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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덴마크의 철학자 아르네 그롼의 역작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키에르케고어의 인간학](Arne Grøn, Begrebet Angst hos Søren Kierkegaard, Gyldendalske Boghandel, Nordisk Forlag A/S, Copenhagen 1994)가 도서출판 b에서 [바리에테 신서] 시리즈 19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코펜하겐 대학교 윤리학 및 종교철학(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 교수는 키에르케고어 철학과 종교철학, 윤리학, 주관성 이론과 관련하여 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 가운데 특히 이번에 번역된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와 [주관성과 부정성 : 키에르케고어(Subjektivitet og negativitet: Kierkegaard)](1997)은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탁월한 연구 성과로 꼽힌다.
저자소개
저자 : 아르네 그뢴
저자 아르네 그뢴ARNE GRØN은 1952년 덴마크에서 태어났으며,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여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코펜하겐 대학교 윤리학 및 종교철학 분야(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동 대학교에 설립된 〈주관성 연구센터〉 소장직을 겸하고 있으며, 〈키에르케고어총서(KIERKEGAARDIANA)〉의 공동 편집자이기도 하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BEGREBET ANGST HOS SØREN KIERKEGAARD)〉(1994)와 〈주관성과 부정성: 키에르케고어(SUBJEKTIVITET OG NEGATIVITET: KIERKEGAARD)〉(1997)를 비롯하여 키에르케고어, 종교철학, 주관성 이론에 관한 여러 저서들과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자세한 생애와 연구서지에 대해선 코펜하겐 대학의 다음 소개 페이지를 참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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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하선규
역자 하선규는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철학, 영화학을 전공하여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2004년 경주대학교를 거쳐 2005년부터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18-19세기 미학사, 철학적 인간학, 매체미학이다. 쓴 책으로 〈이성과 완전성(VERNUNFT UND VOLLKOMMENHEIT)〉(2005, 독일어), 〈문화산업, 이미지, 예술〉(2012, 공저) 등이 있으며, 칸트, 바움가르텐, 레싱, 벤야민, 크라카우어, 키에르케고어, 슈미츠 등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목차
한국어판을 위한 서언 9
서언 13
1장 불안 21
불안해하기를 배우는 일 23 / 시간의 변화 26 / 종합으로서의 인간 36 / 자유의 가능성 45 / 불안과 원죄 52 / 무구성과 불안 64 / 성과 역사 73 / 악 앞에서의 불안―그리고 선 앞에서의 불안 88 / 불안의 모호성 101 / 불안의 의미 107
2장 실존 117
인간이란 무엇인가 119 / 인간은 참으로 실존하는 상태에 있다 123 / 실존이라는 문제 127 / 주관성과 (비-)진리 132 /
3장 자유?그리고 부자유 143
불안과 선택 145 / 선택의 선택 148 / 심미적 차원과 윤리적 차원 154 / 선택과 자유 161 / 진정한 자유 166 / 자유, 그리고 자유 176 / 자유의 한 현상으로서의 부자유 180
4장 불안과 절망 187
죽음에 이르는 병 189 / 의식과 의지 194 / 무한성의 절망과 유한성의 절망 205 / 나약함의 절망과 반항의 절망 210 / 모호성과 균열 217 / 자기 안에 갇혀 맴도는 현상들 224
5장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획득하는 것 229
불안과 절망: 자유의 가능성? 231 부정적인 것을 경유하는 우회로 235 /
6장 역사 241
7장 개별자와 보편적인 인간적 차원 255
분리해냄 257 / 개별자가 되는 것 261 / 보편적 차원 264 / 동정심(Sympathie)과 연민(Mitleid) 267 / 양심과 인간의 두려움 270 / 언어 274
