정이 어둡고.
그 옆에 익재와 목은. 그리고 몇 명의 신하들이 더 있고.
기철이 한쪽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그들 앞에 꿇려져 있는 돌배와 덕만. 최영이 들어오는 걸 보는데 억울해 죽겠는 얼굴.
등등의 모습을 거의 한순간에 스캔.
금군들은 입구에 멈추고 최영이 앞으로 나아간다. 나가며 옆을 보니.
대장간 사내 둘이 꿇어 앉아 있다가 힐끗거리며 최영을 본다.
최영 : (공민에게) 우달치 최영. 부르심 받고 왔습니다.
공민 : (한숨을 쉬더니 익재에게) 계속하세요.
익재가 목은에게 신호. 목은이 상자를 들고 와 앞의 탁자에 얹어놓는다.
최영의 방에 있던 그것이다.
익재 : 이 상자를 알아보겠는가.
최영 : 모르겠습니다.
목은 : (상자를 열어 안에 있던 전표를 꺼내 보여준다) 오백냥짜리 전표입니다.
최영 : (공민을 본다)
공민 : (짜증이 솟구치며) 저분들이 벼슬자리를 받고 첫 번째 일을 시작하셨는데.
그게 대장 그대의 비리를 파헤치는 거랍니다.
최영 : (이해가 안되고 있는)
목은 : 우달치 최영. 무기상에게 군납 무기를 받으며 뇌물을 수수한 일이 드러났습니다.
(사내들을 가리키며) 직접 준 자. (돌배네를 가리키며) 직접 받은 자.
그리고 대장의 방에서 이 전표가 발견되었지요. 해명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최영 : (어이가 없어 보다가) 그래서 내가 뇌물로 받은 돈이 오백냥이란 겁니까?
오십만냥도 아니고 오백냥이요?
목은 : 일단 드러난 액수는 그러합니다.
최영이 어이가 없어서 소리내 웃는다.
익재 : 전하께서는 우달치군에 대해 주상 외에는 하달복명, 존치해산, 군정간섭하지 못한다는
특권을 주셨습니다. 모든 특권 특혜에는 구더기가 쓸게 되어 있습니다.
공민 : 이보시오. 익재 내가 이미 말한 것처럼..
익재 : 전하께서 저에게 임무를 맡기실 때 처음 하명하신 것은 그 어떤 권위에도 휘둘리지 말고.
불편부당함이 없이 처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민, 말이 막힌다.
최영이 기철의 앞까지 걸어가 선다.
최영 : 이왕 누명을 씌울 거면 그냥.. 대역죄로 하지요. 오백냥이 뭡니까.
기철 : 그러니까. 기껏 오백냥을 벌겠다고 피붙이같은 부하들에게 부실 무기를 쓰게 하셨는가.
목은 : 최영대장. 이 전표는 본 적이 없다 했습니까.
그럼 이것은 저 부하들이 대장 모르게 받은 것이라 보면 되겠습니까?
최영이 돌배네를 돌아본다. 억울해서 쳐다보고 있는 부하들.
최영, 너무 어이없어 웃음도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