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이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 |
▲ 북한이 발사한 기차기동미사일 |
1.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같은 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종전선언에 대해 열려 있다”라고 말했고 미 국무부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인 의도도 없다”,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세 차례에 걸쳐 반응을 내놓았다.
첫 번째로 9월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발표했다.
리태성 부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 등 미국의 대북적대행동 사례를 들며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회는 조선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도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태성 부상은 종전선언을 시기상조라며 일축해버렸는데 김여정 부부장은 좋은 발상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언뜻보면 서로 상충하는 내용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 리태성 부상 담화는 미국용이고 김여정 부상 담화는 한국용이기 때문에 생긴 차이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리태성 부상과 김여정 부부장 모두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이중기준을 없애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리태성 부상의 담화를 보면 북한은 미국과의 종전선언에 기대감이 없는 듯 보인다. 담화 내용도 이렇게 하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보단, 왜 종전선언이 실현 불가능한지를 지적하는 것에 가깝다. 9월 27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행동으로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보여준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실지로 포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을 향해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남북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한테는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해야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다고 했는데, 한국한테는 ‘언동’만 조심하면 남북대화가 열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대화의 문턱이 훨씬 낮다.
북한이 문제 삼는 ‘언동’은 무엇일까? 김여정 부부장은 다음날인 9월 25일 추가로 담화를 발표하며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를 거론하며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고 서로 다르게 평가하는 건 이중기준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서 김여정 부부장은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남북 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여정은 ‘언동’을 조심하면 남북정상회담까지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본 청와대는 “정부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무게 있게 받아들이면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 중에 있다”라며 진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기대감을 갖고 신중히 처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9월 28일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도발’같은 표현은 일단 자제했다.
2. 관련 정황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에 앞서 북한은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다.
북한은 9월 11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이 타원 및 8자 형 궤도로 7,580초를 비행해 1,500km 떨어진 표적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9월 15일 북한이 철도기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800km 계선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한다.
북한이 두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후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 발언을 했다. 이에 북한은 미국엔 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경고를 보냈고 문재인 정부가 이중기준과 적대적인 언동을 하지 않으면 남북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면 북미대화가 열리게 될 것이고 만약 대결을 선택하면 앞으로 더 강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인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동안 남북대화가 진행되지 못한 주된 요인은 미국이 남북관계에 간섭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에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또다시 간섭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대화를 용인할 것인지 선택하라’라며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남북관계에 간섭하면 그때에도 북한의 미사일이 솟아오르게 될 것이다.
북한은 9월 11일, 12일 순항미사일, 9월 15일 기차기동미사일에 이어 9월 28일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 미국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3. 전개 양상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북미관계는 진전될 가능성이 없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려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거나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대북제재를 중단하는 등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조짐이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고픈 욕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 그 후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뭐라도 결실을 이뤄 업적으로 남기고 싶을 것이다. 이번에 종전선언을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욕을 꾸준히 보였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이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밝혔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못했다.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참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어떤 업적을 세우려면 어려움을 맞닥뜨리더라도 굴하지 않고 헤쳐나갈 줄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다. 세종대왕을 보자. 당시 조선은 중국의 글자를 쓰고 황제가 내려주는 중국에 맞는 달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고 조선의 자체 달력을 제작했다. 명나라의 눈치를 보고 굴종하고만 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업적이다.
