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되니까 시골에 가는 사람들이 많아 집니다
지난 봄에 애들 엄마가 허리를 수술하여 올해는 김장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여름부터 걱정을 하더군요
나는 믿는데가 있으니까 내가 다알아서 할테니까 걱정하지마라고 했지요
그런데 내가 평소에 부엌일을 도와주는 편도 아니고 별 관심이 없으니까 계속 걱정이었나봅니다. 추석 때 시골갔을 때 올해는 배추를 물한리에서 절여서 간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었습니다. 11월이 되니까 배추를 일찍심어 김장을 해도 되겠다는 연락이 와서 절이는 날짜를 알려달라는데 근무가 주간, 야간으로 돌아가다가 어떤 때는 주간, 야간, 야간, 휴무로 될 때가 있어 잘 맞추지를 못하여 11. 16에 간다고 했는데 17일에 내가 두군데 볼일이 생겨 시간이 잘 안맞더군요
어제 일근을 하고 왔더니 배추를 절여만 놓은 것이 아니라 아주 김장을 다해놨으니 가지고 가라고 하여 퇴근 후 저녁 8시쯤 내려가려고 졸리지 마라고 커피를 한잔마시고 좀 쉬다가 그만 잠이들고 말았습니다. 내가 잠든사이 애엄마랑 통화를 하여 피곤하니까 내일 낮에 와서 가지고 가라고 깨우지마라고 했다는데 깨어보니 새벽 4시였습니다. 가을비가 부실부실 내리는 와중에 나의 애마(1996년식 세피아 투 앞유리가 금이 가 있고 박물관 가기 직전임) 를 몰고 시골로 향했습니다. 가다가 의윤이친구 집에 잠간 들려 친구를 만나 담배한대 피는데 홍시만들어 먹으라며 대빵짜리 감을 한박스 주어 염치없이 받아왔습니다. 시골집에 갔더니 비가 많이오기 전에 짐을 실어라고 하여 담아놓은 김치를 실었는데 배추김치가 4박스, 김치통으로 2개, 총각김치 한통, 무 한포대, 현미찹쌀 40kg 등 제법 무개가 나가는 것들인데 나의 애마가 걱정이 됩니다
계속해서 사과 한봉지, 단감 한 봉지, 들기름 대두병으로 하나, 참기름, 애기고추 쪄서 말린 것 큰봉지로 하나 계속 나옵니다. 우리엄마는 도깨비 방망이를 감추어 두었는지 계속 나옵니다. 이제 트렁크 꽉차고 뒷좌석도 차고 조수석도 여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자주도 안오니까 다 실고 가라며 느타리버섯, 우산나물, 취나물, 토란줄기, 호박꼬지, 울콩, 늙은 호박, 장닭 한마리 많이도 실고왔습니다.
아는 사람이 배추를 60포기 가지고 와서 담아달랬다며 마당에 절임배추가 또 잔뜩있습니다. 내짐을 챙겨주다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미역국에 옹심이 넣은 것과 밥을 차려주면서 모처럼 왔는데 따뜻한 밥한그릇 못해주어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달리 표현하기가 멋적어 "내가 이해하면 되니까 너무 미안할 것 없어"라고 해서 한번 웃었습니다.
오늘 야간근무라 점심먹고 출발하는데 비가 제법 오기시작했습니다. 대전집에 와서 잘왔다며 전화를 했더니 달걀하고 돼지감자와 야콘(남미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로 당뇨에 먹음)즙을 4박스 내려놨는데 못가져갔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아마 그것 다 실었으면 오다가 내 애마 지구졸업하는 날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물한리를 떠나오면서 신작로로 나와 우리집을 보니까 울엄마 비가 오는 중에도 방에 들어가지 않고 내가 가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오는데 뒤통수쪽에도 눈이 있는지 그쪽이 저렸습니다.
오늘의 이런 것도 몇 해가 남았는지 모릅니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먼 훗날 오늘 이 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에 사무치도록 그리워지겠지요
첫댓글 아직도 그렇게알뜰살뜰 챙겨주시는 엄마가잇음에 무한 감사와 행복하겟소 우리네인생이 참으로 아름답구먼 날마다 그렇게 행복하셈~~~^^♥