8장 윤리적 차원 279
윤리적 선택 281 / 제1의 윤리학과 제2의 윤리학 284 / 자기애와 이웃사랑 288 /
9장 믿음 299
종교적 차원 301 / 신에 대한 관계 303 / 불안과 믿음 309 / 믿음의 결단 316 / 영원성의 평등 319
10장 “우리 시대” 325
좀 더 심화된 공부를 위한 제언 341
찾아보기 349
참고 문헌 357
해제:A. 그?의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와 키에르케고어 인간학의 사상사적 의미에 관하여 367
역자 후기 419
출판사 서평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는 일차적으로는 키에르케고어의 주저 [불안의 개념]에 대한 매우 유용한 해설서다. 1844년에 출간된 [불안의 개념]은 [이것이냐-저것이냐], [공포와 전율], [반복], [철학적 조각들], [비학문적 후서], [삶의 길의 단계들], [죽음에 이르는 병] 등 키에르케고어의 많은 인간학적 저서들 가운데서도 그 위상이 각별하다. [불안의 개념]은 단지 여러 주요 저작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그의 철학적 인간학 전체를 집약하고 있는 일종의 ‘원형 모델(miniature)’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불안의 개념] 속에는 그의 철학적 인간학을 관류하고 있는 중심적인 사유의 모티브와 성찰의 방법론, 또한 인간 존재를 해명하기 위한 기본 개념들과 핵심 논점들이 모두 등장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한다면 이렇다. 즉 [불안의 개념] 속에는 서구의 오랜 사변적이며 객관적인 사유 전통에 대한 비판, ‘부정주의적’ 인간학이라는 새로운 인간학적 접근 방식의 실천, 섬세하고 급진적인 심리학적 관찰과 분석, 인간의 ‘실존 과정’을 모순된 차원들(육체와 영혼, 유한성과 무한성, 가능성과 필연성)의 종합으로 이해하는 관점, 일반적인 보편적-사회적 윤리학(제1의 윤리학)과 개별자의 삶 자체를 문제시하는 실존적 윤리학(제2의 윤리학)의 구별, 사유와 신앙 사이의 심연과 역설적인 도약의 개념, 심미적 실존/윤리적 실존/종교적 실존이라는 세 가지 실존 방식의 구별 등 키에르케고어가 이후 다른 저작에서 논의하게 될 핵심적인 주제와 모티브들이 모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뤤이 이 책을 [불안의 개념]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해명으로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는 결코 [불안의 개념]에 대한 충실한 해설서에 그치지 않는다. 그뤤은 불안의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키에르케고어 인간학의 다른 핵심적인 주제들로 나아간다. 불안과 직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실존’, ‘자유’, ‘절망’, ‘역사’, ‘윤리’, ‘믿음(종교)’, ‘시대비판’ 등을 나머지 9개의 장에서 하나하나씩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특기할 것은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가 탁월하게도 서술의 전망을 인간 개별자로부터 점차 인간을 둘러싼 타자, 사회, 역사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뤤은 키에르케고어가 결코 ‘우수에 찬 단독자’가 아니었음을, 좁은 의미의 ‘내면성에 갇힌 실존주의자’가 아니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키에르케고어에 대한 종래의 개론서들이 대부분 간과하거나, 충분히 분명하게 밝히지 못했던 지점이다.
그뤤의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는 독자에게 대단히 포괄적이며 밀도 있는 해석학적 경험을 제공한다. 독자는 불안이라는 실존적 ‘근원현상’에서 출발하여 키에르케고어 사상 전반에 관한 균형 잡힌 조망을 획득할 뿐 아니라, 그의 인간학의 중심 모티브와 주제들에 대한 적확한 해석, 나아가 이들 사이의 복합적인 연관성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독자는 키에르케고어 사상과 인간학의 모든 중요한 국면들이 각각 등장해야 할 시점에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며,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원전의 향기와 목소리를 전해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떤 사상가에 대한 개론서가 이 정도로 풍성한 독서체험을 선사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또 무엇이겠는가.