명나라의 간섭을 물리친 세종대왕처럼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의 방해를 이겨내고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열린 것은 아니다. 당시 주한미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는 “2000년 초반, 임동원 국정원장의 대북 비밀접촉이 강화됐다. … 나는 당시 워싱턴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는데, 그것은 미국이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나 깜짝 놀라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경고였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행보를 마뜩잖게 여기고 한국 정부의 상황을 장악하려 들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굳은 의지로 지혜를 발동해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6.15공동선언 발표 후에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남북장관급회담 및 각종 실무회담을 열어 금강산관광 활성화, 개성공단과 철도·도로 연결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시켰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현실로 꽃피워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격이 떨어진다. 2018년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목숨을 걸고 지혜를 총발동해 남북관계 개선을 관철하기는커녕 미국의 헛기침 몇 번에 그대로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의 승인을 받으러 다녔다. 그 모습을 보면 가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그 신호탄은 북한이 쏘아 올린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였다.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철도기동미사일을 발사한 건 의미심장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는 아니지만 북한의 군사시위는 관성적이지 않고 실전의 성격이 짙어 굉장히 실효성이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느리지만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고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
특히 철도기동미사일은 북한의 군사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의미한다. 철도기동미사일이란 기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철도기동미사일은 언제 어디에서 미사일을 발사할지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력적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차에 실어 산속에서 발사하는 것은 무기체계에 대한 완성도와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라면서 “(탄도미사일) 마지막 전력화 단계에 와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처럼 실전에서 위력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미사일을 매번 새롭게 선보인다. 그러니 미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매번 하던 것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8월 11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시험발사했고 9월 17일에는 미국의 SLBM 트라이던트2를 시험 발사했다. 이는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미니트맨3은 1970년에 배치된 50년 넘은 무기다. 미국은 미니트맨3을 매년 시험발사하는데 그 이유도 너무 낡은 미사일이라 정상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라이던트2도 1990년에 운용되기 시작해 30년이 지난 무기다. 미국이 이번에 트라이던트2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총 184회째 시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앞으로 185번째, 186번째 시험발사를 해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새삼 위협적으로 여기게 되진 않을 것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대미군사전략은 상호확증파괴 전략, 즉 미국이 공격하면 북한도 피해를 보겠지만 미국도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이루려는 전략이 아니다. 북한이 말하는 전쟁은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자신은 피해를 보지 않고 미국만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것도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 게 실현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다.
북한이 적당히 미국과 균형을 이뤄 공생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위협감이 덜하겠지만, 압도적인 승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굉장한 압박이 된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당장 발사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도 급하지만 동시에 이다음 단계는 뭘지 전전긍긍하고 긴장하게 된다.
지금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은 9월 17일 “순항미사일은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방어체계로 맞서기는 매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철도기동미사일은) 미국과 한국의 대응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으므로 북미대화를 재개시킬 수 없다. 여기서 미국이 남북관계까지 막으면 그야말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은 이 파장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이 남북 대화 재개까지는 용인해야겠다고 판단하게 될 수 있다.
▲ 북한이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 |
▲ 북한이 발사한 기차기동미사일 |
4. 대선
이런 흐름이 대통령선거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북한은 반통일세력인 국힘당의 집권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친미친일반통일 정당인 국힘당을 좋아한다. 민주당도 친미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미국이 손때 묻혀 직접 키운 적자는 국힘당이다. 국힘당은 친일정당이기도 하다. 일본과 다를 게 없는 정당인 국힘당이 집권해야 한국의 친일화를 할 수 있고 한미일동맹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이 바라는 바다.
문제는 국힘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파국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 국민이 국힘당에 반발해 제2의 촛불항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제2의 촛불항쟁을 막고 촛불세력을 개량화하기 위해 적자인 국힘당을 뒤로하고 일시적으로 민주당 집권을 용인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 모두가 한국 대선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대선까지 북한과 관련해서 세 가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첫째는 특별한 북한 변수 없이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다. 2020년 총선 때도 특별한 북한 변수가 없었다. 최근에도 종전선언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잠잠했다.
국힘당으로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현재 국힘당은 남북관계가 화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심지어 국가보안법 7조 폐지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었고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안이 국회 국민 청원에 올라 청원 요건인 10만 명 동의를 달성했다. 주요 분단체제 유지 수단인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해 색깔론을 펼 법도 한데도 국힘당은 쉬쉬한다. 논쟁이 되었다간 오히려 자신들이 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에 유리하며 국힘당엔 최악이다.
