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교차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이다. 이 한마디에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강한 환경메시지가 담겨있다. 최근, 서울시민의 정서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죽음의 먼지로 알려진 초미세먼지가 하루가 다르게 서울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있는 현실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 머리카락보다 28배나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먼지는 공장이나 산업시설의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 생활주변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한다. 일반먼지와는 달리 중금속을 비롯한 유해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폐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환경공해물질이다.
먼 나라가 아니라 서울에서 직접 마시는 초미세먼지가 가장 위험할 수밖에...
서울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관광을 하고 있다.ⓒ윤재현 인턴기자
그동안 우리 사회는 초미세먼지의 원인과 책임을 중국 탓으로 돌렸다. 중국, 내몽고 등에서 불어오는 봄철 황사와 겨울철 스모그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최근, 일본기업은 중국에 파견한 직원들이 열악한 대기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위험수당인 ‘대기오염 특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부 도시는 지난해 140일 정도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74개 도시에서 대기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3개 도시만이 기준에 합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상황이 이 정도라면 주변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늘에 장막을 칠 정도의 불가능한 대책도 쏟아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서울에서 직접 들이마시는 초미세먼지가 가장 위험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다. 대규모 공장이 없는 서울은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게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평상시에 교통수요관리가 잘 되고 자동차 운행이 줄면 초미세먼지의 공습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시의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부과, 교통혼잡지역 교통량감축프로그램운영,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우선지구운영, 보행자전용지구지정 등의 교통수요관리에도 불구하고 초미세먼지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도가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도심 평균속도가 16km도 안 되는 교통 혼잡도시 서울에서 나부터 자동차운행을 줄이는 것이 대기 질을 개선하고 초미세먼지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동차가 쉬면 도시가 숨을 쉰다.
그런 의미에서, 딱 3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공회전을 줄이는 것이다. 독일 사례처럼 교차로에서 시동 끄기를 한다거나 핀란드 사례처럼 공회전 제한시간을 2분(참고로, 우리나라는 경유 자동차 5분, 휘발유와 가스 자동차 3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 홀로 차량운행을 줄이는 것이다. 출퇴근 길 운행차량의 80%가 나 홀로 차량이라는 사실, 꽉 막힌 도로에서 내뿜는 매연이 바로 죽음의 먼지인 초미세먼지이다. 마지막으로 1시민 1나무심기 실천이다. 도심 곳곳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사막화 지역에 나무 심기를 지원하는 일이다. 이 모두가 서울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일상적으로 차단하고 도시를 숨 쉬게 하는 일이다. 생활의 불편이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키고 종국에는 불필요한 낭비도 줄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올해 초, 서울의 직접적인 영향권인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993㎍/㎥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다. 황사가 불어오는 시기, 고농도의 미세먼지가 서울 하늘을 뿌옇게 뒤엎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대기오염을 줄인다면 초미세먼지 공습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다.
서울환경연합이 제안하는 “자동차는 쉬고 도시는 숨 쉬고, 초미세먼지 줄이기 3가지 실천사항”을 모두가 반드시 실천해주길 희망한다. 행정기관도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발생 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시민안전을 위해 보건복지정책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