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대한 추억들(6)
IMF가 한창인 98년 겨울에 산 차가 Benz E class로 약간 쓰던 차.
처음 차를 가지고 출근하였더니 모두 놀라는 표정이었고
학교에도 이사장 차만 BMW이었던 시절이니까요.
이 차는 우리가족 모두가 정이 많이 든 차.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애완견 우리 토토가 좋아하였던 내 차의 앞자리,
처의 차는 자리가 비좁다고 투정을 하곤 하였었는데.
우리 개도 한 십년간 이 차를 탔으니 이 차에 대한 추억은 우리 애완견과의 추억이 겹친다.
첫해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친구부부와 저녁을 먹고 발레 파킹을 불렀을 때 사업하는 친구의 놀라는 모습,
자기는 이런 차를 타고 싶어도 세무조사를 받을까봐 못산다며 부러워하였었는데.
처음 일년간 차를 주차해놓으면 못으로 긁고 가고, 발로 차고 가고,
심지어는 타이어에 나사못을 박아 험해졌지요.
한창 활발하게 다니던 때라 차를 갖고 국내의 여러 군데를 여행하였습니다.
애들도 커서 처와 둘이서만 잘 다녔지요.
전라도 순천의 선암사, 낙안읍성과 송광사.
백양사에서 산위의 길을 넘어 내장산을 다녀 왔었고.
부안의 모양산성과 내소사, 고창의 선운사에도.
월출산 도갑사에 처와 같이 여행을 갔을 때,
누가 우리부부를 그 때 수배 중이던 신창원이라 신고하여 자다가 임검 받은 일도 있었고,
철쭉이 아름답게 피었던 5월의 무주구천동.
한 겨울에 죽변의 대게를 먹으로 갔다가 들른 새로 문을 연 모텔에서는
불륜의 남녀로 찍혔다가 오해가 풀린 적도 있었고.
이른 봄 삼척 용화의 아름다운 해변가 언덕에서 하룻밤을 자고
강릉에서 점심먹고 온 때도 좋았었는데.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나기 일년 전에는 모항에서 전복요리를 제자와 먹었고
안면도에서 하룻밤을 펜션에서 자고, 제자가 주선하여 휴일에도 관람한 천리포수목원과 신두리 해안사구.
이 모든 아름다운 해변이 오염된 걸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애완견까지 데리고 떠난 한 겨울의 동해바다, 용평 버치 힐의 친구 별장은 여러 번 갔었고,
법수치리의 맑은 계곡에 들어가 물을 첨벙대며 장난치던 "토토"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철지난 삼척 추암해수욕장에선 동네의 커다란 개 두마리 앞에서 누굴믿고 "으르렁"하는 걸 말리느라 혼이 났었다.
처와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시민의 숲에나 갈까?"하면
당장 자기 목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가자는 표시로 한발을 들고 기다린다.
양재 시민의 숲에 내리면 제일 먼저 윤봉길의사 동상을 보고 짓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있으면 쫓아 다니며 또 짓고.
"토토"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전 링거를 맞으며 마지막 시민의 숲에 안고 갔을 때도 내려서 달리고 싶어 애를 썼지요.
경주에는 봄철 처의 의동생 초청으로 한번 차를 갖고 갔다가
그해 가을 기림사에서 천도제를 올리러 다시 내려갔었다.
돌아가신 양가부모님과 어릴적 우리집에 일하였던 변사로 생을 마감한 누나 ,
그리고 "토토"까지 제를 올리는데 이름을 같이 넣었다.
장모님이 동아대학 병원 중환자실에 계실 때
운전하기 힘든 부산을 가서는 고생을 하였고
새벽에 올라올 때 졸려서 혼이 난적도 있었다.
딸이 미국생활을 끝내고 국내 유수한 기업의 디자인 파트에 스카우트되었을 때
산지 1년도 안되는 차를 어떡하나 하고 의논해 왔을 때
얼른 들어오게 하고싶은 마음에 통관같은 것은 신경쓰지 말고 갖고 오라하였더니
이래 저래 모든 절차를 마치는데 나의 생돈 2천만원이 넘어 들었다.
더구나 차가 쿠페라 보험이 적용될 때 무조건 스포츠카로 부과하므로 비싸고
문짝이 크므로 주차하기도 수월치 않아 누가 쿠페를 산다고하면 적극 말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집에는 차가 세대, 보험과 세금등을 전부 내 주머니에서 나가니
유지하는데 가난한 대학교수 월급으로는 좀 힘이 들었습니다.
재작년 여름 딸에가 LG에 근무중이었기 때문에 백암의 LG휴양소에서
모처럼 가족끼리 며칠간을 보내고 동해안을 따라 오다가 평해 월송정에서
마치 "토토"가 환생한 듯한 하얀 말티즈를 보고 이름을 물었더니 "티티"란다.
"티티"를 안아보고 처는 눈물을 글썽이며 "토토"를 그리워 하였다.
그 해 초겨울, 역삼동 아모리스 홀에서 주례를 하고 대학동기들과 차 한잔 마시고 나와 보았더니
천지가 하얗게 눈이 와서 후륜구동인 차로 테헤란로에서 엉겨
보통 10여분 거리를 집을 거의 두시간만에 가느라고 고생도 하였었다.
작년 가을에는 태백의 오투리조트도 이 차로 갔다왔다.
이제 인수할 사람이 오면 차의 내력과 문제점,
최근에 수리한 곳 등을 자세히 일러주고,
Mercedes Benz 한성이나 효성에 등록된 차이므로 갖고 가면 된다고 일러 줄 예정이다.
아니면 쉽게 수리할 곳도 가르쳐 주고.
이차는 정말 1년에 1만킬로도 못 탔으나 나와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러나 보니까 딱지도 몇번 받았는데 주로 규정속도 40킬로 이상의 딱지들.
억울한 것은 한참전 성북동에서 거나하게 회식을 하고
대리 운전으로 집에 왔더니 과속 딱지가 날라온 것.
누구에도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정말 싼 가격에 차를 잘 타고 다닐 의사한테 넘기고 나니 섭섭하기 짝이 없네.
아무쪼록 내가 아끼던 차인 만큼 잘 타주기를 바란다.
집에는 차번호가 새겨진 열쇠고리만 하나 남아 있다.
그런데 며칠전 나에게 전화가 왔다.
좋은 차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앞으로 몇년간은 잘 타겠다하여 한 이년만 타라고 하였다.
거실 컴퓨터책상 앞에는 하프 마라톤에 출전하러 잠수교 아래에 주차한 내차 사진이 한 장 보이네요.
첫댓글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벤츠는 엔진오일이나 필터만 갈아도 국산차의 10배나 돈이 들지요.... 좋은 차지만...
마지막편은 새로산 Benz 소개입니다. 그래도 타던 차가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