2018년 지방선거는 북미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에 열렸다. 이게 국힘당에게 결정타가 되었다. 당시 광역 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선거의 경우 민주당 80% 대 국힘당 20% 수준으로 국힘당은 처참히 패배했다. 보수세력의 텃밭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중에서도 강남구청장, 송파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강남구 6석 중 3석, 서초구 4석 중 4석, 송파구 6석 중 6석을 차지했다. 이 강남 3구 민주당 당선자들은 북한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2019년 11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2020년 총선 전까지는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고 다녔다.
최근 이준석 국힘당 대표도 미국을 방문 중이다. 이준석 대표는 미국 정부 당국자와 의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성급했고 우려된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혹시라도 종전선언이 실현되면 국힘당은 그 즉시 끝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으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미국이 북미관계를 파산시키고 남북관계를 완전히 폐쇄시킬 수 있다. 이러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남북관계 방해책동으로 한반도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북한과 충돌이 일어나면 국민의 반북대결의식이 고조돼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유리해진다는 게 기존 상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어도 국힘당에 불리하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때를 보자. 천안함 사건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일어났다. 진보민주세력에 선거 악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진보민주세력이 ‘1번(한나라당) 전쟁, 2번(민주당) 평화’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워 공세적으로 나섰고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선거 결과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47.4%,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46.8%로 0.6% 차이로 석패했다. 가정일 뿐이지만 당시 3.26%를 얻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한명숙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는 등 당시 한국 사회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는 걸 고려하면 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놀랄만한 결과였다. 천안함 사건에도 국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고 평화를 지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을 때도 6월 2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2% 국민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찬성했고 반대는 34%에 그쳤다. 국민이 대북강경행동을 선택하지 않고 북한과의 마찰을 초래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북관계가 악화되는 경우에도 천안함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 속에선 국힘당이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등 평화 실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는 여론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래서 국힘당이 되면 전쟁이고 민주당이 되어야 전쟁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북관계가 악화되어도 국힘당엔 악재, 민주당엔 호재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1.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같은 날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종전선언에 대해 열려 있다”라고 말했고 미 국무부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인 의도도 없다”,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세 차례에 걸쳐 반응을 내놓았다.
첫 번째로 9월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발표했다.
리태성 부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 등 미국의 대북적대행동 사례를 들며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회는 조선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보장에서 최우선적인 순위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도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리태성 부상은 종전선언을 시기상조라며 일축해버렸는데 김여정 부부장은 좋은 발상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언뜻보면 서로 상충하는 내용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 리태성 부상 담화는 미국용이고 김여정 부상 담화는 한국용이기 때문에 생긴 차이이다. 내용을 뜯어보면 리태성 부상과 김여정 부부장 모두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이중기준을 없애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리태성 부상의 담화를 보면 북한은 미국과의 종전선언에 기대감이 없는 듯 보인다. 담화 내용도 이렇게 하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보단, 왜 종전선언이 실현 불가능한지를 지적하는 것에 가깝다. 9월 27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행동으로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보여준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실지로 포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을 향해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남북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한테는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해야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다고 했는데, 한국한테는 ‘언동’만 조심하면 남북대화가 열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대화의 문턱이 훨씬 낮다.
북한이 문제 삼는 ‘언동’은 무엇일까? 김여정 부부장은 다음날인 9월 25일 추가로 담화를 발표하며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5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를 거론하며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 증강 활동은 《대북 억제력 확보》로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고 서로 다르게 평가하는 건 이중기준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서 김여정 부부장은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남북 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여정은 ‘언동’을 조심하면 남북정상회담까지도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본 청와대는 “정부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무게 있게 받아들이면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 중에 있다”라며 진중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기대감을 갖고 신중히 처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9월 28일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도발’같은 표현은 일단 자제했다.
2. 관련 정황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에 앞서 북한은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다.
북한은 9월 11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이 타원 및 8자 형 궤도로 7,580초를 비행해 1,500km 떨어진 표적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9월 15일 북한이 철도기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800km 계선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한다.