그뤤이 한국어판 서언에서 밝히고 있듯이, 키에르케고어는 인간의 ‘자기 이해’라는 문제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식화하고 깊이 논구하였는데, 이 새로운 방식은 그 이후의 모든 철학적, 신학적, 예술적 사유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철학계와 미학계에서 키에르케고어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뤤의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는 오늘날 키에르케고어를 왜 깊이 공부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절실하게 일깨워줄 것이다. 삶이 살아있는 한,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의 불안과 자유,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타자와 역사에 대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1993년 덴마크어로 출간된 이 책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Begrebet Angst hos Søren Kierkegaard)]는―이후 독일어, 영어, 네델란드어 번역본이 나왔는데―키에르케고어의 통찰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첫걸음이다. 이 책에서 나는 [불안의 개념]을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논고로서―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을 빌자면 인간의 “어려운 자유(difficile liberte)”에 관한 논고로서―이해하면서, 독자들에게 키에르케고어의 사유를 주제적으로 소개하고자 했다. 좀 더 상세히 말해서 내가 주안점으로 삼은 것은, 주관성이 시간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내면성은 (내적으로 갇혀 있는 것과는 반대로) 행위와 이해의 내면성이라는 사실, 즉 인간의 자기관계와 타자에 대한 연관이 늘 함께 얽혀 있는 내면성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키에르케고어의 사유를 해석하면서 그의 역사 개념을 강한 의미로, 즉 개별자의 역사와 집단의 역사, 개인의 역사와 공동의 역사가 상호 침투하고 있다는 강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마찬가지로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를 서로 결합시켜 주는 것에 대한 개념도 강한 의미로 해석하였다. 아울러 윤리적 차원과 종교적 차원에 대해 논의할 때, 나는 키에르케고어가 비판적으로 구별하고 있는 제1의 윤리학과 제2의 윤리학을 각별히 강조하였다. 예전의 키에르케고어 수용에서 이 두 윤리학의 구별은 거의 전적으로 경시되었었다. ---「한국어판 서언」중에서
“모호성은 이미 주어진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상황이 애매하거나 확정되지 않았고, 어떤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데에 놓여 있는 것이다. (......)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서 상황이 우리에게 닥쳐오는 것이다. 여기서도 우리 자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모호성은 인간이 불안 속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서게 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기 자신(Selbst)으로서 자신 앞에 서는 것이다. 언제든 또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신으로서 말이다.” --- p.49
“인간의 실존함은 두 가지 근본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로 인간은 실존하는 자로서 진행되는 과정 속에, 생성의 과정 속에 있다. 둘째로 인간은 스스로 실존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의 문제 혹은 과제에 직면해 있는 셈이데, 이는 인간이 늘 자기 자신에 대한 관계[맺음] 속에 놓여 있음을 말한다. 생성 중에 있으며 자기관계 속에 놓여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근본적인 특징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 속에 결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 p.130~131
“[죽음에 이르는 병]은 불안의 분석을 통해서 얻은 통찰을 계속 견지한다. 그것은 인간이 하나의 종합 혹은 이질적 요소들 간의 관계라는 것이다. 이질적 요소들 간의 관계이기에 이들 사이의 연관성은 깨지기 쉽고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 제3의 항으로서의 자기가 의미하는 것은, 스스로 이렇게 통일되지 않은 것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즉 영혼과 육체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유한하면서 무한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시간적이면서 영원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질적 요소들 간의 연관성이 이와 같은 자기관계 속에 놓여 있거나 혹은 그러한 연관성이 자기관계 자체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란 두 가지를 뜻한다.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는 것이자,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려는) 자기 자신과의 연관성이기도 한 것이다.” --- p.191
“개별자는 종합으로서의 존재에서 비롯되는 과제 앞에 서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를 갖게 된다. 개별자의 역사는 종합이 모순으로서 정립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된다. 이 말은 개별자가 자기 자신을 하나의 문제로서 의식하게 되는 순간―혹은 자기 자신과의 연관성을 하나의 문제로서 의식하게 되는 순간―, 이 순간에 그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과제는 자기 자신과의 연관성을 갖게 되는 것, 달리 말해서 자기 자신과의 연속성과 정체성을 획득하는 일이다. 개별자의 역사란 이러한 과제의 역사인 것이다. (......)
따라서 개별자의 역사를 가리키는 역사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키에르케고어에게 이러한 과제는 윤리적 차원의 개념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역사가 이제 윤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독자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키에르케고어에 대한 통상적인 견해는, 그가 역사에 대해 어떠한 진정한 중요성도 부여하지 않았으며, 어떤 경우에든 역사적 차원과 윤리적 차원을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 p.247~248
“역설이 모순적인 것은, 역설이 지성의 생각과 기대를 뒤집어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이 통상적으로 자신의 현존에 질서를 부여할 때 따르고 있는 생각과 기대를 뒤집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허약함과 강함, 권력과 무기력, 부와 가난, 높은 지위와 낮은 지위, 상실과 획득 등의 구별에 존재하는 관계를 뒤집는다. (......)
키에르케고어는 믿음을 일종의 극단적인 결정으로서, 개별자가 의지할 것이 전혀 없이, 스스로 완전히 홀로 내리는 결정으로서 강조한다. 그가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그가 당대의 어떤 특정한 경향이 되고 있는 것을 공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누구나 손쉽게 합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향이다. 마치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속하게 되는 특정한 문화처럼 말이다. 이와 달리 믿음은 자기 자신을 경유하여 개별자가 내리는 결단인 것이다.“ --- p.31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