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으로 돈을 벌다3
할아버지는 관상뿐 아니라
운기도 공부해서
자연의 변화까지 예측했다.
어느 해는 유난히 비가 을 것이며,
어느 해는 어떤 농작물이 잘 될 것이며,
또 어느 해의 여름은 냉해를 입어서
벼농사가 안 될 것이라는
등 의 이야기를 지나가는 말로 하면,
그것을 알아들는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충고를 따라서
농사를 짓거나
사업을 꾸려 성공하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최창익이라고,
금을 파는 사람인데 나에게 왔어.
자기 광산에서
어디가 금이 많이 나올 수 있냐는 거야.
근데 내가 운기를
보니까 여름에 큰 장마가 올 것 같아.
그래서 장마가 오니까
금 파는 일을 중지하고 대비하라고 했지.
이 사람은 해가 쨍쟁하고
일기예보에서도 장마가 없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귀담아 듣지 않았어.
근데 그해 여름
큰 장마가 들어 광산에 난리가 난 거야.
그제야 최창익이 다시 와서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손해가 많다고 하소연을 하더군.'
할아버지는 스스로 터득한
지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자주 놀라게 했 다.
한번은 독립운동가이자 후에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장택상의 집에서 여럿이
모여 있는데 날씨가 대화의 중심이 되었다.
마침, 라디오에서 7일 정도 지나면
장마가 그치고 날이
갤 것이라는 예보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장마 때문에 물난리가 난 지역도 있는지라,
장마가 빨리 끝나기를
바랐던 사람들은 모두들 좋아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장마가 한 주가 아니라
두 주는 지나야 끝난다고
당대의 정치가와 세도가들에게 년지시 말했다.
그러자 기상청의 정밀한 예보와
일개 개인인 장병두의 예측을
두고 내기를 하자는 말이 나
와 사람들이 두 패로 갈려 돈을 걸었다.
장마는 할아버지의
예언대로 두 주가 지나서 끝이 났다.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귀신같은 예지력에 혀를 내둘렀다.
할아버지는 자연을 관찰하면
누구나 날씨 정도는 알아맞힐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장마가 길어질지.
비가 빨리 그칠지를 어떻게 알겠어.
자연을 관찰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길을 다니다가
개미들이 자기 집을 짓는 것을 관찰하면
--- '아,비가어 느 정도 오겠구나' 감이 잡혀.
개미들이 살던 집을
떠나 높은 곳에 집을 새로 지으면
---'아, 이번 여름에는 장
마가 길고 비가 많이 오는구나.
물난리가 나면 다 죽으니까
미리 집을 옮기는구나' 아는 거지.
들이나 산을 다닐 때
개미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니까 알겠더라고.
어느 정도 높은 곳 으로 이동하는지 보면
비가 얼마나 오고,
며칠간 이어질지도 미리 알 수 있지."
이런 예언올 보고, 장택상은 어찌 그렇게
정확하게 비가 오고
그치는 날짜까지 맞출 수 있느냐고 묻곤 했다.
할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그저 지 나가는 말로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것이 맞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 나가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진 격이지 내가 뭘 알겠냐고,
여러분이 내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라고 웃어대면
그들도 그러면 그렇지
일개 무식한 젊은 놈이 뭘 알겠느냐며 박장대소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요기할 돈이 없다고
30전만 내어달라고 하면
장택상은 두말없이 돈을 내어주었다.
이렇게 할아버지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혜안을 습겨가며 쥐 죽은듯 지냈다.
똑똑하면 똑똑해서 죽고, 좌익이면 좌익이라 죽고,
우익이면 또 우익이라
죽는 잔혹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상 때문에 죽었어.
송진우도 죽었고
여운형도 죽었고 신익희도 죽었지.
심지어
김구 선생도 암살당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처세를 해야 생명을
보전할지 한 치도
내다볼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 었지.
나는 무조건 모른다고 했어.
실지로 나는 학교도 못 다닌 일자무식 이니까.
그러니 공산주의자가 당신의 견해를 밝히라고 하면,
나 같은 일자무식이 어떻게 공산주의 생각을
알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앞으로 공부하겠다며 빠져나왔지.
민족주의자들 앞에서는 난 먹고 사는 것만 해도
바쁜 놈이니애국이 뭔지 모른다고 둘러냈어.
자본주의자들에게는 일부러
더 무식하고 돈 없는 티를 내며 처세를 했지.
그 당시 내가 아는 체를 하고
나섰으면 벌써 죽은 몸이 되었을 거야.
물론 이렇게 오래 살아도
결국 재판받는다고 고생을 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