북한이 두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후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 발언을 했다. 이에 북한은 미국엔 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경고를 보냈고 문재인 정부가 이중기준과 적대적인 언동을 하지 않으면 남북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면 북미대화가 열리게 될 것이고 만약 대결을 선택하면 앞으로 더 강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인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동안 남북대화가 진행되지 못한 주된 요인은 미국이 남북관계에 간섭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은 미국에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또다시 간섭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대화를 용인할 것인지 선택하라’라며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남북관계에 간섭하면 그때에도 북한의 미사일이 솟아오르게 될 것이다.
북한은 9월 11일, 12일 순항미사일, 9월 15일 기차기동미사일에 이어 9월 28일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단행했다. 미국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3. 전개 양상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북미관계는 진전될 가능성이 없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려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거나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대북제재를 중단하는 등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조짐이 없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고픈 욕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지지를 얻었는데 그 후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뭐라도 결실을 이뤄 업적으로 남기고 싶을 것이다. 이번에 종전선언을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욕을 꾸준히 보였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이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밝혔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못했다.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참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어떤 업적을 세우려면 어려움을 맞닥뜨리더라도 굴하지 않고 헤쳐나갈 줄 알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렇다. 세종대왕을 보자. 당시 조선은 중국의 글자를 쓰고 황제가 내려주는 중국에 맞는 달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고 조선의 자체 달력을 제작했다. 명나라의 눈치를 보고 굴종하고만 있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업적이다.
명나라의 간섭을 물리친 세종대왕처럼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의 방해를 이겨내고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열린 것은 아니다. 당시 주한미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는 “2000년 초반, 임동원 국정원장의 대북 비밀접촉이 강화됐다. … 나는 당시 워싱턴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는데, 그것은 미국이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나 깜짝 놀라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경고였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김대중 대통령의 행보를 마뜩잖게 여기고 한국 정부의 상황을 장악하려 들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굳은 의지로 지혜를 발동해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6.15공동선언 발표 후에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남북장관급회담 및 각종 실무회담을 열어 금강산관광 활성화, 개성공단과 철도·도로 연결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시켰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높게 평가받는 것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현실로 꽃피워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격이 떨어진다. 2018년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목숨을 걸고 지혜를 총발동해 남북관계 개선을 관철하기는커녕 미국의 헛기침 몇 번에 그대로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의 승인을 받으러 다녔다. 그 모습을 보면 가련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임기 말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기회가 왔다. 그 신호탄은 북한이 쏘아 올린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였다.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철도기동미사일을 발사한 건 의미심장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는 아니지만 북한의 군사시위는 관성적이지 않고 실전의 성격이 짙어 굉장히 실효성이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느리지만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고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미사일을 탐지해 요격하는 걸 어렵게 만든다.
특히 철도기동미사일은 북한의 군사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의미한다. 철도기동미사일이란 기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철도기동미사일은 언제 어디에서 미사일을 발사할지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력적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차에 실어 산속에서 발사하는 것은 무기체계에 대한 완성도와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라면서 “(탄도미사일) 마지막 전력화 단계에 와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처럼 실전에서 위력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미사일을 매번 새롭게 선보인다. 그러니 미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매번 하던 것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8월 11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을 시험발사했고 9월 17일에는 미국의 SLBM 트라이던트2를 시험 발사했다. 이는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미니트맨3은 1970년에 배치된 50년 넘은 무기다. 미국은 미니트맨3을 매년 시험발사하는데 그 이유도 너무 낡은 미사일이라 정상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라이던트2도 1990년에 운용되기 시작해 30년이 지난 무기다. 미국이 이번에 트라이던트2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총 184회째 시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앞으로 185번째, 186번째 시험발사를 해서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새삼 위협적으로 여기게 되진 않을 것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대미군사전략은 상호확증파괴 전략, 즉 미국이 공격하면 북한도 피해를 보겠지만 미국도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보여줌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이루려는 전략이 아니다. 북한이 말하는 전쟁은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자신은 피해를 보지 않고 미국만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것도 미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는 게 실현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다.
북한이 적당히 미국과 균형을 이뤄 공생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위협감이 덜하겠지만, 압도적인 승리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굉장한 압박이 된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당장 발사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도 급하지만 동시에 이다음 단계는 뭘지 전전긍긍하고 긴장하게 된다.
지금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국장은 9월 17일 “순항미사일은 우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방어체계로 맞서기는 매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철도기동미사일은) 미국과 한국의 대응 노력을 더 어렵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난색을 보였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으므로 북미대화를 재개시킬 수 없다. 여기서 미국이 남북관계까지 막으면 그야말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은 이 파장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이 남북 대화 재개까지는 용인해야겠다고 판단하게 될 수 있다.
▲ 북한이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 |
▲ 북한이 발사한 기차기동미사일 |
4. 대선
이런 흐름이 대통령선거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북한은 반통일세력인 국힘당의 집권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친미친일반통일 정당인 국힘당을 좋아한다. 민주당도 친미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미국이 손때 묻혀 직접 키운 적자는 국힘당이다. 국힘당은 친일정당이기도 하다. 일본과 다를 게 없는 정당인 국힘당이 집권해야 한국의 친일화를 할 수 있고 한미일동맹을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이 바라는 바다.
문제는 국힘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파국을 맞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 국민이 국힘당에 반발해 제2의 촛불항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제2의 촛불항쟁을 막고 촛불세력을 개량화하기 위해 적자인 국힘당을 뒤로하고 일시적으로 민주당 집권을 용인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 모두가 한국 대선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대선까지 북한과 관련해서 세 가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첫째는 특별한 북한 변수 없이 대선이 치러지는 것이다. 2020년 총선 때도 특별한 북한 변수가 없었다. 최근에도 종전선언 제안이 있기 전까지는 잠잠했다.
국힘당으로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현재 국힘당은 남북관계가 화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심지어 국가보안법 7조 폐지안이 법사위에 상정되었고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안이 국회 국민 청원에 올라 청원 요건인 10만 명 동의를 달성했다. 주요 분단체제 유지 수단인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해 색깔론을 펼 법도 한데도 국힘당은 쉬쉬한다. 논쟁이 되었다간 오히려 자신들이 몰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에 유리하며 국힘당엔 최악이다.
2018년 지방선거는 북미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에 열렸다. 이게 국힘당에게 결정타가 되었다. 당시 광역 자치단체장 및 광역의원선거의 경우 민주당 80% 대 국힘당 20% 수준으로 국힘당은 처참히 패배했다. 보수세력의 텃밭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중에서도 강남구청장, 송파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강남구 6석 중 3석, 서초구 4석 중 4석, 송파구 6석 중 6석을 차지했다. 이 강남 3구 민주당 당선자들은 북한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2019년 11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2020년 총선 전까지는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고 다녔다.
최근 이준석 국힘당 대표도 미국을 방문 중이다. 이준석 대표는 미국 정부 당국자와 의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성급했고 우려된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혹시라도 종전선언이 실현되면 국힘당은 그 즉시 끝장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으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미국이 북미관계를 파산시키고 남북관계를 완전히 폐쇄시킬 수 있다. 이러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남북관계 방해책동으로 한반도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북한과 충돌이 일어나면 국민의 반북대결의식이 고조돼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유리해진다는 게 기존 상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어도 국힘당에 불리하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때를 보자. 천안함 사건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일어났다. 진보민주세력에 선거 악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진보민주세력이 ‘1번(한나라당) 전쟁, 2번(민주당) 평화’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워 공세적으로 나섰고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선거 결과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47.4%,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46.8%로 0.6% 차이로 석패했다. 가정일 뿐이지만 당시 3.26%를 얻은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한명숙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는 등 당시 한국 사회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는 걸 고려하면 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놀랄만한 결과였다. 천안함 사건에도 국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고 평화를 지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을 때도 6월 2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2% 국민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찬성했고 반대는 34%에 그쳤다. 국민이 대북강경행동을 선택하지 않고 북한과의 마찰을 초래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북관계가 악화되는 경우에도 천안함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 속에선 국힘당이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등 평화 실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는 여론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래서 국힘당이 되면 전쟁이고 민주당이 되어야 전쟁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북관계가 악화되어도 국힘당엔 악재, 민주당엔 호재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